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9)
의선명가 천재막내 20화(20/138)
제20화
‘용서할 수 없어!’
단여는 이를 바득 갈았다.
그녀는 위지천이 싫었다.
위지천은 그녀와 모든 게 반대였다.
단여가 음침한 어둠이면 위지천은 밝은 빛과 같았다.
그녀와 다르게 위지천은 모두의 아낌을 받았다.
의선의가의 다른 일원들이 막내 위지천을 얼마나 예뻐하는지는 뒷걸음질 치면서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럴 만했다.
누구의 호감이라도 살 만한 인상.
엉뚱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남을 위하는 선한 성품.(장삼이 들으면 뒷목을 잡을 평가였다.)
삐뚤어지다 못해 비틀린 그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밝은 존재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단여에게는 의술이 있었으니까.
지금의 시련 따위 그녀가 최고의 의원이 되는 데 밑거름이 될 뿐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술까지 천재라니?!’
그녀도 바보가 아니다.
위지천이 지난 한 달간 보인 비범한 모습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저 악바리 같은 노력밖에 내세울 게 없는 그녀는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의술논검에서라도 반드시 승리하겠어!’
한 달 전 약속한 논검.
그녀도 안다.
이런 승부 따위 아무런 의미 없다는 것.
위지천은 앞으로 그녀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뛰어난 의원이 되리라.
그래도, 한 번이라도 이겨보고 싶었다. 그녀가 위지천에게 이길 수 있는 건 지금이 마지막일 테니까.
그런 마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
장내가 고요해졌다.
졌다.
의술논검은 환자의 변증(變症)을 각자의 논리로 논하는 것이다.
단여의 논리는 위지천에게 완벽히 설파당했다.
망연한 단여의 표정에 위지천은 속으로 혀를 찼다.
‘당연히 논검으로 하면 내가 유리할 수밖에 없지.’
의술 지식을 따지면, 지금도 단여가 위지천을 압도할 거다.
지금 위지천은 위지강의 속성 교습을 통해 의견례 합격에 필요한 내용만 벼락치기로 공부한 셈이니까.
하지만, 지식의 양이 적다고 해도 지식의 근본을 꿰뚫는 깊이는 누구보다 깊을 위지천이다.
‘이 정도면 밑밥은 적당히 깔린 것 같고. 제대로 기강을 잡아야지.’
단여가 사정이 있는 건 알고 있다.
안 듣고 싶어도 단여가 사실 사생아라느니, 이러쿵저러쿵 소문이 들렸으니까.
솔직한 마음으로 시큰둥했다.
고작 그런 게 뭐?
중원 천지에 기구한 사연을 가진 이가 한둘인가? 솔직히 단여 정도면 불우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위지천은 거리낌 없이 단여를 이용해 주기로 했다.
“이제 제가 대사형인 걸 인정하겠나요?”
“…네, 대사형.”
“그러면 대사형으로서 사매에게 한마디 해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단여는 고개를 숙였다.
위지천이 자신을 혼쭐낼 거로 예상한 거다.
그런데.
“수고했습니다.”
“!!”
단여는 번뜩 고개를 들었다.
지금 뭐라고?
“사매가 이곳의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한 것 알고 있습니다. 아까 논검에서 변증에 접근하는 논리 전개도 뛰어났고요. 경험만 쌓이면 사매는 분명히 훌륭한 의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갓 의술 공부를 시작한 위지천이 경험 어쩌고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위지천이 진심으로 단여를 칭찬하는 걸 느낀 거다.
‘아.’
-어미 닮아 거지 같은 년.
-저런 천한 게 노력해 봤자지.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더 무시하고 핀잔할 뿐이었다.
처음이었다.
저런 이야기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금 논검은 제 실력의 오 할도 보이지 못했습니다.”
“네,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익! 진짜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다음번에는 반드시 대사형을 이기고 말 테니!”
단여가 펄쩍펄쩍 뛰는 모습에 다른 신입 의생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단여도 고작 열여섯의 어린 소녀다.
나이 많은 늙은 신입 의생들이 보기에는 마냥 귀여워 보이긴 했다.
‘대사형은 볼수록 더 대단해.’
사실 그들도 위지천이 단여를 한마디 혼낼 줄 알았다.
그런데, 도리어 저렇게 감싸주다니.
‘대사형은 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릇도 뛰어나.’
‘우리의 빚을 구제해준 것도 보통의 그릇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그런 사제들의 반응에 위지천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꼭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기강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곳이 군대나 무림 문파면 강압적인 분위기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의가(醫家)고, 이들은 환자를 봐야 할 의생들이다.
두려움과 공포로 억압하면 환자를 인의(仁義)로 대할 수 있겠는가?
존경으로 인한 기강을 잡아야 했다.
‘모두 의선의가를 위해 뼈 빠지게 일할 노예… 아니, 사제들이니까.’
위지천은 분위기를 몰아 사제들의 마음을 살 다음 술수(?)를 꺼냈다.
“그러면, 의공 수업은 제가 진행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사제들이 염려하시는 것 알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지강 형님이 참관할 거고, 문제가 있을 시 곧바로 개입할 테니까요.”
사제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위지천이 보인 모습에 어느 정도 믿음이 생긴 거다.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할 게 있습니다. 다들 이 단약을 복용하세요.”
“…이건?”
“태소단(太素丹)이라는 영약입니다. 이삼 년 치 정도의 내공을 얻게 해줄 영약입니다.”
“!!”
얼마 전 위지천이 만들어 복용한 영약이었다.
모두의 눈이 파르르 흔들렸다.
“여, 영약을? 저희에게 말입니까?”
‘너희들이 빨리 쓸 만해져야 부려먹을 수 있을 테니까. 영약을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룟값의 열 배는 뽑히게 부려먹어 주마.’
그런 위지천의 사악(?)한 속마음도 모르고 다들 울컥 감동하였다.
‘의선의가에 뼈를 묻겠어.’
‘대사형 사랑합니다!’
‘충성 충성 충성!’
위지천은 사제들의 영약 흡수를 직접 도와주기로 했다.
그냥 먹었다가는 대부분의 기운을 허공에 날릴 테니까.
“일단, 먼저 제가 말하는 구결을 암기하십시오. 지령의공(地靈醫功)입니다.”
“지령의공이면?”
“제가 따로 지선의공의 구결을 손본 겁니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요.”
의공을 손봤다니?
사제들이 웅성거리며 참관차 참석한 위지강을 보았다.
뜻밖에 위지강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이미 위지강이 승낙했다는 의미.
‘…내가 도대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모르겠군.’
위지강은 원래 절대 위지천이 의공을 지도하는 걸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지옥 교습에서 뜻밖의 모습을 보였다고는 해도.
그런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위지강이 승낙한 건, 위지천이 개량했다는 지령의공의 구결을 보고 난 다음이었다.
-…누구냐?
-네?
-누가 이런 구결을 알려 주었냐는 말이다! 아니, 이런 고절한 의공을 누가 알려줄 리가?!
-제가 개량했다고….
따악!
얼마나 놀랐는지, 다짜고짜 꿀밤을 때릴 정도였다.
-네놈! 무슨 거짓말을! 너 설마 훔치기라도 한 건?! 화중의가? 아니야. 고작 화중의가의 의공이 이럴 리가?! 설마 남중의가가 몰락한 틈을 타?!
한참을 난리를 피운 끝에야 위지천의 말을 믿게 되었다.
‘천이가 정말 천재였다니.’
아니, 이런 걸 고작 천재란 단어로 표현하는 게 맞을까?
위지강이 아는 ‘일반적인 천재’는 고작 의술을 빨리 익힌다든지, 재능이 넘치는 정도였다.
의공을 개량하는 건, 해당 의공의 모든 것을 완벽히 꿰뚫고, 구결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의술의 일대 종사(宗師)나 가능한 일.
이제 갓 의술을 배운 위지천이 진짜 종사일 리는 없으니, 위지천의 재능이 종사에 버금갈 만큼 괴물 같다는 뜻이리라.
‘못난이였던 막내가 사실은 괴물 천재. 천재, 천재.’
솔직히 아직도 완전히 믿기지는 않았다.
위지천이 거짓말을 할 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의공 지도하는 걸 보면 알겠지.’
그렇다.
위지강이 위지천의 의공 교육을 승낙한 건, 확인의 의미도 있었다.
그리고.
“제가 이야기한 구절을 모두 외우셨으면, 한 명씩 진기도인을 이끌어 드리겠습니다. 아섭 사제 먼저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본격적으로 의공 교육이 시작되었고.
위지강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말도 안 되는.
눈을 의심하게 할 광경이 펼쳐졌던 거다.
천재? 아니다.
그야말로 정말 일대 종사가 강림하기라도 한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 * *
‘뭐, 의공 정도야 간단하지.’
위지천이 누구인가?
기를 다루는 건, 십선(十仙), 십봉(十峰)이라고 불리는 천하의 명의들도 그와 비견할 수 없을 거다.
‘물론, 단순히 기를 잘 다룬다고, 그게 바로 치료 실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환자의 병증을 정확히 파악할 진단 능력.
그에 맞는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선택할 의술적 판단.
이런 것들이 모두 결부되어야 좋은 치료를 할 수 있다.
‘즉, 요리사로 따지면, 난 잘 듣는 칼만 가지고 있는 셈이랄까.’
그래도, 천하에서 가장 잘 듣는 칼이었다.
의원으로서 강력한 무기가 될 거다.
시간이 지나며 의술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더 빛을 발할 거고.
‘물론, 나는 의원으로서 본격적으로 일하는 것보다는 외당(外黨)의 외부 업무를 주로 맡아 아버지, 형님, 누님의 의술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겠지만.’
참고로, 총관이자, 외당의 당주인 숙부 위지무도 아예 환자 진료를 안 보는 건 아니었다.
원래 의가에서 중책을 맡은 이들은 전부 의원 자격을 가지고 있으니까.
외당의 의원들은 외부 업무를 주로 보다가 중간중간 시간이 나면 환자를 보는 식이었다.
위지천도 그런 식의 형태로 일하게 될 것이다.
‘의공 교육도 순조롭고. 다들 잘 따라오고 있어.’
위지천이 초심자도 쉽게 익힐 수 있게 의공을 개량한 덕이었다.
의공 교육을 받을수록 사제들의 위지천을 향한 존경심도 하늘을 찌르게 올라갔다.
단순히 은혜를 입어 감사한 것만이 아니라, 실력으로도 존경심을 품게 된 거다.
‘물론,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지.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의공 교육을 해야겠어.’
사제들이 들으면 의아해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한 교육은 뭐고?
‘내 목표는 고작 전원 합격이 아니라, 전원 금패(金牌) 합격이니까.’
위지천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마라극혈대법(魔羅極穴大法)을 이용해야겠어.’
예전에 위지천이 무공을 익힐 때 도움을 받았던 대법이다.
조금… 아니, 죽도록 고통스럽고 잘못하면 주화입마가 오거나 불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원래 배움의 길은 힘든 법이다.
‘그나저나 빙학(氷鶴) 사마소가 시험관으로 왔다고?’
위지천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가라앉았다.
왜 그런 거물급 인사가 왔는지는 모르지만.
‘이용해먹을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