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3)
의선명가 천재막내 24화(24/138)
제24화
‘빌어먹을 의공!’
‘엄마, 전 세상에서 의공이 제일 싫어요.’
‘대사형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위지천과 함께했던 지난 한 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악바리 단여조차 안색이 하얘질 정도의 시간.
그들의 고통은 울분으로 화했다.
‘우리가 어떤 고생을 했는데, 이깟 의공 시험 따위!’
‘빙학 사마소? 우리 대사형이 더 미쳤어!!’
‘의공 시험 점수가 낮으면, 대사형이 배운 것들을 복습하자고 할 수도 있어. 무조건 고득점 합격한다!’
“가요! 의공 시험에서 대사형의 콧대를 눌러 주자고요!!”
“알겠습니다, 사저!”
“타도 대사형!!”
참고로, 단여는 위지천 다음 서열을 차지했다.
마치 전장에 나서는 비장한 무사들처럼 우르르 빠져나갔고, 다른 의가의 의생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저놈들 뭐야?”
“몰라. 미친놈들인가 봐.”
* * *
의공 시험 결과는 놀라웠다.
“무슨?!”
“허? 가체(假體)가 아닌, 진체모형(眞體模型)인데 고작 의생들 따위가 기맥을 저렇게나 다룰 수 있다니?!”
의공 시험은 기와 기맥을 다루는 치료법이다.
섣불리 잘못 손을 대면 도리어 환자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의가에서 외문제자들에게 쉽게 의공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건, 단순히 돈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고, 이러한 위험성을 염려한 면도 있다.
의련에서는 의공 수련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방책을 고민했고, 그래서 탄생한 게 가체모형(假體模型)이었다.
사천당가의 기술과 모산파의 주술을 합쳐 의공을 수련할 모형을 만든 거다.
단, 비싸고 조잡했다.
아무리 당가와 모산파의 재주가 뛰어나도 인체의 신비함을 구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의공을 부담 없이 연습해볼 수 있기에 여유 있는 의가나, 이런 의견례 시험에서 종종 사용했다.
그런데, 빙학 사마소가 가져온 모형은 가체 따위가 아니었다.
조잡하다는 평에 자존심이 상한 당가가 절치부심 제작한 개량된 모형이었다.
인체의 기맥을 무려 팔 할 가까이 구현한 걸작을 시험을 위해 가져온 거다.
고작 의견례 시험 따위에 이런 귀물을 가져오다니.
빙학 사마소이니 가능한 일.
감사할 일이 아니다.
‘망할! 가체 모형으로 시험 볼 줄 알고, 가체 모형으로 구현 가능한 혈맥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우리가 세맥(細脈)의 기응(氣應)을 어떻게 풀어?!’
모형의 성능이 좋다는 건, 그만큼 고난도의 문제도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의생들은 진땀만 흘렸다.
하지만, 또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의생들이 있었다.
‘극천(極泉), 소해(小海)? 고작 이따위 문제를 풀려고, 그런 지옥을 맛본 게 아니란 말이다!’
‘복습은 안 돼!!’
독주.
오로지 의선의가의, 의선의가를 위한 의견례였다.
다른 의가의 의생들은 들러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제자들이 무척이나 훌륭하군요. 역시나 의선의가입니다.”
빙학 사마소의 칭찬에 모두가 놀란 얼굴을 했다.
빙학 사마소는 유명한 독설가다. 칭찬 따위 절대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오늘 의선의가 제자들의 모습이 훌륭한 것이리라.
가주 위지선은 입술이 씰룩거리는 걸 간신히 참았다.
“별말씀을요. 의원이라면 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내용 아닙니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말 한마디로 다른 의가의 의생들을 기본도 모르는 자격 미달로 까 내린 위지선이다.
위지선은 내친김에 진즉부터 하고 싶었던 아들 자랑을 시작했다.
참느라 힘들었다!
“사실 저는 교육에 보탠 일이 없습니다. 모두 제 부족한 자식들이 한 일이지요. 특히 본가의 막내가 큰일을 하였습니다. 빙학 선생님께서는 혹시 천재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천재 말이오?”
“이거… 빙학 선생님께 드리기 민망한 이야기지만, 제 막내 위지천이 천재인 것 같습니다.”
“…그렇구려.”
빙학 사마소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 보고 천재라니?
아무리 자식이 자랑스러워도, 팔불출이 과한….
하지만, 곧 표정을 굳혔다.
위지선이 신이 나서 자랑을 늘어놓았는데, 자랑 내용이 말도 안 되었던 거다.
“그러니까, 우리 막내가 제대로 공부를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그 말 정말입니까?”
사마소는 오전 시험에서 위지천이 쓴 답안의 내용을 떠올렸다.
의련의 의학자가 쓴 담론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지 몇 달도 안 되었다고?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못난이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 대붕(大鵬)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자식 보고 대붕.
겸손의 미덕은 어디로 팔아 치웠는지 모를 팔불출이었지만, 뭐라 타박할 정신이 없었다.
이어진 내용이 더욱더 가관이었다.
‘의공 교육을 시킨 것도 위지천, 저 아이라고? 말도 안 되는? 그게 가능한 건가?’
사마소의 머리에 한 가지 내용이 떠올랐다.
‘설마 지령성의 가호를 받은 게 저 아이인 건?’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확인해 봐야겠어.’
이제 마지막 과목만 남았다.
실제 환자를 진료해보는 시험이다.
미리 섭외해둔 환자가 있었지만, 사마소는 문제를 바꾸기로 했다.
“저희보고… 빙학 선생님을 진료하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내게 숨어 있는 병증(病證)을 찾아보아라.”
빙학 사마소가 직접 의견례 시험의 환자가 되기로 한 거다!
“우리가 어떻게?”
“아니야. 빙학 어르신께서 중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어. 분명 우리가 맞힐 수 있는 평범한 병증일 거야.”
지금껏 사마소가 냈던 다른 문제들도 그런 식이었다.
허를 찔렀지만, 돌이켜보면 납득이 가는 문제들이었다.
그들의 기본기가 탄탄했다면 풀 수 있었을.
“이번에라도 점수를 만회해야 해.”
의생들, 특히 지금껏 죽을 쑤었던 이들이 결연한 얼굴을 했다.
그렇게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다.
“병증에 접근하는 방식을 더욱 중요하게 볼 거다. 각자 어째서 그러한 진단이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하도록.”
질병의 진단은 망문문절(望聞問切)의 사진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눈으로 보는 망진(望診).
청각, 후각을 이용하는 문진(聞診).
병력을 듣는 문진(問診).
손으로 만져보는 절진(切診).
의생들은 필사적인 마음으로 사마소의 병증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틀렸다. 접근 방식도 엉망이다.”
“병증의 논리 전개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팔강변증(八綱辨證)의 해석이 잘못되었다.”
“이런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놈!! 너 같은 놈도 의생이라고?”
정답을 맞힌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접근 방식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나, 혹평을 받았느냐로 나뉠 뿐이었다.
‘아니,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야?’
‘맞힐 수 있는 병이긴 한 거야?’
그런데, 참관하던 가주들이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지나친 고난도 문제에 항의한 게 아니라, 도리어 이렇게 혀를 찬 거다.
“…저런 문제도 맞히지 못하다니.”
“확실히 짓궂은 문제이긴 하지만, 부끄럽군요. 우리가 교육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의원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거늘. 내 저놈들을.”
가주들 모두 빙학을 탓하기보다는 제자들의 부족함을 탓한 거다.
빙학을 원망스레 보던 화중의가의 가주조차 아무런 이야기도 못 하고 제자들을 부끄러워만 했다.
빙학이 낸 문제에 조금의 잘못도 없다는 의미.
마지막.
위지천의 차례가 되었다.
‘과연?’
사마소가 눈을 낮게 가라앉혔다.
위지천이 훌륭한 기재인 건 이미 앞서 본 시험으로도 알 수 있었다.
모든 과목에서 최고점이었으니까.
다만,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슨 수로 확인하다는 말인가?
이마에 지령성의 가호를 받았다고 적혀 있는 것도 아닌데.
‘지령성의 가호 중 대표적인 게 직관(直觀)의 발달이야. 고작 이런 문제를 못 맞힐 리가 없어.’
한편, 위지천은 진료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었다.
흉마(凶魔)였던 그가 긴장이라니?
화경의 극에 달했던 깨달음으로 손쉽게 의술 지식을 공부했지만, 여전히 그는 의원으로서 햇병아리일 뿐이었다.
실제 환자를 본 적이 없으니까.
의원의 지식은 환자를 진료해봐야 진짜 자신의 것으로 체화되는 법, 그 전에는 설익은 지식일 뿐이었다.
‘고작 진단이야. 할 수 있어.’
질병이 있으면 반드시 기의 흐트러짐이 생긴다.
위지천이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다.
“진찰을 시작하겠습니다. 결례를 용서해 주시길.”
진맥을 시작했다.
사진법에 따라.
얼마나 지난 다음일까?
위지천은 눈썹을 꿈틀했다.
‘뭐야, 이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던 거다.
‘…아무런 병도 없잖아?’
그렇다.
사마소의 병증은 바로 정상이었다!
‘이러니 아무도 답을 못 맞힌 거겠지.’
의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정상, 비정상을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자신 있게 정상이라고 말하는 건 어려웠다.
정상을 알려면, 비정상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짓궂긴. 이러니 오래 살지 못하고 일찍 죽었지.’
위지천은 ‘정상’이라고 정답을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간과한 게 있었다.
빙학 사마소는 몇 년 뒤 죽는다.
‘이렇게 정정한데 왜 죽는 거지?’
어느 날 잠을 자다가 돌연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왜 갑자기 그렇게 되었을까?
독살?
가능성이 떨어졌다.
이만한 명의가 자신의 몸에 독이 들어오는 걸 모를 리가 없었을 테니.
백성에게 명성이 자자하던 사마소가 돌연사해서 당시 황실에서 직접 사인을 조사하게까지 했는데, 특별히 원인으로 나온 게 없었다.
사마소는 정말 말 그대로 아무런 이유 없이 사망했다.
‘혹시 은밀히 병이 숨어 있었던 건? 빙학 사마소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현실성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아무렴 빙학 사마소인데.
하지만, 위지천은 다시 한번 진맥을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잠시 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