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89)
의선명가 천재막내 189화(189/191)
제189화
지난 시간.
삼 년에 가까운 긴 시간.
위지천은 최대한 수그리고 어떤 풍파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며 시간을 보냈다.
‘씨앗은 충분히 뿌렸어. 이제 내실을 다져야 할 때야.’
덕분에 의선의가는 어엿한 성급 의가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위지천은 고민에 빠졌다.
‘사해도가 움직이면, 본격적인 혼란이 시작돼. 내가 그때 무얼 할 수 있을까? 신주육강을 상대로?’
위지천은 누구보다도 강해질 자신이 있었다.
무황이든, 천마이든, 혈마이든 이번에는 넘어설 수 있으리라.
그러니까, 시간만 충분하면.
‘화경에 오르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아. 화경 극까지도. 어차피 한 번 지났던 길이니까. 하지만, 현경은?’
패군, 창왕이 배후의 끝이라면 사실 이전 삶의 무위를 되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혈교가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혈마의 무위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전 삶의 무위로 혈마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들지 않았다.
거기에 무황, 천마는?
천마는 배후일 가능성이 적다고 해도, 무황은 의심을 거두기 어려웠다.
‘사해도의 침공으로 환란이 시작해. 마냥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어.’
그때, 생각이 닿은 게 활생심공이었다.
‘활존은 활생심공 삼단계 끝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팔무존의 하나가 되었어.’
활존의 경지는 화경 극이라고 알려졌다.
즉, 활생심공 사단계는 현경의 경지란 뜻이다.
‘활생심공의 성취를 얻어야 해.’
어차피 무공을 되찾는 건 서두른다고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미 지난 삼 년여의 시간 동안, 위지천은 어마어마한 무공 성취를 얻었다.
이 이상 빠르게 성취를 올리면, 사달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위지천은 무공 성취는 속도를 조절하고 활생심공에 집중했다.
활생심공은 파고들수록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설마 정도 무공으로도 벌써 초절정에 도달하게 되다니.’
위지천은 혀를 찼다.
사실 위지천의 경우 정도 무공 성취를 얻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마공으로 다 익힌 것이니까.
물론 정도 무공, 마공은 펼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까 검술과 창술의 수준으로?
하지만, 검술의 대가였던 이가 창술을 익힌다고 생각해보자.
창술 초보보다 과거 검술의 대가였던 이가 훨씬 빠르게 창술을 익힐 수밖에 없다.
쌓은 경험과 몸의 숙련도가 다르니까.
하지만, 위지천도 정도 무공으로 초절정에 오르는 건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초절정은 상단전의 영역이니까.’
물론 위지천은 마공으로 옛적에 초절정에 올라 상단전이 개화된 상태다.
그 상단전을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마공으로 개화한 상단전으로 정도 무공을 펼쳤다가는 백치가 될 수도 있었다.
정도 무공의 방식으로 다시 상단전을 개화해야 했는데, 이건 위지천도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활생심공의 이단계에 오르는 순간, 상단전이 탁 개화해 버렸다.
너무나 쉽게.
‘활생심공 삼단계가 화경의 경지이니, 이단계가 초절정인 게 맞긴 하지만.’
고작 약관의 나이에 초절정이라니. 알려지면, 중원 전역이 발칵 뒤집힐 거다.
‘뭐, 이제 굳이 경지를 숨길 필요는 없지만.’
구태여 먼저 자랑하지도 않았다.
일단, 이번 전쟁은 의원으로서 참여하는 게 작전을 진행하기 좋았다.
“황산 진료소로 안내하겠습니다.”
“황산 진료소면 어떤 진료소죠?”
“정파 쪽 무인들이 치료받는 진료소입니다.”
진료소는 정파, 사파가 따로 세워졌다.
공통의 적을 맞아 정사가 힘을 합치기로 했지만, 마주쳤다가 괜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니 진료소를 나눈 거다.
작전도 담당 영역을 나누어 따로 진행한다고 했다.
“음… 그런데, 많이 붐비지는 않네요?”
의외로 한산했다.
치료받는 무인들보다 의원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게….”
남궁세가 무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싸움이 벌어지는 전선은 안휘가 아닌, 절강성이다.
그리고 절강성은 전통적으로 사파가 우세한 지역이다.
특히 남궁세가와 사이가 나쁜 사금방의 터전이 절강성 항주였다.
그러니, 정파 무인들은 적극적으로 전장에 가담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우습게도 현재 가장 치열하게 사해도와 싸우고 있는 건 사금방이었다.
‘누가 정파이고, 누가 사파인지.’
위지천은 혀를 찼다.
뭐, 예상하던 작태였다.
이전 삶 때도 사금방이 거의 홀로 사해도를 막아섰다.
그나마 막대한 자금을 가진 사금방이라 돈을 뿌려 의용군까지 모집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금방이 대단해도 일문(一門)으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세가맹이든, 사도맹이든 생색만 낼 뿐, 제대로 도와주지 않아 결국 사금방은 모든 터전을 잃게 되었다.
“세가맹의 주력은 합비에 있는 거죠?”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반격을 준비 중입니다.”
“혹시 무적도제께서 합류한다는 소식은 없나요?”
“그건 아직….”
신주육강 무적도제는 세가맹 최고수이지만, 정치 싸움에 환멸을 느껴 세가맹에 거의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싸움이 있을 때 나서지 않을 인물이 아니다.
특히 사해도주(死海島主)는 신주육강에 필적하는 무위를 지니고 있다는 절대 고수이니, 패군이나 무적도제의 힘이 필요했다.
‘이 시기쯤부터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가?’
일단, 무적도제의 일은 머리에서 지웠다.
이번에 위지천이 노리는 목표는 다른 쪽이었다.
“저는 이곳 황산 진료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갈게요.”
“강서의 옥산 진료소로 가실 겁니까?”
사도맹 쪽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진료소다.
의선의가가 정사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의술을 베푸는 건 유명한 일이니, 뭐라 만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강 항주 진료소로 갈 거예요.”
“위험합니다!”
남궁세가 무사가 깜짝 놀라 외쳤다.
항주 진료소는 전선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싸움이 벌어지는 전선은 절강 남쪽이라 항주와는 거리가 아주 먼걸요. 아무리 사해도의 해적들이 흉포해도 항주를 함락시키진 못할 거고요.”
복건, 광동은 중원의 중심과 아주 멀리 떨어진 변방이다.
중앙 관부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그러니, 황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거다.
중원의 대표 고도(古都)의 하나인 항주는 이야기가 다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싶기도 하고요.”
“아….”
위지천의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 감탄한 얼굴을 했다.
역시 의선혜의! 이런 반응이었다.
‘망할. 다들 보는 눈도 없지. 흉악한 속셈이 가득하구먼.’
위지천의 호위(?) 역으로 따라온 장삼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 삼 년여의 시간 동안 장삼과 위지천은 더욱 가까워졌다.
그런데, 왜 지금 속으로 구시렁대는가?
별 이유 없었다.
그저 무서웠기 때문이다.
‘내가 전선이라니! 영원히 못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안 돼! 얼마 전 산 호피 침대에 몇 번 누워보지도 못했는데!’
위지천과 우정(?)을 나누며 불지옥에라도 따라가겠다는 다짐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여튼, 표정 관리 좀 하시오, 장 문주. 잔뜩 겁먹은 게 누가 보면 오줌이라도 지린 줄 알겠소.”
“이놈, 뭐라고?”
“한판 뜰래?”
“…먼 길 오느라 불편하지 않았냐고 물은 거다.”
용호가 노려보자, 장삼이 스르륵 시선을 피했다.
장삼은 일 년 전 절정 극에 올랐다.
-크하하하! 내가 누구?! 난 이제 절정 극의 고수다! 용호? 덤벼라, 이놈! 버릇을 고쳐주마!
용호도 절정 극, 장삼도 절정 극.
즉, 서로 동수!
강약약강의 장삼은 살판이 났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용호가 유화와 연애를 시작한 후 철이 조금 들고 나서다.
용호는 돌연 갑자기 벽을 넘게 되었다.
초절정에 오르게 된 거다.
“둘 다 그만 싸우고 항주까지 가야 하니 얼른 움직여요.”
황산 진료소는 절강에 인접해 있어 항주와 거리가 멀지는 않았다.
경공을 펼쳐 이동했고, 금방 도착했다.
“의선혜의?”
“의선혜의가 여기까지 왔다고?”
병사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 후 성안으로 들어왔다.
항주의 공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실제 전선과 거리가 멀기도 했고, ‘설마 이곳까지 밀리겠어?’라는 분위기.
하지만, 진료소에 들어가니 확 공기가 달라졌다.
항주 진료소는 절강의 일성의가인 절강의가의 장원을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전선에서 이송된 부상자들이 가득했다.
‘대부분 사금방의 무인들.’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의원 하나가 위지천을 보고 물었다.
“소협은?”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해요. 도움을 드리러 왔어요.”
“의선혜의! 혹시 소협도 사금방에 돈을 빚진 거요?”
“…네?”
“이곳에 온 의원들은 모두 사금방에 빚을 진 이들이오. 평생 노예처럼 일해도 갚지 못할 금액이었는데, 빚을 탕감해 준다고 해서 온 거요. 소협은 사금방에 빚을 지지도 않았는데, 이곳까지 온 거요?”
다들 놀라 위지천을 보았다.
눈치를 보니, 이곳의 의원들은 대부분 빚 때문에 억지로 끌려온 이들 같다.
참고로, 이곳 장원의 원래 주인인 절강의가의 경우, 진즉부터 사금방의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였다고.
“사금방에 빚진 건 없어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온 거예요.”
모두가 익숙한 감탄의 눈빛을 보내는 순간이었다.
“안 그래도 성질나는데, 재수 없는 소리 닥쳐라. 누구는 빚 때문에 강제 노예 신세인데, 옆에서 ‘난 착하고 의로워요.’라고 지랄을 떨어?”
“!!”
위지천은 눈을 크게 떴다.
예상 밖의 인물이 있었던 거다.
산발한 머리.
분노가 가득한 거친 눈빛.
처음 만나는 인물이다.
하지만, 수도 없이 들은 인상착의였다.
위지천은 공손히 포권 했다.
“신의께 의학계의 말학 위지천이 인사 올립니다.”
오신의(五神醫).
동시에 십악(十惡)의 일좌.
괴의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덥석!
옆에 있던 장삼이 갑자기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이제 절정 극에 오르며 화경의 고수인 검군악 앞에서도 꿋꿋이 서 있을 수 있게 된 장삼이다.
눈앞의 괴인이 괴의인 걸 알았을 때도 속으로 덜덜 떨었을 뿐,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싸한 두려움이 들며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리게 된 거다.
검군악, 괴의조차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고수가 등장했다는 의미였다.
“감사한 손님을 왜 핍박하나요, 미친놈아. 빚 대신 눈알을 파서 팔아버리기 전에 닥치세요.”
십악 탈혼희.
사금방주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