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7)
의선명가 천재막내 28화(28/138)
제28화
중원에는 성(省)마다 의련 지부가 있었다.
하남성에는 개봉 지부가 있지만, 남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섬서성의 서안(西安)이었다.
“서안? 하지만?”
위지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제 고작 열다섯인 막내를 먼 길 보내려니 걱정되었던 거다.
가깝다고 해도 걸어서 열흘이 넘는 거리였으니까.
‘저 착한 아이가 도적 떼들에게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장학상을 수상하기 위해 꼭 직접 갈 필요는 없지 않느냐? 나중에 네 숙부가 서안에 들를 일이 있으면 그때 수령해오면 된다.”
“다른 분도 아닌 빙학 선생님이 내리신 상인데 제가 직접 가는 게 맞죠. 무엇보다 서안을 한번 둘러보고 싶어요.”
“둘러보고 싶다고?”
“네, 서안에는 커다란 의가가 많다고 하잖아요. 우리 남양과는 비교도 안 되게 의업이 발달했다고 하니, 견문에 도움이 될 거예요.”
서안의 별명은 천년고도(千年古都)였다.
남양도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서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무림 문파들의 위세도 남양과 비교할 수 없게 높았고, 쟁쟁한 의가도 많았다.
‘견문을 넓히겠다는 건 거짓말은 아니니까. 다른 의가의 의술을 확인해보긴 할 테니.’
뜻밖의 생각.
돈을 벌러 가겠다면서 의술을 견식하겠다니?
‘내 계획대로 ‘목표’에게 돈을 수금하려면 다른 의가를 이용하는 게 필요해.’
위지천은 웃는 낯 뒤로 스산하게 생각했고, 장삼은 그런 위지천을 보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악마 놈! 서안에서 또 무슨 끔찍한 일을 일으키려고!’
위지천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평화로운(?) 서안에 풍파가 밀어닥칠 거라는 거다. 위지천이란 이름의 풍파가.
‘그래도 당분간 남양에는 평화가 오겠구나. 영원히 돌아오지 말아라, 이 악마 놈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장삼 대협이 같이 가주기로 하셨으니까요.”
“…제…가 말입…? 네, 네, 맞습니다! 마침 이 장 모, 안 그래도 서안에 볼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딱 겹치다니! 하늘이 저보고 위지천 공자님을 호위하라고 천명을 내린 것 같습니다!”
‘눈치 안 챙겨?’ 하는 위지천의 찌릿한 시선을 받고, 장삼은 눈물을 삼키며 허겁지겁 호들갑을 떨었다.
‘이 나쁜 놈! 육시럴 놈!’
장삼의 복장을 더 터지게 하는 건, 위지천의 가족들이었다.
“장삼 대협,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대협께서도 아시다시피 천이가 곱게 자라 여리기 그지없습니다.”
“위지천 공자께서 여…리지요. 여…려. 하… 하.”
“하아. 천이 혼자 보냈으면, 밤잠을 이루지 못할 뻔했는데. 지금도 사실 많이 걱정됩니다. 저 어린것이 먼 길에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지. 훌쩍,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왜 눈물이!”
“천이 이놈. 서안은 위험하니 꼭 장삼 대협을 잘 따라다녀라. 대협, 천이 놈이 제멋대로 굴면 엉덩이를 걷어차 주어도 됩니다.”
“이놈, 강아! 천이가 걱정되면 걱정된다고 말해라!”
“아버지야말로 눈물 그치십시오! 천이는 무사히 돌아올 겁니다!”
“천이 잘못되면 장삼 대협 먼저 쓱싹하죠.”
“아버지, 형님, 누님. 모두 걱정하지 마세요! 조심히 잘 다녀올 테니까요!”
“천아! 안 된다! 못 간다!! 으허엉.”
‘…다들 육갑을 떠십시오.’
막내를 금이야 옥이야 걱정하는 가족들과 씩씩하게 답하는 위지천까지.
그야말로 환장의 연환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장삼의 응가 씹은 표정과 함께 위지천의 서안행이 결정되었다.
* * *
간단한 준비를 한 후 출발하기로 했다.
명목상 의련 지부에서 상을 수상하려는 목적이었으니 큰 짐을 준비할 필요는 없었지만, 챙겨야 할 게 있었다.
“이번에 서안에 갈 때 너보고 총관 대리의 자격을 달라고?”
“네, 서안의 여러 상단이나 약재상들을 둘러보고 싶어서요. 서안은 이곳 남양과는 비교도 안 되게 상단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려서 번듯한 직함이 없으면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을 것 같아요.”
“흐음. 그래, 뭐. 상관없겠지. 네게도 좋은 기회가 될 테니.”
위지무는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지천을 보며 금이야 옥이야 걱정하는 위지선과 다르게, 위지무는 자신의 조카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남중의가를 훌러덩 집어삼킬 정도이니.
‘천이는 바깥 업무를 같이 보는 외의원(外醫員)으로 진로를 정했으니. 서안에서 견식을 넓히고 오면 외의원으로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사실 위지천이 의견례 때 보인 재능을 생각하면 환자를 보는 데만 집중하는 내의원(內醫員)이 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위지천의 천재성은 비단 의술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상재(商材)도 대단해. 의가에 두기 아까울 정도야. 만약, 천이가 상가(商家)에서 태어났으면 엄청난 대상인이 되었을 거야. 서류 업무에 조금… 아니, 많이 약한 게 흠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위지천을 보는 위지무의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면, 혹시 약재상이나 상단 등을 돌면서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만한 게 있으면 진행하고 와도 괜찮을까요?”
“흐음?”
“이왕 서안에 가는 것, 가능한 가문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요. 아, 가문의 재정상 무리가 가는 거래를 진행하지는 않을 테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위지천이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누가 봐도 순수하고, 가문을 위하는 눈빛이라 위지무는 흐뭇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알겠다. 여기 총관의 인장이니, 네 마음대로 해보아라. 단, 우리 가문의 금전 상황은 알고 있겠지?”
“알고 있죠. 거렁뱅이인 것.”
“…거렁뱅이라 표현하면 너무 가슴 아프니, 어깨에 짊어진 짐이 많다고만 하자꾸나. 절대 무리한 거래는 하면 안 된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위지무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자신이 건넨 인장이 위지천의 손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이어 위지천은 다른 용무를 보았다.
“대사형을 뵙습니다!”
활의각(活醫閣)에서 환자를 보던 사제들이 깜짝 놀라 위지천을 보았다.
‘나 뭐 잘못했나?’
‘대사형,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대사형의 저 맑은 눈을 봐. 끼아악! 무서워!’
위지천이 사제들에게 군기를 잡는 건 아니었다.
무림 문파도 아니고, 똥군기가 환자 보는 데 도움이 될 턱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위지천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제들에게 한결같이 잘해주었다.
다만, 그 잘해주는 방식이 조금 비틀려 있을 뿐이었다.
-아섭 사제, 방금 치료하신 거는?
-잘못했습니다! 제가 미숙해서.
-괜찮아요. 의원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도 있죠. 특히 우리는 견습 의생인걸요. 오히려 제가 죄송해요. 제가 대사형으로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서 사제가 실수한 거잖아요.
-…대사형?
-다시 이런 실수 하지 않게 제가 우리 지난번에 배운 걸 ‘복습’해 볼까요?
대사형과 신나는 교육 시간!
‘대사형의 특별 교육을 받느니, 차라리 천마신교의 무저지옥관(無低地獄館)이나 서로 죽고 죽이는 혈교의 살수 양성기관에 잠깐 들어갔다 오는 게 나을 거야!’
하지만, 뭐라고 반발하지 못하는 건, 몇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탁월한 교육 효과.
백 번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대사형의 특별 교습을 한 번 듣는 게 효과가 좋았다.
덕분에 모두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의견례에 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견습 의생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둘째 이유는 그들이 서명한 노예 계약서…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위하는 위지천의 진심 어린 마음 때문이었다.
‘대사형이 저러는 건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모두 우리를 위해서야.’
‘내가 사람 보는 눈에 자신 있는데, 대사형은 진짜 우리를 위하는 거야!’
‘그래서 더 무서워!’
이번에 서안에 간다고 하길래 잠깐 해방인가 싶었는데 왜 온 걸까?
위지천은 그런 사제들에게 한 명, 한 명 다가갔다.
“아섭 사제, 고생이 많아요. 침술 자세가 많이 좋아지셨어요.”
“가, 감사합니다!”
“종금 사제는 고뿔 좀 괜찮아지셨나요?”
“대사형이 지어준 탕약 먹고 좋아졌습니다!”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한 명, 한 명 따뜻하게 챙기는 모습.
그렇다.
위지천은 무섭기만 한 게 아니었다. 잊을 만하면 이렇게 감동을 주었다.
다들 위지천을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치를 떨다가도 ‘우리 대사형이 미치긴 했어도, 사람은 순하고 착해.’로 되는 거다.
물론, 다 위지천의 교묘한 세뇌일 뿐이었다.
‘원래 사람을 부리는 데 당근과 채찍이 중요한 법이니까. 도망가지 못하게 잘해줘야지.’
어쨌든, 지금은 당근을 주려고 온 게 아니다.
도리어 반대.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 전 기강을 잡기 위해서였다.
“단여 사매.”
“왜요?”
단여가 불퉁하게 답했다.
단여는 사제 중 유일하게 위지천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였다.
그리고 여전히 경쟁의식을 불태우고 있었다.
‘좋아. 한 명쯤 이런 인재가 있어야지.’
위지천은 단여를 의선의가의 핵심 인재로 키울 작정이었다.
사제들 모두 어딜 가도 꿀리지 않는 훌륭한 의원이 되겠지만, 단여는 특히나 뛰어난 명의가 될 것이다.
위지천이 그렇게 만들 거니까.
위지천은 단여 같은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알았다.
“아쉽네요. 저 혼자 백종장원상을 받아서. 이번에 단여 사매와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
단여의 눈썹이 꿈틀했다.
단여는 의견례 차석이었다.
단, 장원인 위지천과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진 차석이었다.
단여가 뭐라고 발끈하기 전, 위지천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제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단여 사매가 남아서 안심이 되네요. 단여 사매라면 다른 사제들을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요.”
“…절 믿고 맡긴다고요?”
“네, 제가 가장 믿고 신뢰하는 게 단여 사매인 거 아시죠?”
“…….”
단여의 얼굴이 붉어졌다.
단여의 약점.
칭찬이었다.
“제가 없는 동안, 사제들의 교육을 부탁해도 될까요?”
“따, 딱히 대사형이 부탁하지 않아도 아,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거든요?!”
여기에 자존심을 은근슬쩍 한 수저 긁어주면 금상첨화.
“무리하진 않으셔도 돼요. 괜히 단여 사매에게 부담을 주는 걸까 걱정되니.”
“흥! 부담은! 두고 봐요. 서안에 갔다 오면 깜짝 놀라게 될 테니. 내 밑의 사제들, 모두 활의각 뒷마당으로 집합!”
참고로, 단여는 위지천의 배분 중 둘째 서열이었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대사형이 돌아오기 전까지, 일과 끝나면 모두 저와 함께 특훈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목소리가 작다!”
“알겠습니다!!”
“대사형의 콧대를 눌러주자!”
“눌러주자!!”
“더 크게! 눌러주자!!”
“눌러주자!!!!!!!!!”
그런 사제들의 모습에 위지천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장삼과 함께 서안으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서안에 도착하기 전.
위지천과 장삼은 뜻밖의 인물들과 조우했다.
화산파(華山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