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46)
의선명가 천재막내 47화(47/138)
제47화
“…….”
위지천은 복면 아래로 쓰윽 그들을 본 후 계단 위쪽으로 올라가 사라졌다.
‘들킨 건 아니겠지?’
그러진 않은 것 같다.
무시무시한 마두와 어린 소의원이 동일인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마지막에 현운, 홍개 등이 무언가 감탄한 것처럼 보낸 눈빛이 찝찝하긴 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급한 일이 있었다.
‘종남의 장명 도장을 치료해야 해.’
단여가 긴급 처치를 한 덕에 숨을 거두진 않았지만, 상태가 심각했다.
위지천은 원래 올라왔던 방향으로 돌아온 후 다시 의원복으로 갈아입고는 다급히 일행에게 뛰어갔다.
“대사형!”
“위지천 소의원!!”
“이게 어떻게 된? 괜찮으십니까?”
“혈교의 놈들과 싸움이 있었네. 장명 도장을 치료할 수 있겠나?”
“제발 사숙을 부탁합니다! 장명 사숙을 살려주면, 종남은 의선의가에 입은 은혜를 결단코 잊지 않겠습니다!”
모두가 위지천에게 매달렸고, 위지천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딱 봐도 햇병아리 의생인 그가 치료할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해야만 했다.
이 자리에 의원은 그와 단여밖에 없었다.
“단여 사매?”
“네, 대사형. 어떻게든 해봐요, 우리끼리.”
“저, 저도 있습니다.”
단여와 아섭이 결연하게 답했다.
“제가 진맥 결과, 우상 복부에 검이 관통되며 간(肝)과 담(膽)이 다쳤어요. 특히 마기에 담에서 이어지는 관맥(貫脈)의 손상이 심해요.”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간의 지혈을 위해 대횡(大橫)과 대포(大包)의 혈을 짚었어요. 또한, 담을 진정시키기 위해 염전보사(捻轉補瀉)의 방식으로 침을 놓았어요.”
훌륭하다.
완벽한 긴급 처치였다.
단여가 아니었다면, 장명 도장은 진즉 사망했을 거다.
단, 버티는 것도 이제 한계였다.
‘의도술(醫刀術)을 펼쳐야 해.’
몸의 균형이 깨져 사기(邪氣)가 침범한 것을 질병이라고 한다면, 부상은 몸이 감당하지 못할 사기가 외부적 충격 때문에 들어오게 된 거다.
단순히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칼로 원인을 일차적으로 교정해주는 게 의도술이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남몰래 펼치던 것을 공식적인 의술로 처음 인정한 건 과거의 천하제일의가였던 의선의가였다.
즉, 의도술의 뿌리는 화타이며, 의도술의 싹을 틔우고 성장시킨 건 과거의 의선의가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작금에 와서 의도술의 종가는 의선의가가 아닌, 무림맹의 천(天)급 의가인 천봉의가로 여겨지고 있지만.’
위지천은 의선의가에 전해지는 의도술도 절대 천봉의가에 못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섭 사제, 통증을 없애는 미혼 약과 정화산을 써주세요.”
무림의 확장과 더불어 의도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의도술이 ‘사람 잡는 백정 사술’이 아닌, 진짜 의술이 된 건, 미혼약과 정화산을 사용하면서부터다.
특히 치료 후 치료 부위를 악화시키는 독기를 정화해주는 정화산은 의도술에 필수였다.
‘시작하자.’
깨끗한 의도술용 칼을 꺼내 들었다.
위지천은 검술의 일대 종사였지만, 사람을 살리는 의도술은 처음이었다.
‘개(開).’
스윽 피부를 가르자 왈칵 피가 튀어 올랐다.
‘안쪽이 보이지 않아.’
세대를 지나며 의도술도 체계가 잡혔다.
의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떤 식의 부상에는 어떤 식의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으로 정립된 게 있었다.
담의 손상은 관맥을 말끔히 이어주는 게 관건이었다.
틈이 남을 시 담의 액이 새어 나가 사달을 일으킨다.
문제는,
‘빌어먹을 혈교의 마공. 너무 갈기갈기 찢어졌어.’
정도나 사파의 무공과 다르게 마공은 더욱 심각한 후유증이 생긴다.
특히 혈교의 마공은 사이한 성질 때문에 내부 장기를 말 그대로 찢어발긴다.
‘괜찮아. 하나하나 이어 나가면 돼.’
화경 고수의 정신력은 이럴 때도 빛을 발했다.
의도술과 검술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지만, 그래도 나름 똑같이 칼을 쓰는 것이라, 위지천은 능숙하게 집도(執刀)를 이어갔다.
단여가 감탄할 정도.
‘대사형 분명히 첫 의도술일 텐데 저런 손놀림이라니? 내 숙적다워.’
하지만, 위지천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이대로는 안 돼.’
장명의 맥이 갈수록 얕아지고 있었다.
치료를 끝내기도 전에 장명은 숨을 거둘 거다.
‘더 빠르게 손을 써야.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방법이?’
위지천이 초조히 입술을 질끈 깨무는 순간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렸다.
“천이, 이놈!!”
“등짝에 불나게 맞자.”
위지천을 구하러(?) 온 위지강과 위지상아였다!
둘은 천둥벌거숭이 막내를 흠씬 혼내 주려다가 주변 상황을 눈치채고 멈칫했다.
“음.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구나.”
“…네, 제가 부족해서.”
“됐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환자 먼저 살리자. 상아야?”
“활명단(活命團) 투약. 강심통혈대법(强心通穴大法) 실시.”
“실시!”
위지상아가 장명의 입에 단약 하나를 넣더니, 여러 곳의 혈을 순차적으로 짚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옅어져 가던 혈이 다시금 강하게 맥동하기 시작한 거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임시방편인?’
도리어 심각한 후유증만 남길 수도 있다.
그때, 위지강이 위지천의 옆으로 오더니 환부를 바라보았다.
“이런. 마공이 무섭긴 하구나. 완전히 넝마가 되었어.”
“제가 의도술에 더 능숙했으면….”
“왜 이리 풀이 죽었냐? 이만하면 잘했다. 첫 의도술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지.”
이만하면. 이 정도면.
그 단어들이 더 위지천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위로다.
위지강은 그런 막내의 모습에 웃음을 삼켰다.
‘녀석. 너도 의원은 의원이구나.’
사실 위지강은 적잖이 놀랐다.
위지천이 집도한 환부를 봤는데, 상상을 초월하게 뛰어났던 거다.
‘걸레짝 같던 관맥을 이렇게나 이어놓다니? 의도술을 남몰래 연습하기라도 한 건가?’
위지강은 자신이 처음 의도(醫刀)를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엉망이었다.
늘 온화하던 위지선이 불같이 화냈을 정도다.
-준비 안 된 의원은 환자를 잡는다! 위지강, 네놈은 칼을 들 자격이 없어!
위지선이 그렇게 화를 낼 정도로 의도술은 위험한 치료법이다.
제대로 하지 못할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나은 게 의도술이니까.
그런데, 견습 의생 주제에 겁도 없이 환자의 배를 갈라?
따끔하게 혼을 내려고 했는데, 웬걸?
위지천이 해놓은 흔적을 보고 누가 견습 의생의 솜씨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만큼 훌륭했다.
‘솔직히 손재주만 보면, 나보다 나은 것 같기도? 나도 이렇게 넝마가 된 관맥을 이 정도로 정교하게 잇지는 못하는데.’
놀라운 이야기.
위지선에게 혼난 후 절치부심하여 의도술 실력은 이미 아비인 위지선을 능가한 위지강이다.
의도술 하나만 놓고 보면, 남양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다.
그런데, 그런 위지강 못하지 않은 손놀림이라니?
‘물론, 의도술 실력이 손재주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의도술에 가장 중요한 재능이 손재주다.
손이 곰처럼 굼뜨면, 아예 의도술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좋다.
‘이제 첫 집도인데 이 정도라면, 천이는 장래에 중원 최고의 의도술 대가(大家)가 될지도. 천봉의가를 뛰어넘을 정도로.’
위지강이 흡족한 건, 단순히 재능뿐이 아니다.
환자를 위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는 마음.
막내는 훌륭한 의원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칼을 줘봐라. 상아야.”
위지천과 단여가 빠지고, 위지강과 위지상아가 의도술을 이어갔다.
이전 삶, 의선쌍룡(醫仙雙龍)으로 칭송받던 둘의 집도였다.
둘은 이미 숱하게 손을 맞춰본 전적이 있었다.
따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
위지상아가 깨끗하게 소독한 천으로 피를 닦으며 시야를 열어주었다.
천을 많이 쓰지도 않았다.
어떻게 닦아야 시야가 확보되는지, 어디를 막고 있어야 출혈이 치료 부위를 방해하지 않는지 잘 알고 있어서다.
위지강도 쓱쓱 칼을 움직였다.
평소 잔소리쟁이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어렵게 굳게 닫힌 입술.
위지강은 입만 다물면 도도한 냉미남이기 그지없는 터라, 이전 삶 별호인 빙옥의(氷玉醫)의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툭, 툭.
위지강의 치료는 위지천이 했던 것과 달랐다.
괜히 모든 관맥을 살리려고 하지 않았다.
살릴 수 없는 관맥은 과감히 포기했다. 나무의 상한 가지를 정리하듯.
그렇게 환부를 말끔하게 정리 후 남은 관맥을 이어 붙였다.
‘위지강 형님은 어떤 관맥을 살려야 하는지, 그리고 남은 관맥을 어떻게 이어야 하는지 꿰뚫고 있는 거야.’
위지천은 감탄했다.
이런 내용은 의서에 나오지 않는다.
경험에서 터득하는 거다.
같은 손재주를 가지더라도 의도술 실력이 차이가 나는 이유였다.
“왜? 이 형님이 대단해 보이느냐?”
고비를 넘기고 나자, 위지강의 분위기가 다시 느슨해졌다.
“잘 들어라. 사맥(死脈)과 활맥(滑脈)을 구분하는 건, 단순히 눈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네, 형님.”
피와 살이 될 조언이다.
무인으로 치면 심득(心得), 비기(祕技)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의 흐름을 같이 살펴야 하며, 그리고 또한… 네가 한 것도 잘했지만, 그리고 또… 간과 담은 서로 상응하는 장기로… 네가 아까 처음 접근했을 때는… 어쩌고저쩌고.”
“…….”
위지천의 얼굴이 어정쩡하게 변했다.
왜일까? 분명 천금 같은 조언인데, 잔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오라버니 잔소리 멈춰.”
“잔소리가 아니다! 천이, 네가 또 알아야 할 게… 어쩌고저쩌고.”
위지천은 쿡쿡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자신을 생각해 하나라도 더 가르침을 주고 싶어 하는 형님의 마음이 느껴졌던 거다.
좋았지만.
‘그래도 형님, 잔소리는 조금 줄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는 빙옥주모(氷玉主母)라는 소리까지 듣는다고요. 도도하게 생겨서 잔소리쟁이 주모처럼 시끄럽다고.’
어쨌든.
탁.
위지강이 실로 환부를 닫으며 의도술이 마무리되었고, 장명의 안색이 편안해졌다.
살아난 거다!
* * *
그렇게 의선의가의 손에 의해 검존혈사(劍尊血史)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완벽하게.
온 강호에 소문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