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3)
의선명가 천재막내 4화(4/138)
제4화
위지천은 이전 삶을 떠올렸다.
복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물론 이전 삶의 일이고,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지만, 그가 저지른 죄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자신이 이제 와서 선인인 척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난 모두를 지키는 수라가 될 것이다. 내가 악마가 되어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
그 다짐과 함께.
파아앗!
위지천의 눈빛이 심후해졌다.
단번에 절정의 경지에 오르게 된 거다.
이어서 위지천은 곧바로 내공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원들도 의공을 펼치기 위해 기본적인 심법을 익혀 위지천의 몸에도 내공이 소량이나마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무인들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상관없었다.
혈선마공(血仙魔功).
가족들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기연을 통해 얻게 된 파혈진공(破血眞功)이란 마공을 천선신공과 결합해 익힌 마공이었다.
파혈진공 자체는 그저 흔한 절정의 마공 중 하나였지만, 천선신공과 하나가 되는 순간, 천하십대마공에 버금가는 개세의 절학이 되었다.
고오오.
위지천의 내공이 혈선마공의 인도하에 기맥을 활주했다.
‘이전과 혈선마공의 성질이 달라?’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혈선마공은 모태가 되는 파혈진공의 영향을 받아 강한 파괴의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모두를 지키겠다.’, 는 깨달음 때문일까?
성질이 미세하게 달랐다.
‘이건, ‘파(破)’가 아니라, ‘패(覇)’의 성질이다.’
단순히 적을 죽이고, 파괴하는 식으로는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모두를 지킬 방법은 하나.
어떤 누구도 그의 소중한 이들을 위협할 수 없게 강해지는 것.
즉, 패자(霸者)가 되어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두둑. 둑.
혈선마공이 막힌 기맥을 뚫기 시작했다.
‘패의 성질로 바뀌면서 혈선마공의 공능이 훨씬 강해졌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맥을 타통하는 과정이 원활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난 다음일까?
그의 모공에서 검은 땀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뚜둑, 뚝.
관절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마치 어긋났던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허물을 벗듯 피부가 벗겨졌고.
“!!”
위지천은 번뜩 눈을 떴다.
환골탈태를 이루게 된 거다!
‘벌써 환골탈태를 하게 되는 건 예상에 없었는데.’
더욱 빨리 강해질 수 있을 테니, 기쁜 일이었다.
‘지금 경지를 따지면… 대충 절정쯤인가?’
날듯 가벼운 몸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어? 이거 어떻게 치우지?”
노폐물과 탁기가 배출되어 오물을 뒤집어쓴 듯한 모습이었다.
몸이야 몰래 욕간에 가서 씻는다고 해도 옷은 어쩐단 말인가?
‘으, 하필 의생복을 입고 있어서 태워서 버릴 수도 없잖아. 환골탈태할 줄 알았으면 미리 갈아입는 건데.’
어쩔 수 없이 빨아야 할 것 같았다.
다행인 건 늦은 시간이라 다들 잠들어 있다는 점이다.
후다닥 욕간에 가서 몸을 씻은 후 의생복을 빨기 시작했다.
‘젠장, 왜 이리 안 지워져. 왜 하필 의생복은 하얀색이어서.’
천하 십대 악인(十惡).
삼재(三災) 중 일좌.
화경의 극에 이르러 현경에 반보 닿은 자.
이런 위명도 빨래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로지 근성으로 한 시진이 넘게 빡빡 빨래판과 씨름하고 있을 때였다.
상의를 간신히 빨고, 하의를 빨고 있을 때, 사달이 일어났다.
“아니, 이 시간에 누가 욕간에? 이건 또 무슨 냄새야? 웬 썩은 대변 냄새 같은 게?”
‘어?’
벌컥!
욕간의 문이 열렸고, 형, 위지강의 시선과 위지천의 시선이 마주쳤다.
“…….”
위지강의 눈동자가 가만히 위지천의 위아래를 훑었다.
그리고 빨래판에 놓인 하의에 고정되었다.
하필 의복의 엉덩이 부위.
아직 노폐물이 닦이지 않은 부분에.
“너, 설마….”
“아니, 오해입니다. 형님,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십시오.”
위지천은 다급히 변명하려 했지만, 생각해보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이전 삶에 익혔던 마공으로 환골탈태를 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위지천의 실수(?)를 확인한 위지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제는 하다 하다 똥까지 지린 거냐?!”
* * *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간밤에 위지천이 저지른 실수(?)는 의선의가 곳곳에 퍼지게 되었다.
결국, 위지강이 사과했다.
“미안하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인데, 형으로서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윽박지르기나 하다니.”
“…저 똥 싼 것 아닙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위지강이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위지천은 빠직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그래, 강아. 어제 일은 네가 잘못했다. 배변 활동은 사람이면 응당 있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거늘.”
“…저 똥 싼 것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버지.”
“그래, 천이, 네 말이 맞다.”
“풋!”
위지천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강호의 재앙이었던 내가 똥쟁이.
흉마는 똥쟁이.
흉마는 똥쟁이래요….
‘이런 것도 다 행복이겠지?’
암.
그가 가족들과 이런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걸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그러니, 다 행복… 망할.
‘아무리 그래도 똥쟁이는 아니잖아.’
위지천은 한숨을 팍 내쉬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이번 일을 빌미로 필요한 것이나 얻어 내야겠다.
“이번 일은 형님이 너무하셨습니다.”
“그래, 알고 있다. 미안하다.”
“대신, 제가 단약각(丹藥閣)에 출입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
모두가 흠칫했다.
“단약각에는 왜?”
‘내공 보충하게요.’
단기간에 내공을 쌓는 방법으로는 영약만 한 게 없었다.
물론, 가문에 보관 중인 영약을 복용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의가인지라 보관 중인 영약도 다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종류이지, 내공 축기에 도움이 되는 영약도 없었다.
‘직접 만들면 돼.’
조제법을 알고 있는 영약이 있었다.
대단한 영약은 아니다.
이삼 년 치 기운을 축기하게 해주는 정도? 영약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보신단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위지천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견례 공부 중 약 처방에 관해 이해 가지 않는 것이 있어서 직접 약제 제조를 실습해보고 싶습니다.”
“흐음. 정말이냐?”
“네, 그리고 어젯밤 소문을 잊게 하려면, 문하 제자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도 같고요.”
“…그래.”
평소라면 ‘네가 무슨 단약각?’이라면서 이리저리 어깃장을 놓았을 위지강이었지만, 지은 죄가 있는지라 조용히 침묵했다.
“그런데, 단약각은 내 담당이 아니다. 상아의 담당인데?”
단약각의 각주는 괴짜 누이 위지상아였다.
괴짜답게 상대가 누구라도 단약각에 들어오는 걸 쉽게 허락하지 않는 누이였지만.
“누님도 뒤에서 웃는 것 다 들었습니다.”
“…….”
그렇게 위지천은 단약각의 출입 자격을 얻었다.
* * *
위지천이 위지상아를 따라서 단약각으로 향한 이후.
“…….”
“…….”
위지선, 위지강 부자는 잠시 말없이 있었다.
그들은 위지천이 떠난 자리를 보았다.
“처음이구나. 천이가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나서서 먼저 저런 요구를 한 것은. 천덕꾸러기로만 여겼는데.”
위지천은 가족들 사이에서 아픈 손가락이었다.
늦둥이로 태어났는데, 하필 일찍 어머니를 잃어 어미의 사랑 없이 자란 탓이다.
그래서 위지선은 위지천의 어리광을 더욱 받아준 경향도 있었다.
건강하게만 자라면 만족한달까?
공부 좀 안 하고, 못나면 어떤가? 그래도 성격은 순하고 착하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런 변한 모습이라니?
물론, 고작 단약각에서 공부해 보겠다는 요청일 뿐이었지만, 부모 된 마음으로서 감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버지는 저놈을 믿습니까? 며칠 가지 않을 겁니다.”
“천이 방의 불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걱정되어 노심초사했던 주제에 말은 반대로 하는구나.”
“제가 언제!”
“아니면, 왜 그 늦은 시간에 욕간 앞을 지나갔다는 말이냐? 천이를 살피러 가던 것 아니냐?”
“윽.”
위지선의 말이 맞았다.
위지강은 우연히 욕간을 지나가던 게 아니었다. 막내를 살피러 가던 것이었다.
위지강은 인정하기 싫다는 듯 흥, 하였다.
“그래도 전 아직 믿지 못하겠습니다. 저놈이 정신을 차리다니. 금세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올 겁니다.”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지. 뭐, 그러면 어떠냐?”
“아버지?”
“내 아들이고, 네 동생이다. 그냥 지금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특하지 않으냐?”
“아버지께서 맨날 그렇게 과하게 감싸니 천이가 저러는 것 아닙니까?”
“너야말로 어제 천이의 실수를 떠들던 제자들에게 크게 역정을 낸 건 과했던 것 아니냐? 하여튼 솔직하지 못하긴.”
“…….”
위지선은 웃음을 지었다.
“환자들이 기다리겠다. 그만 가자. 날이 좋구나.”
위지강도 하늘을 보았다.
어제만 해도 날씨가 어두웠던 것 같은데, 화창하게 푸르고 맑았다.
앞으로 의선의가의 미래도 밝을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 * *
단약각에 간 위지천은 난관을 마주했다.
문제가 있었다.
“약 제조를 해보면 안 됩니까?”
“네가? 안 돼. 너는 내 옆에만. 딴 데 가면 안 돼.”
단약을 제조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의견례도 통과하지 못한 생초보에게 약 제조를 맡길 리가 없지.’
단약각에는 다른 의생도 있었는데, 정식 의원이 약을 제조하는 걸 참관할 뿐이었다.
가주의 아들이라고 월권을 부릴 수도 없다.
단약각의 다른 의원들은 혹시나 못난이 위지천이 무슨 사고를 칠까 도리어 더욱 눈에 불을 켜며 살피고 있었다.
‘어쩌지? 일단 영약으로 몇 년 치의 기운이라도 축기해야 그 뒤 과정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는데.’
그때, 위지상아가 말했다.
“이거, 탕약 제조하는 거 잘 봐.”
위지천은 위지상아가 들뜬 상태라는 걸 눈치챘다.
동생이 자신이 담당하는 단약각에 견학하러 온 게 아닌 척 기쁜 모양이었다.
천천히 보여주듯 약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 왜 저런 식으로 조제하는 거지?’
그는 다른 의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약학에 대한 지식도 일천했다.
영약 제조 비법을 알고 있는 것도 강호를 떠돌다가 우연히 주워들은 비방일 뿐, 무슨 탁월한 약학 지식이 있어서 알게 된 게 아니다.
대신, 그는 화경의 극에 올랐던 터라 자연의 음양오행과 인간의 정기신에 관한 이치는 어떤 의원보다 깊게 통찰하고 있었다.
의학과 상승의 무공은 결국, 대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고 있으니까.
그런 관점으로 봤을 때, 지금 위지상아가 제조한 방식은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면이 있었다.
‘더 지켜보자. 약학의 천재라고 불리는 상아 누님이니,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