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33)
의선명가 천재막내 34화(34/138)
제34화
“네가 범인이 아니란 걸 주장하려면, 독약 정도는 먹어야지.”
“무, 무슨?”
“생각을 해봐. 왜 사람들이 널 제일 의심하고 있을까?”
“내 행실이 나빠서?”
“서가장주가 잘못되었을 시 가장 이득을 볼 사람이 너이기 때문이야. 이대로라면 너는 조만간 서가장에서 쫓겨날 신세였으니까.”
“그, 그런….”
“하지만, 네가 독약을 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져. 사람들이 보기에 누군가 너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독살하려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서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그래도 독약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거다.
“지금 당장 독성이 올라오는 종류는 아니야. 늦지 않게 해독약을 복용하면 되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그, 그래도.”
“싫으면 그냥 무림맹 뇌옥에 끌려가 칠 주야 내내 고문당하다가 시체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죽든지.”
결국, 서금은 눈을 질끈 삼키고 독을 삼켰다.
“머, 먹었다. 그러면 이제 날 살려줘!”
“빈손으로?”
“뭐, 뭐?”
“예전에 친했던 건 친했던 거고. 고뿔을 치료받을 때도 돈을 내는 법인데, 공짜로 도움 받으려고 했어?”
서금은 황당함에 입을 뻐금거렸고, 장삼은 저 악마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서금을 향해 측은한 시선을 보냈다.
“서가장의 재산 절반.”
“…뭐?”
“내 도움을 받고 싶으면 서가장의 재산 절반을 의선의가에 기부하라고.”
“무, 무슨?!”
“싫으면 관두고. 난 아쉬울 것 없으니. 혹시나 천운이 따라 누명을 벗어 살아나도 방금 먹은 독은 해독할 수 없을걸? 특별한 비전으로 만든 거라.”
누가 그랬나?
협상을 잘하려면 상대보다 갑의 입장에서 하면 된다고.
그런 면에서 상대에게 독을 먹인 상태에서 하는 협상이야말로 최고의 협상인 법이었다.
“저, 절반은 안 돼. 빚 갚아야 한단 말이야!”
“빚?”
“…도박 빚이 많아서. 서가장의 재산을 물려받으면 갚아야 해.”
“빚이 얼마나 되길래?”
서금이 도박장에 진 빚의 액수를 들은 위지천의 눈이 짜게 식었다.
이 망나니 놈.
서가장의 기둥을 뽑고도 아예 지붕까지 폭삭 주저앉힐 액수의 빚을 지고 있었다.
“대, 대신 최대한 성의를 표할게. 제발 살려줘!”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적인 액수를 정하지 않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다.
독을 먹인 이상 언제 어떻게 협상해도 위지천이 갑의 입장이 될 테니.
‘쯧쯧, 저 악마의 마수에 당한 희생자가 한 명 더 생겼구나. 불쌍하군.’
장삼은 자신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다가 아차, 했다.
동료가 생겼다는 생각에 표정 관리가 안 된 거다.
“이, 이제 어떻게 하면?”
“넌 표정 관리만 하면 돼.”
“그,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
“괜찮아.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되니. 나가자.”
대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일다경?
지산이 띠껍게 말했다.
“수사에 무슨 도움이 되는 대화를 했는지 궁금하군.”
“다행히도 큰 단서를 얻었습니다.”
“무슨 단서?”
“결론부터 말하면, 서금 형은 범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피해자입니다.”
“뭐?”
“지산 의원께서 서금 형의 맥을 직접 진맥해 보십시오. 그러면 제 말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지산이 인상을 찌푸리고 서금의 손목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이건?”
“제 말이 맞지요? 서금 형은 지금 중독된 상태입니다.”
장내가 다시 웅성거렸다.
“서금 대공자도 중독되었다고? 왜?”
“어떻게 된 거지?”
예상치 못한 국면에 지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위지천이 말을 이었다.
“서금 형이 당한 독은 지금 당장은 큰 해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되는 성질입니다. 아마 흉수는 서금 형에게 죄를 덮어씌운 후 제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모두 위지천이 꾸민 사기극이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었다.
“추가로 제가 생각한 바를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말해라.”
“지산 의원께서는 시진학(屍診學)이 죽은 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 하였지만, 저는 의견이 다릅니다. 시진학은 죽은 이를 다시 한번 죽이는 의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은 이를 다시 죽이는.
그 해괴한 이야기에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위가야. 시진을 할 때는 네가 직접 범인이 되어 희생자를 죽여 보겠다는 관점으로 해야 하는 법이다.
“범인을 잡으려면, 범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어떤 방법으로 희생자를 해쳤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런 관점으로 시체에 새겨진 흔적을 해석해야 합니다.”
위지천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이전 삶, 천하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이 중 하나이니까.
“범인은 왜 오면산(晤面産)을 썼을까요? 서호 장주가 잠들길 바랐던 거면, 차라리 더 늦은 시간에 거사를 치르는 게 나았을 텐데요.”
“…….”
장내가 고요해졌다.
위지천의 말뜻을 알아들은 거다.
“제가 추가로 서호 장주님을 시진해봐도 될까요, 서금 형?”
“어? 어?”
“서금 형이 장자 아닙니까? 서금 형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그, 그래! 허락하겠다! 지금 당장 시진하도록!”
위지천은 서호의 앞에 섰다.
서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죽었다는 뜻.
위지천은 ‘흉수’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범인은 왜 서호에게 이런 고통을 주었을까?
미친 마인이라서?
하지만, 이건 단순한 쾌락 살인이 아니다. 명백한 목적이 있는 범죄였다.
‘이렇게 고통을 주며 살해하는 건 범인에게도 위험 부담이 있었을 텐데?’
혈도를 짚었다고 해도, 마기가 혈을 들쑤시면 점혈이 풀리기 십상이다. 서호가 비명을 지르면 밖의 식솔들이 몰려올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면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서호를 고통스럽게 죽이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지.’
하나 더.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에 기가 뭉쳐 있어. 죽으면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는 뜻이야.’
위지천은 자신이 알아낸 바를 설명하였다.
범인은 서호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자다.
서호는 범인을 향해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즉, 범인은 서호 장주님과 아주 가까웠던 관계였을 겁니다. 남모르는 원한을 품고 있었겠죠.”
사람들의 반응은 갈렸다.
화산파의 청송은 감탄의 눈빛을 보냈다.
‘역시. 대단하군.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
지산은 팍 인상을 찌푸렸다.
자존심이 상한 거다.
“그래서? 그런 내용만으로 범인을 어떻게 확정한다는 말이냐?”
틀리지 않은 지적이다.
결정적인 단서가 필요했다.
‘서은이 범인이면 왜 서호를 죽였을까? 쫓겨날 위기의 서금이면 모를까, 장래가 탄탄한 서은은 딱히 아버지를 죽일 이유가 없었을 텐데.’
위지천은 다시 서호의 시신을 살폈다.
또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눈썹 주변의 찬죽(攢竹), 정명(睛明)이 붉어져 있었다.
무언가에 저항하며 버티고 참을 때 저런 흔적이 남는다.
과거 고문당하다 죽은 이들에게 저런 흔적이 남는 것을 많이 봤다.
‘서은은 서호 장주를 죽이기 전 고문까지 했어. 왜? 무엇을 위해? 단순히 죽이는 것 말고도 다른 목적이 있었나?’
서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았다.
만약, 사실은 서은의 장래가 탄탄한 게 아니었다면?
서호가 밖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장자인 서금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고 있었다면?
그랬다면 모든 게 설명되었다.
아버지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것도.
그렇다면 고문은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답이 떠올랐다.
“유서.”
“뭐?”
“유사시를 대비해 남겨놓은 게 있을 텐데, 서호 장주님의 유서는 평소 어디에 보관되어 있죠?”
“그건 침소 안쪽 인장을 보관하는 금고에 있습니다.”
서가장은 상가(商家)다.
가주가 갑작스럽게 변고를 당할 시, 상속 분쟁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미리 유서를 남겨놓는 경우가 많다.
“열쇠는요?”
“장주님과 총관인 제가 각자 한 벌씩 보관하고 있습니다.”
“유서는 확인해 보셨나요?”
“아직입니다. 보통 장례가 끝난 다음 확인하는 게 절차라서.”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유서를 확인하는 건, 부모에 대한 예를 다하지 않은 불효로 여겨졌다.
“한번 확인해 주십시오. 내용은 확인할 필요 없이, 유서가 제자리에 잘 있는지만.”
“알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총관의 안색이 하얘졌다.
“없습니다. 분명 금고 안에 있어야 하는데?”
“인장은 어떻습니까?”
“인장은 금고 안에 그대로 있습니다.”
“혹시 지난밤에 인장을 사용한 흔적이 있습니까?”
“그건….”
총관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인주가 아직 완전히 굳지 않았습니다. 굳은 정도를 봤을 때, 어젯밤, 최소 축시(丑時, 오전 1~3시) 이후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다시 술렁였다.
서호 장주가 사망한 이후의 시점이다.
거기에 사라진 유서.
위지천이 모든 전말을 설명하였다.
“범인은 서호 장주를 고문해 금고 열쇠를 손에 넣어 기존의 유서를 폐기 후 새로운 위조 유서를 작성한 것 같군요. 위조 유서는 아직 직인(職印)이 마르기 이전이라, 금고에 넣지 못하고 따로 보관 중인 것 같습니다. 직인이 마르기 전, 밀폐된 금고 안에 넣으면 직인이 변질될 수 있으니까요. 아마 오늘 낮쯤 직인이 마르면 기회를 봐서 금고에 넣어놓을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범인은 손쉽게 이곳 처소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일 테니까요.”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위지천의 설명을 들으니, 한 명의 인물이 떠올랐던 거다.
위지천은 시선을 돌렸다.
이제 완전히 파랗게 변한 서은을 향해서였다.
“제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은 공자?”
“그, 그걸 왜 나한테 묻나?”
“제 이야기가 사실이면 용의자는 유서의 대상인 두 분 공자 중 하나일 테니까요.”
“하, 그래서 날 의심한다는 거냐?”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저 용의자로서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일 뿐이니까요. 아까 서금 대공자에게 그랬듯이요.”
“!!”
서은은 이를 악물었다.
차분했던 인상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청송 도장, 두 공자분의 거처 조사 부탁해도 될까요? 아마 제 이야기가 사실이면 직인이 마르지 않은 위조 유서가 숨겨져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 조사해 보겠소.”
청송은 위지천에게 거듭 감탄의 시선을 보냈다.
위지천이 아니었다면, 전혀 짐작도 못 할 뻔했다.
시간이 지난 다음 유서를 확인했으면, 그때쯤에는 이미 위조 유서가 금고 안에 들어가 있었을 거다.
‘만약, 저 소의원이 아니었다면, 난 생사람을 잡을 뻔했구나.’
청송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위지천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큭큭. 다 된 밥에 어린놈이 재를 뿌리는구나.”
섬뜩한 음성.
그와 동시에
파앗!
피가 튀었다.
“마기?!”
“혈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