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25)
의선명가 천재막내 225화(225/244)
제225화
위지천은 치료가 무척이나 까다로움을 느꼈다.
‘이 정도면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위지천은 고독 치료 경험이 적지 않다.
아니, 고뿐 아니라, 충의 종류를 막론하고 충 제거 의도술에 있어서는 가히 중원 최고의 경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명망 높은 의가는 충병 치료를 꺼린다.
지체 높은 이들이 음식을 먹다가 장충(腸蟲)에 걸리는 것을 충약으로 치료하긴 하지만, 그 이상 의도술로 직접 충을 제거해야 하는 치료는 반기지 않는다.
어지간한 충병은 충약으로 치료가 된다. 충약이 듣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충병이 심하다는 뜻이다.
치료가 무척이나 어렵고, 혐오스러우며, 무엇보다 그렇게 충병이 심해지는 이는 의원에 올 사정이 안 되는 가난한 이들이다.
따라서 의선의가에 환자가 몰렸고, 충병 치료 분야는 의선의가 의원들이 최고 대가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중 으뜸이 위지천이었다.
의도술로 충을 제거하는 건 섬세한 손놀림이 크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충 제거 치료로 명성을 떨친 덕분에 고에 당한 이들도 하나둘 의선의가에 방문했고, 위지천은 고 제거에도 적지 않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아마 고독 제거 치료 솜씨는 내가 중원을 통틀어 으뜸이긴 하겠지.’
하지만, 그런 위지천이어도 고독 제거 성공 확률이 오 할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고가 의도술로 닿지 않는 회궁 깊숙한 곳에 자리한 경우.
손을 쓰기도 전에 고가 예민하게 숙주를 죽여버리는 경우.
설사 고를 제거해도 가슴을 여는 개흉술을 끝끝내 버티지 못해 사망하는 이.
고를 치료하는 건 정말이지 만만하지 않았다.
위지천을 찾아오는 이들도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치료를 부탁했다.
‘창궁검이 개흉술을 버티지 못하진 않겠지만, 고가 창궁검을 죽여버리는 상황이 닥치는 게 제일 문제야.’
고 제거 중 가장 흔한 실패 사유였다.
고가 얼마나 예민한지에 따라 다른데, 개흉술을 시도하는 순간 위기를 감지하고 창궁검을 살해할 가능성이 높았다.
‘에둘러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사색이 되는 판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대로 두면 창궁검은 대승의 꼭두각시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반대로 기적적으로 치료에 성공하면, 세가맹에서 반천회의 세력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사도맹도 반천회에서 이탈한 상황이니, 반천회의 세력을 대폭 약화시킬 수 있어.’
혈교가 반천회 이름으로 세가맹, 사도맹을 암중에 장악한 것을 전부 무산으로 돌리게 되는 거다.
‘무림맹은 구파일방의 연합체라 무황이 완전히 장악한 건 아니니. 사실상 지금껏 혈교가 중원에 내린 뿌리 대부분을 없애게 되는 거야.’
무엇보다.
‘만약, 치료에 실패해도 딱히 내 입장에서 나쁠 건 없어.’
위지천은 냉철한 눈으로 생각했다.
물론, 최선은 남궁성운을 살리는 거다. 세가맹주인 남궁성운이 직접 본인의 입으로 현성과 반천회의 모든 걸 폭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테니까.
하지만, 남궁성운이 죽게 되어도 지금 상황보다는 훨씬 나았다.
일단, 현성이 그간 세가맹을 장악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패를 잃게 되는 셈이니까.
더구나 고에 죽은 이들은 심장에 특유의 흔적이 남게 된다.
위지천은 만약 남궁성운이 죽게 된다면 사인을 대대적으로 공표할 생각이었다.
온 강호가 뒤집히리라.
자연스레 누가 남궁성운에게 고독을 썼는지 시선이 몰리게 될 거고, 그때 반천회의 실체를 공개할 거다.
‘그런 상황까지 되면 더는 놈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겠지. 놈들의 세도 더는 이전과 같지 않을 테니까.’
금제 때문에 직접 속마음을 듣지는 못했지만, 위지천은 남궁성운도 같은 마음일 거로 짐작했다.
언뜻언뜻 보이는 남궁성운의 눈빛은 단순히 죽음을 향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죽어서라도 지금까지의 잘못됨을 바로잡으려는 결연함이 엿보였다.
‘이전 삶에서는 왜 끝까지 반천회의 주구로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일이 남궁성운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것인지는 모르겠다.
서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다만, 짐작할 수는 있었다.
남궁성운이 언뜻언뜻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거다.
“의협은 모르고 있을 거네. 지금껏 내가 그대의 소식을 듣고 얼마나 커다란 충격을 받았는지.”
“…충격이요?”
“그래, 지금껏 그대가 해낸 일들을 보면, 무모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지 않나? 하지만, 다른 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매번 기적을 일으키고는 했지. 의협의 이야기를 듣고 부끄럽게 주저앉아만 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네.”
‘…그러니까 내게 감명받아 용기를 내었다는 건가?’
위지천은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시선을 돌리니 저 멀리 커다란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남도였다.
빙 둘러서 온 덕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다행히 해적은 한 번도 만나지 않을 수 있었다.
“해적들과 싸우는 건 우리 세가맹에서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의협은 의원으로서의 역할만 신경 써주게.”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나가듯이 말했다.
최대한 고를 자극하지 않도록 여상히.
“큰 싸움이 있을 걸 생각하니 의원으로서 마음이 무겁네요. 큰 부상 입은 이들도 많이 나올 테고. 중과부적으로 사망하는 이들도 생길 테니.”
“과연 이번 대의 의성으로 여겨지는 의협다운 마음가짐이로군. 설사 중과부적으로 사망하게 되어도 누구도 의협을 원망하지 않을 거네. 의협이 최선을 다했음을 알 테니까.”
치료 중 자신이 죽게 되어도 개의치 말라는 이야기였다.
“만약 치료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면요?”
“흐음?”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치료할 때는 거친 치료법을 쓸 때도 많아요. 팔다리를 자른다든지. 불로 상처 부위를 지진다든지. 상처가 심할 때는 거머리를 상처 부위에 뿌리기도 해요.”
위지천은 똑바로 남궁성운을 보았다.
“물론 전부 환자를 위한 조치이지만, 결과가 늘 좋지는 않아요. 때로는 이런 치료 때문에 상태가 더 악화하여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그래도 환자들이 절 원망하지 않을까요?”
“…….”
남궁성운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원망하지 않을 거네.”
“그런가요?”
“의협이 말했듯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쓴 것 아니겠나? 그런데 원망하는 건 그저 의원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소인배의 추한 짓거리일 뿐이지.”
위지천이 어떤 치료를 시도해도,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납득하겠다는 답변이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해요. 마음이 편해지네요.”
“별말을. 만약, 혹시나 의협에게 무례하게 구는 놈이 있다면 말하게. 이 창궁검이 뜨거운 맛을 보게 해줄 테니!”
“하하.”
창궁검은 너스레를 떨었고, 위지천은 마주 웃으며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도 과연 저렇게 반응할까?’
아주 특별한.
과격한 치료법이 필요할 것 같았다.
* * *
늦은 밤.
무사히 선박은 해남도에 상륙했고, 미리 연락받은 해남 무림의 무림인들이 마중을 나왔다.
“해적 놈들을 쳐라!!”
“모두 죽여라!!”
해남도는 무척이나 커다란 섬이다.
일반인이 걸어서 끝에서 끝을 간다고 하면 무려 보름이 걸릴 넓이다.
사해도의 해적도 넓게 흩어져 분포하고 있었고, 결사대는 먼저 근처 해적의 요새를 공격해 점령했다.
“대단한 고수는 안 보이는군.”
“모두 오합지졸입니다.”
해남 무림의 인물들이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현재 사해도의 고수들은 대부분 육지에 나가 있는 상태이고, 남은 고수들은 모두 해구(海口)에 모여 있습니다.”
“여보몽이면, 해남검문이 있는 곳이군.”
“…네, 치욕적이게도 사해도 놈들은 우리 해남검문을 자신들의 본거지로 쓰고 있습니다.”
해남검문의 후예들이 울분에 차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해구를 공략하려면 근처 정안(定安)을 수복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안은 바다에서 해남도 내륙으로 뻗어나는 길목과도 같은 곳이니, 정안만 수복하면 지금껏 숨죽이고 있던 동지들을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위지천은 그 말에 속으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정안을 수복하고 나서야 합류한다는 거지? 합류할 거면 지금 바로 합류하는 게 맞지 않나?’
일반 병사들이면 모를까, 이들도 무림인들이다.
결집하는 데 지리적 요소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
석연찮은 느낌이 들었지만, 위지천은 의원으로 따라봤을 뿐이다.
‘애초에 구린 일이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남궁성운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 같지만,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서두르지. 해남 무림인들은 다른 이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합류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시오.”
정안을 수복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지금 세가맹의 전력은 흩어져 있는 해적 잡졸들 따위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방심하고 있던 해적들은 순식간에 도륙당했다.
“와아아!! 중원인들이 우리를 구하러 왔어!!”
“제발 사해도 놈들을 모조리 몰아내 주세요!!”
그간 사해도 해적들의 행패가 극심했는지, 정안 백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해남 무림인들은 이곳에 모인 이가 전부라고?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모여든 해남 무림인은 삼백도 되지 않았다.
“분명히 일천 이상이 협조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다들 사해도 놈들에게 당할 보복이 두려워 가담을 꺼리고 있습니다. 만약, 작전이 실패하기라도 하면….”
“하! 겁쟁이 같으니라고!!”
“이러니 해남도가 해적 놈들 따위에게 당해 이런 처지가 되지!”
해남 무림인들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빨개졌다.
“…현재 해구에는 해남검왕(海南劍王)이 있습니다. 맹주께서 해남검왕을 제거한다면, 해남 무림인들도 더는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해남검왕.
해왕 중 하나이자, 해남검문의 배신자였다.
위지천은 현성이 무슨 수작을 꾸미고 있는지 눈치챘다.
‘일단, 세가맹의 전력을 최대한 상하게 하려는 거야.’
지금 세가맹 결사대의 전력이면 단독으로 해구에 있는 사해도 놈들을 일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남 무림인들의 도움이 없으면 그만큼 커다란 피가 흐르게 될 거다.
‘결사대가 상처 입어 힘이 빠졌을 때 무언가 사달을 일으키려는 거야.’
위지천은 팔짱을 꼈다.
상황이 좋지 않게 흘렀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다.
‘지금 상황. 역으로 남궁성운의 고를 치료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궁성운을 치료하려면 아주 거친… 정확히는 위험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남궁성운은 동의(?)했지만, 다른 이가 보면 절대 찬성할 리가 없는 치료법.
지금 상황을 이용하면, 치료를 위한 판을 짜기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