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0)
의선명가 천재막내 51화(51/138)
제51화
위지천은 꿈을 꾸었다.
-멍청한 의선의가 놈들.
익숙한 음성.
‘조백일이 아니라, 왕서방 놈인가. 상현의가의 꿈은 오랜만이네.’
돌아오고 난 이후에는 꾸지 않았지만, 이전 삶 때는 매일같이 의선의가를 멸문하게 한 원수들의 꿈을 꾸었다.
왕서방.
상현의가의 가주 왕일은 위지천이 꾸던 악몽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였다.
원래 삶에서도 의선의가는 지(地)급 의가가 된다.
성(星)급 의가가 된 상현의가의 손에 동선의가가 멸문했고, 대신 의선의가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된 거다.
이후, 상현의가는 백선의가의 지시를 따라 의선의가를 지독히도 괴롭혔다.
-의선의가의 약초 공급처를 끊어.
-의선의가가 새로운 단약을 개발했다고? 약초를 바꿔치기해 복용한 환자들이 탈 나게 만들어.
-의선의가가 진료한 환자에게 은밀히 접근해 증세를 악화시켜.
의원의 탈을 쓰고 저지른 일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치졸한 수작들.
‘원래 백선의가는 저런 뒷공작의 최고봉이니. 백선의가의 주구인 상현의가도 똑같은 수작을 따라 한 거지.’
이번 삶에도 상현의가가 똑같은 수작을 부리게 놔둘 생각은 없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인 법이니까. 상현의가가 수작을 부리려 들기 전에 미리 몰락시키면 돼. 겸사겸사 복수도 한 번 더 하고.’
이전 삶 때 위지천은 이미 상현의가에 복수를 마쳤다.
하지만, 한 번 복수한 것으로 앙금이 풀릴 리가?
다다익선.
위지천은 복수는 여러 번 할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일어나 볼까.’
위지천에게 원수들의 꿈은 더는 악몽이 되지 못한다.
꿈을 꾸어 괴로운 게 악몽인데, 원수들의 꿈을 꾸어도 맹수가 먹이를 보며 ‘한 번 더 조져 주어야지.’라는 것처럼 입맛을 다시게 될 뿐이니까.
그런데, 꿈속에서 하나의 음성이 들렸다.
여인의 음성이었다.
-내가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
위지천은 번뜩 눈을 떴다.
“아….”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당연하지만, 꿈속에서 들린 음성의 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악몽 맞네.”
위지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꿈의 음성 주인의 이름은 조현.
백선의가 가주 조백일의 딸이자, 위지천의 친우였던 이다.
* * *
흑귀문의 장삼.
명실상부한 남양 남쪽 거리의 패자.
장삼의 이름만 들어도 남양 아이들의 울음이 뚝 그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제 남양 땅에서 장삼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나 이 정도면 성공한 것일지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서일까?
장삼은 슬그머니 위지천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근히 받은 게 많았다.
‘삼류 무공인 귀혼천공을 절학으로 만들어주고, 내공도 늘려주고, 분골착근으로 근골도 좋게 해주고, 경쟁 문파도 몰락시켜 주고, 명성도 얻게 해주고.’
이 정도면 은인 아닌가?
란 생각이 들 정도.
‘위지천, 그놈은 싹수가 심하게 없을 뿐, 어쩌면 악마가 아닐지도.’
장삼은 생각했다. 다음에 위지천을 만나면 조금은 잘해야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다짐하자마자 다음 날이었다.
‘크아아악! 이 죽일 악마 놈 누가 안 잡아가나?!’
장삼이 또 이러는 이유.
“장가야, 내가 와서 기분 나쁘냐?”
“아닙니다!”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아닙니다! 이 장 모의 누추한 거처에 직접 걸음 해주시다니! 삼생의 영광입니다!!”
장삼은 평소보다도 더욱 바짝 엎드렸다.
이유?
위지천의 기분이 나빠 보였다.
그게 다였다.
딱히 주먹질하지도, 분골착근을 하지도, 위협하지도 않았지만, 장삼은 더욱 긴장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저 악마 놈이 저렇게 기분 나빠하는 건 처음인데?’
다행히 위지천은 장삼에게 불똥을 튀기지는 않았다.
그저 장삼 전용의 가죽 의자에 앉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이다.
장삼은 슬그머니 긴장을 풀고 조심히 물었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 겁니까? 혹시 혼담 때문에?”
“넌 내 혼담 이야기는 어떻게 알았냐?”
“흑귀문에 놀러 온 장복이란 놈한테 들었습니다.”
“…혼담 때문이 아니다. 꿈자리가 안 좋아서 그렇다.”
“꿈자리요?”
“그래, 안 좋은 꿈을 꾸었다.”
장삼이 입술이 씰룩거렸다.
고작 꿈 때문에 이러고 있다고?
‘참자. 살아남는 게 강한 자인 법이니.’
장삼은 위지천이 혈교의 광혈사자의 목을 베던 장면을 떠올렸다. 장삼의 좁쌀 같던 마음이 절로 넓어졌다.
“꿈 때문에 온 건 아니고. 용무가 있어서 왔다.”
“무엇입니까?”
“내가 혼담 때문에 양양에 가게 된 것도 들었겠지?”
위지선에게 뺨을 맞은 백선의가의 장로는 지금 양양 상현의가에 머물고 있었다.
상현의가가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인데, 위지천의 혼담 상대가 될 소저도 상현의가에 있다고 하니, 찾아갈 예정이었다.
“네, 이미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바늘 가는 데 실이 가는 법 아니겠습니까?”
“너랑 내가 바늘과 실? 그딴 소리 집어치워라. 기분 나쁘니.”
‘내가 더 싫거든?!’
요즘 남양에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
위지천과 장삼이 나이를 초월한 교분을 나누고 있다고.
바늘과 실처럼 같이 다닌다고.
“넌 이번에 나와 같이 갈 필요 없다.”
“정말입니까?”
“넌 해야 할 게 있지 않냐. 이제 슬슬 절정의 벽을 뚫어야지.”
“!!”
장삼의 눈빛이 변했다.
절정.
모든 무인의 꿈이다.
초절정과 화경은 너무 막연해 손을 뻗을 엄두도 나지 않지만, 절정은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으니까.
하지만, 장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전 무리입니다.”
장삼은 위지천의 특훈을 받은 후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무려 일류 극(極)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여기까지다.
장삼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다.
“장가야, 넌 절정의 경지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체기의 단계를 넘어 기를 유형화하는 단계 아닙니까?”
“기를 유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
장삼은 귀를 쫑긋했다.
절정 극(極)의 혈교 고수를 농락하던 위지천이다. 그것도 고작 절정 입(入)의 경지이면서.
그만큼 위지천이 깨달은 무(武)의 이치가 높다는 뜻이리라.
“의지가 강해야 한다.”
“…그렇지요.”
“그러면, 네가 절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느냐?”
“…잘 모르겠습니다만?”
스멀 불길함이 치밀어 올랐다.
가르침은 개뿔.
무언가 또 재앙을 내리려는 게 분명했다.
과연.
“네게는 절박함이 필요하다.”
“그냥 전 절정이 되지 않아도 만족…!”
“사양할 것 없다. 이미 연락을 해놨으니.”
“…연락?”
“네 이름으로 삼패문(三覇門)에 서신을 보내놨다. 보름 뒤. 남양의 흑도제일문의 이름을 걸고 문주끼리 일대 대결을 벌이자고.”
‘이 미친놈아!!’
장삼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장삼의 흑귀문이 남양에서 꽤나 어깨에 힘주고 다니게 되었다고 해도 삼패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문파 자체의 크기는 비슷했다.
흑귀문과 삼패문의 차이는 문주의 강함이었다.
삼패문주 강량은 절정의 고수였다.
그것도 무려 절정 중(中).
“언제까지 남쪽 거리에 머물고 있을 거냐. 사내가 포부가 커야지. 이 기회에 남양 흑도제일문이 되어라.”
“전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기 싫다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삼은 눈물을 삼켰다.
그렇게.
장삼은 남양의 흑도를 평정하기 위해 출사표를 (강제로) 던졌다.
* * *
위지천은 양양으로 출발했다.
이번엔 위지무가 동행했다.
남양은 하남성, 양양은 호북성이지만, 거리가 멀지는 않았다.
말을 타고 전력으로 달리면 하루 만에도, 마차를 타면 이틀, 부지런히 걸어도 삼사일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위지무는 외당의 총관으로서 자주 방문하는 도시이기도 했다.
마차를 탄 둘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에 상현의가가 주변 명사들을 초청해 의술대회(醫術大會)를 크게 연다는구나.”
“네, 알고 있어요.”
가문의 의술을 자랑하려는 행사였다.
“상현의가에서 어찌나 힘을 썼는지, 어쩌면 황족이 참관할 수도 있다더구나.”
“황족이요?”
위지천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이전 삶, 상현의가의 의술대회 때 황족이 참석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
‘뜬소문이겠지. 아니면, 아무런 영향력 없는, 무늬만 황족인 인물이 얼굴만 비칠 예정이거나.’
사돈에 팔촌에 팔촌팔촌 식으로 하면 황족이라 불릴 인물이 꽤 되었다.
위지무도 진지하게 한 이야기는 아닌지, 화제를 돌렸다.
“자, 이제 말해보아라.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
위지천은 잠시 위지무를 마주 바라보았다.
‘숙부에게는 편히 말해도 되겠지.’
위지무는 위지천을 보며 금이야 옥이야 어쩔 줄 몰라 하는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위지천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꿰뚫고 있었다.
“숙부는 상현의가가 왜 의술대회를 연다고 생각하세요? 그것도 황족이 참석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로 공을 들여서.”
“당연히 성(星)급 의가가 되기 위한 준비 아니냐? 백선의가가 밀어준다고 무조건 성(星)급 의가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니.”
성(星)급 의가는 의련에서 마음대로 정해 승격시킬 수 없었다.
지(地)급이야, 대충 의련에서 ‘승급!’ 하면 끝이지만, 성(星)급은 그만한 자격을 갖추어야만 했다.
“성급 의가의 요건 중 가장 갖추기 어려운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 가문의 위세? 인맥?”
“전 다르게 생각해요. 가문의 몸집이야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불릴 수 있으니. 힘으로든, 돈으로든. 인맥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면?”
“의가로서의 명성이에요. 명성은 돈과 힘이 있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위지무는 그럴싸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 말이 맞는구나. 그러니, 상현의가에서도 이런 의술대회를 여는 거고.”
“네, 반면 명성을 잃으면 절대 성(星)급 의가가 될 수 없어요.”
“그렇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테니. 잠깐, 그러면 네 꿍꿍이는?”
“이번 의술대회에서 상현의가에 망신을 줄 계획이에요. 성(星)급 의가가 되는 건 꿈도 꾸지 못하게.”
“!!”
위지무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어떻게? 말이 대회(大會)이지, 모두 상현의가에 줄을 댄 이들만 가득할 거다. 원래 이런 유의 의술대회가 다 그렇듯이 말이다.”
“우리도 도와줄 이를 구하면 되죠.”
“그런 이를 구할 수 있을 리가?”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이야기한 길로 잘 가고 있나요?”
“그래, 네가 이야기한 쪽으로 가라고 마부에게 일러놨다. 그런데, 왜 이쪽으로 오자고 한 거냐?”
“그건….”
그때였다.
밖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이놈들!! 멈추어라! 감히 겁도 없이 산중호걸의 영역을 침범했으니, 통행료를 내지 못할까?!”
“!!”
위지무의 안색이 굳었다.
녹림이었다.
그때, 위지천이 위기감 없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왜 이쪽으로 왔냐고 물으셨죠.”
“…천아?”
위지천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우리 편이 되어줄 사람들을 구하려고요.”
첫 번째 배역을 구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