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0)
의선명가 천재막내 21화(21/138)
제21화
빙학(氷鶴) 사마소.
전생에 직접적인 연은 없던 인물이다.
의생 시절 소문만 들었다.
그럼에도 아직 기억하는 건, 사마소에 관한 소문이 원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십봉(十峰) 중 제일 유명한 인물 가운데 하나였지.’
그만큼 의술 실력이 뛰어나서?
같은 십봉끼리 의술 실력이 뭐 크게 차이 나겠는가?
사마소가 유명한 건 다른 이유였다.
‘융통성 없기로 소문이 자자했지.’
융통성 없다는 건 순화한 표현이다.
앞뒤 꽉 막힌 외골수.
지옥의 독설가.
이런 소문이 대부분이었다.
사마소가 지나가면, 돌팔이들이 의원 자격을 박탈당할까 벌벌 떤다는 소문도 있었다.
‘나쁘지 않아. 오히려 이용하기 좋은 상대야.’
솔직히 말해 이번 의견례에서 의선의가가 최고점을 얻는 건 따놓은 당상이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패배할 자신이!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장복아, 스무날 뒤가 무슨 날인지 아느냐?”
“의견례 날 아닙니까요?”
“틀렸다. 그날은 의선의가의 위대함을 온 중원에 알리는 날이다.”
“아, 네….”
장복이 ‘또, 또 이상한 이야기 하신다, 우리 도련님.’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진심이었다.
위지천은 의견례 성과를 중원 의업계 전역에 소문이 퍼지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지만.
‘빙학 사마소를 이용하면 가능해.’
위지천의 속에 다시금 사악한(?) 계획이 떠올랐다.
* * *
의선의가의 의학관(醫學館).
의선의가의 새로운 제자들은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대사형께서 지도해 주시는 거지?”
“설마 위지천 대사형이 그런 천재셨을 줄은.”
“나 의선의가에 오길 잘했어.”
신입 제자들 모두 위지천을 향한 존경이 가득했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어진 성품에 완벽한 실력까지!
단여조차 ‘흥! 언젠가 대사형을 반드시 이기겠어요!’라며 위지천을 인정하는 상황.
‘보통 대단한 천재는 괴짜인 경우가 많다던데, 위지천 대사형은 성격마저 하늘의 선인 같아.’
장삼이 들으면 대번에 얼굴을 정색할 이야기를 끝없이 떠드는 신입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제 자신들이 무슨 일을 겪게 될지.
“다들 잘 주무셨나요?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대사형!”
우렁찬 인사.
곧 있을 수업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위지천은 미소로 그 기대에 화답했다.
“사제들 모두 열심히 해주셔서 기쁩니다. 오늘 제가 사제들을 위해 특별한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수업.
지금까지도 훌륭했는데, 여기서 더 훌륭한 수업이라니?
신입 제자들의 기대감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일단 일어나시지요. 의선의가의 의학관은 좁아서 특별 수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우니까요. 당분간 사제들은 우리 의선의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수업을 받게 될 겁니다. 이동 수업에 관해서는 교육 담당인 위지강 형님에게 미리 다 이야기해 놓았습니다.”
참고로, 위지강은 이제 완전히 위지천을 신뢰해 수업을 맡긴 상태다.
다들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대사형이 가라면 가야지.
이렇게 위지천을 무한히 신뢰하는 마음이었다.
그 신뢰에 희미한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수업 장소를 보고 난 다음이었다.
“…대사형, 이곳은?”
“네, 이곳이 새로운 수업 장소입니다.”
“…그러니까, 왜 이곳에?”
흑귀문(黑鬼門).
남양 남로의 지배자로 떠오른 무시무시한 흑도 문파였다.
왜 의공 수업을 하려고 이런 데로 온다는 말인가?
“아, 흑귀문의 문도들이 사제들의 수업을 도와줄 것이거든요. 질겁해서 방해할 형님도, 아버지도 없고요.”
흑귀문의 문도 중 일부를 실습 환자로 치료할 기회를 주려는 건가?
다들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위지강 사숙과 가주께서 질겁하신다니?’
흑귀문에 들어간 다음이었다.
덜컥!
흑귀문의 대문이 단단히 잠겼다.
왜일까?
그 모습이 마치 그들이 도망칠 퇴로를 막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생존 본능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였지만, 그들은 위지천의 해맑은 얼굴에 그 경고를 무시해 버렸다.
“여기 여러분의 수업을 도와주실 남양남패(南陽南覇) 장삼 대협과 흑귀문의 영웅분들입니다.”
“환영하오, 의생 나리들.”
장삼의 얼굴이 이상했다.
평소와 같은 응가 씹은 표정이 아닌, 환하게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미소가 아니었다.
꺼림칙한 느낌의 웃음.
신입 제자 중 산전수전 겪은 장수생 신입 제자들은 저 미소가 ‘너희 이제 죽어봐라.’라는 의미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지만, 애써 무시했다.
옆에 선 위지천의 입가의 부드러운 미소가 그들을 안심시켜 주었다.
“그러면 어떤 수업을?”
“장삼 대협, 시작해 주십시오.”
“얘들아, 묶어라.”
“??”
화악!
흑귀문의 문도들이 제자들에게 달려들었다.
꽁꽁 묶인 신입 제자들.
흑귀문의 문도들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멍석까지 말았다.
“대, 대사형?”
신입 사제들은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위지천은 늘 그렇듯이 해맑고 순한 얼굴로 제자들에게 다가오더니.
파앗!
한 명, 한 명의 혈을 짚었다.
“!!”
사제들이 눈을 부릅떴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이 몸을 꿈틀거렸지만, 단단히 묶인 밧줄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짚은 혈은 다들 아시다시피 아혈(啞穴)입니다. 지령의공의 일곱 번째 형을 응용해서 풀면 됩니다.”
“?!”
그게 무슨 멍멍이 소리입니까, 대사형?!
다들 그런 눈빛으로 위지천을 보았지만.
“아, 그런데 그냥 막힌 혈만 푸는 거면 너무 쉽겠죠? 그래서 제가 사제들의 교육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게 다른 준비도 해왔습니다. 장삼 대협?”
“큭큭큭. 얘들아, 가져와라!”
착착 향을 피웠다.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의 향.
위지천이 사제들의 혈을 추가로 짚었고.
“방금 건 상단전과 외진맥(外診脈)이 교차하는 자리에 있는 곡성혈(哭聲穴)입니다. 원래라면 이 혈을 짚어도 별 변화가 없지만, 저 향의 약기운이 돌면 막힌 곡성혈이 자극되면서 상단전이 자극받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더욱 기의 운영을 잘할 수 있게 됩니다.”
놀라운 효과였다.
‘그런데, 왜 이런 대단한 수법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누군가 그런 의문을 품을 때.
“이 수법의 이름을 마라극… 아니, 아니, 말실수를. 신선진혈대법(神仙眞穴大法)이라고 합니다. 약간의 문제점이 있어서 잊힌 수법이지요.”
“??”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아픕니다.”
“??”
“아니, 사실은 조금보다는 더 많이?”
“…….”
“고통을 느낄수록 기의 운용도 더욱 첨예하게 되니, 아직 의공이 숙련되지 않은 사제들도 충분히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 겁니다.”
“!!”
미친 듯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핏발 선 신입 제자들의 귀로 대사형의 여전히 해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사제들이 꼭 이겨내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아.
신입 제자들은 생각했다.
우리 대사형이 악의는 없구나.
모두 우리를 위해서구나.
그래, 대사형이 나쁠 리가 없지.
다만.
‘…역시나 천재. 우리 대사형도 미친 면이 있구나.’
그렇게 소리 없는 곡소리와 함께 신입 제자들의 본격적인 의공 훈련이 시작되었다.
* * *
의선의가는 남양의 남쪽, 남로에 자리하고 있다.
참고로, 남중의가도 흑귀문도 남로에 있었다.
남양성에는 남로 말고도 여러 다른 지역들이 있었는데, 가장 부유한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은 의외로 남로가 아니라, 북로(北路)였다.
중앙 거리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남양의 개방 거지들도 중앙 거리에 모여 있었다.
하지만, 남양에서 가장 열악한 곳은 중앙 거리가 아니었다.
동로(東路)였다.
동로에는 거지도 없었다.
거지도 빌어먹을 상대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거리 전체에 짙은 빈곤의 기운이 퍼져 있었다.
그런데, 동로에 한 달 전부터 이상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웬 허름한 건물 앞에 쫘악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던 거다.
<빙학의원(氷鶴醫院)>
빙학 사마소가 동로에 임시 의원을 차린 거다!
의견례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사이 가난한 이들을 돌보려 하는 거다.
‘확실히 대단하네. 괜히 십봉으로 꼽힌 게 아니야.’
위지천은 감탄했다.
명의(名醫)의 선정 기준은 고수와 달랐다.
고수는 어떤 식으로든 강함만 증명하면 된다.
무명(無名)이었다가도 하루아침에 십대고수로 추대받기도 한다.
명의는 다르다.
단순히 실력만 뛰어나서는 안 된다.
그만한 업적을 쌓아야 한다.
빙학 사마소는 까칠한 성격과 별개로 그만한 의술적 업적을 쌓았기에 십봉에 꼽히게 된 거다.
‘그런 대단한 인물인 만큼 내 계획의 파장도 크겠지.’
“자, 준비됐나?”
“…됐습니다.”
장삼이 평소 표정대로 돌아와, 그러니까, 응가 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진짜 정말 하실 겁니까?”
“왜?”
“…아닙니다.”
‘이 미친놈아. 제정신이냐.’
장삼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보면 볼수록 느끼는 거지만, 이 어린놈은 단순한 악마가 아니었다.
미친 악마였다.
“가자.”
둘이 함께 줄을 섰다.
장삼을 알아보고 놀란 사람들이 비켜주려고 했지만,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장삼 대협은 새치기 같은 걸 하지 않으십니다.”
“…그렇다. 난 질서를 준수하는 흑도다.”
얼마나 기다린 다음일까?
이윽고 위지천과 장삼의 차례가 되었다.
“말학 위지천이 빙학 선생님을 뵙고 인사드립니다. 의선의가의 셋째입니다.”
탕약을 달이던 빙학 사마소는 힐끗 위지천을 보았다.
소문대로 까칠한 시선이었는데.
“의선의가의 셋째라고?”
빙학 사마소가 의아한 눈을 하였다.
‘뭐지? 저 눈의 현기는? 의선의가의 셋째는 못난이라고 소문나지 않았었나?’
위지천의 변한 모습, 특히 의술의 천재성은 아직 의선의가 내에서만 알고 있을 뿐, 소문이 나지 않은 상태다.
사실 아비 위지선은 당장에라도 뛰어나가 ‘내 아들이 천재였다니?! 천재였다니?!’ 하면서 동네방네 소문을 퍼트리려고 했지만, 위지천이 막았다.
왜? 계획이 있어서.
“그래, 무슨 일인가? 시시한 인사 따위 하려고 온 거면 당장 나가도록.”
빙학 사마소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가 진료소를 연 후 얼마나 많은 의원, 의생이 잘 보이겠답시고 찾아왔겠는가?
진짜 환자를 위할 줄 아는 놈이면 여기서 쓸데없이 질질 시간을 끌지는 않을 거다.
“환자를 위해 바쁘신 것 아는데, 어찌 사사로운 인사 따위를 드리러 왔겠습니까? 여기 장삼 문주의 진료를 부탁하러 왔습니다.”
“진료?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그게….”
위지천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누가 들을까 봐.
“사실 장삼 대협께서는 중독된 상태입니다.”
“뭐라고?”
빙학 사마소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혀 그런 기색이 안 보였던 거다.
“태을진독(太乙瞋毒)입니다. 단전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어서 진맥을 해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안 거지? 보신약과 성질이 비슷해 내로라하는 의원도 의심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독인데.”
위지천은 속으로 답했다.
‘제가 먹였으니까요.’
태을진독.
어떻게 작용하냐에 따라 보신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약이었다.
뭐, 빙학 사마소에게 데려왔으니, 보신약이 될 테니, 장삼에게도 좋은 일이리라.
“장삼 대협은 우리 의선의가의 가족 같은 분! 잘못될까 염려되는 마음에 빙학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제발 장삼 대협을 치료해 주십시오!”
‘육시랄 놈.’
장삼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