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31)
의선명가 천재막내 32화(32/138)
제32화
‘숙부’에서 ‘장주’로 바뀐 호칭에 서호는 순간 움찔하였다.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던 거다.
괜한 꺼림칙함이라 여기고 고개를 저었다.
“객실을 내줄 테니, 머물다 가라.”
딱히 호의를 베푼 게 아니라, 먼 길 찾아온 손님에게 먹을 것과 잘 곳을 내주는 게 중원의 당연한 상식이었기에 예의상 그리 말한 것일 뿐이다.
서호는 위지천이 거절하고 떠날 것으로 여겼으나,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호의에 감사합니다. 그러면 염치 불고하고 며칠만 신세 지도록 하겠습니다.”
“흥! 알아서 해라.”
시비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향했다.
혹시나 허름한 방을 주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멀쩡하고 제대로 된 호화로운 객실이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다 죽일 겁니까?”
‘저 악마를 분노하게 했으니, 모두 다 죽은 목숨이다!’
장삼은 앞으로 다가올 혈겁에 침을 꿀꺽 삼켰지만.
“뭔 소리야? 누굴 죽이길 뭘 죽여?”
“…안 죽인다고요?”
“넌 날 도대체 뭐로 생각하는 거냐? 내가 너 같은 흑도 무뢰배인지 알아? 기분 나쁘고 화난다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진 않아.”
장삼은 ‘흑도보다 더 무시무시한 마인이면서.’란 이야기가 목구멍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어쨌든 위지천이 한 이야기는 진심이었다.
솔직히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거두지는 않을 거다. 자신이 그런다고 아버지가 기뻐하지도 않을 테고.
무엇보다.
“저놈. 아버지한테 미안해하고 있었어.”
“…무슨 말입니까?”
“저놈도 찔리니까 그런 식으로 말한 거야.”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이었다.
위지천의 물음이 급소를 찔렀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웃으신 겁니까?”
“뭘?”
“당장 토막 살인이라도 저지르실 것처럼 웃지 않으셨습니까?”
“장삼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제가 편하죠? 그냥 말도 편하게 놓으실래요?”
“죄송합니다!! 이 장가 놈, 또 주제를 잊었습니다!”
남양 남로의 절대적인 폭군 남양남패(南陽南覇) 장삼.
오늘도 살기 위해 비굴해졌다.
괜찮다.
그는 강자에게 굽힐 줄 아는 지혜로운 흑도인이었으니까!
“그냥 더 털어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아….”
“화가 안 난 건 아니거든.”
원래 위지천은 더도 덜도 말고 놈이 횡령한 금액에다가 이자만 합리적으로 계산해서 뜯어가려고 했다.
이자는 오 할로 계산하면 너무 심하니, 양심적으로 십 년 복리 사 할로 쳐서.
“합리적이긴 한데, 조금 부족한 감이 있잖아. 정신적 위자료도 받아야지.”
‘십 년 복리 사 할이면 원금의 서른 배인데 거기서 더 뜯겠다고?’
참고로 서호가 횡령한 금액의 서른 배면, 이번에 의선의가가 새로 장원을 구하며 받은 대출금을 다 갚고도 넉넉하게 남을 금액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원래 위지천의 계획은 대충 이러했다.
위지천이 서안살귀로 위장해 음혼마공으로 서호에게 내상을 입힌다.
아무도 치료하지 못하고 있을 때 위지천이 혜성처럼 나타나 치료 후 거액의 치료비를 요구하는 거다.
다만, 지나치게 과도한 치료비를 서가장에서 받아들일지 의문이었다.
“치료 과정에서 싸구려 약재를 귀한 대환단급의 영약으로 사기 쳐서 치료비를 덮어씌우려고 한 것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귀한 영약이어도 바가지 씌우기에 한계가 있을 텐데?”
“혈교를 이용할 거야.”
“네?”
여기서 혈교가 왜 나온단 말인가?
“혈교 놈들은 이곳 서안에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어. 혈교의 대부분 행사가 그렇듯 아마 밝히기 어려울 거야. 그 말은 뭐겠어?”
“??”
“우리가 서안살귀가 아닌, 혈교를 사칭해도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거야.”
“!!”
장삼은 눈을 크게 떴다.
‘이 미친놈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라는 듯한 반응.
“…혈교를 사칭해서… 어쩌려는 겁니까?”
“이곳 서가장의 인물 한 명에게 혈교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덮어씌워야지.”
“…누구한테?”
“글쎄?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지?”
위지천은 후보의 조건을 하나하나 말했다.
“서가장주와 가까운 관계이면서 평소 행실과 평판이 좋지 않은 인물. 서가장주가 잘못되었을 때 크게 이득을 볼 인물. 그런 인물에게 혈교와 내통했다고 누명을 덮어씌울 거야.”
“…덮어씌워서?”
“진실을 밝혀주는 대가로 추가 보상금을 요구해야지.”
사실 미리 후보로 생각해놓은 인물이 있긴 했다.
서가장주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장 의심받을 인물.
평소 못된 짓을 많이 해 누명을 씌워도 별로 양심에 거리끼지도 않을 인물.
“누구를 호구로 삼을 거냐면….”
그때, 객실의 문이 확 열렸다.
“여기가 위지천이란 놈이 머무는 객실이냐?! 딸꾹, 감히 이 서금 님에게 인사도 오지 않아?! 당장 일어나서 이 서금 님에게 예의를 갖추어라!”
거친 말투.
불콰하게 퍼지는 술 냄새.
서가장주 서호와 비슷한 외모에 비대한 몸집의 청년.
“누구신가요?”
“나?! 날 몰라봐?! 난 서가장의 장자 서금이다! 이 건방진 놈이?! 당장 예의를 갖추라니까!”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인물이었다.
온갖 곳에 패악을 끼치고 다닌다는 서가장의 내놓은 망나니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딱 이용해먹기 좋은 호구야.’
-저놈을 호구로 삼아 뜯어내려고.
위지천이 서금을 바라보며 소리는 들리지 않게 입 모양으로 말했고, 장삼은 서금을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딸꾹??”
그런 둘의 반응에 서금은 술에 취해 얼떨떨하게 고개만 갸웃했다.
* * *
늦은 밤.
달조차 구름에 가려 사위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위지천은 야행복을 입고 서가장의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다.
원래 야행복이 사람들의 시선을 더 끄는 법이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일부러 기척을 드러낼 생각이니까.
“준비됐지?”
“…네.”
함께 야행복을 입은 장삼이 응가 씹은 표정으로 답했다.
‘젠장, 내가 하다 하다 살수 흉내까지 내야 한다니!’
그냥 살수 흉내도 아니었다.
아까 만났던 서가장의 장자 서금의 처소 앞에서 수상쩍은 행동을 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역할이었다.
서금에게 누명을 덮어씌우게.
“이런다고 사람들이 속겠습니까?”
“속아줄 거야. 이곳 서가장에는 장자 서금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동생이 있으니까. 얼씨구나 하겠지.”
서가장에는 서금의 동생이 있다.
서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뛰어난.
서금을 몰아내려고 호시탐탐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다.
‘실제 훗날 이곳 서가장의 장주가 되는 건 동생이야.’
동생 쪽도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서가장의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생 쪽도 썩을 놈이었지.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성도 뛰어난 건 아니니까.’
아버지는 횡령범.
장자는 망나니, 동생은 썩을 놈.
못된 놈들만 모아놓은 환장의 콩가루 집안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자.”
“…네.”
그런데 위지천이 멈칫했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왜 그러십니까?”
“장주의 처소를 지키는 경비 무사의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데?”
서가장은 무림 문파가 아니라, 평범한 상계의 가문일 뿐이었다.
그러니, 고수가 드문 게 당연하지만,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무공을 아예 익히지 않은 일반 장정이잖아. 서가장 정도면 보통 이류 수준이라도 무림인을 경비 무사로 쓰기 마련 아닌가?’
“아, 그건 아까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가장의 망나니가 경비 무사들에게 행패를 부려서 단체로 그만두었다고 하더군요.”
“그래?”
“네, 그래서 지금 새롭게 경비 무사를 모집 중이랍니다.”
위지천은 혀를 찼다.
이런 상황이면 따로 수작을 부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망나니 서금이 배후로 지목될 거다.
일이 쉬워진 셈.
그런데 왜일까?
위지천은 석연찮음을 느꼈다.
‘아무리 행패를 부린다고 해도 경비 무사들이 한 번에 그만두나?’
찝찝함은 처소에 가까워진 순간 증폭되었다.
경비를 서던 이가 잠들어 있었다.
깊은 밤, 경비가 깜빡 조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수혈(睡穴)이 짚여 있었다.
“!!”
무언가 예상치 못한 사달이 일어났다!
위지천은 서호의 침소 안으로 들어갔고, 침음을 삼켰다.
‘망할.’
서호는 죽어 있었다.
그것도 음혼마공에 당해.
위지천이 하려고 했던 것처럼.
* * *
서가장이 발칵 뒤집혔다!
“장주님!!”
“누가 장주님을?!”
“마공이야!! 마공에 당했어!!”
서호는 손발이 비틀린 채 끔찍한 몰골로 죽어 있었다.
그 참혹한 모습에 사람들은 금방 용의자를 떠올릴 수 있었다.
“서안살귀야! 서안살귀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모습과 똑같아!”
“서안살귀가 어째서 장주님을?!”
위지천은 그 소란을 보며 혀를 찼다.
‘설마 혈교의 목표가 이곳 서가장이었을 줄이야.’
진짜 서안살귀는 위지천의 손에 죽었으니, 음혼마공을 펼칠 수 있는 이는 하나였다.
바로 서안살귀에게 마공을 전수한 뒷배인 혈교.
즉, 서호를 죽인 건 혈교의 짓이었다.
‘이곳 서가장에 혈교와 손을 잡은 이가 있어.’
짐작되는 인물이 있었다.
그때, 높은 목소리가 울렸다.
“잠깐, 모두 조용히 해주십시오!”
사람들이 우뚝 멈추었다.
작고한 서호와 비슷하지만, 훨씬 잘생긴 청년이었다.
“둘째 공자님.”
둘째 공자, 서은.
그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소란을 피울 때가 아닙니다. 아버지를 시해한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야 합니다. 서안살귀가 이유 없이 아버지를 해치지 않았을 터, 분명 서안살귀를 사주한 이가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망나니 장자 서금을 향해서였다.
“아, 아니, 난?! 너희들 그게 무슨 시선이냐?! 모두 경을 치고 싶은 거냐?!”
사람들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장주님이 돌아가시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게 서금 대공자야. 장주님은 둘째 서은 공자님을 총애하셨으니까.’
‘하필 경비 무사들에게 행패를 부려 내쫓은 것도 이상해.’
서은이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진상이 확실히 밝혀지기 전까지 함부로 의심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진상을 밝힐 분들을 초빙했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서가장에 일단의 무리가 방문했다.
화산파와 지월의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