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28)
의선명가 천재막내 29화(29/138)
제29화
‘빌어먹을! 제기랄! 천지신명이여,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는 겁니까?!’
장삼은 아찔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청명한 하늘은 ‘난 아무런 잘못이 없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장삼이 맞닥뜨린 거지 같은 상황은 오로지 위지천이란 악마 놈 때문이니까.
그러니까, 장삼이 지금 무슨 상황에 처했냐면.
“이 마두! 드디어 꼬리를 잡았구나! 화산의 검이 네놈을 용서치 않겠다!”
차앙!
헌앙한 젊은 청년 무사들이 장삼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나이는 이십 대 중반 정도?
비교적 어린 나이들임에도 기도가 심상치 않았다.
특히 가장 앞장선 청년은 눈빛이 심후하기 그지없는 게 딱 봐도 장삼보다도 윗줄의 실력으로 보였다.
놀랍게도 절정에 근접한 고수란 이야기.
그런 걸 다 떠나서, 장삼의 가슴을 가장 철렁하게 한 건, 청년들이 입은 도복에 수놓아진 문양이었다.
매화(梅花)였다.
들고 있는 검에도 매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 유명한 매화검(梅花劍)이다.
강호에 발붙이고 있는 이들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화산의 젊은 영웅들께서 이 장 모에게 무슨 볼일인지….”
“닥쳐라, 이 마두! 네놈이 무고한 인명을 숱하게 해친 서안살귀(西安殺鬼)인 걸 우리가 모를 줄 아느냐?! 드디어 꼬리를 잡았구나!”
‘아니, 이 빌어먹을 잡것들이! 내가 살귀라니?!’
장삼은 욕지거리를 퍼붓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입술을 씰룩거렸다.
참으로 억울하게도 화산의 젊은 제자들이 장삼을 마두로 몬 것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
위지천 때문이었다.
‘마기를 그렇게 흘리고 왔으니, 이런 잡것들이 꼬이지! 내가 불안하다고 했잖아, 이 망할 악마 놈아!!’
남양을 벗어난 직후, 위지천이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장가야.
-…네, 공자.
-왜? 내가 장가야, 라고 불러서 기분 나쁘냐? 장가 놈을 장가라고 불렀을 뿐인데.
-…아닙니다. 공자님 말씀이 지당합니다. 전 장가 놈이 맞습니다.
저놈은 사람이 아닌 악마 자식이다. 장삼이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 수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너한테 너무한 것 같으냐?
-…아닙니다.
연대 보증 세우기, 독약 먹이기, 온갖 일로 부려먹기 등등.
위지천 때문에 당한 수많은 고초가 스쳐 지나갔지만, 장삼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그렇다.’라고 답했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무서웠다.
물론, 늘 그렇듯 장삼이 뭐라고 대답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야. 내가 생각했을 때 조금 너무했던 것 같아. 대신 너한테 선물을 하나 주겠다.
-서, 선물? 괘, 괜찮습니다!
-받기 싫다고?
-…아닙니다. 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위지천이 빤히 되묻자 장삼은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물을 주겠다고 하는데, 두려움만 밀려 올라왔다.
그런데.
-네가 절정 고수에 오를 수 있게 도와주겠다.
-!!
장삼의 눈빛이 흔들렸다.
절정!
꿈에만 바라던 경지였다.
지금 장삼은 일류에서도 완숙한 경지였지만, 그게 조만간 절정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게 설사 종잇장 같은 차이라고 할지라도, 그 벽을 넘지 못해 일평생 절정에 오르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였다.
-왜? 싫으냐?
-아닙니다! 만약 절정에 이를 수 있게 해준다면, 공자를 일평생 은인으로 섬기겠습니다!
진심이었다.
절정 고수란 이름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지금껏 위지천에게 받은 설움 따위 모두 잊을 수 있었는데.
-그래, 그만한 각오면 전적으로 내 지도를 따르겠다는 의미겠지?
-네?
-네놈 스스로가 더 잘 알겠지만, 넌 절정에 오를 재목이 아니다. 그런데 절정에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강제로 한계를 넘어야지.
위지천은 태평히 말을 이었다.
‘가벼운 고뿔이니 이 탕약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말투로.
-생사의 고비를 넘다 보면 한계는 자연히 넘을 수 있을 거다.
-!!
그때부터 장삼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크아아악! 이 악마 자식! 언젠가 네놈을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은혜는 개뿔.
원한만 잔뜩 쌓였다.
더 열 받는 건.
‘이 악마 자식, 날 지도하겠다는 건 핑계이고, 설마 날 목각 인형 삼아 본인 수련하고 있는 것 아니야?’
왠지 그런 것 같았다!
장삼을 두들겨 패… 아니, 지도할수록 점점 놈의 움직임이 정교해진 거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경지 차이가 워낙 까마득해 장삼은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위지천의 움직임은 무언가 어색한 면이 있었다.
어려진 몸에 적응이 안 되었던 탓이다.
그런데, 장삼을 상대하면서 몸을 풀며 지금의 몸에 완벽히 적응하게 된 거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위지천!!!’
물론, 위지천의 지도가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사실 어마어마하게 큰 도움을 받고 있었다.
장삼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자신의 오성(悟性)의 밑바닥을 긁듯이 강제로 한계를 쥐어짜고 있었다.
덕분에 ‘기어가듯이’라도 절정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어쩌면 나 정말 절정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지금껏 두들겨 맞은 것도 잊고, 슬그머니 고맙다는 마음이 들려는 찰나, 사달이 일어났다.
위지천이 대련 중 남긴 마기(魔氣)의 흔적을 어디서 봤는지, 화산의 제자들이 몰려온 거다.
“난 마인이 아니다!”
“갈! 어디서 거짓말을?! 네놈이 마두가 아니면 누가 마두란 말이냐?! 네놈의 생긴 것만 봐도 마공을 익힌 흉악한 마두가 분명하거늘!”
“생긴 것 가지고 사람 매도하지 말아라! 난 부모님이 낳아주실 때부터 이런 얼굴이었다!”
장삼은 울고 싶어졌다.
‘내가 아니라, 위지천 그 악마 자식의 마기라고!’
굳이 따지면 장삼은 그 마기에 흠씬 두들겨 맞은 선량한(?) 피해자일 뿐이다.
당장 이실직고하고 싶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선동(仙童) 같은 저 어린놈이 그런 악마라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더러운 세상.
백이면 백, 인상 흉악한 장삼을 마인이라고 지목할 것이다.
‘젠장, 화산의 제자들을 상대로 푸닥거리할 수도 없고. 남양 남로의 패자인 이 장삼이 이런 수모를 겪다니!’
장삼은 남양 남로에서는 절대적인 폭군이지만, 굽혀야 할 때를 아는 현명한 이.
억지로 응가 씹은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든 대화로 풀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어라? 무슨 일인가요? 화산파의 도사님들?”
어디에 가 있었는지 위지천이 불쑥 나타났다.
특유의 해맑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화산파의 제자들이 다급히 외쳤다.
“소형제! 흉악한 마두이니, 멀리 떨어지시오!”
“저 마두가 저 소년을 노릴 수 있다! 모두 저 소년을 지켜라!”
장삼 입장에서 복장이 터질 수밖에 없는 반응.
‘이 멍청한 호랑 말코 도사 놈들아! 지키긴 누굴 지켜! 네놈들이 그러고도 강호 오대 도문(道門) 중 하나냐?! 네놈들이 달고 다니는 눈알이 아깝다!’
위지천이 고개를 저었다.
“도사님들께서 무언가 오해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저기 장삼 대협은 제 일행으로 마인이 아닙니다.”
“소형제의 일행이란 말이오? 혹시 저 마인 놈한테 협박당하고 있는 건 아니오?”
“하하, 아니에요. 장삼 대협은 남양에서 유명한 영웅이신걸요. 남양남패라고 하면 남양 남쪽 거리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예요.”
“남양남패… 무언가 거창한 별호이구려.”
“그만큼 대단한 영웅이시거든요. 흑도면서도 여러 선행을 베풀어 사람들의 칭송이 자자해요.”
“흐음. 알겠소. 우리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군. 다들 검을 거두어라!”
차앙!
위기를 넘겼지만, 장삼은 이건 이것대로 속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장삼이 아무리 항변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위지천이 몇 마디 하니 곧바로 수긍한 것이다.
하지만, 화산파 제자들도 훌러덩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청송은 물끄러미 소년을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현기가 가득하군. 본문에서도 저런 현기를 가진 제자는 찾기 힘든데.’
청송은 화산파 삼대 제자 중 대제자였다.
화산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기재로 화산소룡(華山小龍)이라는 과분한 별호까지 가지고 있다.
위지천을 본 순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도기(道器)야. 그것도 나 같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깊고 커다란.’
장삼이 들었으면 ‘눈알 빼라, 말코야!’라고 부르짖었을 평가였다.
‘무공을 익히긴 한 것 같은데, 기이하군.’
청송은 고개를 갸웃했다.
쌓은 내력은 미약해 보였다.
화산파의 한참 어린 사대 제자들보다도 못한 수준.
그런데, 기묘하게 자세가 안정적이었다.
마치 오랜 기간 수련해 무도(武道)가 몸에 밴 무인처럼.
“혹시 소형제는 사문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도 되겠소?”
“남양의 의문(醫門)인 의선의가의 셋째예요.”
“아, 그러면 의생인 거요?”
“네, 이번에 의견례를 치러 견습 의생이 되었어요. 무공은 가전 무공을 익혔어요. 의련 지부에 용무가 있어서 서안에 가는 중이었어요.”
의선의가.
낯선 이름이었다.
과거 천하제일의가였다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이니까.
원체 의업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터라 의원들 사이에서야 아직도 회자하고 있다고는 해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아니었다.
의업에 문외한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잊히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래도 저런 이가 제자로 있는 것 보니 훌륭한 의가인 것 같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저런 현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닌 터. 솔직한 마음으로 화산파로 입문을 권유하고 싶을 정도였다.
분명 의원으로서도 훌륭할 거다.
청송은 처음 보는 소형제에게 호감을 듬뿍 담아 말했다.
“서안으로 간다고 했소? 그러면 조심하는 게 좋소.”
“서안에 무슨 일이 있나요?”
“정체 모를 마두가 출몰했소. 힘없는 아녀자나 어린이들을 노려 목숨을 뺏는 끔찍한 살인귀요. 소형제도 목표가 될 수 있소.”
“저런. 어찌 그런 끔찍한 일이.”
“그 마두를 쫓다가 아까 사달이 일어난 거요. 근처에서 마기의 흔적을 발견해서. 장 대협이라고 했소? 아까 일은 미안하게 됐소.”
“…난… 괜…찮소.”
대화산파의 제자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괜찮지 않으면 어쩔 건가?
장삼은 이를 바득 갈며 미소를 지었다.
‘잠깐. 그런데 화산파 놈들은 어떻게 마기를 발견해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생각해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위지천, 저 끔찍한 악마 놈이 마기의 흔적을 남기는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장삼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혹시 저 악마 놈이 일부러 화산파 놈들을 꾄 건?’
정답이었다.
위지천은 속으로 휘파람을 부르고 있었다.
‘설마 화산파 놈들이 걸려들 줄은 몰랐는데. 월척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