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34)
의선명가 천재막내 35화(35/138)
제35화
마인들에게는 두 총본산이 있다.
천마신교와 혈교였다.
마교나 혈교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아니었다.
두 집단은 완전히 달랐다.
추종 이념이나 성격, 사용하는 마공의 성질까지.
천마신교의 마공은 강자존의 패(覇)를 추구한다.
공포와 위압감, 절망.
마교의 마공에서 느껴지는 성질이다.
혈교의 마공은 달랐다.
사이(邪異)함.
혈교의 마공이 지닌 공통적인 성질이다.
서은의 몸에서 사이한 핏빛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은 공자?! 이게 무슨 짓이오?! 혈교의 마공을 익히다니?!”
“큭큭, 닥쳐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버지는 날 봐주지 않았다. 진심으로 아끼던 건 망나니 같은 형이고, 난 그저 형을 보필할 장기 말로 여겼을 뿐이다. 난 아버지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주었을 뿐이다.”
청송의 얼굴이 굳었다.
“아무리 서운한 점이 있었다고 해도 천륜을 저버리다니? 하늘이 그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누가 말코 아니랄까 봐 헛소리를 하는군. 네 목이나 걱정하는 게 좋을 거다.”
서은이 손을 들었다.
“차라리 잘됐다. 여기서 너희 모두 죽이고, 서가장의 재산을 들고 혈교 본산으로 귀의하겠다.”
“헛소리! 너야말로 죗값을 받을 준비를 해라! 모두 검을 들어라!”
“네, 대사형!!”
파앗!
청송의 검에서 검기가 피어올랐다.
완전한 검기는 아니지만, 청송이 절정에 거의 근접했음을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다른 화산의 제자들도 검을 들었다.
검에 기가 깃들었다.
검기처럼 기를 유형화시키지는 못했지만, 검의 강도를 날카롭게 하거나 기로 신체를 강화하는 체기(體氣)의 단계였다.
나머지 제자 전원이 일류 고수란 뜻.
구파일방다운 대단한 전력.
하지만.
“큭큭, 제법 대단하다만, 소용없다. 신도들이여, 모두 나와 주십시오!”
스윽.
다른 이들이 나타났다.
서가장의 식솔들이었는데, 눈에 핏빛 마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미 서가장에 혈교의 세력이 잠입해 있었던 거다!
‘이런. 오늘 싸움은 길보다 흉이 많겠구나.’
새로 나타난 마인들의 숫자는 일곱 명.
숫자 자체는 괜찮았다.
대다수가 수준이 높지 않았으니까.
기껏해야 이류 수준의 잡졸들?
이 정도면 화산의 제자들이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문제는 가운데 서 있는 작은 체구의 마인이었다.
서가장의 식솔로 위장한 다른 마인들과 다르게 핏빛 피풍의를 입고 있었다.
‘절정지경! 혈교의 사자(使者)야!’
청송이 핼쑥한 얼굴을 했다.
상대측에 절정 고수가 있다면, 절대 승리할 수 없다.
그만큼 절정과 밑의 경지는 차이가 컸다.
‘승산이 없어. 어떻게 해야?’
그때, 청송의 정신을 퍼뜩 일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청송 도장. 저도 힘을 보탤게요.”
“위지천 소형제? 하지만?”
“저도 가문의 검공을 익혔어요. 미천한 수준인 건 알지만, 어떻게든 손을 보태고 싶어요.”
청송은 부끄러운 얼굴을 했다.
‘여기 소의원 형제도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화산의 대제자가 싸우기도 전에 겁부터 먹다니. 반성해라, 청송!’
그리고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전력도 있었다.
“여기 장삼 대협도 힘을 보탤 거예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공자.”
‘망할. 내가 왜 절정의 마인과 싸워야 하는 건데?!’
하지만, 어쩌겠나?
구르라면 구르고, 싸우라면 싸워야지.
장삼도 크게 걱정은 안 되었다.
‘혈교고 나발이고 저 악마 놈이 나서면 손가락 하나로 다 제압할 수 있겠지.’
절정?
흥.
위지천과 비교하면 우스울 뿐이다. 저 악마는 아예 격이 달랐다.
그런데.
-난 이번엔 싸우는 흉내만 낼 거니까, 네가 알아서 해야 해.
-…네?
-화산파의 무인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나보고 마기를 줄기줄기 흘리면서 싸우라고?
-그, 그러면 제가 어떻게 저놈을?
-그거야 네가 알아서 잘해야지. 강호에서 구르다 보면 자기보다 강한 적을 만나는 게 한두 번이야?
‘난 나보다 강한 상대한테는 무릎을 꿇을지언정 절대 싸우지 않는다고! 이 망할 놈아!’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늦은 뒤다.
싸움이 벌어졌다.
“장삼 도우, 저와 힘을 합쳐 저 마두를 상대해 주십시오! 나머지 조무래기들은 제 사제들이 막을 겁니다!”
‘누가 도우냐?!’
장삼은 울상을 지으며 청송과 힘을 합쳤고, 싸움은 두 개의 전선으로 나누어졌다.
혈교의 사자와 장삼, 청송 연합의 싸움.
나머지 조무래기들과 화산파 사제들의 싸움.
두 전선 모두 아군 측의 열세였다.
장삼, 청송은 혈교의 사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렸고, 화산의 사제들은 숫자에 밀렸다.
‘어서 저 마두를 제거하고 사제들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도리어 당할 판이다.
그때,
“청송 도장! 우측 상단!”
“!!”
위지천의 다급한 외침에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틀었고, 파앗!
핏빛 마기가 청송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방금, 찰나만 늦었어도 머리가 날아갔다.’
감사의 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마두의 다음 공격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정면이다.
무시무시한 기세.
감히 맞설 엄두가 안 나 검을 들어 흘리려는 순간.
“흘리면 안 돼요! 같이 정면으로!”
“!!”
청송은 검에 전력으로 내력을 실어 날아드는 장(掌)을 정면으로 베었다.
직감적으로 위지천의 조언이 옳다는 걸 느낀 거다.
정답이었다.
파앗!
검에 맞닿은 장에서 마기가 사이하게 휘몰아쳤다.
마치 뱀처럼.
만약 흘리려 했다면, 도리어 잡아먹혔을 거다.
‘위지천 소의원은 이걸 어떻게 안?’
그때, 위지천의 다음 조언이 이어졌다.
이번엔 장삼을 향해서였다.
“장삼 대협, 우하단, 귀혼천공 이각(二脚)!”
물론, 장삼을 향해서는 한마디가 추가되었다.
-계속 얼 타고 있을래? 내 손에 죽고 싶어? 추가 대련 한번 갈까?
장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위지천과 했던 대련들을 떠올리자, 놀랍게도 저 무시무시한 마두가 하나도 안 두렵게 느껴졌다!
“크아아악! 죽인다!”
마치 저 마두가 위지천인 것처럼.
혼신의 악과 한을 다해 다리를 휘둘렀고.
퍼억!
처음으로 유효타가 들어갔다.
“이놈? 감히 흑도의 잡배 따위가?”
마두의 서늘한 시선에 장삼은 바로 후회가 들었다. 등 뒤에 위지천이 없었다면 바로 무릎을 꿇었겠지만.
“닥쳐라!! 죽어!!”
이 세상에 위지천 악마 놈보다 무서운 건 없다!
핏발이 선 채 권각을 난사했다.
그 기세는 절정의 마두조차 흠칫할 정도.
“이, 이놈?”
“나도 있다!!”
사르륵.
청송의 검에서 매화가 피어올랐다.
화산을 상징하는 매화검법이었다.
“하!! 하룻강아지 같은 놈들이 감히!! 우습구나!!”
콰아앙!!
마두의 몸에서 사나운 기세가 터져 나왔다.
마공을 전력으로 끌어 올린 거다.
‘헉. 내가 절정의 마두를 상대로 무슨 미친 짓을?’
‘이건 위험?’
집 나간 장삼의 이성이 돌아오고, 청송도 위기감을 느꼈다.
그때.
“물러서지 마세요! 두 분 다 전력을 다해 정면으로!”
‘정면으로?’
청송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면으로 맞상대 가능한 기운이 절대 아닌데?
하지만, 위지천의 조언 덕에 몇 번이나 목숨을 구했기에 이번에도 믿기로 했다. 어차피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전력을 다해 기운을 끌어 올려 가장 자신 있는 절초를 사용해 검을 내찔렀다.
장삼도 마찬가지였다.
귀혼천공의 가장 강력한 초식인 천수각(天水脚)을 펼쳤다.
그러나.
“갈!! 건방진 놈들! 날 우습게 보는 거냐?!”
“커억!!”
“크윽!!”
퍼어억!!
청송과 장삼의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은 마두의 마기를 뚫지 못했고, 둘은 무리한 대가로 도리어 내기가 진탕하는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대로 끝내주마!!”
마두가 둘에게 장을 날렸고, 청송이 절망하려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위지천 소의원?”
어느새 위지천이 마두의 측면에 있었다.
“위, 위험?!”
위지천의 검이 움직였다.
마두는 코웃음을 쳤다.
위지천이 품은 기운이 딱 봐도 별 볼 일 없어 보였던 거다.
하지만, 검이 본격적으로 궤적을 그리는 순간, 마두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마두뿐만이 아니다.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아. 이 검의 느낌. 익숙한 감각이네.’
위지천은 반가운 마음에 슬쩍 웃음을 지었다.
흉마 위지천은 검공의 고수였다.
지금까지는 딱히 검을 들 만한 일이 없어서 권각을 사용했을 뿐이다.
물론, 지금 당장 전성기 때의 검술을 재현할 수 있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내공도 육체도 그때와는 달랐으니까.
특히 정도의 무공은 걸음마 단계 수준일 뿐이다.
‘마공을 사용하면, 그나마 절정 이상 수준의 검술을 펼칠 수 있겠지만.’
정도의 무공으로는 어려웠다.
내공도 문제이지만, 그가 깨친 검술 경지는 모두 마도의 방식. 다시 정도의 방식으로 깨달음을 정립해야만 했다.
즉, 지금 그가 펼칠 수 있는 검술은 과거와 비교하면 아득하게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런 놈을 베는 것 따위는 충분해.’
절정의 경지?
혈교의 사자?
위지천의 눈에는 그저 귀여워만 보였다.
비록 이런 꼴이라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어서, 장삼과 청송을 장기 말처럼 부려 원하는 상황을 연출해야만 했지만.
기회를 잡은 이상, 끝이었다.
“!!”
놈이 다급히 청송과 장삼을 향하던 장을 거두며 뒤로 물러나려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조차 위지천이 의도한바.
위지천의 검이 사선으로 비틀렸다.
놈이 대경했다.
절묘한 각도였다.
방금 청송과 장삼에게 기운을 잔뜩 사용한 뒤라 내력을 끌어 올려 방어하는 수법을 쓸 수도 없었다.
간신히 몸을 틀어 검을 피했지만.
‘아.’
위지천의 검이 다시 날아들었다.
의선검공(醫仙劍功) 일 초식 활강비엽(活降比燁).
그저 의원들의 호신 목적의 검공이었지만, 위지천의 손에서 펼쳐진 순간, 어떤 절정의 검공보다 날카롭게 변했다.
놈은 방금 위지천이 펼친 검획들이 지금 이 한 수를 위해서였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아득한 경지의 고수가 하수를 농락하듯 그를 궁지에 몬 거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게.
‘어, 어떻게 저런 어린놈이 이런 고절한 수를?’
그리고.
서걱!
위지천의 검이 마두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강호에 새로운 신룡(新龍)이 나타났음을 알리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