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22)
의선명가 천재막내 222화(222/244)
제222화
위지천은 흠칫했다.
정현 대사의 말에 무언가 짚이는 게 있었던 거다.
‘설마?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위지천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나 황당무계하며 두려운 생각이었기에.
하지만, 정현 대사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듯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혈마가 모종의 저주를 남긴 것으로 추정되지만 의검신협은 그런 게 통할 인물이 아니니까요. 본사의 여러 불법(佛法), 모산파의 주술 등으로 확인해 보아도 특별한 문제점은 확인되지 않았고요. 의검신협은 그 후로도 계속 승승장구하였습니다.”
의검신협.
그러니까, 현재의 무황이 혈마를 제거했을 당시, 그의 무위는 화경 극 정도였다고 한다.
무림맹주가 된 이후, 혈마와 싸웠던 일을 밑바탕으로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진정한 의미의 천하제일인이 된 것이다.
당시 무림에는 현경의 고수가 전무했으니까.
“그는 무림맹주로서도 유능했습니다. 당시 정도 무림에는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는데, 의검신협의 공정한 중재로 많은 분쟁이 해결되었지요. 그가 무황이란 별호를 얻게 된 것은 단순히 무위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 그가 당시에 정말로 무림의 황제처럼 많은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세가맹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나요?”
“그것조차 당시에는 현명한 조치였습니다. 당시 있었던 여러 일로 십대세가의 불만이 무척이나 컸으니, 만약 세가맹으로 나누어지지 않았다면, 구파일방과 십대세가의 충돌은 불가피했을 겁니다.”
정현 대사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당시의 일도 참으로 묘하군요. 십대세가가 불만을 가지게 된 일들이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의 일을 하나하나만 보면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지만, 묶어서 보면 누군가의 의도가 없었다면 그런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의도라면?”
“만약, 당시의 일이 누군가의 의도였다면, 당시 강호에서 그만한 일을 획책할 수 있었던 인물은 단 두 명이었죠. 무황과 현성.”
정현 대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쯤 저와 무황의 사이도 이전 같지 않았습니다. 이전과 같은 막역한 친근감은 더는 느낄 수 없었죠. 무황의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만, 무황의 성품도 많은 면에서 변했던 것 같습니다.”
잠시 정적에 잠겼다.
정현 대사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지나치게 충격적이기에.
“대사께서는 그러면 설마?”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반천회에 관한 의협의 이야기까지 들으니, 더는 부정하기가 어렵군요. 현재의 무황은 혈마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순화해 표현한 거였다.
위지천은 보다 적나라하게 표현을 바꾸었다.
“…무황이 혈마의 숙주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하아. 나무아미타불. 솔직히 저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하지만 보이는 정황상 의협의 추측을 부정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위지천도 믿기지 않았다.
무황이 누구인가? 정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이자, 사실상의 천하제일인이다.
하지만, 무황이 혈마의 숙주라고 가정하자 지금껏 해명되지 않던 수많은 의문이 풀렸다.
‘천선신공이 필요했던 건, 혈교에 필요해서였을 거야. 혈교 대법은 빠른 성취만큼 여러 문제가 있으니까. 천선신공의 공능이면 부작용들을 잠재울 수 있어.’
반천회란 수상한 단체를 만들어 강호의 환란을 획책한 것?
혈교의 대업을 위해서였을 거다.
무황의 무공이 그토록 경천동지했던 것 또한 설명이 되었다.
위지천은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미지의 적을 상대하며 안갯속을 거니는 막막함이 들었는데, 이제 모든 게 명확해진 거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 마주한 어떤 문제보다도 더욱 심각한.
“그러면 ‘인’을 새겼다는 건, 혈마가 절 숙주로 점지했다는 뜻이겠군요.”
“그런 듯합니다. 어찌 이토록 끔찍할 수가. 의검신협에 이어, 강호의 새로운 신협(神俠)을 또다시 능멸하려 하다니! 당장 본사의 모든 불법을 찾아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정현 대사가 분노해 몸을 떨었다.
하지만,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소림이라도 혈마의 술수를 막을 방법이 존재할 가능성은 적다고 여겼다.
‘혈교는 영원불멸하다더니. 이런 비밀이 있었을 줄이야.’
위지천과 의검신협은 공통점이 있다.
혈마에게 해를 입혔다는 거다.
위지천은 언뜻 주워들은 강호의 풍월상 주술 가운데가장 강력한 종류 중 하나가 자신을 해친 이에게 저주를 거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혈마가 쓰는 술수도 비슷한 종류일 것 같았다.
‘자신을 죽인 이를 숙주로 삼는다니. 이러면 혈교가 사라질 수가 없지.’
혈교는 현 강호에서 가장 뛰어난 주술사 집단이다.
그러니, 강호의 다른 어떤 곳도 술법적인 방식으로는 혈마의 술수를 막을 수 없을 거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도 나는 의검신협 때보다는 여러모로 상황이 나아.’
일단, 위지천은 직접 혈마의 목을 벤 게 아니다. 그저 강림체의 그릇만 파괴한 것이니, 인이 새겨진 ‘강도’도 상대적으로는 약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의검신협보다는 내가 더욱 이런 술수에 저항력이 강할 거야.’
의검신협은 당시 현경이 아닌, 화경 극의 경지로 위지천이 닿았던 경지와 동일했다.
더구나 의검신협은 도문이나 불문의 정순한 심공을 익히지 않았지만, 위지천은 정순함에 있어서 천하제일이라고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활생심공이 있다.
훨씬 수월하게 대항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역대 혈교를 토벌한 영웅들의 면면을 생각하면 안심할 일이 아니지만.’
혈교를 토벌한 이 중 대단하지 않았던 이들은 없다.
모두 당대 최고로 꼽는 무인이자, 영웅들이었다.
정순한 심공을 익힌 이들도 많았다.
혈마가 대를 이어가며 그런 이들조차 숙주로 삼은 게 사실이라면, 위지천이라고 마냥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위지천은 일부러라도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경험상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이 사특한 주술이 파고드는 구멍이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혈마의 인을 통해 활생심공의 성취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위지천 본인이 느끼기에도 황당한 생각.
하지만, 마냥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었다.
현재 위지천은 활생심공 이 단계를 완성하며 삼 단계에 도달했다.
생즉천명(生卽天命).
삶과 죽음이 하늘의 뜻임을 알게 되는 단계.
위지천은 활생심공 삼 단계를 완성하는 순간, 이전 삶 흉마 시절의 성취를 뛰어넘는 미답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건 단순히 의원으로서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 성취가 아닐 거야.’
의원이라면 삶과 죽음이 하늘의 뜻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최선을 다해 치료한 환자가 죽는 경험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인명이 재천임을 모를 수가 없다.
따라서 생즉천명은 단순히 인명을 말하는 게 아닌, 보다 드높은 우주의 이치를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화경의 경지라는 게 우주와 자신을 정립해가는 과정이니까.
이런 깨달음을 얻을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수련과 참오를 통해 심상을 완성해가는 것.
대다수의 절대 고수들이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위지천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애초에 난 오랜 시간 참오한다고 해서 깨달음을 얻을 무재도 아니야. 참오도 무재가 있는 이가 해야 효과가 있지. 내가 하면 시간 낭비이기 십상일 테니, 난 몸으로 때워야 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성취를 얻는 것.
이게 위지천이 지금껏 해낸 방법이었다.
그런 면에서 혈마의 인이 찍힌 건 나름대로 기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욱 극한 상황은 없을 테니까.
‘어차피 인이 찍히든 그렇지 않든, 무황… 아니, 혈마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희망은 없어.’
그런 위지천의 생각을 들은 정현 대사는 혀를 찼다.
“…의협께서는 항적 사제의 어쩔타불 저쩔타불보다도 더하군요. 하지만, 의협의 의지에 존경을 표합니다.”
“대신, 방장 스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결국 혈마의 술수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방장 스님께서 뒷수습을 해주십시오. 방장 스님의 심안이면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정현 대사는 눈을 지그시 감고 한탄했다.
뒷수습.
자신을 제거해 달라는 뜻이었다.
위지천도 애써 긍정적으로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얼마나 커다란 암운이 닥쳤는지 알고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거다.
* * *
이후 시간이 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강호가 폭풍처럼 흔들렸다.
소교주가 사망한 여파로 먼 천산의 마교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마도 명문가 여기저기에서 혈교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단순히 간자 색출을 넘어 마교 전체의 내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거였다.
이건 중원인들 입장에서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정확히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광풍사가 준동했다.
사해도와 마찬가지로 광풍사 또한 단순한 무림 집단이 아니다. 광풍사의 준동은 몽골을 비롯한 이민족들의 준동을 말한다.
황군이 움직였다.
황실도 사해도 때처럼 뒷짐 지고 있을 수가 없었다.
먼 남쪽의 변방이 아닌, 방벽이 뚫리면 북경이 코앞이었으니까.
그래도 황군의 위세가 강하니 광풍사가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무림맹도 광풍사의 무공 고수들을 막기 위해 전투 부대를 출진시켰다.
단, 무림맹에 몇몇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첫 번째 소문은 광풍사의 준동에 지화 사마수련이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중원인 모두 헛소리라며 귓등으로 넘겼다.
두 번째 소문은 마냥 무시하기 어려웠다.
무황이 수련 중 내상을 입어 폐관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이건 거짓이 아닌지, 최근 공식 석상 어디서도 무황을 본 이가 없었다.
‘강림체에 당한 피해가 본체에 영향을 준 거야.’
위지천은 무황이 혈마의 숙주임을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광풍사 덕분에 무황의 손발이 묶이게 되었으니.
광풍사는 사마수련과 정말 모종의 거래라도 한 건지, 장벽으로 무리해서 진격하지 않고, 황군과 무림맹을 묶어두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
‘만약, 이게 사마수련이 무황의 실체를 눈치채서 낸 계책이면, 사마수련은 지금 무사한 건가?’
무황 말고 사마수련도 현재 행방이 묘연했다.
사마수련이 염려되었지만, 위지천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사해도 토벌에 협조해 달라고요?”
“네, 사도맹과 세가맹에서 양동 작전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세가맹이 수행할 해남도 수복 작전에 의협이 함께 해주시길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