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44)
의선명가 천재막내 45화(45/138)
제45화
“너무 지대가 낮은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현운과 장명의 얼굴이 굳었다.
최종 종착지인 이곳은 밑으로 깊게 파인 공동의 형태였다.
“살포형 독이 퍼지면, 밑에 모여 있는 우리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형태입니다.”
“일리가 있군.”
“검존의 유물에만 정신이 팔렸다가 큰일이 일어날 뻔했어.”
이전 삶, 대참사가 일어났던 이유였다.
모두 방심하고 있었고, 심지어 유물의 소유권을 두고 싸움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던 중 대량의 독이 살포되었고, 어마어마한 희생자가 생겼다.
“모두 이 소의원의 이야기를 들으셨을 것이오! 독공이 펼쳐질 수 있으니, 사방을 경계해 주시오! 검존의 유물을 확인하는 건, 그다음으로 하겠소!!”
이만한 인원들을 독살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독을 살포해야 한다.
특히 독공의 고수가 뿌리는 독이 아닌, 기관의 장치가 살포하는 독이다.
미리 알고 경계하면, 기관이 독을 뿌리는 순간 바로 포착하고 대처할 수 있다.
‘이 정도 활약이면, 충분히 추천서를 받을 만하겠지.’
혈교의 음모를 파훼했고, 부상자들을 치료했으며, 미리 독공을 감지해 막대한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막았다.
고작 추천서 나부랭이가 아니라, 무덤의 큰 지분을 요구해도 좋을 정도였다.
‘이 무덤, 사실 개털이니까. 지분을 요구해도 얻어갈 수 있는 건 없어. 검존의 사기극에 죽은 사람만 억울한 일이지.’
그런데,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계속 기분이 찝찝했던 거다.
이게 끝이 아니란 듯이.
그 순간.
“아악!!”
“무슨 짓이냐?! 미쳤느냐?!”
촤악! 서걱!!
갑자기 칼부림이 일어났다!
문제는 한 곳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란 거다.
파앗! 까앙!
“이, 이놈들이 왜 이래?”
“강 형! 미쳤소?! 왜 그러시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장내에 위지천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난리가 났었어. 검존의 유품에 눈이 멀어 서로를 향해 칼부림을 시작했거든.
‘아니야. 이상해. 아무리 욕심에 눈이 멀어도 이렇게 갑자기 칼부림을 시작할 리가?’
위지천은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사술(邪術)이야! 검존이 파놓은 함정은 독만이 아니었어!’
사이한 술법으로 서로 죽고 죽게 한 사이, 독을 퍼트린다. 지독한 수작이었다.
“검존의 반검이 사이한 술법을 부리는 게 분명합니다! 검존의 검을 처리해 주십시오!”
현운, 장명이 검기를 휘둘렀다.
까앙!
하지만, 녹슨 반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녹이 떨어지며 시뻘건 검신만 드러났고, 본격적으로 사이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다들 정신 차려!”
“검존의 유물은… 내 거야.”
‘이런.’
위지천은 곤란한 얼굴을 했다.
사실 사술에 빠진 이들을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경지가 낮고, 정신력이 약한 이들이 사술에 걸렸으니까.
문제는 지금 그들이 처한 상황이었다.
철컥!
위지천의 귀에 천장 구석에서 무언가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독을 살포하려는 거다!
‘이대로라면 몰살이야!’
선택해야만 했다.
어물쩍 있다가는 위지천도 위험할 수 있다.
과거라면 모를까, 지금 위지천의 어린 신체는 만독불침이 아니었으니까.
더 늦기 전에, 챙길 수 있는 이들이라도 챙겨 공동을 벗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죽겠지.’
위지천은 냉철하게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강호에 이런 개죽음이 드문 일도 아니고.
애초에 이런 사지에 들어왔을 때는 저들도 죽음을 각오했을 테니, 구하지 못했다고 쓸데없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하지만.
“…….”
위지천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 사술을 파훼하는 건 시간적으로 무리입니다. 청송 도장, 홍개 대협, 사람들을 추려 공동 밖으로 벗어나 주십시오.”
“소의원 말이 옳네.”
“모두 공동 밖으로 벗어나라!!”
현운과 장명, 홍개, 청송이 아수라장이 된 군중을 뚫고 공동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신없이 뒤를 따르던 단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옆에 위지천이 없었다.
“…대사형?”
위지천은 여전히 반검 옆에 있었다.
“대사형, 뭐 하는 거예요?! 당장 따라와요! 야, 위지천! 죽을래?! 누나한테 뒤지게 맞을래?! 발모가지 부러뜨리기 전에 당장 안 와?!”
위지천은 듣지 않았다.
‘한 가지 시도할 만한 방법이 있어.’
위지천은 절대 선한 성품이 아니다. 얼굴 모르는 사람 따위 몇 명이 죽든 별 감흥 없었다.
하지만.
‘이전 삶의 과오를 속죄하기로 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딱히 그가 선해서가 아니라, 그저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
-오너라,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걷는 자여. 내 무덤을 정복하면, 내가 남긴 모든 것을 가지리니.
검존이 장보도에 남긴 전언.
이게 정말 활존의 후계자에게 남긴 말이 맞는다면, 활생심공에 답이 있을 거다.
위지천은 반검에 손을 올렸다.
반검에서 사기(邪氣)가 진동했다.
‘가소로운.’
흉마 시절의 그였다면,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도 없이 힘으로 으깨버렸을 테지만.
위지천은 활생심공의 내용을 떠올렸다.
일 단계, 활인지도(活人之道).
사람을 살리는 길을 처음 걷는 단계.
사실 그는 활인지도의 의미를 아직 제대로 깨치지 못했다.
그런데 왜일까?
이런 상황에 처하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활인지도의 길은 흔들리지 않는 것. 측은과 증오와 이타와 이기와 상관없이 묵묵히 천명을 다하는 것.’
-활인이 내게 주어진 천명이면, 난 그저 그 길을 걸어갈 뿐이다(救人是我的使命,我只是前行).
활생심공의 구절이다.
그런 거창한 천명 따위 받은 적 없지만, 그래도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소명을 다한다는 의미는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파아앗!
위지천의 손에서 활생심공의 정명한 기운이 맺혔다.
‘저렇게 정명한 기운이라니?!’
현운과 장명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장내의 다른 이들은 방금 위지천이 끌어 올린 기운의 대단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도가의 고수인 현운과 장명은 달랐다.
무당 다음으로 도가의 최고 문파로 꼽히는 화산과 종남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명한 기운이었다.
뚜욱!
놀랍게도 반검이 힘없는 나뭇가지처럼 부러졌고, 사람들이 정신 차렸다.
“내, 내가 왜?”
“뭐, 뭐에 홀린?”
“독을 막아야 해요! 천장의 기관을 처리해 주세요!!”
다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움직였다.
다행히 늦지 않게 기관을 처리했고, 큰 피해 없이 무사할 수 있었다.
위지천 덕분이었다.
‘저 소년의 은혜가 참으로 크구나.’
모두가 감탄과 감사의 시선을 보내는 순간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쩌적!
위지천이 있던 검존의 관 주위가 금이 가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렸던 거다!
“위지 소의원!!”
“대사형!! 야, 위지천!! 안 돼!!! 안 돼!!!”
다들 넋을 잃고 위지천을 집어삼킨 구멍을 바라보았다.
* * *
‘쓰읍. 얼마나 높은 데서 떨어진 거야? 추락 기연이라니. 구시대적인 것도 정도 것이어야지.’
위지천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천장은 무너져 내린 바위들로 막혀 있었다.
‘도대체 뭘 준비해 놨길래 이런 난리를 피웠는지 볼까?’
땅 밑이 무너지는 순간, 위지천은 당연히 피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
이게 검존이 남긴 기연이라는 걸 눈치챘으니까.
‘활생심공으로 반검의 사술을 제압하면, 진짜 유품이 있는 이곳으로 떨어지게 하는 식이었겠지.’
위지천의 짐작은 맞았다.
야명주가 박힌 안쪽.
하나의 서책이 놓여 있었다.
-유수검(流水劍)
‘검존의 심득이야!’
위지천은 서책을 휘리릭 살폈다.
검존은 현경의 고수였다.
현경의 고수였던 검존이 현경에 도달하지 못한 활존에게 패한 게 이상하지만, 아마 활생심공의 공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무려 현경에 이르렀던 검존이 남긴 심득이니,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내가 딱 찾던 검술이야!’
사실 흉마 위지천이 익힌 검술도 검존의 것에 비해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검존이 현경이고 흉마 위지천이 화경의 극이었지만, 그건 깨달음의 차이이지, 익힌 검술의 수준이 부족한 건 절대 아니었으니까.
다만, 흉마 위지천의 검술은 마도(魔道)의 검술이었다.
의선의가의 ‘무의원 위지천’이 익힐 정도(正道)의 검술이 필요했다.
‘의선검공은 이리저리 유실되어 기본 호신공 수준으로 전락했으니까.’
유수검은 어떤 특별한 검술이 아니다.
그저 검존의 심득을 정리한 거다.
더 좋았다.
의선검공과 결합하면 되니까.
‘의선검공과 검존의 심득을 천선신공을 통해 하나로 합치는 거야.’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단순히 천선신공의 공능 덕분이 아니다.
흉마 위지천 또한 검존에 못하지 않은 검술의 일대 종사였기 때문이다.
검존의 심득과 천선신공.
거기에 흉마 위지천의 검술에 대한 식견이 합쳐지면 새로운 신공절학이 탄생하리라.
‘일단 시간이 걸릴 일이니, 돌아가서 천천히 하자.’
위지천은 자신이 떨어질 때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렸다.
‘…단여 사매, 혹시 우는 건 아니겠지? 울었으면 놀려줄까? 아니, 등짝 얻어맞을지도. 대사형이라고 봐주는 성격은 아니니.’
위지천은 쿡쿡했다.
뜻밖은 장삼의 표정이었다.
장삼도 굉장히 다급한 기색이었다.
위지천을 구하려고 전력을 다해 달려왔다. 늦었지만.
‘…장삼이 그러는 건 의외였는데. 당연히 내 변고에 쾌재를 부를 줄 알았는데.’
…아니면, 혹시 구하려는 게 아니라, 구덩이 밑으로 떠밀려고 달려왔던 걸까?
진실은 장삼만이 알리라.
‘올라가자.’
옆에 계단이 나 있었다. 아마 아까 공동으로 연결된 비밀 계단인 것 같았다.
이럴 거면 땅을 꺼뜨릴 게 아니라, 이 비밀 계단을 열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위지천은 검존의 구세대적 감성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어느 정도 올라간 다음일까?
위지천은 멈칫했다.
‘갈림길. 이 위쪽은 미로인 건가? 뭐, 방향이야 공기의 흐름으로 파악하면 그만이지.’
그런데, 그때였다.
“크윽!!”
“장명 도장!”
“혈교의 주구가?!”
“대사형 구하러 가야 하거든?! 비켜!!”
“망할, 내가 왜 따라와서는! 이놈들, 이 남양남패 장삼 님을 얕보지 마라!!”
“저, 저는 살려주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웅성거리고 있었다.
단여, 장삼, 아섭뿐 아니라, 화산, 종남, 개방의 제자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위지천을 구하러 온 듯했다.
문제는,
“크큭. 매화검수와 종남십팔수, 개방 방주의 제자까지. 위지천, 그 아해가 없는 게 아쉽지만, 월척이구나. 위지천, 그놈에 대한 복수는 아쉬운 대로 놈의 사제들인 네놈들에게 해야겠구나.”
고오오오!
저 멀리 위지천이 있는 아래쪽까지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
절정의 극(極)에 달해 초절정에 반보 거친 혈교의 고수, 광혈사자(狂血使者) 곡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