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4)
의선명가 천재막내 25화(25/138)
제25화
심장 부근의 혈에서 기가 희미하게 불규칙한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정상 범주야.’
앞서 말했듯 정상과 비정상을 판명하는 건 의외로 어렵다.
비정상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함은 물론, 어느 범주까지가 정상인지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경의 극에 달한 위지천의 기맥(氣脈)에 관한 통찰로 봤을 때 저 소견은 명백히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른 원인이 될 만한 게 없어.’
그러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나 지금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응혈(凝血)로 악화하게 되는 것은?’
모른다.
미래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사마소는 정말 병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수도 있다.
‘어쩌지?’
사실 의견례 시험만 생각하자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사마소가 의도한 대로 ‘정상’이라고 답하면 모두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장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찝찝했다.
‘사마소는 허무하게 죽게 내버려 두기 아까운 인물이야. 살아 있으면 분명 우리 의선의가에 도움이 될 테고.’
아니, 그런 걸 떠나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일이다.
위지천은 어린 시절로 돌아오면서 다짐한 게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당연히 가문을 지키는 것.
둘째는 지난 삶에 저질렀던 과오를 일부나마 속죄하는 거다.
‘아무리 복수를 위해서였다지만, 지나치게 많은 피를 흘렸으니까.’
원수들을 죽인 건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지천이 흘린 피는 원수들의 것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는 가급적 원수들의 피만 흘리려고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었다면, 그가 삼재(三災)의 하나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원수들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고, 위지천은 그들에게 닿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다.
속사정을 모르고 백선의가를 지키겠다고 나선 기인이사들. 무림 공적인 그를 잡으려고 나선 무림맹의 일반 무사들.
이런 무고한 이들까지 베어야 했다.
위지천은 자신이 결백하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위선적인 일이겠지만, 조금이라도 참회하고 싶어.’
사실 가문을 지키는데 위지천이 제대로 된 의원이 될 필요는 없다.
의견례도 적당히 합격만 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지천은 전력을 다해 의견례를 준비했고, 여건이 허락하면 나중에도 의원으로서 환자 치료에 힘쓸 생각이었다.
비단 천선신공(天仙神功)의 오의를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싶어서다.
‘빙학 사마소는 어떻게 생각하면 내 첫 번째 환자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어.’
그때, 떠오르는 한마디.
위지강이 지옥 교습 중 해주었던 이야기다.
-의원이라고 모든 걸 알고,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자신이 무얼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아는 게 의원으로서 첫걸음이다.
‘아.’
위지천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는 의원으로서 햇병아리다.
그런데 의원으로서도 화경의 고수인 양 굴고 있었던 거다.
-인명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人命在天), 의원은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자.’
사마소가 채근하듯 말했다.
“진맥은 끝났나?”
“네, 진단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위지천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제 진단 결과는 무병증(無病證)입니다. 부맥(浮脈)이 얕고, 표열실증(表熱實證)이 있으나 비(脾)의 화생(化生)에 문제가 없으니, 이는 질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조열(燥熱)이 과하나, 이는 선생님께서 익힌 양강지공(陽剛之功)의 영향이니 또한 정상입니다. 그리고….”
위지천의 설명이 이어지자, 모두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유일하게 정답을 맞힌 것도 대단한데, 정답에 이르는 변증의 논리 과정도 완벽했던 거다.
‘누가 저 아이를 못난이라고 한 거냐?’
‘저 정도면 노련한 의원 같지 않은가?’
위지선은 입술을 씰룩거리는 걸 참지 못했다.
“크흠. 내 아들은 대붕이라오. 더 높게 날아오르기 위해 지금껏 웅크리고 있었던 거요. 하하. 너무 부러워할 필요는 없소. 당신 의가의 제자들도 우리 의선의가에 오면 얼마든지 천이의 가르침을 받게 해줄 터이니.”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지만, 다른 의가의 가주들은 한마디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의선의가의 완벽한 승리였으니까.
이번 의견례는 그야말로 의선의가만의 축제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위지천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 말학이 빙학 선생님께 감히 하나의 처방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병증인데 처방?”
“네, 무릇 최고의 치료란 몸의 균형이 깨지기 전 예방하여 사기(邪氣)의 침범을 막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네 말이 옳다. 그래서, 내게 어떤 처방을 내려줄 거냐? 같은 처방도 환자에 따라 양생(養生)이 되기도, 독(毒)이 되기도 하는 건 알고 있겠지?”
사마소는 기대하며 물었다.
완벽한 모습을 보인 위지천이다.
이미 사마소는 위지천이 지령성의 가호를 받은 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저런 아이가 지령성의 가호를 받은 게 아니라면, 누가 또 있겠는가?
그러니, 무슨 처방을 내릴지 절로 기대가 되었다.
‘장생(長生)이나 약선(藥膳)과 관련한 처방을 하겠지.’
의원이 환자의 보신을 위해 내리는 처방들이다.
그런데.
“운기 중 심수(心兪)가 지나치게 양강(陽剛)의 자극을 받지 않게 하는 걸 권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사마소가 눈썹을 꿈틀했다.
갑자기 무공을 지적하고 나선 거다!
“선생님께서도 심장 부근의 기혈이 불규칙하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 심장은 원래 변화무쌍한 장기로 기혈이 일정치 않은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보통의 경우 그렇지만, 양강지공에 계속 노출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까 염려되었습니다.”
“!!”
위지천은 고개를 숙였다.
주제넘은 이야기를 했다는 듯.
실제로 짐작일 뿐,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이니까.
“심장은 오행(五行)에서 태양을 뜻합니다. 뭐든지 과하면 아니함만 못한 법, 훗날 문제가 생길까 염려되어 이러한 처방을 내렸습니다.”
“…….”
장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 노심초사하게 사마소를 바라보았다.
화중의가의 가주 단소천은 ‘저 어린놈이 주제도 모르고 건방지게 굴어서 점수를 깎이는구나.’라며 속으로 희희낙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마소가 침묵하고 있는 건 불쾌해서가 아니었다.
‘…일리가 있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과거 비슷한 사례의 환자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똑같이 양강지공을 익힌 고수였다.
심장 주위에 사마소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엄연히 정상의 범주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돌연 이유 없이 사망하였다.
당시 사망 원인을 찾기 위해 부검까지 하였으나,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다.
‘만약 저 추측이 맞는다면 난 저 아이에게 구명지은을 입은 셈이겠구나.’
“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의서에 나온 내용은 아닐 텐데?”
위지천은 뭐라 답할까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냥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느낌이 들었다고?”
“…네.”
위지천은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근거 없이 찍었다는 거니까. 사마소가 호통을 쳐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사마소는 도리어 감탄하였다.
‘직관(直觀)으로 이런 걸 짐작했다고?’
실제 환자를 치료하면 모든 병증과 인과가 딱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흐릿한 안개 속에서 헤매는 듯한 상황도 많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게 직관이었다.
‘이런 직관은 부단히 환자를 본 경험에서 길러지는 법인데, 이제 갓 의견례를 치르는 의생이 어떻게?’
사마소는 그 순간 확신했다.
위지천이 지령성의 가호를 받은 게 확실하다고.
“의견례 결과를 발표하겠다. 나 사마소. 이번 의견례 합격자는 의선의가의 의생들로 한정한다. 또한, 나 사마소, 의련의 시험관 자격으로 의선의가의 제자들에게 전원 금패(金牌)를 하사한다.”
“!!”
장내가 웅성거렸다.
의선의가만 전원 합격! 거기에 금패까지!
그뿐이 아니었다.
“장원은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다. 위지천에게는 백종장원상(百宗壯元賞)을 내리겠다.”
“!!”
그냥 장원이 아니라, 백종장원상!
단순한 수석이 아니라, 위지천이 모든 면에서 완벽했음을 인정하는 거다.
그것도 빙학 사마소의 이름으로.
의원(醫員) 위지천의 이름이 처음으로 세상에 퍼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의선의가에 잔치가 벌어졌다.
큰 경사에 모두가 크게 취했다.
“크하하! 강아, 봤느냐? 흙빛으로 썩어가던 단가 놈의 얼굴을?”
“아버지, 진정하십시오. 많이 취하셨습니다.”
“진정은 무슨?! 너도 욕간 뒤편에서 ‘내 동생이다!’라고 소리 지른 것 봤다!”
“제,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그냥 하늘을 보고 호연지기를 표현했을 뿐입니다!”
“내 동생 훌륭.”
제자들도 취했다.
“우리 정말 의견례 합격한 것 맞아?”
“대사형 수업 복습 안 해도 되는 거지? 제발 그렇다고 해죠. 무섭단 말이야.”
“끄아악, 복습만은. 살려주세요, 대사형.”
…어째 의견례에 합격해 견습 의생이 된 것보다 위지천의 마수(?)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하는 눈치였다.
‘앞으로도 종종 특별 수업 시간 가질 건데. 뭐, 굳이 지금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그때, 숙부 위지무가 발그레하게 취해서 다가왔다.
“우리 귀염둥이 막둥이! 넌 우리 가문의 보배다!”
위지무가 이러는 건, 이번 의견례 결과의 소문이 퍼지며 여러 상단에서 의선의가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의선의가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대우를 해주기 시작한 셈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의견례 시험은 지급 의가 선발 항목 중 하나일 뿐이었다.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으니 경쟁 의가들에 비해 앞서게 된 건 사실이나,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숙부, 혹시 땅 투기에 관심 있으십니까?”
“…그건 갑자기 왜?”
“앞으로 의선의가는 크게 번창할 터인데, 지금 이곳은 너무 작은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지급 의가 선발의 두 번째 항목.
의가의 규모였다.
얼마나 많은 환자를 수용 가능한지로 따졌다.
“우리가 돈이 어디 있느냐?”
“빌리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 장원을 새로 구하는 데 한두 푼이 드는 것도 아니고, 누가 그 큰돈을 빌려주냐?”
“일단, 급한 대로 토지 구매를 계약할 선금만 구하면 됩니다. 잔금이야 따로 벌면 되겠지요.”
생각하는 방법이 있었다.
“우리 의선의가가 어떤 곳입니까? 무려 빙학 사마소 어르신이 인정한 의가입니다. 빙학 사마소의 이름을 팔… 아니, 빌리면 계약금 정도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야, 야….”
그런데, 숙부의 안색이 하얘졌다.
의아한 마음으로 등을 돌렸는데.
“허허, 내 이름을 팔겠다라. 좋은 생각이군. 아주 좋은 생각이야.”
빙학 사마소가 빙긋 웃으며 위지천을 보고 있었다.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