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30)
의선명가 천재막내 31화(31/138)
제31화
천년고도 서안.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여러모로 유명한 도시였다.
섬서성의 가장 번화한 대도시였으며, 구파일방 중 화산파와 종남파가 주변에 자리한 도시이기도 했다. 그 외 많은 방파가 자리하고 있었다.
무림 문파뿐이 아니다.
서북(西北) 지역과 사천(四川)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수많은 상단이 번성하고 있었고, 물동량도 대단했다.
그런 도시이니만큼 서안에는 위세 높은 의가들이 여럿 존재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월의가(智月醫家)였다.
지월의가는 서안에서 최고로 꼽는 의가는 아니었다.
서안에는 무려 성(星)급 의가가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지월의가는 지(地)급 의가였다.
단, 지월의가는 성(星)급 의가조차 무시하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시진학(屍診學)’이었다.
대의가의 시대를 맞아 수많은 의가가 난립하게 되었고, 몇몇 의가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특성을 발전시키게 된다.
그중 하나가 시체를 진맥해 사인(死因)을 밝히는 시진학(屍診學)이었다.
서안은 커다란 대도시인 만큼 수많은 범죄가 일어났다.
지월의가는 시진학을 통해 희생자들의 사인을 밝히고 범인을 잡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서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포청이나 무림 문파가 늘 찾는 곳이 지월의가였다.
이번 ‘서안살귀’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지월의가의 대공자 지산이 서안살귀를 쫓는 무림인들에게 시진(屍診) 결과를 설명했다.
“서안살귀는 작은 체구에 기다란 목과 까마귀 부리 같은 입을 지닌 장경오훼(長頸烏喙)의 상을 지니고 있을 겁니다.”
“그런 것까지 알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희생자의 시체에는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 법. 우리 지월의가의 시진학을 통하면, 범인의 인상을 특정하는 것은 물론, 향후 행동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대단하구려!”
화산파 삼대의 대제자 청송이 감탄의 탄성을 내뱉자 지산은 으쓱한 얼굴을 했다.
‘이 정도는 나 소추혼(小追魂) 지산에게 간단하지.’
지산은 자부심이 대단한 젊은 의원이다.
지산은 자신의 의술 실력이 성(星)급 의가의 제자들에 비해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특히 시진 실력만큼은 중원 전체를 통틀어서도 또래 중 최고이리란 자신이 있었다.
‘의선의가의 대공자 위지강? 웃기지도 않지. 그런 동네 의가의 놈이랑 날 비교하다니.’
지산은 종종 의선의가의 위지강과 비교당했다.
의선의가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았고, 남양과 서안은 행정구역은 달라도 거리상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鄕)급 의가의 놈 따위와 비교당하는 게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언제 적 의선의가라고!
최근 빙학 사마소가 의선의가의 막내를 크게 인정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지산은 코웃음만 쳤다.
‘막내 따위는 내가 신경 쓸 가치도 없지. 빙학 사마소? 그딴 괴짜를 무슨 십봉이라고 높여 부르는 건지.’
지산은 빙학 사마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빙학 사마소에게 크게 혼쭐 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네놈이 그러고도 의원이냐? 기본도 안 된 녀석!
‘고집만 강해서 진짜 인재를 알아볼 줄 모르는 망할 괴짜. 그런 괴짜가 제대로 된 기준으로 판단했을 리가 없다.’
지산은 불쾌한 생각을 떨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다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 소추혼 지산이 쫓기 시작한 이상, 서안살귀는 독 안에 든 쥐의 신세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마가 낀 것일까?
자신만만한 선언과 다르게 서안살귀의 종적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며 지산은 초조해졌다.
서안살귀를 쫓는 무림인들도 초조한 건 마찬가지였다.
‘빨리 마두를 잡아야 하는데.’
화산의 대제자 청송은 곤란한 얼굴을 했다.
만약 범인을 잡지 못하면 화산의 얼굴에 먹칠하는 셈이다.
그때, 문득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 전 만난 현기가 가득한 소년의 얼굴.
궁금해 소문을 수소문해보니 과연 범상치 않은 소년이었다.
의견례에서 무려 빙학 사마소의 인정을 받은 천재!
“혹시 지산 의원께서는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란 의생을 아십니까?”
“…그건 왜 묻습니까?”
“의견례 장원을 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나다던데, 혹시나 범인을 쫓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말입니다.”
“…그 어린 의생이 말입니까?”
아차.
청송은 자신의 말이 지산의 자존심을 건드렸음을 눈치챘다.
“청송 도인께서는 무림의 고인이라 모르시겠지만, 의견례라고 다 같은 의견례가 아닙니다. 남양 의견례는 고작 향급 의가들이 모여서 치르는 의견례일 뿐입니다.”
의견례는 인근 의가들끼리 모여서 치른다.
단, 시간이 흐르며 명성 높은 의가들은 밑의 의가들과 같이 의견례를 치르는 것을 거절했다.
‘어디서 감히 너희 따위가 우리와 같은 자리에서?’란 심리였다.
얼마 전 남양 의견례에 지(地)급 의가의 제자들은 참여하지 않은 이유였다.
지급 의가의 제자들은 지급 의가의 제자들끼리 따로 모여서 의견례를 치렀고, 성급 의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정이니 어떤 규모의 의견례 합격자 출신이냐가 의원의 평가에 굉장히 중요했다.
“하남 의견례나 섬서 의견례 같은 지(地)급 의견례도 아닌, 고작 남양 의견례 같은 곳에서 장원했다고 자랑해도 우스울 따름이지요.”
“…그렇군요.”
청송은 더 뭐라고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지산 의원은 말만 번드르르해 신뢰가 가지 않는데.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건가?’
청송이 또 염려하는 게 있었다.
‘서안살귀의 뒤에 혈교가 있는 건?’
만약, 그렇다면 혈교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을 거다.
‘서안의 밤이 어둡구나.’
청송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떠오르는 위지천의 현기 가득한 맑은 눈동자.
왠지 그 소년이면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만 같았다.
근거는 없지만, 도인으로서의 직감이었다.
* * *
‘크아아악! 다들 눈이 삔 거냐?! 왜 아무도 저 악마의 실체를 눈치채지 못하는 거냐?!’
장삼이 또 머리를 쥐어뜯는 이유가 있었다.
“장주님을 뵈러 왔다고?”
“네, 선대의 인연으로 찾아뵈었어요. 서가장주님과 제 아버지가 서로 친형제 같은 사이였거든요.”
“그래, 알겠다. 들어와라. 장주님께 이야기 전할 테니, 다실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서가장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커다란 장원이었다.
서안 최고까지는 아니어도 열 손가락 안에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부호로 보였다.
그런 만큼 대문의 경비도 삼엄했는데, 위지천의 말 몇 마디에 훌러덩 넘어가 안으로 들여보내준 거다.
‘내가 서가장주를 만나겠다고 했으면, 다짜고짜 검부터 겨누었겠지. 젠장, 외모만 보는 더러운 세상.’
단, 여기엔 장삼의 오해가 있었다.
위지천이 순하고 착하게 생기긴 했지만, 단지 생긴 외모만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건 아니었다.
새롭게 익히기 시작한 활생심공(活生心功)의 공능이었다.
원래 익힌 심공에 따라 타인에게 주는 인상이 달라진다.
마공을 익힌 이는 타인에게 꺼림칙함과 두려움을, 패도적인 무공을 익힌 이는 위압감을 주는 것처럼, 정순한 심공을 익히면 눈에 현기가 돌게 된다.
사람들이 괜히 도가나 불가의 고수에게 존경을 표하는 게 아니다.
‘활생심공은 정순함만 따지면 소림이나 무림의 심공조차 능가하니까.’
그러니, 위지천에게 다들 훌러덩 속아(?) 넘어가는 거다.
보기만 해도 절로 무한한 신뢰가 간달까?
‘일 단계인 지금도 이 정도인데 활생심공이 이 단계, 삼 단계 이상으로 올라가면 어떨지 궁금하네. 전문적인 선동꾼이 되어도 되겠는데?’
나쁠 것 없었다.
이런 것도 다 무기가 될 테니.
농담이 아니라, 훗날 의선의가의 힘이 강해질수록 ‘정치력’도 중요해질 테니, 커다란 도움이 될 거다.
어쨌든, 덕분에 위지천은 어렵지 않게 서가장주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의선의가에서 왔다고?”
서가장주 서호는 비대한 몸집을 가진 중년인이었다.
눈빛이 형형한 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인물이었으면 서가장을 이렇게까지 키우진 못했을 테니까.’
횡령한 돈을 밑천으로 서가장의 부를 이렇게 불린 건 서호의 능력이었다.
즉, 서호는 탐욕과 능력을 동시에 갖춘 위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네, 의선의가의 위지천입니다. 서호 숙부를 뵙습니다.”
“숙부?”
“어릴 적 아버지의 친우로서 절 조카처럼 귀여워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숙부이시지요.”
“…….”
서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그랬던 과거가 있었다.
서호의 손으로 끝장난 과거이지만.
‘무슨 속셈으로 온 거지?’
인제 와서 과거의 빚을 받으러?
불가능하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아니면, 다른 꿍꿍이라도?
소년의 맑고 깊은 눈동자가 더욱 혼란을 가중하게 했다.
“흰소리는 집어치워라. 용건이 뭐지? 참고로, 과거의 돈을 받으러 온 거라면 헛걸음했다. 난 의선의가에 한 푼도 줄 용의가 없다.”
“돈을 받으러 온 건 아닙니다.”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실 돈이 목적이 맞지만, 어차피 절대 순순히 내놓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굳이 번거롭게 이런 만남을 가진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숙부께서는 과거 아버지를 정말 진심으로 친우로 생각하셨나요?”
“!!”
서호의 얼굴이 굳었다.
과거, 위지천이 어렸을 때.
의선의가 어른들 사이에 서호의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위지무는 술에 취할 때마다 불을 내뿜듯 화를 냈고, 그럴 때마다 위지선은 고개를 저으며 위지무를 말렸다.
-됐다. 그만 이야기해라. 다 내가 부덕했던 탓이다.
그렇게 말할 때마다 위지선은 씁쓸한 얼굴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믿었던 친우한테 배신당한 상처가 더 컸던 거다.
그래서 궁금했다.
서호도 아버지를 과연 친우로 생각했는지.
만약, 서호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어쩌면 위지천이 앞으로 할 행동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전혀. 그 등신 같은 벽창호를 친우로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세상 물정 모르니 지금껏 그러고 살지. 네놈도 험한 세상 살아가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는 게 좋을 거다.”
장삼은 숨을 흡 들이켜고 위지천의 얼굴을 살폈다.
위지천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아니, 웃음이 조금 더 짙어진 것 같기도 했다.
소름 끼치게.
“그렇군요. 장주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