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48)
의선명가 천재막내 49화(49/138)
제49화
위지선을 비롯해 의선의가의 가족들이 의선당에 모여 손님을 맞았다.
반대편에 앉은 유화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의선의가 지(地)급 의가 승급을 축하합니다.”
“크, 크음. 못 보일 꼴을 보인 것 같아서 쑥스럽구려.”
위지선이 민망해하는 이유.
-우리가 누구?!
-지(地)급 의가!!
이러고 있는데, 유화가 들이닥친 거다.
특히 위지선과 위지무는 서로 어깨동무한 채 고성방가를 지르고 있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니까요. 문도들끼리 화기애애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비꼬는 어조는 아니었다.
표정도 여전히 부드러웠다.
단, 속을 알 수가 없었다.
“크흠,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소. 유평 가주께서는 안녕하신가? 몇 해 전 단강(丹江) 의가 회합 이후로는 한 번도 뵌 적이 없군.”
“아버지께서는 여전하십니다.”
“한번 뵈어야 하는데, 크흠, 그러니까….”
“아버지, 무슨 꿍꿍이로 찾아온 거냐고 왜 물어보질 못합니까?”
위지강이 싸늘하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리저리 말 돌릴 필요 없소, 유화 소가주. 할 말 있으면 얼른 하시오.”
“하하, 위지강 대공자께서는 몇 해 만에 뵈었지만, 말씀이 매우신 건 여전하군요.”
“동선의가와 우리 의선의가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아오만.”
위지강은 코웃음을 쳤고, 다른 가족들의 눈도 매서워졌다.
이제 의선의가는 명실상부한 남양의 두 번째 의가가 되었다.
그 말은 이제 앞으로 의선의가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동선의가가 되었다는 뜻이다.
‘미리 기선을 잡으려고 온 건가?’
다들 그런 경계심을 품었는데, 유화가 다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우습지?”
“하하, 죄송합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요. 우리 동선의가는 의선의가와 적대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도리어 남양 의업계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무슨….”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가들의 세계란 무엇인가?
약하면 밟고, 누군가 기어오르면 밟고, 그냥 기분 나쁘다고 밟는.
사람을 살리는 의원들이 모였으면서, 정작 금수들의 세계보다 험악한 것이 바로 이곳 의업계다.
과장이 아니냐고?
최소 의선의가가 지금껏 겪어온 의가들의 세상은 그랬다. 항상 밟히고, 밟히고, 밟혀온 게 의선의가의 역사이니까.
그런데, 저렇게 따뜻한 환대를 한다고?
믿을 수 있을 리가.
무언가 흑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허튼소리 집어치우시오.”
“위지강 대공자?”
“우리 의선의가가 이전의 보잘것없는 향(鄕)급 의가인지 아시오? 우리 의선의가를 건든다면 동선의가도 팔 하나, 다리 하나는 날아갈 각오를 하시오.”
“아니, 우리 동선의가는 그럴 생각이?”
“그래, 강아, 말 한번 잘했다! 우리는 이제 지급 의가다!”
“확! 쓱싹해 버린다?”
“아, 아니?”
유화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때 가만히 있던 위지천이 나섰다.
유화 보기 민망한 표정으로.
“다들 진정하세요. 유화 소가주의 말이 진짜일 수도 있잖아요.”
“그럴 리가! 천아, 이 의업계에서 믿을 건 우리 가족뿐이다. 다른 놈들은 다 금수만도 못한 놈들이야!”
“동선의가가 지금껏 나쁜 짓을 했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나요?”
“…….”
의선의가 가족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의업계가 썩은 건 맞지만, 모든 의가가 다 썩은 건 아니니까.’
위지천이 알기로 동선의가는 의업계에서 그 찾아보기 힘들다는 올곧은 의가 중 하나였다.
‘문제는 동선의가도 풍파에 휘말려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진다는 거지만.’
동선의가가 멸문하는 건, 의선의가보다도 오히려 더 빨랐다.
어쨌든, 그건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이야기.
“죄송해요. 우리 의선의가가 원체 지금까지 적이 많았던 터라.”
“하하. 괜찮네. 이해하네. 원체 의업계에 금수 같은 놈들이 많긴 하지.”
“크흠, 흥분했던 것 미안하네. 강아, 너도 사과해라.”
“…미안하오.”
유화가 다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겠습니다. 우리 동선의가는 의선의가가 지금은 몰락한 남중의가의 역할을 대신해 줄 것은 물론, 차후에는 남양제일의가가 되길 바랍니다.”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경쟁자를 격려하는 것까지야 그렇다고 쳐도 자신들의 자리까지 대신 차지해 달라니?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선의가는 원래 큰 욕심이 없습니다. 쓸데없는 허명을 얻은 탓에 지금처럼 되었지만, 바라던 바는 아니었지요.”
“…….”
“의선의가가 남양의 환자들을 책임져 주면, 우리 동선의가는 원래 바라던 대로 뒤에서 조용하게 지내고자 합니다.”
뜻밖의 이야기에 모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확실히 지금껏 동선의가의 행보를 보면, 거짓처럼 들리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동선의가는 가세를 확장하려고 노력한 적이 전혀 없으니까.
단, 위지선이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건, 꺼림칙함 때문이었다.
늘 을의 입장에서 핍박당해온 위지선과 의선의가는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때, 위지천이 불쑥 말했다.
“우리 의선의가를 방패막이로 쓰려는 건 아니고요?”
“!!”
유화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렇지 않나요? 향후 인근 단강의계(丹江醫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질 것 같아서 우리 의선의가 뒤에 숨으려는 것 아닌가요?”
유화가 곤란한 얼굴을 했다.
“하하, 역시 남양의선검이군. 아직 남양 의업계에 소문이 퍼진 일은 아니건만. 소공자의 말대로 단강의계가 앞으로 시끄러워질 예정인 건 맞네.”
의가의 영역은 의가의 성세에 따라 달라진다.
천(天)급은 중원 전역.
성(星)급은 성(省) 전역.
지(地)급은 자리한 도시에 영역을 차지한다.
단, 이건 일반적인 분류일 뿐이고, 각각 의가마다 실제 영역의 크기는 다르다.
어떤 성(星)급 의가는 자신의 성을 넘어 인근 성까지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고, 어떤 지(地)급 의가는 주변 도시까지 영역을 드리우기도 한다.
‘남중의가는 남양에 영향력이 국한된 지(地)급 의가였고, 동선의가는 남양을 넘어 다른 도시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의가이지.’
이러한 지(地)급 의가는 동선의가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각 도시에서 으뜸가는 의가 정도 되면 주변 도시로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마련이니까.
남양 주변 일대 그런 의가들을 불러 ‘단강의계’라고 불렀다.
인근에 단강(丹江)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의가의 서열을 나누는 게 우스운 일이네만, 우리 동선의가를 비롯해 단강 인근의 지(地)급 의가들은 다 고만고만한 수준이네.”
“변화가 생겼군요.”
“그래, 양양제일의가인 상현의가(上弦醫家)가 백선의가와 사돈 관계를 맺었네.”
“!!”
위지천은 물론, 위지선을 비롯한 이들이 흠칫했다.
백선의가.
당금 의업계에 가장 거대한 존재였으니까.
“유화 소가주, 그 말의 뜻은?”
“네, 백선의가는 상현의가를 앞세워 이곳 단강 일대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만한 노른자위 땅이 비어 있으니, 군침이 돌 만하겠죠.”
단강 일대.
남양과 서협, 등주, 양양 등을 뜻한다.
교통의 요지였다.
중원의 정중앙으로 옆에는 섬서성이 있고, 아래에는 호북성이 있다.
안휘와 산동, 하북도 비교적 멀지 않고, 사천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산서의 무림맹, 안휘의 세가맹, 호남의 사도맹의 정중앙이기도 했다.
또, 백선의가 입장에서 군침이 도는 점은 단강 일대에는 방해물이 될 성(星)급 의가가 없다는 점일 거다.
“백선의가는 상현의가를 성(星)급 의가로 만들려는 거군요.”
“그렇다네. 단강의계는 신성(新星)의 탄생에 휩쓸리게 될 거네.”
천문에 따르면 새로운 별이 탄생할 때, 주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의업계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새로운 성(星)급 의가가 태어나면, 주변 지급 의가는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된다.
‘굴종하거나, 몰락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지.’
이전 삶, 동선의가는 굴종하지 않았고, 결국 몰락하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몰락이 아니다.
멸문이었다.
남양 중앙 대로에 유화의 목이 걸려 있던 장면이 위지천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차라리 무림인들 간의 칼부림이 낫지. 의가들의 쟁투는 추악하기 그지없으니까.’
무림인들은 시원하게 무공의 고하로 승부를 가리지만, 의원들은 그런 식으로 승부를 가릴 수가 없다.
결투같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의술 실력의 고저를 나누지 못하니까.
대신, 지금껏 봤던 것처럼 온갖 더러운 싸움을 하게 된다.
무림 방파를 동원한 무력, 관과 결탁한 권력, 협잡, 누명, 유언비어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동원해 상대를 몰락시킨다.
‘그런 면에서 백선의가는 최강의 의가야. 의련을 장악했을 뿐 아니라, 황실까지 등에 업었으니까.’
유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의선의가가 훌륭함은 압니다. 다만, 몸을 사리는 게 좋을 겁니다. 잘못했다가는 본보기로 정을 맞을 수 있습니다.”
유화가 떠난 후, 정적이 감돌았다.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나타난 거다.
백선의가.
이제 고작 지(地)급 의가가 된 의선의가에게는 너무나 거대한 난관이었다.
“…지(地)급 의가 명판, 의련에 반납할까?”
“제가 지금 당장 반납하고 오겠습니다, 형님.”
“그냥 지급 의가 자격을 화중의가에 파는 건 어떠냐? 단가, 그 욕심만 많은 놈이면 속을 것 같은데.”
“얼마 전 천이를 구할 때 도움 받은 일로 단소천 가주에게 꼭 은혜 갚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원래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건 비정한 의업계에서 흔한 일이다. 에휴. 내가 누구?”
“향급 의가의 가주님이십니다.”
“잠깐이라도 좋았다, 지급 의가야.”
실없이 서로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다들 낙심했다.
그때, 위지천이 말했다.
“전 오히려 잘된 것 같은데요?”
“천아?”
“이건 기회예요. 우리 의선의가가 대폭 성장할 수 있는. 이번 난관을 잘 이용하면, 의선의가가 발전하는 데 드는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시점에서 백선의가의 수작은 나쁘지 않아.’
그리고.
위지천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다들 화나지 않으세요?”
“…뭐가 말이냐?”
“종가(宗家)인 우리가 고작 방계였던 백선의가 따위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말이에요.”
“!!”
“다들 아시잖아요. 의선의가가 이렇게까지 몰락한 데는, 백선의가의 수작이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