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
의선명가 천재막내 3화(3/138)
제3화
장삼은 피식 실소했다.
‘개소리를 장황하게 하는군.’
의선의가가 금품을 받지 않고 환자를 치료했다는 건, 치료비를 낼 돈이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구휼을 베풀었다는 뜻이다.
응당 칭송해야 마땅한 일이건만, 도리어 지탄하다니?
하지만, 상대는 열변을 토했다.
“정당한 금품을 받지 않으면, 백성들은 공짜에 길들게 될 터. 점점 다른 의가에 악영향을 끼쳐 의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겁니다.”
“그러니까, 너희가 장사하는 데 의선의가가 방해된다는 것 아닌가?”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닌가? 이해한다네. 암, 밥그릇 중요하지. 우리가 칼질하는 것도 의원 나리들이 침질하는 것도 다 벌어먹으려고 하는 짓이니까.”
이곳 남양은 교통의 요지다.
대방파는 없지만, 콩고물을 바라고 수많은 군소 방파들이 난립해 있었다.
의가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남양에는 의가만 다섯 곳이 넘었다.
의원들도 과당경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선의가를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는가? 솔직히 위세만 따지면, 자네들 남양이선가(南陽二善家)에 미치지 못하지 않나?”
과거 천하제일의가란 명성도 덧없게 지금 의선의가는 형편없이 쇠락한 상태였다.
남양의 의가 중 으뜸은 이선가라 불리는 두 가문이었다.
“저희 문주님께서 의선의가의 가주인 남양의선(南陽醫仙) 위지선을 거슬려 하십니다. 남양 제일 명의는 위지선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물론, 의술에 무지한 이들이 하는 헛소리입니다만.”
장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선의가는 뭐랄까, 수완이 부족했다.
고지식하게 환자를 보는 것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자리한 위치도 남양성 구석진 곳이었다. 돈 안 되는 가난한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의업도 결국 장사. 번창하려면 높은 사람들한테 기름칠도 하고 그래야 하는 법인데. 고지식하기 그지없지, 쯧쯧.’
하지만, 일절 그런 요령 따위 피우지 않음에도 경쟁이 치열한 남양에서 버티고 있음은 의선의가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협께서 남양의 의업이 올바르게 서는 데 도움을 주신다면, 우리 남양이선가는 그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크게 보상한다는 말에 장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의선의가는 뒷배가 없으니 후환을 걱정할 게 없었다.
물론, 조금 양심에 걸리는 면이 있지만, 그는 흑도다. 양심을 신경 써서는 살아갈 수 없다.
“좋다. 내가 정확히 어떻게 하면 되지?”
“저희에게 계략이 있습니다. 일단, 가주 위지선에게 치료를 받으신 후….”
그렇게 추악한 음성과 함께, 의선의가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 * *
위지천은 자신의 내부를 관조했다.
‘의선기공은 이제 고작 일 성인가. 환자를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지.’
의선기공은 무공이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공(醫功)이었다.
기공(奇功)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었다.
‘진맥, 기의 도인, 음양의 조화, 장생, 양생 등을 도와주는 기법이야.’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어지간한 의가라면 다 자신만의 의공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처음 의선기공을 접했을 때 아버지가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이 기공은 우리 가문의 절기로 절대 외부인에게 발설하면 안 된다. 이는 선조의 유지로 너는 이 맹세를 굳게 지키어라.
그러면서 겸연쩍게 덧붙이셨던 내용.
-…솔직히 선조께서 왜 이런 별 볼 일 없는 기공을 중요하게 여기셨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버지는 이 의선기공의 실체를 모르고 계셔. 선조들께서 일부러 의도하신 것이지만.’
과거, 기백 년 전.
의선의가가 천하제일의가라고 불렸을 때보다도 그 이전.
그러니까, 의선의가가 막 처음 생겨났을 때쯤이다.
한 천재가 있었다.
-기존의 의공은 부족하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 더욱 뛰어난 효과가 있는 의공을 창안해야 한다.
아마 무인의 길을 걸었다면 대종사가 되었을 그 천재는 오랜 세월에 걸쳐 놀라운 의공, 의선기공을 만들었다.
의선기공은 다른 의공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의 효과를 지니고 있었고, 의선의가는 그 의공을 바탕으로 천하제일의가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의선기공의 문제를 깨달은 이는 후대였다.
-의선기공은 단순한 의공이 아니다. 천하를 피로 물들게 할 수도 있는 요물이야.
의공의 효과를 한마디로 말하면, 기를 감지하고, 통제하며 다루는 능력이다.
질병은 결국 정기신(精氣神)의 흐트러짐.
그중 기를 올바르게 바로잡아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는 거다.
단, 이러한 효과는 환자 치료에만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공을 익히고 펼치는 데도 적용할 수 있었다.
생각해봐라.
영약을 복용할 때 의공을 응용해 진기도인을 돕는다면? 영약의 기운을 훨씬 고효율로 흡수할 수 있을 거다.
비단 영약뿐이 아니다.
심법(心法)을 익힐 때는?
다른 무공은?
‘세상 모든 무공은 결국 기의 흐름을 통제하는 거야. 이 기의 흐름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다룰 수 있냐에 따라 무공의 수준이 결정돼.’
삼류, 이류라 분류되는 무공들은 기의 흐름이 가닥가닥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류 무공은 기의 흐름이 막힘이 없다. 막힘없는 기의 흐름이 무공의 강력한 위력을 만든다.
절정 무공은? 특히 그중에서도 신공이라고 불리는 무공들은?
기의 흐름이 대해와 같으며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의공을 통해 이러한 기의 흐름을 더욱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면?
‘무공의 수준을 진일보하게 만드는 게 가능해져.’
이류, 삼류 무공이 일류 무공을 능가하는 위력을 낼 것이며, 일류 무공으로도 절정 무공, 신공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원래부터 신공을 익혔던 이들은? 신공이라고 완벽한 게 아니다. 미세한 아쉬움을 보완하면 신공은 한 단계 진일보할 것이다.
그리고 신공 정도 수준에서 그러한 진보는, 아예 다른 차원의 개세절학의 탄생을 뜻한다.
‘물론, 전부 말도 안 되는 망상이지만.’
애초에 각각의 무공이 그런 기의 흐름을 가지게 된 건, 그게 그 무공으로서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무공의 고유한 기의 흐름을 건드렸다가는 문제가 생겨 주화입마에 빠지기 십상이지만.
‘의선기공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신공이야.’
의선기공과 다른 의공의 차이점은 기의 완벽한 통제였다.
기의 잘못된 인도로 주화입마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도리어 각각 무공 특유의 기의 흐름 중 부족한 부분을 더욱 완벽하게 보완해 주기까지 했다.
‘무시무시한 효과야.’
심지어 의선기공의 놀라운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인간은 무엇인가?
질병은 무엇이고, 그 질병을 치료함은 무엇인가?
세상 삼라만상은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이 병에 걸림은 그 우주 속에서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음을 뜻한다.
이를 천인상응(天人相應)이라 하며, 의술을 공부함은 바로 이러한 인간과 하늘의 관계를 공부함을 뜻한다.
즉, 의술을 깊게 공부할수록 인간과 하늘의 관계에 대해 통찰도 깊어지게 된다.
‘물론, 이건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작금에 의술을 그런 식으로 공부하는 이는 없지만.’
작금의 의술은 어떤 식이면, 개별 질병의 병인(病因)이 무엇이고, 그에 알맞은 치료법이 무엇인지 파악해 치료하는 식이다.
이건 기존 의학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의원 능력의 한계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과 인간 간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오성을 지닌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개개의 질병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의선기공은 달라.’
의선기공에는 이러한 인간과 우주 관계의 이치가 녹아들어 있다.
따라서 의선기공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자연스레 세상과 인간의 근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된다.
얄궂은 건, 이러한 이치는 의술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무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무공은 결국, 세상과 나의 관계를 깨닫는 공부의 과정인 것이니까.’
특히 초절정, 그리고 그 너머 화경의 경지에서는 이러한 깨달음이 중요해진다.
한 가닥 깨달음을 얻지 못해 수십 년을 허비하며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였다.
‘의선기공을 천선신공(天仙神功)이라 부르게 된 이유야.’
하늘의 신선이 세상의 비밀을 담아 만든 신공.
이러한 신공에 눈이 돌아가지 않는 게 이상했다.
결국, 의선의가의 선조들은 천선신공의 비밀이 세상에 퍼지기 전에 은밀히 폐기하기로 했다.
‘현명한 선택이지. 어차피 지킬 힘도 없었을 테니까.’
의선의가는 천선신공을 둘로 나누었다.
핵심이 되는 부분과 곁다리가 되는 부분을.
그리고 가문도 분가하였다.
핵심이 되는 의선기공을 물려받은 본가인 의선의가.
곁다리 구결을 물려받은 분가인 백선의가(白仙醫家)로.
그렇다.
그 백선의가다.
훗날 의선의가를 몰락하게 하는 원수인.
둘은 원래 형제 가문이었던 셈이다.
‘그러니 조백일 놈이 나보고 백부라고 부르라며 친근하게 접근했지. 나와 다른 가족들은 바보같이 속았고.’
위지천은 거기까지 생각을 마쳤다.
이제 강해질 차례였다.
‘내공이나 신체를 단련하는 건 당장 단기간에 하기는 어려워.’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강해질 방법은 과거의 깨달음을 회복하는 거였다.
‘지금 당장 절정의 경지까지 회복한다. 부조화는 차차 해소하면 돼.’
무공에 해박한 이가 있다면, 큰일 날 소리라 치부할 것이다.
경지가 오르려면 신체와 기운, 정신의 조화가 필수다.
그런데, 깨달음만 절정의 경지에 오르면 조화가 깨져 심마(心魔)라든지, 주화입마라든지 반드시 사달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늘 경지에 오르기 전 ‘그릇’의 완성이 먼저이고, 깨달음이 마지막에 채워지는 법이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런 사소한 문제는 천선신공으로 바로잡을 수 있어.’
위지천은 일단 마인으로서 경지를 올리기로 했다. 어차피 천선신공의 공능이면 마의 기운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으니, 걱정할 것 없었다.
물론, 장래에는 정도의 무공도 익힐 예정이다. 마인으로 숨어 지낼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천선신공을 이용하면 정(正)과 마(魔)가 충돌하지 않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런 사기적인 신공이니, 다들 탐을 내었겠지.’
위지천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았다.
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길은 무수히 많지만, 반드시 필요한 깨달음이 있었다.
세상 속에서 오롯이 서 스스로의 존재를 정의하는 것.
‘난 수라(修羅)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걸으려는 길은 달랐다.
‘남들을 해치는 수라가 아닌, 소중한 이들을 지키는 수라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