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93)
의선명가 천재막내 193화(193/244)
제193화
“괴의의 탐욕?”
“그 부분은 제게 맡겨주세요. 의원으로서 접근이 필요한 일이라서.”
“…그래.”
탈혼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날카로운 안광을 토했다.
“그런데, 네놈은 왜 날 도우려는 거지? 남들을 위해서라는 입에 발린 대답은 하지 말아라. 네놈이 소문처럼 마냥 착하기만 한 놈이 아닌 건 알고 있으니까.”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탈혼희의 본질은 닳고 닳은 상계의 거상. 내숭을 떨어봤자 먹히지 않을 거다.
“사해도를 빠르게 토벌하는 게 의선의가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할게요.”
위지천은 섣불리 반천회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시기상조였다.
어차피 패군을 제거하고 탈혼희가 사도맹을 장악하면 자연스레 그녀도 반천회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될 거다.
“그리고, 방주님께 가르침을 드리는 게 제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요.”
“무슨 말이지?”
“방주님께서는 심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탈혼희는 돌연 들어온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심검(心劍).
무인이 닿을 수 있는 가장 지고한 경지.
심검 너머로 생사경 등의 또 다른 지평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일 뿐, 현실에서 무인의 궁극은 심검이었다.
‘심검이 뭐지?’
신주(神州)를 코앞에 둔 그녀가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질문.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심검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강호인들이 이야기하는 심검은 이러하다.
마음속 검으로 상대를 베는 무형검(無形劍)이 심검이라고.
혹자는 이기어검 같은 것을 심검이라고도 한다.
맞으면서도 틀리다.
무형검이든, 이기어검이든 모두 심검지경의 수법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건 심검의 묘가 겉으로 표현된 방식일 뿐, 심검의 본질이 아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심검지경이 닿기 어렵다지만, 긴 강호의 역사를 보면 도달한 이가 드문 건 아니에요. 당대도 새외사존(塞外四尊)을 포함하면 열 명 가까이 심검의 묘를 깨쳤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심검에 관해 기술한 기록이 없어요. 밑의 천추, 의혼, 조화경 등은 숱하게 기록이 남아 있는데.”
“심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거냐?”
“그것보다는 심검은 개인마다 달라 뭐라 정의하기 어려워요. 자신만의 마음속 검을 세우는 것. 그게 심검이니까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네놈은 정말 심검의 묘를 깨치기라도 한 거냐?”
“그건 아니에요. 그저 이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을 뿐이에요.”
탈혼희는 혀를 찼지만, 위지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었다.
‘화경이 우주와의 조화를 깨치는 단계라면, 현경은 스스로만의 우주를 세우는 단계라고 하니까.’
마음의 검을 세움으로 자신만의 우주를 세우는 것이리라.
‘짐작만으로 이런 사실을 추측하고, 심검을 흉내까지 내? 괴물이란 말조차 부족하구나.’
“그런 의미에서 방주님께서는 평생을 가도 지금 벽을 넘지 못할 거예요.”
“!!”
탈혼희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말이냐?”
“겁쟁이가 마음의 검을 세울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뭐라고? 지금 나보고 겁쟁이라고 한 거냐?”
“맞지 않나요? 방주님이 신중한 것, 심지어 과시하듯 포악한 모습을 보이는 것까지 모두 겁이 많아서잖아요.”
탈혼희는 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신중했다.
어린 시절부터 한번 삐끗하면 몰락할 처지였으니까. 확실한 승산이 보일 때만 움직였다.
단점은 아니었다.
도리어 강점이었다.
단, 무인으로서는 아니었다.
“다른 화경의 고수였다면, 제 마지막 검에 그렇게 피하지 않았을 거예요. 어떻게든 정면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겠죠. 방주님께서도 그렇게 대응했으면, 고작 흉내 내기에 불과했던 제 검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을 거예요.”
“…….”
“결함이 있는 마음에 스스로만의 검이 완성되긴 어렵지 않을까요?”
그렇다.
이게 심검지경에 닿는 데 가장 큰 난관이었다.
결함을 극복해야 했다.
탈혼희는 한참이나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네 말은 알겠다. 하지만, 어떻게 내면의 결함을 극복할 수 있지? 목숨을 던져 사해도주에게 도전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탈혼희의 말처럼 결함을 극복하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애초에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면, 결함이 아닐 테니까.
심경에 커다란 풍파를 겪은 후에야 결함을 극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탈혼희도 사금방이 불탄 후에야 자신의 결함을 극복 후 화경 극에 오르게 돼.’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와 드린다고 했잖아요. 제 검을 정면으로 마주해서 극복하면 돼요.”
“…네 검을? 네가 대단한 괴물인 건 인정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
처음이라 당황해 회피한 거지, 제대로 대응하면 탈혼희를 정말 위협할 검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렇죠.”
“흐음?”
“조만간 전 초절정 극인 통천경(通天境)에 오를 거예요.”
“!!”
탈혼희는 또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어린놈이 상리를 뛰어넘는 괴물인 건 이제 차고 넘치게 인정하고 있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초절정 극, 통천경이 강호 백절(百絶)에 속하는 경지라서가 아니다.
“통천경은 단순히 오성의 뛰어남으로 도달하는 경지가 아니다. 오히려 우직한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상단전이 천지와 소통해 자연체의 첫걸음을 내딛는 단계가 통천경이다.
깨달음보다는 상단전을 부단히 단련해야만 했다.
아직 위지천이 통천경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였다.
과거 초절정에 오르기 전, 정기신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통천경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위지천이 마극파혈비법으로 육신의 완성을 앞당겼듯이 통천경 또한 시간을 축약할 방법이 있었다.
“방주님의 도움을 받으면 돼요.”
“…뭐?”
“어차피 당분간 사해도주가 전선에 나오지는 않을 테니, 방주님께서는 앞으로 매일 저와 다섯 초식의 비무를 해주세요. 오늘처럼요. 대신, 손속에 사정을 두는 게 아닌, 진심으로 살초를 써서요.”
“…살초를 써서?”
“네,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점점 저를 상대하기 쉽지 않게 될 테니까요.”
“!!”
위지천이 씨익 웃어 보였다.
“금방 방주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검을 보여 드릴게요.”
* * *
‘난 아직 부족해. 최대한 빨리 더 강해져야 해.’
삼여 년간 어마어마한 성취를 얻은 위지천이다.
하지만, 장차 상대해야 할 적들에 비하면 그의 실력은 여전히 하잘것없는 처지였다.
‘의혼을 다룰 수 있지만, 부족해. 최대한 빨리 통천경이 되어야 해.’
초절정 극, 통천경을 따로 백절(百絶)로 나누어 분류하는 건 이유가 있었다.
자연체에 첫걸음을 내디딤으로 조화의 이치를 미약하게나마 무공에 담을 수 있게 되는 경지이니까.
위지천의 경우 이미 깨달음적인 면에서는 조화의 이치에 통달한 상태이니, 자연체에 발을 내딛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경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탈혼희를 이용하면 가능해.’
상단전의 단련은 육신의 단련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쓰면 쓸수록 단련되는 건 같았다.
다만, 상단전은 근골이 아닌, 정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관성적으로 반복한다고 크게 단련되지 않는다.
절박하게.
생사가 갈리는 상황에서 펼치는 한 수가 의미 없이 일 년을 반복해 수련하는 것보다 더 커다란 단련을 이룰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탈혼희는 딱 안성맞춤인 상대였다.
‘진짜 실전처럼 손이 거치니까.’
검선은 딱히 이런 면에서 도움이 안 된다. 검군악도 마찬가지다.
둘은 고고한 무도(武道)를 걷는 이들이니까.
살초를 써달라고 해도 절대 비무 중에 선을 넘지 않을 거다.
탈혼희는 둘과 다르다.
탈혼희를 보고 겁쟁이라고 폄훼했지만, 그건 그저 그녀를 자극하기 위해서였을 뿐.
무척이나 포악하고 잔혹한 성정을 가지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위지천은 매일 탈혼희와 다섯 초식씩 비무를 하였다.
탈혼희는 기대대로 정말 거리낌 없이 살초를 썼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위지천의 ‘역시 겁쟁이네요.’라는 도발을 듣고 진심을 다하게 되었다.
탈혼희는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위지천의 의혼이 진일보하는 걸 보며 경악했다.
-금방 방주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검을 보여 드릴게요.
위지천의 말이 허세가 아님을 깨달은 거다.
한편, 위지천은 탈혼희와의 비무 말고 다른 일에도 신경을 썼다.
환자 진료였다.
‘활생심공 이단계, 생사입문을 빠르게 완성해야 해. 그래서, 정마(正魔)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해.’
위지천은 천선신공으로 정도의 기운과 마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상단전이 문제였다.
천선신공도 상단전을 둘로 나눌 수는 없다.
애초에 상단전은 하단전 같은 축기 기관이 아니라 정신이 천지와 소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상단전을 정도의 방식으로, 마도의 방식으로 번갈아 쓰고 있었는데, 지금이야 괜찮지만, 양 경지의 차이가 벌어지면 분명 문제가 생길 거다.
‘정마의 균형을 잡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합일해야만 해.’
방법은 하나다.
최대한 빠르게 활생심공의 이단계를 완성하는 것.
활생심공의 이단계는 초절정, 삼단계는 화경의 경지다.
따라서 이단계 생사입문을 완성하면 정도 무공 또한 초절정 극인 통천경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다.
‘일단계 활인지도 때와는 달라. 그때는 아무 환자나 치료해도 성취에 도움이 됐지만, 이단계 생사입문은 실제로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야만 성취에 도움이 돼.’
안타깝지만, 이곳 전선의 치료소는 위지천이 활생심공의 성취를 얻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위지천이 환자들을 그저 이용 대상으로만 여기는 건 아니다.
행동을 변화하면, 마음도 그에 따라 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릇된 행동을 반복하면 마음도 나쁘게 물든다는 뜻이다.
반대의 경우도 적용된다.
위지천은 지금껏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고, 그때마다 마음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원래는 활생심공의 성취를 얻기 위해서였지만, 점점 그도 의원으로서 환자에게 측은지심을 지니게 되었다.
위지천의 내면은 결단코 선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환자를 보는 순간에는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려고 노력했다.
“역시 혜의.”
“역시 의성이 될 분이야.”
그런 위지천을 보며 숱한 이들이 감동했다.
물론, 위지천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도 있었다.
“재수 없는 녀석.”
괴의였다.
위지천은 괴의를 보며 슬쩍 웃었다.
슬슬 괴의를 낚을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