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
의선명가 천재막내 6화(6/138)
제6화
‘물론, 눈빛만으로 모든 걸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선인이 늘 선행을 베풀면서 사는 게 아니듯, 악인이라고 늘 악행만 저지르고 사는 건 아니었다.
질이 나쁜 악인도 별다른 악의 없이 치료 목적으로 의가에 올 수 있었다.
물론, 저런 이는 가급적 가까이하지 않고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단순히 눈빛만으로 환자로 온 이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장삼 대협을 뵙습니다. 의선의가의 셋째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호오.”
위지천의 의젓한 인사에 장삼의 눈에 살짝 이채가 스쳤다.
흑귀문의 문주 장삼도 위지천에 대해 알고 있었다.
‘소문과는 다르군. 의선의가의 셋째가 지지리 못난이라더니. 멀쩡해 보이는데?’
하지만, 장삼이 위지천에게 받은 인상은 거기까지였다.
위지천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정기.
더욱 깊은 곳에 자리한 흉포함까지 알아보기에는 장삼의 경지가 너무 일천했다.
큰 관심도 없고 말이다.
애초에 장삼은 다른 흉심(凶心)을 품고 온 것이었으니.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나 같은 흑도의 무인에게도 주눅 들지 않다니. 담력이 대단하구나.”
“대협께서 흉(凶)으로 오신 것도 아닌데, 담력이라고 할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환자로 오셨으니, 그저 의원의 소임을 다할 뿐이지요.”
장삼은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무언가 말에 뼈가 느껴진 거다.
마치 그가 삿된 속마음을 품고 있는 걸 눈치라도 채고 있는 것처럼.
‘나도 무슨 허튼 생각을.’
장삼은 피식 웃고는 다시 위지천을 보았다.
소문처럼 모자라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위협적인 느낌은 일절 없었다.
착하고 순해 보이는 게 딱 의가의 아이다운 인상이랄까?
“그만 가시지요, 대협.”
흑도의 무인이 아들에게 관심 보이는 게 석연찮은지 위지선이 재촉했고, 장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의선당(醫仙堂)으로 향하는 걸 보며 위지천은 팔짱을 꼈다.
‘찝찝한데.’
혹시나 몰라서 의선당 주위를 얼쩡거렸다.
하지만, 걱정이 기우였던 것처럼 진료는 별문제 없이 끝났다.
“허리가 시원하구려. 어찌 이리 신통한지. 남양의선의 명성이 거짓이 아니었소.”
“남양의선이라니요. 과분한 호칭은 거두어 주십시오.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큰 은혜를 입었는데, 사례해야겠소. 여기 받아주시오.”
비단 주머니를 연 위지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전이 들어 있는 게 아닌, 말안장 모양의 은주괴가 들어 있었다.
원보(元寶)였다!
무려 은자 오십 냥의 가치로 밭을 몇 마지기나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감사의 표시이니 받아두시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건 너무….”
“이 장 모가 흑도인이지만, 평소에 의선의가를 흠모하고 있었소. 개처럼 벌어서 대감처럼 쓰라는 말도 있지 않소? 험하게 번 돈이지만, 의선의가의 살림에 보탰으면 하는 마음이오.”
위지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의선의가는 궁핍하다. 빚도 많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뒤 일수꾼들이 찾아올 텐데. 저 돈이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거야.’
이런 ‘후원’을 받는 게 드문 일도 아니었다.
의가라면 모두 저런 크고 작은 후원들을 받으며 유지되는 법이니까.
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이었다.
“후의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선조님들께서 이르길 과한 재물은 화를 불러오는 법이라 했으니,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
장삼과 위지선은 놀라 고개를 돌렸다.
위지천이었다!
“아니, 천아?”
“제게 재물에 눈이 멀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아버지?”
“아니, 그건… 그렇긴 했지만….”
“하늘 아래 올바른 길을 걷고 있으면, 필요한 것은 응당 하늘이 채워줄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고요.”
“하늘은 무슨… 하늘이 우리를 살피면 우리가 이렇게 가난하게 살지는… 아니다. 끄응.”
영롱한 은원보가 아른거리는지, 위지선은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정신을 차렸다.
위지선이 생각하기에도 무언가 석연찮다고 느낀 거다.
“죄송합니다, 대협. 이 아이의 말대로 이런 과한 돈은 받기 어렵습니다.”
“내가 흑도의 무사라 그러는 것이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이만한 돈을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고작 침 몇 개 놨을 뿐인걸요. 이 원보는 나중에 혹시라도 제가 대협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 생기면, 그때 주십시오. 물론, 대협께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겠습니다만, 하하.”
위지선이 너털웃음을 터트리자, 장삼은 더는 강요 못 하고 휙 주머니를 채서 장원을 빠져나갔다.
“아니, 원보는 안 받는다고 쳐도 진료비는 내고 가야지. 그냥 가면 어떻게 하나. 에잉.”
“아쉽습니까?”
“크흠, 아쉽긴. 안 아쉽다. 원보 하나면, 은화가 몇 냥… 아니, 그냥 해본 말이다. 원보를 만져본 게 얼마 만인지. 원보, 원보….”
위지선은 미련이 뚝뚝 묻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그깟 원보 제가 잔뜩 구해서 드릴 테니까요.”
“이 애비를 많이 사랑하는 우리 효자, 말이라도 고맙구나.”
“진담입니다.”
“네가? 무슨 수로?”
“돈이야 벌 기회가 오겠지요.”
위지천은 멀어지고 있는 장삼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화가 나 보이는 게, 미련이 남은 건 위지선만이 아닌 모양.
조만간 무슨 사달이라도 일으킬 듯한 장삼의 모습에 위지천의 눈동자가 보이지 않게 깊어졌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말입니다.”
위지천이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 * *
위지천은 곧바로 영약을 복용하였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까 그놈. 분명히 흉심을 품고 있어.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야.’
아니, 비단 아까 놈뿐만이 아니다.
위지천은 의선의가가 미래에 겪을 일들을 떠올렸다.
무수히 많은 환란이 닥치게 된다.
가족들이 주는 평안과 행복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강해져야 했다.
그래야 이 행복도 지킬 수 있을 테니.
태소단을 복용하자 체내에 기운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고작 몇 년 치의 기운.
수십 년어치의 기운을 얻게 해주는 ‘진짜’ 영약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런 진짜 영약들은 제조법도 제조법이지만, 재료도 그만큼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것들이 들어간다.
괜찮다.
‘천선신공은 적은 내공으로도 몇 배의 효율을 내게 해주니까.’
기운의 완벽한 수발과 통제가 천선신공의 특징이다.
따라서 어떤 낭비 없이 내공을 흡수할 수 있다.
파아앗.
오래 걸리지 않아 내공이 단전에 갈무리되었다.
아직은 콩알만 하지만, 어떤 신공으로 모은 것보다 단단하고 정심한 내공이었다.
‘조금 더.’
위지천은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진기를 주천했다.
물줄기가 모이면 기세가 더욱 강해지는 것처럼, 이전보다 훨씬 기의 흐름이 강맹해졌다.
기경팔맥을 통해 백회로. 이미 지난번 환골탈태할 때 임독양맥이 타통되었기에 막힘없이 소주천이 이어졌다.
위지천의 몸 주변에 스르륵 서기가 맺히기 시작했고, 밤이 깊어졌다.
* * *
위지천은 번뜩 눈을 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물아(物我) 상태에서 너무 심법에 몰두했다.
분명히 이른 밤에 시작했는데, 밖을 보니 해가 이미 중천에 떠올라 있었다.
“일어나셨습니까, 도련님?”
의선의가에서 잡일을 하는 어린 하인인 장복이었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느냐?”
“미시(오후 1시~3시)입니다. 요즘엔 일찍 일찍 일어나시더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나셨어요?”
“어제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그렇게 되었다. 배고프니 점심이나….”
위지천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장원 안이 조용했다.
‘원래 미시쯤이면 한창 바쁘고 시끄러울 시간인데?’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환자도 있었고, 문하 제자들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느냐?”
“가, 가, 갑자기 무슨 일이라니요? 그, 그런 것 없었습니다!”
장복이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누가 봐도 수상한 반응.
위지천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아우, 가주님이 절대 도련님께 말하지 말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전 모릅니다요. 진짜로요.”
“네놈의 기억력이 나빠진 것 같구나. 네가 밤마다 몰래 주방에 숨어들어 남은 찬거리를 훔쳐 먹던 걸 총관께 고하면 네놈의 기억력이 좋아질 것 같은데, 내 처방이 어떠냐?”
“아우. 가주님께서 진짜 도련님께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장복이 휙휙 주변 눈치를 보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침에 흑귀문의 장삼 문주가 찾아왔습니다요.”
“그 작자가? 왜?”
“어제 침 맞은 부위가 잘못되었다며, 허리는 물론, 다리까지 악화하였는데,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길길이 날뛰고 갔습니다.”
“!!”
위지천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걱정한 대로 놈이 사달을 일으킨 거다.
“아버지께서는? 괜찮으시냐? 그 무도한 작자가 해코지하거나 하지는 않았냐?”
스스스.
위지천의 기세가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만약 아버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면, 놈을 갈가리 찢어버릴 것이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게 할 것이다.
그렇게 위지천의 속에 잠들어 있던 흉마의 포악함이 슬쩍 고개를 들었고, 장복은 돌연 몰려든 한기에 영문도 모른 채 몸을 떨었다.
“다행히 해코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만?”
“아이고, 안 됩니다요. 가주님께서 진짜, 절대, 절대 도련님께 이야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위지천은 불안감이 몰려왔다.
인내심이 사라지는 걸 느끼며 말했다.
“내가 말하라고 했다.”
“!!”
장복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련님이 왜 저러지?’
별 볼 일 없고 못난.
순하고 착해서 무섭지도 않은.
그래서 제자들과 하인들 사이에서도 은근슬쩍 괄시당하는 위지천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위지천의 눈동자를 마주한 장복은 입이 바싹 마르는 듯했다.
그때, 위지천이 다시 평소처럼 웃었다.
“아버지가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장복은 힐끗힐끗 위지천의 눈치를 살폈다.
방금 느낀 무서움이 거짓말인 것처럼 여전히 순한 얼굴, 맑은 눈동자였다.
‘내가 착각한 건가?’
어쨌든 장복은 더는 위지천의 말을 거스르지 못했다.
“그게….”
그리고.
이어진 장복의 말에 위지천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