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03)
의선명가 천재막내 203화(203/244)
제203화
전혀 예상치 못한 전언에 위지천은 살짝 당황한 얼굴을 했다.
“무적도제께서 왜 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심과 경계심이었다.
탈혼희가 사도맹을 장악해 위지천이 반천회의 실마리에 접근하자마자 만나자 하다니.
수상하지 않은가?
거절하는 게 안전하겠지만, 위지천은 전언을 전한 이가 천하의 태화자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통천문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무적도제를 만나러 가는 게 옳을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냐? 난 전령일 뿐이다.”
“그냥 전령이 아니죠. 무적도제께서 구태여 문주님께 이야기 전달을 부탁한 이유가 있지 않나요?”
태화자는 입을 다물었고, 위지천은 말을 이었다.
“문주님께서도 반천회에 관해 알고 있지 않나요?”
“!!”
태화자는 흠칫하더니 물었다.
“어째서 우리 통천문이 반천회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반천회가 아니면, 통천문이 우리 의선의가를 지금껏 그렇게 지원해줄 이유가 없으니까요.”
태화자는 의선의가가 처음 두각을 드러낼 때부터 의협신보를 통해 의선의가에 도움을 주었다.
그뿐이 아니다.
하오문은 거지가 모인 개방과 다르다.
상인, 점소이, 기생 등등이 모인 단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고, 단순히 정보에만 밝은 게 아니라, 개방은 가지지 못한 커다란 힘이 있었다.
원하는 대로 소문을 퍼트리는 힘이다.
지난 삼 년간 의선의가가 무언가 의로운 일을 할 때마다 강호 전역에 소문이 퍼졌다.
천(天)급 의가에 어떤 의가가 속해 있는지 모르는 이는 생각보다 많다.
아니, 의업계에 관심이 없는 시골 사람들은 천급 의가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의선의가를모르는 이는 강호에 아무도 없었다. 심산유곡에 틀어박혀 사는 이들조차 의선의가를 알 정도였다. 가끔 시전에 나올 때마다 소문이 들리니까.
의선의가는 천(天)급 의가보다도 더욱 높은 위상을 가지게 된 셈이다.
‘아무리 의선의가가 의로운 일을 많이 했다고 해도 과해. 누군가의 손길이 미쳤어.’
이런 일이 가능한 건 통천문뿐이다.
왜 통천문이 이런 조력을 주는 건지 의아했는데, 이제야 알 수 있었다.
통천문은 의선의가가 반천회의 대항마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단,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다.
“통천문은 왜 반천회에 대적하려는 거죠?”
그 물음에 태화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강호에 환란이 오면, 우리 하오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그러니 막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
명확한 답이었다.
“통천문은 반천회의 진짜 목적을 아나요?”
“그건 모른다.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니까.”
“무적도제가 절 부른 이유는요?”
“그건 모른다. 하지만, 널 해치려는 건 아니다. 무적도제는 반천회에 속했던 걸 후회하고 있으니까.”
“!!”
중요한 정보였다.
“그러면 무적도제를 만나보는 게 좋겠군요.”
“아니, 난 반대다.”
“??”
“무적도제가 널 해칠 의도가 없다고 해도, 반천회의 다른 놈들 생각도 그렇지는 않을 테니까.”
“!!”
“특히 넌 앞으로 몸을 사려야 한다. 너 때문에 반천회의 대계가 어그러졌으니, 지금처럼 잠자코 지켜보지만은 않을 거다.”
탈혼희를 도와 패군을 제거했으니, 사해도를 시작으로 강호의 환란을 일으키려는 계획은 시작부터 실패했다고 할 수 있었다.
위지천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무적도제를 만나겠어요.”
“위험할 거다. 반천회 놈들은 안 그래도 무적도제를 주목하고 있는 터. 너와 무적도제가 만남을 가진다는 걸 반드시 눈치챌 거다.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안다.
하지만, 위지천은 반드시 무적도제를 만나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단순히 반천회의 비밀을 알려주려고 만나자고 하는 건 아닐 거야. 그런 건 태화자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
무적도제 또한 본인과 만남을 가지는 게 위지천에게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이런 만남을 요청한 건,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무엇보다.
“수작을 부리면 어떤가요? 다 부수고 나오면 그만이지.”
“!!”
그렇다.
이제 과거의 위지천이 아니다.
반천회 놈들이 어떤 함정을 파놓아도 몸 하나 피하는 건 가능하리라.
단, 조금 더 안전을 기하기로 했다.
“…살다 살다 내가 사도맹에 올 줄은.”
위지천의 연락을 받고 날아온 검선이 인상을 찌푸렸다.
검선과 함께 가려는 거다.
‘혼자 오라는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검선과 힘을 합치면 위험해지고 싶어도 위험해지기 어려웠다.
정말 최악의 일이 일어나도 검선의 어검비행술로 도주해도 되고.
검선의 어검비행술에는 천라지망조차 닭 쫓던 개의 신세가 될 뿐이었다.
“아니, 반천회라니. 믿을 수가 없군.”
위지천은 검선에게 자신이 알게 된 정보를 알려주었다.
‘무황과 맞서려면 검선의 조력이 필수야.’
단, 강호에 공론화하는 건 아직은 삼가야 했다.
사갈이 남긴 기록 말고는 아직 어떤 증거도 없으니까.
괜히 역풍만 불 가능성도 높았다.
‘조금 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해. 그때는 무림맹이 무황의 편에서 돌아서게 할 수도 있어.’
다행인 건, 무림맹은 무황의 개인 소유가 아니란 거다. 무황은 그저 모두가 뽑은 대표일 뿐이다.
굳이 따지면 무림맹의 주인은 무황이 아닌, 구파일방이라 할 수 있었다. 구파일방의 무림맹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
지금껏 위지천이 해온 일 덕분에 의선의가를 지지하는 구파일방이 많다.
무당, 화산, 종남이 대표적이며, 사천의 점창, 청성에도 의선의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다.
‘사천은 딱 한 번 갔을 뿐인데, 젊은 제자들 사이에 내 의로움을 배우자는 혜선류 같은 게 퍼지게 되어서.’
심지어 의선의가가 베푼 의술 덕분에 개방도 의선의가에 호의적이었다.
따라서 판을 잘 짜면 무림맹을 의선의가의 편에 서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스승님은 전혀 이야기 들은 적이 없나요?”
“없다! 매번 나만 따돌리더니, 역시 속이 시커먼 놈들이었어!”
…어째 검선은 본인에게 이야기도 꺼내지 않고 따돌린 게 더 화가 난 눈치였다.
“본좌도 함께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
탈혼희가 위지천을 걱정해 말했다.
“반천회가 수작을 부린다면, 세가맹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을 터. 이 기회에 본좌도 세가맹 놈들에게 쌓인 울분을 풀겠다.”
하지만,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맹주님께서는 사도맹을 규합해 사해도에 맞서는 것에 주력해 주세요. 사도맹이 앞장서면 세가맹도 더는 뒷짐 지고 있지 못할 거예요.”
세가맹도 명색이 정파다.
흑도가 외적을 향해 앞장서는데 지금처럼 미적거리면 비난을 감당할 수 없었다.
특히 세가맹의 맹주인 창궁검에게 비난이 쏟아질 거다.
‘창궁검이 반천회와 한 몸인지 아닌지는 몰라. 만약 맞는다면, 사해도와 싸우기 위해 전면에 나설 때가 창궁검을 잡을 기회가 될 거야.’
위지천은 사해도를 이용해 창궁검을 곤경에 빠뜨릴 계획을 떠올리고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쯧쯧, 또 흉악한 생각 하는 것 보소.누구 제자인지. 이런 놈을 강호 최고의 의협이라고 칭송하다니. 다들 눈이 삐었지.”
“스승님도 처음에 깜빡 속으셨잖아요?”
“내 눈이 삐었지!”
“그래도 저만한 제자 없죠?”
“흥. 어서 타기나 해라!”
무적도제와 약속 장소까지 검선의 어검비행을 이용해 이동하기로 했다.
번쩍.
위지천과 검선을 태운 검이 빛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탈혼희는 고개를 저었다.
강호의 운명이 위지천의 어깨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 거다.
‘나도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어야지.’
탈혼희는 고리대금업자.
절대 빚지고는 살지 못하는데, 이번에 목숨으로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말았다.
사해도에 맞서기 위해 사도맹을 규합하는 것? 그건 사도맹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당장 은혜를 갚을 방법이 없어서, 소소하지만 작은 보답부터 하기로 했다.
탈혼희는 맹주전에서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연무장이었다.
“장가가?”
“허억!”
장삼이 귀신을 본 것처럼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탈혼희와 장삼은 비슷한 또래였다. 장삼이 몇 살 많은 정도?
탈혼희는 장삼이 자신을 볼 때마다 벌벌 떨며 두려워하는 게 재밌어서 가가(哥哥)라 부르며 놀리고 있었다.
“오늘도 무공 수련해야죠.”
이게 바로 탈혼희가 위지천에게 주기로 한 작은 보답이었다.
위지천의 망년지우인 장삼에게 가르침을 내려주는 것!
탈혼희는 권각술의 절대 고수이니 같은 권각술을 쓰는 장삼은 커다란 기연을 만난 셈이리라.
(물론, 누구도 장삼 본인의 의견은 묻지 않았지만.)
그렇게 장삼은 오늘도 진정한 흑도의 영웅이 되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과장이 아니라, 진짜 흘렸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 * *
무적도제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하남성 북쪽에 자리한 림주(林州)였다.
무적도제의 가문인 하북팽가가 있는 하북성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사도맹에서는 멀었지만, 어검비행으로 왔더니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검술이 심검절기 중에서는 실전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이런 면에서는 굉장히 유용하다니까.’
원체 편해 앞으로도 종종 검선을 타고(?)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품삯도 쌌다.
칭찬 몇 마디 해주면 그만이니까.
“뭐냐, 그 불손한 눈빛은?”
“존경의 눈빛이에요. 이렇게 먼 거리를 한걸음에 오듯 하다니. 스승님이 아니면, 강호의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흥, 뭘 이런 걸 가지고. 너도 검의 극의에 오르면 할 수 있다.”
검선은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콧대를 높였다.
하지만, 가벼운 분위기도 잠시.
검선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저 안이다.”
위지천도 시선을 돌렸다.
저 숲 안쪽.
숨이 막힐 듯한 기세가 느껴졌다.
무적도제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