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32)
의선명가 천재막내 33화(33/138)
제33화
방문한 이는 총 다섯 명이었다.
화산파의 제자 네 명과 지월의가의 대공자.
이전에 봤던 대제자 청송이 화산파의 제자들을 이끌고 있었다.
청송은 위지천을 보고 살짝 놀란 눈을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따로 알은척을 하지는 않았다.
“화산파와 지월의가의 귀인들께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량수불. 화산파의 삼대 제자 청송입니다. 고인의 넋을 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친의 한은 이 지월의가의 지산이 풀어드릴 테니.”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서안은 화산의 영역.
청송이 누군지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월의가도 마찬가지였다.
지월의가가 서안에서 최고의 의가인 건 아니지만, 지월의가의 시진학(屍診學)이 뛰어남은 다 알고 있었다.
서안은 대도시이니만큼 온갖 범죄가 일어났고, 포청에서 범인을 잡을 때 지월의가의 도움을 받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지산은 사련의가(邪聯醫家)에 유학까지 했던 몸이니, 범인을 잡는 건 여반장입니다.”
자신만만한 음성.
참고로, 천(天)급 의가들은 저마다 독보적인 분야가 하나씩 있었다.
양생(養生)의 백선의가!
해독(解毒)의 사천당가!
외상(外傷)의 천봉의가!
심마(心魔)의 마종의가!
사련의가는 시진학이었다.
천(天)급 의가들이 이런 분야에 강점을 가지게 된 건, 각자의 환경 때문이었다.
백선의가는 부자들을 가장 많이 진료하다 보니 양생에 강해졌고,
강호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사건 때문에 가장 많은 실전을 겪는 무림맹의 천봉의가는 외상에,
툭하면 헤까닥 돌아버리는 마인들을 진료해야 하는 마종의가는 심마 치료에 특화하게 된 거다.
‘마교가 혈교에 비해 그나마 멀쩡한 집단인 건, 마종의가의 의원들이 마교 마인들의 심마를 치료해 주어서란 이야기도 있으니까.’
이곳 강호에서 가장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 곳은 흑도의 무리가 모인 사도맹.
따라서 사련의가는 범인을 쫓는 시진학에 당대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그런데 사련의가의 미친놈들이 저런 허당을 제자로 받아주진 않았을 것 같은데?’
위지천은 사련의가를 잘 알았다.
일전 잠깐 말했듯, 한때 사도맹에 몸을 담았었기 때문이다.
사련의가의 의원들은 음.
미친 뱀 같은 놈들이다.
의원에게 뱀이라니? 하지만 사실이었다.
사련의가의 의원들은 시진학은 물론 고문술에도 달인이었다. 위지천이 종종 애용하는 분골착근도 사련의가의 의원에게 배운 거다.
‘시진학도 이리저리 주워듣긴 했지만, 내 의학 지식이 일천해서 별로 얻은 건 없지. 지금 다시 들으면 크게 도움이 될 텐데.’
어쨌든, 그게 지금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일단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자.’
위지천은 서호를 죽인 배후가 둘째인 서은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위지천이 겪은 이전 삶에서 서가장의 장주가 되는 건 서은이었다.
현 장주였던 서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른다. 이 시기쯤 위지천은 어려 남양을 벗어나지 않았고, 서호의 죽음은 남양까지 소문이 퍼질 일은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소문이 퍼졌어도 못 들은 것일 수도 있고.
위지천이 아는 건, 훗날 십 년 뒤쯤의 서가장의 모습이다.
서가장은 지금 같은 평범한 부호가 아니었다.
온갖 범죄에 손을 대고 있었다.
‘아쉬울 게 없는 서가장이 왜 그런 범죄에 연루되었는지 이상했는데, 서은이 혈교의 끄나풀이었다면 설명이 돼.’
진짜 범인인 서은이 도리어 화산파와 지월의가를 초청했다?
장남인 서금에게 완벽한 누명을 씌울 준비를 해놨다는 의미다.
“그러면, 시진을 시작하겠습니다.”
“죄송한데, 저도 참관해도 되겠습니까?”
“너는?”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네가 위지천이라고? 남양 의견례에서 장원해 백종장원상을 수상한?”
“네, 그렇습니다.”
지산이 눈썹을 꿈틀했다.
그는 품평하듯 위지천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웃음을 지었다.
‘제법 눈빛에 현기가 도는 게 똘똘해 보이긴 하는군. 그래봤자 다 몰락한 의가의 제자일 뿐이다.’
“의가의 후배였군. 여기 서가장에는 무슨 볼일이지?”
“의선의가와 서가장은 과거부터 깊은 연이 있던 터라 서안에 백종장원상 수상으로 온 김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서호 장주님은 제가 백부처럼 여기던 분이니 시진 참관을 허락해 주십시오.”
지산은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좋은 기회라고 여긴 거다.
주제를 알게 해줄.
‘빙학 사마소, 그 괴짜의 눈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날 혹평하고는 저런 촌놈을 인정하다니.’
이윽고 시진이 시작되었다.
“직접 사인은 혈맥으로 침입한 마기입니다. 음유한 계통의 마기가 혈맥을 찢고 오장 중 간에 막대한 울혈을 일으켰습니다. 서안살귀에게 살해된 다른 희생자와 동일한 소견입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추가적인 단서를 얻어야만 했다.
범인과 배후를 특정할 만한.
지산은 무언가 실마리를 얻었는지 눈빛을 빛냈다.
하지만, 바로 그 내용을 꺼내지 않고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위지천 후배. 시진학에 대해 아는가?”
“조예가 깊지는 않습니다.”
“그래, 이제 고작 의견례를 통과한 견습 의생이니 시진학에 대해 잘 모르겠지. 의선의가 같은 곳에서 시진학을 잘 알 리도 없고.”
완전히 깔보는 음성.
“시진학은 단순히 시체를 살피는 게 아닌, 시체와 대화를 나누는 의술이라고 한다.”
‘사련의가 놈들은 시진학을 시체를 다시 죽이는 의술이라고 하던데.’
위지천은 별다른 대꾸 없이 가만히 있었고, 지산은 스스로에게 고취되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죽은 이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대화를 나누어야 하겠나? 바로 죽은 이의 입장에서 처했던 상황을 살피는 거다. 서은 공자, 서호 장주님은 보통 몇 시에 침소에 들었습니까?”
“아버지께서 잠자리에 드는 건 보통 자시(子時, 저녁 11시~새벽 1시) 초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시체가 굳은 강도를 볼 때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해시(亥時, 저녁 9시~11시). 즉, 아직 잠이 들기 전이었는데, 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을까? 위지천 후배, 짐작되나?”
위지천은 계속 잠자코 있었다.
뭐라고 떠들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 서호 장주는 외의원 출신으로 나름의 무공을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혀 저항도 못 했다는 게. 하다못해 비명이라도 질러 도움이라도 요청할 수 있었을 텐데.”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겁니까?”
서은이 물었다.
“네, 마공 말고 다른 흔적이 있습니다. 독에 당한 흔적입니다. 서호 장주는 사건이 일어날 당시 수면 독에 당한 상태였습니다.”
“!!”
장내가 웅성거렸다.
“수면 독이라니?”
“오면산(晤面産)을 썼군요. 오면산에 당하면 몇 시진 동안 귀 앞 화료(禾髎)에 특징적인 자국이 남습니다. 남은 향취의 양을 봤을 때 대략 술시(戌時, 저녁 7시~9시)경에 오면산에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그때 의심되는 인물이 있습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한 곳으로 쏠렸다.
서금이었다.
“그 시간이면, 분명 서금 대공자가 장주님과 면담을 하시던 때인데?”
“어제 술시에 서금 대공자 말고 장주님과 접촉한 사람은 없어.”
모든 정황이 서금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위지천은 속으로 혀를 찼다.
‘뻔한 역시진계(逆屍診計)잖아. 저런 단순한 수작에 속는다고?’
역시진계.
의원이 시진할 것을 예상해 도리어 함정을 파놓는 것을 뜻한다.
-위가 놈아. 시진할 때는 반드시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한다.
-난 위가가 아니라, 위지가다. 사가야.
-나도 사가가 아니라, 사공가다. 어쨌든 시진할 때는 절대 하나의 단서에 매몰되면 안 돼. 그러면 범인이 아니라, 생사람을 잡게 된다.
얼핏 스쳐가는 기억.
친우…라고 하기는 그렇고, 사도맹에 잠깐 머물 시 그럭저럭 위지천을 챙겨주던 놈이다.
‘지금쯤 사련의가에서 평의원으로 한창 고생하고 있겠군. 결국, 가주까지 되는 놈이니.’
위지천은 고개를 저어 기억을 떨쳤다.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서금 대공자를 조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 무슨?! 아니야!! 난 절대 아니야!!”
“청송 도장, 부탁합니다.”
그때, 위지천이 나섰다.
“기다려 주세요. 서금 대공자를 압송하기 전, 서금 대공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도 괜찮을까요?”
“서금 대공자는 유력한 용의자다.”
“용의자일 뿐 아직 범인으로 확정된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가 이러는 건 사건 해결을 위해서예요.”
“무슨 말이지?”
“서금 대공자에게 따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하지 못할 이야기니,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하!”
“그러지 말고 잠깐 시간을 주는 게 어떻겠소?”
“청송 도장?”
“저 소의원의 말대로 따로 이야기를 못 나눌 건 없지 않소? 혹시 뜻밖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말이오.”
청송이 위지천을 두둔한 건 이유가 있었다.
‘뭔가 이상해. 이렇게 쉽게 범인이 잡힌다고?’
지금껏 서안살귀를 쫓으며 얼마나 허탕을 많이 쳤던가?
석연치 않았다.
혹시나 위지천이 그들이 놓치고 있는 걸 잡아낼지도 몰랐다.
“감사해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서금 형, 이리로 오세요.”
“어? 어?”
탁.
바깥에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빈방에 들어간 후 서금은 버럭 화를 냈다.
“너, 넌 뭐야?!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난 범인이…!”
짝!
서금이 멍한 얼굴을 했다.
위지천이 따귀를 날린 거다.
“닥치고 정신 차려. 이대로 죽고 싶어?”
“너? 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넌 이제 곧 무림맹 지부로 끌려가 온갖 고문을 받다가 죽게 될 거야.”
엄포가 아니었기에 서금의 얼굴이 공포로 질렸다.
“살고 싶어?”
“뭐, 뭐?”
“살고 싶냐고. 시간 없으니 빨리 대답해.”
서금은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도와줄게.”
“네, 네가 왜?”
‘널 도와야 돈 뜯어낼 수 있으니까.’라고 말하는 대신 위지천은 다른 이유를 꺼냈다.
“과거 인연 때문이야.”
“…인연?”
“우리 원래 친했잖아. 안 그래, 서금 형?”
“…….”
그래.
사실 위지천과 서금은 과거 인연이 있었다.
서금은 서호가 의선의가를 배신하기 전에 낳은 아들이다. 어린 시절 위지천과 함께 어울려 보낸 시기가 있었다.
어제 서금이 위지천의 방에 술에 취해 들이닥쳤던 것도 단순한 망나니의 행패가 아니라, 이전의 인연을 기억하고 찾아온 거다.
“살고 싶으면 이것 먼저 먹어.”
“이, 이건?”
“독약이야.”
“…독약?”
옆에서 장삼이 ‘또 악마 짓 시작했군. 쯧쯧.’ 하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