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45)
의선명가 천재막내 46화(46/138)
제46화
입중상극(入中上極).
동일 경지 내 구분법이다.
같은 일류라고, 같은 절정이라고 다 똑같은 수준이 아니니까.
동일 경지 내에서 특히 차이가 나는 건, 입(入)과 극(極)이었다.
입(入)의 경지의 이들은 어지간해서는 그 위 경지를 당해내기 어렵다. 이제 갓 입문한 자와 완숙 단계에 이른 자는 그만큼 차이가 크기 마련이니까.
중(中)과 상(上)은 의외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전 경험, 그날의 신체 상태 등등에 의해 쉽게 뒤집힌다. 구분 자체도 모호해서 중상(中上)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극(極)은 다르다.
가장 많은 격차를 보인다.
비록 반보일지라도 다음 경지에 발을 걸치고 있는 단계이니까.
‘흉마 시절, 내가 일반 화경의 고수와 다른 취급을 받았던 이유이지.’
화경의 극(極).
위지천이 닿았던 경지다.
다른 화경의 고수들은 어떤 수를 써서도 위지천을 이길 수 없었다.
위지천과 맞상대할 수 있었던 이들은 같은 화경 극(極)의 경지이거나, 현경의 고수들뿐.
위지천을 포함해, 이런 경지에 닿은 이들을 강호인들은 이성(二聖), 이패(二覇), 삼재(三災)의 신주칠강(神州七强)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밑의 경지의 이들은 극(極)에 달한 이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
“크윽!!”
“장명 도장!! 정신 차리시오!”
“현운 사숙, 조심하십시오!!”
“크흠, 이 장삼, 평소 혈교의 가르침에 깊은 감명을… 이놈들아, 사람이 말하면 들어라!!”
위지천의 안색이 무거워졌다.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다.
현운과 장명 모두 절정 중상(中上)의 경지였으니, 혈교의 광혈사자 놈에게 상대가 되지 못하는 거다.
거기에 다른 혈교의 잔당들도 있었다.
‘어쩌지? 절정 중상까지는 상대하기 어렵지 않지만, 절정 극은 이야기가 다른데.’
위지천은 고민했다.
마인으로서 위지천의 경지를 굳이 따져보자면 절정의 입(入)이다.
편법으로 깨달음만 끌어 올려 절정의 경지에 오른 거니까.
깨달음과 기운, 신체의 균형적인 면에서 보자면 완전히 엉망이었다.
위지천이 지금보다 더 위의 경지, 그러니까, 초절정에 도달하려면 이런 불균형을 먼저 해소하는 게 필수였다.
‘그나마 기운은 자소단을 복용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해.’
위지천은 자소단의 기운을 정도의 활생심공과 마도의 혈선마공으로 나누어 흡수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모두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천선신공의 공능 덕이다.
단전을 나누어 정도와 마도의 기운이 충돌하지 않게 한 거다.
다른 무림인이 들으면 절대 믿지 않을 기사(奇事) 같은 일이지만, 덕분에 자소단의 축기 효과도 정기(正氣)와 마기(魔氣) 양쪽으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위지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냐. 초절정, 화경도 아닌, 고작 절정 극의 놈한테.’
지금 위지천의 상황상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은 맞다.
하지만, 그래봤자 절정일 뿐이다.
저런 놈을 상대로 망설임을 느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먼저 피풍의로 옷을 갈아입었다. 혹시나 마인의 힘이 필요할 일이 있을까 하여 복면까지 챙겨왔다.
이후 축골공(縮骨功)으로 골격을 살짝 틀었다. 축골공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복면까지 썼으니 위지천인 걸 알아보지 못할 거다.
갈림길의 반대편으로 올라갔다.
지금 있는 아래 방향에서 쭈욱 올라가면, 밑에서 올라오던 위지천이 의심받을 수 있으니, 다른 갈림길을 통해 위로 올라간 후, 다시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려는 거다.
이윽고, 싸움 현장에 도착했다.
계단 중간에 다른 갈림길과 엇갈리는 편평한 지대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좋지 않군.’
종남의 장명은 복부에 칼을 맞아 중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었고, 화산의 현운도 파랗게 안색이 질려 있는 게 극심한 내상을 입은 듯했다.
홍개, 청송 등 다른 이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상태.
의외인 건 장삼이었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닌 건지, 장삼 혼자 멀쩡했다.
‘서둘러야겠군. 시간을 끌면 장명 도장은 확실히 죽겠어.’
아니, 지금 당장 치료해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저벅, 밑으로 걸음을 옮기자 뒤늦게 혈교 잔당 하나가 위지천을 눈치채고 소리쳤다.
“웬 놈이냐?!”
퍼억!
위지천이 가볍게 날린 장(掌)에 놈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
장내의 싸움이 우뚝 멈추었다.
“마인?”
현운, 청송, 홍개 등이 긴장한 표정을 하였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저 마인도 혈교의 편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저 마인이 혈교의 편이면, 우리는 끝장이다.’
현운이 절망 어린 생각을 하였다.
그들과 싸운 광혈사자도 강했지만, 현운은 새롭게 나타난 마인에 더욱 커다란 두려움을 느꼈다.
풍기는 기운이 강한 게 아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가 똬리를 틀고 있는 느낌이었다.
광혈사자 곡성도 비슷한 꺼림칙함을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에서 온 형제인가? 우리 혈교의 가족은 아닌 것 같고, 성산(聖山)에서 왔나?”
“아니, 난 십만대산과 관련 없다.”
“그러면? 산마(山魔)라고? 네놈 정도로 고절한 마공을 익힌 놈이?”
마공을 익힌 마인 중, 마교, 혈교 출신이 아닌 이들을 칭하는 표현이다.
위지천의 경우, 엄밀히 말해 마교 출신에 가깝긴 했다. 혈선마공의 모체가 되는 파혈진공이 마교의 무공이었기 때문이다. 많이 뜯어고쳐 원래의 흔적을 알아보기 어렵지만 말이다.
‘여기서 잘 대답해야 해.’
앞으로도 마인으로 나서게 될 일이 종종 일어나게 될 거다.
꼬리가 길수록 잡힐 위험이 커지는 법.
미리 위장을 잘 쳐야만 했다.
“산마(山魔)라니. 오만하군. 너희 혈교와 마교 말고는 정통한 마공을 익힌 이가 없다는 거냐?”
“!!”
“난 그저 마(魔)로서 도(道)를 깨치려는 한 명의 수행자일 뿐이다.”
저 뒤편.
유일하게 난데없이 등장한 마인의 정체를 눈치챈 장삼이 ‘저 악마가 또 무슨 사기를?’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위지천은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왜? 이상한가? 도가의 제자들이 검을 수련하는 게 도를 닦기 위함이고, 소림의 무승들이 무공을 연마하는 불가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함인 것처럼, 나는 그저 도에 이르는 길을 마로 선택했을 뿐이다.”
“…네놈이 산마 중에서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미친 산마인 건 알겠다. 여기에는 왜 나타난 거냐?”
“도를 깨치기 위해서다.”
“…뭐?”
“도가 무엇이냐? 인간으로서 마땅한 도리를 다하는 거다.”
“…아니, 그러니까?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여라. 이 미친 산마 놈아.”
“너희는 의선의가를 건드렸다.”
“…뭐?”
“난 과거 마인이 되기 전 의선의가에 은혜를 입은 적이 있다. 거렁뱅이라고 어떤 의가에서도 치료해주지 않았는데, 의선의가가 살려주었다.”
“!!”
위지천이 기세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하는 게 하늘의 도(道)인 법. 너희 모두 갈가리 찢어 죽여주마. 이게 마인으로서 내가 걷는 도이니.”
“하!! 닥쳐라!!!”
파아아앗!
광혈사자 곡성이 거칠게 쇄도했다.
명불허전.
이전에 서안에서 싸웠던 혈교의 절정 고수 놈과는 비교도 안 되는 몸놀림, 기세였다.
하지만.
위지천이 검을 휘둘렀고.
콰앙!!
“!!”
곡성이 대경해 뒤로 물러났다.
‘무슨 놈의 마공이?!’
기운 자체가 크진 않다.
그런데 무시무시하게 패도적이었다.
모든 걸 파괴하려는 것처럼.
그 압도적인 파괴 폭력 앞에서는 기운의 우열 따위는 무의미했다.
더 두려운 건, 단순히 강하기만 한 게 아니다.
검술의 깊이 또한 곡성을 압도했다.
“이, 이놈, 감히!”
뒤늦게 다른 혈교의 잔당이 합류했으나.
퍼억! 퍼억!!
위지천은 잔당들에게는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마치 벌레를 잡듯이 손을 휘둘렀고, 혈교의 잔당들은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그 압도적인 신위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 곡성은 이를 악물었다.
“건방 떨지 말아라! 이제야 고작 절정에 발을 들인 주제에!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파아아앗!!!
곡성의 검에서 폭포 같은 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광경을 본 모두가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떴다.
초절정의 상징, 검강(劍罡)이었다!
‘강기라니. 끝이구나.’
검기로는 검강을 상대할 수 없다. 수수깡처럼 잘려 나갈 뿐이다.
단순한 기예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격차.
그런데.
‘걸렸군.’
위지천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차라리 차분히 정공법으로 날 상대했으면 곤란했을 텐데. 결국, 먼저 지치는 건 내 쪽이었을 테니까.’
그렇다.
위지천은 일부러 강한 수를 써 놈을 밀어붙였다.
놈이 강기를 사용하게 유도하기 위해.
파아앗!
흉포한 마기가 위지천의 검에 일렁였다.
그래봤자 검기.
검강에 비할 수 없었지만.
콰앙!!
검기와 검강이 충돌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났다.
“커어어억?!!”
검강이 흩어지며 광혈사자 놈이 왈칵 피를 토한 거다!
‘애초에 놈의 검강은 제대로 된 게 아니니까.’
검강의 핵심은 천추(天錘)다.
의지의 기둥으로 기를 견고하게 붙들어야만 한다.
위지천은 놈의 의지의 기둥 중 빈틈을 정확히 노렸다.
“마, 말도 안 되는….”
놈이 마지막 발악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극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로 위지천의 검을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걱!
위지천의 검이 곡성의 목을 베었고, 장내에 숨 막힐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 위지천의 눈치를 살폈다.
위지천은 가타부타 말없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이런. 문제가 생겼어.’
복면 아래로 인상을 찌푸렸다.
‘파괴의 욕구가 끓어오르고 있어.’
파혈진공의 영향이었다!
원래 마공은 쓰면 쓸수록 마공의 성질에 영향을 받게 된다. 파혈진공은 파괴의 성질이었다.
이런 심마 따위야 까마득한 옛날에 극복했지만, 지금은 정신과 기운, 육체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 심마에 영향을 받은 거다.
‘빨리 가라앉혀야 해. 안 그러면 두고두고 골머리를 앓게 될 거야.’
그때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활생심공을 활용하는 거다.
활생심공은 단순한 축기 심공이 아닌, 마음의 공부.
활생심공의 구결을 심상 속에 떠올리자, 차차 심마가 가라앉았다.
그런데, 위지천의 이런 행동은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오해를 낳았는데.
현운과 홍개 등이 감탄의 눈빛을 보낸 거다.
‘마인이거늘 눈빛이 참으로 맑구나. 마로써 도를 추구한다고 한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어.’
‘거지라고 다 같은 거지가 아니고, 정파라고 다 착한 게 아니듯, 마인이라고 무조건 사악한 게 아닐 텐데, 편견부터 갖다니. 홍개야, 넌 아직 멀었구나.’
신의(神醫).
신룡(新龍).
더불어 위지천이 써 내려갈 또 다른 전설인 성마(聖魔)의 이야기가 태동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