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1)
의선명가 천재막내 22화(22/138)
제22화
“우리 의선의가가 의문(醫門)이기는 하지만, 부끄럽게도 해독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태을진독은 세밀한 치료가 필요한 터. 죄송하옵게도 바쁘신 와중에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사마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가 중 양인들을 주로 치료 대상으로 하는 곳은 해독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기들이 치료하겠다고 고집부릴 수도 있었을 텐데,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군.’
태을진독의 치료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해독 방법도 널리 알려져 있고.
단, 그건 일반적인 치료를 했을 때의 이야기.
태을진독은 앞서 말했듯 보신약과 성분이 흡사하다.
따라서 치료하기에 따라서 도리어 독(毒)이 약(藥)이 되게 할 수 있다.
영약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나타나게 하는 거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려면 뛰어난 의원의 손길이 필요했다.
특히 무림인들의 중독 치료를 아주 많이 해본.
빙학 사마소 같은 이 말이다.
“흑귀문의 장삼 문주라고 하였소? 불운이 도리어 기연이 되겠구려. 오늘 적지 않은 내공을 얻게 될 것이오.”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 말고 이 소년에게 하시오. 문주를 정말 가족처럼 걱정하는 것 같으니.”
“…하… 하.”
장삼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화내는 건지 모를 것 같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쪽으로 들어오시오. 해독제를 복용 후 진기를 제가 이끄는 방식에 맞춰 운용해야 하니, 조금 시간이 걸릴 거요.”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혹시나 누가 실수로 들어와 치료를 방해할 수도 있으니, 제가 지켜보고 있을게요.”
“마음대로 해라.”
퉁명스럽게 답했지만, 빙학 사마소는 다시금 살짝 감탄했다.
‘속이 깊군.’
무려 십봉의 하나로 꼽는 빙학 사마소의 치료다.
다른 의원이나 의생이라면 어떻게든 치료를 엿보고 싶어 할 텐데, 앞장서 치료의 호법을 서겠다고 나선 거다.
‘처음 들어올 때도 차례를 지켜 줄을 서서 들어왔지. 오늘만 해도 몇 명이나 되는 놈들이 다짜고짜 들이닥쳐 환자들을 기다리게 했는지 모르는데. 역시 의선의가의 자제답게 교육을 잘 받았어.’
사마소의 마음속에서 위지천의 점수가 올라갔다.
물론, 겉으로는 냉랭한 얼굴이었지만 말이다.
‘혹시 지령성((地靈星)의 가호를 받는 게 저 아이인 건?’
사마소가 남양에 온 지도 벌써 한 달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남양의 의생이란 의생들은 모조리 만나보았다.
의가(醫家)뿐 아니라, 작은 단위의 의원(醫院)까지 찾아보았다.
단, 의선의가의 의생들은 만나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본문의 의생들은 의견례를 앞두고 특별 교습 중이라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당황스러운 일.
무려 십봉에 속한 선배가 후학을 잠깐 보자고 하는데 딱 잘라 거절하다니?
하지만, 고집을 부릴 일도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의선의가의 제자들은 의견례 당일에 확인하기로 했다.
‘몇몇 눈에 띄는 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가장 눈길을 끌던 건, 사마소의 방문을 단칼에 거절하던 의선의가의 장남이었다.
이후 몇 마디 나누어 보았는데, 젊은 의원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의술 지식의 깊이에 감탄이 나왔다.
‘괜히 의선의가가 아닌 건가.’
빙학 사마소는 의선의가가 결단코 실력이 모자라서 몰락한 게 아님을 알고 있다.
의업계가 얼마나 더러운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사마소는 의선의가에 대해 존중의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셋째인 막내도 저렇게 성품이 훌륭하다니. 좋은 의원이 되겠어.’
실력은 아직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의원에게 실력만큼 중요한 게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실력이 설사 뛰어나도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없는 의원은 자신의 욕심으로 환자에게 해를 끼치기 일쑤였으니까.
“그러면, 치료를 시작하겠소.”
* * *
시간이 지난 뒤, 장삼과 위지천은 사마소의 의원에서 나왔다.
장삼의 눈동자에는 정광이 흘렀다.
사마소의 치료 덕에 태을진독이 영약처럼 작용해 적지 않은 내공을 얻은 덕이다.
‘…나 이러다가 조만간 절정에 오르는 것 아닌가?’
위지천이 전수한 신(新)귀혼천공에 이번에 얻은 내공까지.
무공 실력이 쑥쑥 오르는 중이었다.
‘조금은 은혜를 입은 건가?’
장삼은 화들짝 고개를 저었다.
은혜는 개뿔.
저놈은 악마일 뿐이다!
저놈 때문에 무공도 강해지고, 협(俠)을 아는 흑도대협이란 명성도 얻고, 남양 남로의 패자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저놈은 악마였다!
“혼자서 뭐 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한 겁니까? 구태여 왜 태을진독까지….”
위지천이 이번 일로 뭘 노린 건지는 장삼도 몰랐다.
사마소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저 악마가 고작 그런 걸 노리고 이런 일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혹시 정말 내 내공을 증진시켜 주기 위해?’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위지천이 상상도 못 한 답변을 주었다.
품에서 작은 서책 하나를 꺼낸 거다.
“이거 때문에.”
“…그게 뭡니까?”
“쓰여 있잖아.”
“남양 의견례 문항…? 설마?”
“응, 이번 의견례 시험문제야. 빙학 선생이 네 진료를 보는 동안 빼돌렸어.”
“!!”
이 미친놈이?!
하다 하다 이제는 시험 부정행위까지?!
그런데, 장삼은 멈칫했다.
저 악마가 뻗은 마수(魔手)치고는 무언가 엉성했던 거다.
“…시험문제가 없어진 걸 알면, 문제를 다시 내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러겠지?”
“그런데 왜?”
“애초에 부정행위가 목적이 아니니까?”
화르륵.
삼매진화를 일으켜 책을 태워버린 위지천이었다. 기껏 훔쳐 왔으면서 시험문제는 펼쳐보지도 않고!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위지천의 행동에 장삼이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위지천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시험문제가 없어진 걸 알면, 빙학 선생은 무슨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화를 내겠지요.”
“모르겠어, 아직도? 너 그 머리로 지금껏 어떻게 문주 노릇 한 거냐?”
장삼은 발끈했다.
악마의 해괴한 사고방식을 정상인인 그가 어떻게 헤아린단 말인가?
“특히 빙학 선생의 대쪽 같은 성격이면 어마어마하게 분노하겠지. 그러면, 의견례 문제가 어떻게 될까?”
“…당연히 더 어려워… 설마?”
위지천은 맞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빙학 선생이 시험관으로 파견 간 곳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어. 빙학 선생이 진료에 바쁜 틈을 타 누군가 문제를 훔쳐보려고 한 거야. 그 결과 어떻게 되었게?”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장삼은 질린 눈으로 위지천을 보았다.
“분노한 빙학 선생 때문에 그 지역 의견례에 응시한 인원 전원 탈락.”
“…그러니까?”
“응, 난 이번 남양 의견례에 그 누구도 합격자가 나오지 않게 할 거야. 우리 의선의가를 제외하고는 말이야.”
그렇다.
이게 위지천의 계략이었다.
다른 의가의 의생들을 모조리 탈락시키고, 의선의가의 의생들만 합격하기!
이 정도는 해야 주목받을 수 있지 않겠나?
어려운 문제로 시험 봐야 하는 건 의선의가도 마찬가지의 조건 아니냐고?
‘괜찮아. 우리 의선의가의 의생들은 아무리 문제가 어려워도 실력으로 합격할 수 있을 테니까.’
위지천이 그렇게 만들 거다.
흑귀문으로 돌아온 위지천은 여전히 멍석으로 말려 있는 사제들에게 외쳤다.
“사제들, 제가 또 다른 수련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사제들께 큰 도움이 될 수련법으로 파혈(破血)… 아니, 어쨌든 좋은 수련법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의견례 날이 다가왔다.
* * *
대망의 의견례 당일.
의견례 시험장 분위기는 초상집 같았다.
얼마 전 있었던 대형 사고 때문이었다.
‘어떤 미친 새끼가 빙학 선생님의 시험문제를!’
‘죽으려면 혼자 죽지!’
‘어디 놈들이야? 화중의가?’
‘철마의가 놈들! 아니면 남중의가?!’
뜻밖에 의선의가는 용의자 후보에서 벗어났다.
시간 정황을 따지면, 위지천이 사건 당일 가장 오래 진료소에 있었음에도.
빙학 사마소가 이렇게 말한 탓이다.
-그 아이가 훔친 거였으면, 내가 눈치를 못 챘을 것 같으냐?
의원 중에는 무공을 함께 익히는 이가 종종 있었는데, 빙학 사마소가 그런 부류였다.
사마소는 무공도 일류의 경지였다.
따라서 안쪽에서 치료하고 있었어도, 밖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위지천은 혼자 왔다.
사마소의 기감을 피할 수 없었다는 의미.
‘그 아이가 절정 이상의 경지에 올랐다면 모를까, 내 기감을 속이고 손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
반면, 그날 사마소를 방문한 다른 의가의 의생들은 우르르 떼거리로 몰려왔다.
아무리 사마소라고 해도 환자 진료에 집중한 상태에서 한두 명도 아닌 수많은 의생의 기척을 쫓는 건 어려웠다.
특히 의선의가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용의 선상에 오른 다른 의가들이 사색이 되어 자신들은 아니라고 항변한 것과 다르게 말이다.
무엇보다 사마소는 자신의 눈을 믿었다.
‘위지천, 그 아이는 시험에 부정행위를 저지를 소인배가 아니다.’
장삼이 들으면, ‘본인 눈깔 먼저 치료하쇼, 의원 나리.’라고 혀를 찰 생각.
어쨌든, 덕분에 의견례 시험장의 의생들은 모두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촤악!
시험장의 문이 열리며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의선의가의 응시생들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전혀 어두운 얼굴이 아니었다.
분명 소문을 들었을 텐데, 초상집 같은 기색은 온데간데없었고, 심지어 시험을 앞둔 긴장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얼굴이 들떠 있었다.
그러니까.
무언가에서 해방되기라도 한 것처럼.
‘크헤헤, 드디어 지옥 수업 끝났다.’
‘대사형 나빠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 끝났지? 그래도 살려주세요, 대사형.’
누군가 시험문제를 훔치려 했다고?
그딴 게 뭐가 중요한가?!
드디어 그 끔찍한 지옥에서 해방되었는데!
-사제들! 제가 사제들을 위해 또 새로운 수업을 준비해 왔어요!
맑은 눈으로 해맑게 말하는 위지천이 떠올라 신입 제자들은 움찔하였다.
위지천에게 분명 악의가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을 깊게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