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35)
의선명가 천재막내 36화(36/138)
제36화
서안이 발칵 뒤집혔다.
혈교가 서안의 유명한 부자인 서가장의 장주를 해친 것도 모자라, 아예 서가장 전체를 꿀꺽하려고 한 사건이니까.
서안의 수많은 사람이 간담이 서늘하다는 듯 말했다.
“혈교 놈들이 서가장을 근거지로 삼았으면, 이곳 서안에서 무슨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지.”
“화산파의 제자들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
“그런데 이번에 혈교 놈들의 음모를 막은 건 화산파의 제자들이 아니라, 한 어린 의원이라던데?”
“의원? 지월의가의 대공자를 말하는 건가? 서안살귀의 흔적을 쫓는답시고 맨날 저잣거리에서 민폐 짓이나 하던?”
지월의가의 지산은 사건 현장 근처에서 조사랍시고 어찌나 유세를 떨었는지, 서안의 사람들은 지산이 서안살귀를 쫓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하긴. 지월의가가 대단하긴 하지. 지월의가에서 밝혀낸 범인이 어디 한둘인가?”
“지월의가의 조사가 무서워 몸을 사린다는 범죄자들도 있을 정도이니까.”
사람들은 당연히 지월의가의 지산이 진실을 밝혔다고 짐작하고 떠들었다.
그런데.
“아니야. 지월의가의 대공자는 도리어 억울한 생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는군. 그 잘난 척만 하던 지월의가의 멍청한 놈 때문에 혈교의 농간에 놀아날 뻔했다고 하네.”
“허어? 그러면 누가 혈교 놈들의 음모를 알아차린 건가?”
“남양의선검(南陽醫仙劍)이라네.”
“남양의선검? 처음 듣는 별호인데?”
“남양에 있는 의가인 의선의가의 막내라고 하네. 이제 갓 의견례를 치른 어린 의원인데, 지월의가의 대공자가 혈교 놈들에게 놀아나고 있자, 분연히 나서서 모든 진실을 밝혀냈다고 하네.”
“허어. 그게 정말인가?”
사람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이제 막 의견례를 치렀다면, 정식 의원이 아닌, 견습 의생이라는 뜻이다. 나이도 한참 어리다는 의미이고.
그런데, 시진학(屍診學)의 전문 명가인 지월의가가 놓친 진실을 밝혀내다니?
“그래, 서가장의 둘째가 혈교와 손을 잡고 치밀하게 음모를 짜 지월의가도 홀라당 속고 억울한 생사람이 누명을 쓰고 목이 달아날 판이었는데, 그 소의원이 모든 걸 밝혔다고 하네.”
“그런데 왜 하필 의선검인가? 의낭(醫囊)이나, 그런 별호가 아니고.”
“그 소의원의 검술이 엄청나게 신묘하다더군.”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음모가 밝혀진 후 혈교의 놈들이 본색을 드러내, 화산파의 제자들을 쳤다는군. 그중에는 절정의 경지인 혈교사자(血敎使者)도 있었다고 해.”
“허어? 혈교사자까지? 화산파의 제자들은 무사한 건가? 삼대 제자들이면 절정 고수를 당해낼 수 없었을 텐데? 아니면, 화산파 본산에서 추가로 다른 고수가 파견 나왔었던 건가?”
절정 고수!
그 위상은 밑의 일류 고수와 완전히 달랐다.
장삼만 봐도 알 수 있다.
비록 흑귀문이 남양의 거리 구석에 자리한 작은 문파라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일문(一門)인데, 문주인 장삼도 일류 고수에 불과했다.
문주가 절정 고수이면 근처에서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했다.
물론, 명문 대파의 경우에는 절정 고수가 드물지는 않다.
명문 대파에서 절정 고수는 보통 이대 제자, 즉, 장문인 바로 아래 항렬, 문파의 중핵을 이루는 핵심 기수들이었다.
“아니, 화산파의 제자들도 삼대 제자들밖에 없었다더군. 대제자인 청송 도장도 아직 절정에 이르지는 못했고.”
“그런데, 어떻게?”
“남양에서 온 남양남패(南陽南覇) 장삼 대협과 남양의선검이 화산파의 제자들과 힘을 합쳐 혈교의 사자를 격퇴했다고 해.”
“허어?”
“특히 마지막에 혈교 사자의 목을 벤 건, 그 소의원이라고 하네. 얼마나 신묘한 한 수였는지, 청송 도장이 ‘의선의 검이로다.’ 하며 감탄해 남양의선검이라고 불리게 된 거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이곳 서안은 화산의 영역이다.
다른 구파일방인 종남도 가깝지만, 위세에서 화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따라서, 서안의 사람들은 화산의 제자들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삼대 대제자 청송은 유명인이었다.
“화산소룡(華山小龍) 청송 도장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그뿐이 아니야. 그 소의원 덕분에 자신과 사제들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그 소의원을 은인이라고 했다고 하네.”
“허어.”
“더 놀라운 게 무엇인지 아는가? 자네 빙학 사마소 의원 알지?”
“알지. 존경스러운 분 아닌가?”
빙학 사마소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랐다.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괴짜로.
일반 백성들은 가난한 환자를 위하는 명의로 여겼다.
“그 소의원이 빙학 사마소가 인정한 인재라고 하네. 의업계의 미래를 바꿀 만한 천재라고.”
“허어?”
그렇게, 서안 사람들 사이에서 위지천의 이야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 * *
위지천은 의련 지부에 들렀다.
원래의 목적인 백종장원상 수상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다른 상도 받게 되었다.
“지부대인이 내리는 표창이네.”
“아.”
“그간 골칫거리였던 서안살귀의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혈교의 음모까지 막았으니 상을 받을 만하네.”
위지천은 어색한 얼굴을 했다.
상을 건네는 인물의 정체 때문이다.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
지월의가의 가주 지평학이었다!
“자네 덕분에 내 못난 아들이 큰 깨달음을 얻었네. 고맙네.”
“…별말씀을요.”
‘…칭찬하는 표정이 아닌데. 돌려 까는 건가?’
지월의가는 위지천 때문에 이번 일로 큰 망신을 당했다.
그러니 앙심을 품는 것도 당연했지만.
“오해하지 말게.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이니. 지산, 그 아이가 최근 자만하긴 했지. 안 그래도 한번 따끔히 혼내주려던 차였는데, 자네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네.”
“…그렇습니까?”
“그래, 방심했다가 의가가 몰락하는 건 한순간이니까. 자네의 가문인 의선의가처럼 말이야.”
“!!”
위지천의 얼굴이 굳었다.
지평학은 실소를 흘렸다.
“의선의가. 참으로 대단한 가문이지. 강호 역사상 그토록 위대했던 의가는 더는 없을 거네. 하지만, 지금 모습은 어떤가? 우리 의원들이나 기억하고 있을 뿐,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몰락한 처지 아닌가?”
“그래서, 긴장되십니까?”
“뭐?”
“지월의가가 다시 떠오른 의선의가에 밀려 몰락하게 될까, 걱정되냐는 말씀입니다.”
“!!”
이번엔 지평학의 얼굴이 굳었다.
‘아서라. 도발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어린 철부지 의원이라면 모를까, 위지천은 강호의 풍진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몸이었다.
기분이 나쁘긴커녕.
“도리어 이런 이야기를 들어 기쁘군요. 지월의가에서 우리 의선의가를 경계한다는 뜻이니까요.”
“뭐? 하하!”
지평학이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졌다는 의미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하군. 빙학 어르신이 괜히 자네를 인정한 게 아니었어.”
진심 어린 감탄이 서린 음성이었다.
‘눈빛은 현기가 가득하며, 관상을 보니, 성정도 올곧고 선해 보인다. 거기에 강단까지. 완벽하구나.’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의원은 많다.
하지만, 올바른 성품을 지닌 의원은 많지 않다.
거기에 강한 심지까지.
그야말로 인재였다.
‘내 못난 아들과 비교되는군. 의선의가의 가주가 부러워.’
길거리에서 만났으면 납치해서라도 양자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저 소년은 다른 의가의 자제.
곱게만 바라볼 수 없었다.
의선의가가 남양의 의가라지만, 서안과 남양은 멀지 않다.
의가 하나가 급성장하면, 주변에 있던 의가들이 폭풍에 휩쓸리듯 초토화되는 건 흔한 일이다.
한 의가가 그만한 성장을 한다는 건, 그만큼 수많은 의가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뜻이니까.
‘물론, 과한 생각이지만.’
“각오하게. 우리 지월의가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테니.”
위지천은 웃음을 지었다.
이건 음흉한 수작을 부리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최선을 당해 경쟁하겠다는 의미.
‘이런 경쟁이야 얼마든지 환영이지.’
의선의가를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상을 수령 후, 전각 밖으로 나왔는데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청송이었다.
“위지천 도우.”
“…전 도우가 아닙니다.”
“이야기 좀 하시오.”
“이미 이야기는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만.”
“아니, 중요한 이야기이오! 제발 일각, 아니, 반 각이라도 시간을 주시오!”
“…….”
청송 도장이 이렇게 매달리고 위지천이 질색하고 있는 이유.
“위지천 도우의 재능은 이렇게 썩혀서 안 되오!!”
위지천의 재능(?)에 눈이 돌아가 화산 입문을 권한 거다!
‘위지천 도우가 만약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힌다면, 차세대 천하제일인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청송은 혹시나 위지천이 무슨 대단한 비전 검술이라도 익혔나 했지만, 아니었다.
위지천이 익혔다는 의선검공은 그저 기본 검술일 뿐이었다.
오로지 천재성(?)만으로 그런 신위를 보이다니?
심지어 이류도 안 되는 수준의 내공으로?
청송은 위지천이 화산의 무공을 익힌 모습을 상상하고는 전율했다.
위지천이 장성하는 순간, 화산은 천하제일검파가 되리라.
“꼭 가문을 저버릴 필요 없소. 속가 제자가 되면, 의원으로서도 활동할 수 있을 거요. 위지천 도우는 독의(毒醫), 괴의(怪醫), 마의(魔醫)를 뛰어넘는 천하제일의 무의원(武醫員)이 될 것이오!”
무의원은 무공과 의술을 같이 익힌 이들을 뜻한다.
그중 제일 유명한 게, 방금 청송이 언급한 삼인이다.
이들 세 명은 십선(十仙), 십봉(十峰)에 속하는 최고 명의이면서, 동시에 강호 최고의 고수인 십객(十客), 십악(十惡), 십마(十魔)에 나란히 명단을 올린 화경의 고수이기도 했다.
“죄송하지만….”
위지천이 몇 번째인지 모를 거절을 하려는 순간.
“알겠소. 이만 포기하겠소.”
“??”
“대신, 선물을 받아주시오. 나와 사제들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오.”
위지천은 어지간하면 거절하려고 했다.
청송의 심각한 얼굴을 보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을 주려는 게 분명했다.
‘정파 놈들은 하나를 주면 열을 돌려받으려는 놈들. 괜히 과한 선물을 받았다가 화산파에 빚을 지게 되는 것도 곤란해. 딱 내가 은혜를 입힌 상황인 지금 정도가 좋아.’
그런데.
‘이건?’
위지천의 눈이 커졌다.
과하긴 한데, 너무 과한.
거절하기 어려운.
지금 위지천에게 딱 필요한 선물이었던 거다.
자소단(紫疎丹).
청송이 내민 선물은 화산파 비전의 영약이었다.
‘화산파가 이렇게 통이 클 줄이야. 화산파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