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4)
의선명가 천재막내 5화(5/138)
제5화
“이거는 사칠탕(四七湯). 화담지역(化痰止逆)에 효과.”
위지상아는 평소처럼 짧게 말하던 중 잠깐 입을 다물었다.
위지천이 못 알아들었을 거로 여긴 것 같다.
“화담지역은….”
“압니다. 화담은 담을 삭이는 것을 말하고, 지역은 구역질을 멎게 하는 것 아닙니까?”
“네가? 어떻게?”
“…아무리 제가 공부를 안 했어도 그런 기본 용어 정도는 압니다.”
‘아니, 날 뭘로 보고.’
한자(漢字)만 알아도 뜻을 알 수 있는 용어들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저런 단순한 용어들도 몰랐던 것 같기는 했다.
괜히 못난이라고 불렸던 게 아니다.
“화담지역의 원인은?”
위지천은 잠시 고민했다.
그가 절대 고수였다지만, 무공 공부에 병의 원인 같은 게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정과 기와 몸을 완벽히 앎은 상승으로 나아감에 기본 중의 기본이니, 이것 역시 유추할 수 있었다.
“…칠정(七情)의 울혈 아닙니까? 칠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육체에 담이 정체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으로 표현되는 것….”
거기까지 대답하던 중이었다.
쨍그랑!
위지상아는 손에 들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져 있었다.
“너, 너, 천이 아니지?”
“…요즘 제가 밤늦게까지 열심히 공부한 것 아시지 않습니까?”
“등잔 기름 낭비만 하던 게 아니었다고?”
어지간히 놀랐는지, 손에 꼽게 길게 이야기하는 상아였다.
위지천은 내친김에 아까부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이 탕에 들어가는 약초들은 무엇입니까?”
“차소엽, 반하, 호국, 송태, 육극.”
위지천은 약재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 모르는 약초들이다.
하지만, 약초들이 품은 성질을 보니, 대략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차소엽이란 약재는 냉(冷)의 성질이 있는 것 같으니 과한 칠정을 가라앉히고, 반대로 토(土)의 성질을 지닌 호국은 상한 심신을 보신하는 역할을 하는 건가?’
그런데, 하나 짐작되지 않는 약초가 있었다.
아니, 짐작되긴 하는데 무언가 이상하달까?
“혹시 이 반하란 약재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칠정(七情)의 순환을 원활히.”
“송태와 성질이 겹치지 않습니까? 이만한 양을 쓰면 칠정을 자극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다스리는 건지….”
“…….”
위지상아가 입을 우뚝 다물었다.
그러더니 어떤 대답도 없이 뚫어지라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아차, 실수한 건가.’
위지천은 낭패한 얼굴을 했다.
진짜 이해가 안 가 궁금해서 물은 건데, 듣기에 따라 건방지게 들렸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자신도 아는 걸 위지상아가 어련히 알아서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그런데.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어?’
위지상아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모르는 이가 보면 무슨 원수 노려보는 듯한 눈빛이라 식겁했겠지만, 위지천은 저게 위지상아가 크게 흥분했을 때 보이는 눈빛이라는 걸 알고 있다.
“사칠탕을 쓰면 지역이 좋아지지만, 드물게 증세가 호전되는 과정 중에 화담이 정체되는 경우가 있어서 고민이었는데, 네가 말한 걸 왜 생각하지 못했지? 약학비방(藥學祕方)에도 네가 말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는데? 반하의 양을 줄이면? 아니야, 차라리 송태를 빼고, 다른 약초로 대체하면?”
우다다.
위지상아가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부었다.
그러더니, 멈칫했다.
“미안. 내가 지나치게 흥분했네.”
“괜찮습니다.”
위지천은 웃음을 지었다.
남들이야 이런 위지상아의 괴짜 같은 모습을 오해하고는 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도리어.
“그리웠습니다.”
“응?”
아차.
“어, 음.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누님이 단약각을 맡은 후 많이 바쁘셨으니까요.”
“…너. 이상해.”
위지상아가 탕약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리고는, 차소엽이 어떠니, 반하가 어떠니, 웅얼웅얼 떠들었지만, 위지천은 그게 민망해서 보이는 모습이란 걸 알고 있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누님.’
잠시 머쓱한 정적이 흘렀다.
위지천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분위기가 좋아서 이야기를 꺼내봐도 될 것 같았다.
“누님, 약방 하나를 봐주실 수 있습니까?”
“약방?”
“저잣거리에서 단약 하나를 제조하는 비방을 구한 적이 있는데, 이게 진짜인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앞서 말했듯 의견례를 치르지 않은 제자가 단약각에서 약을 제조하는 건 금지였다.
이건 가주의 직계라도 예외가 없다. 아니, 도리어 모범이 되어야 하니, 더욱 철저히 지켜야만 했다.
그렇다면?
‘내가 꼭 직접 제조할 필요 있나? 전문가인 누님한테 맡기면 되지.’
위지상아가 불퉁하게 말했다.
“그런 거, 함부로 하면 안 돼. 사기꾼 많아.”
“그래도 한번 봐주기만 해주십시오. 저도 믿음은 안 가는데, 뭔가 그럴싸한 것 같아서요. 누님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까 보여준 모습 덕분일까?
다행히 위지상아는 더 뭐라고 타박하지 않았다.
승낙의 의미로 여긴 위지천은 자신이 기억하던 제조법을 읊었고, 곧 위지상아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낚였군.’
위지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 * *
강호 무림은 커다랗게 번영하는 중이었다.
수많은 고수가 대륙을 활보했으며, 강호 문파들의 위세는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해도 강성했다.
수많은 정도 문파가 의협을 외쳤으며, 그에 비례해 음지의 흑도 문파도 무수히 난립하고 있었다.
이러한 강호 무림의 번영은 자연히 한 분야의 확장을 가져왔는데, 바로 의업(醫業)이었다.
무인들은 결국 칼밥을 먹는 자들이다.
강호 무림이 번영함은 그만큼 많은 싸움, 사고가 일어난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무인은 의외로 쉽게 아프고 다친다.
비단 적과 생사결을 벌일 때만이 아니다. 동문과 대련을 하다가도, 밤낮으로 관절을 혹사하다가도 다치고, 병에도 자주 걸린다.
무공을 익히면 병마에 시달리지 않는 것 아니냐고?
절정지경에 오르면 그렇다.
절정 고수는 초인이라고 부르기 부족하지 않은 이들이니까.
하지만, 대다수 무인은 그런 경지까지 오르지 못한다.
범재가 닿을 수 있는 한계는 일류 고수다. 아니, 일류 고수조차 쉽지 않다.
무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이류, 삼류의 일반 무사들이었고, 이런 이들은 오히려 몸을 혹사하는 만큼 이런저런 병에 더 취약한 게 현실이었다.
그 외 이런저런 사정이 합쳐져 의업(醫業)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작금에 와서는 무수한 의가(醫家)가 생겼다.
가히 의가 전성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원체 의가가 많아져, 사람들은 의가의 급을 나누기 시작했다.
-천(天)급.
그 명성이 강호 전체에 떨치는 의가다.
다섯 곳이 있었으며 천하오대의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의선의가의 원수인 백선의가도 그중 하나였다.
-성(星)급.
하늘의 별 같은 의가란 뜻으로 인근 지역에 커다란 영향력을 떨치는 의가다.
보통 성(省)마다 하나에서 두 개 정도 존재한다.
-지(地)급.
도시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의가다.
의선의가가 있는 남양에는 이선가(二善家)라 불리는 두 의가가 이러한 지급 의가였다.
-향(鄕)급.
명칭처럼 마을이나 동네에 자리 잡은 의가를 말한다.
그러면 의선의가는 이 중 어디에 속해 있나?
‘높게 쳐도 향급이지. 남양에서도 처지는 동네 의가.’
의아한 이야기.
그래도 한때 천하제일의가였는데, 동네 의가로 전락하다니?
사실이다.
‘시대에 뒤처진 거지.’
의술 실력이 뒤처졌다는 건 아니다.
당장 몇 년 뒤 형님 위지강과 누이 위지상아가 의선쌍룡(醫仙雙龍)이라 불리며 명성을 얻게 되는 것만 봐도 의선의가의 의술은 여전히 뛰어나다.
문제는 가문의 정책이었다.
‘다른 의가와 다르게 구민(救民)에 집중했으니까.’
앞서 무림의 부흥과 더불어 의가도 부흥했다고 했다.
왜 그럴까?
아무리 무가가 많아져도 전체 백성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한데.
일반 백성은 돈이 안 된다.
‘약초는 비싸. 이문이 남을 정도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건 소수야.’
그러니까.
여유가 있는 무인이나 일부 부유층 말고는 일반 백성은 아무리 치료해봤자 돈이 안 된다.
의선의가가 천하제일의가였을 때는 괜찮다.
대륙 전역에서 부자들이 돈을 싸 들고 찾아왔으니까. 일반 백성들에게 손해를 봐도 충당할 수 있었다.
분가로 나누어진 백선의가는 발 빠르게 시대에 적응했다.
일반 백성들 진료는 보지 않고 부유층에 집중한 거다. 덕분에 천하오대의가로 남을 수 있었다.
본가였던 의선의가는 구민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대를 이을수록 궁핍해져 작금에는 원래의 터에서도 쫓겨나 남양 구석에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이제는 바뀔 거야. 내가 돌아왔으니.’
위지천은 주머니 안을 바라보았다.
단약 하나가 들어 있었다.
위지상아가 완성한 태소단(太素丹)이었다.
훗날 강호에서 약화(藥花)라고까지 불리게 되는 약학의 천재답게 비방만 듣고서 완벽히 영약을 완성한 거다.
고작 이삼 년 치의 내공 증진 효과만 있지만, 같은 이삼 년의 내공이어도 누가 다루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법이었다.
그런데, 방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버지, 위지선과 마주쳤다.
위지선은 혼자가 아니었다.
“천아, 인사하여라. 흑귀문의 문주 장삼 대협이시다.”
‘사파?’
사파 고수가 온 게 특이한 일은 아니다.
사파의 무인을 받지 않는 의가도 있지만, 그건 정파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의가일 때 그런 거고, 대부분 의가는 환자라면 딱히 정사를 가리지 않았다.
‘왜 온 거지?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문파라도 문주 정도 되면 우리 의선의가에 오는 경우는 없는데?’
앞서 설명했듯 의선의가는 주로 일반 백성을 치료한다.
약초도 최대한 저렴한 것을 사용하고, 시설도 좋지 않아 돈 있는 이들은 거의 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꺼림칙한 것은.
‘눈빛.’
과거 그는 마인이었다.
사마(邪魔)의 수많은 이들을 만나봤다.
그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눈앞의 인물은 분명 질이 좋은 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