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1)
의선명가 천재막내 52화(52/138)
제52화
밖으로 나가니 흉흉한 인상의 산적들이 마차를 가로막고 있었다.
위지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중이떠중이 산적들이 아니다.
얕은 수준이라도 모두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녹림도들이야. 그중에서도 서열 삽십 위쯤이라는 장굉산채(張宏山寨).’
녹림칠십이채(綠林七十二寨).
꼭 무림인이 아니라도, 이 중원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왜 천이는 이쪽 길을 고집해서.’
이 근방 지리에 빠삭한 위지무다. 당연히 이 길이 녹림 출몰 지역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위지천이 강하게 주장해서 오게 되었다.
‘천이가 생각 없이 그러진 않았겠지. 무언가 속셈이 있는 것 같으니 지켜보자. 천이는 우리 의선의가의 등불이자 보배니까!’
위지천이 앞으로 나섰다.
“산중호걸들을 뵈어요. 남양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의원이라고?”
“네, 제 옆에 있는 분은 위지무 숙부이고요. 의선의가의 총관이십니다.”
녹림도의 분위기가 다소 부드러워졌다.
정파든, 사파든, 의원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녹림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의원이라고 봐주지 않는다는 건 몰랐던 거냐? 해치진 않을 테니, 통행료를 내고 꺼져라.”
“저희가 은자가 넉넉하지 않은데, 혹시 의행(醫行)으로 통행료를 갈음할 수는 없을까요?”
“흥, 필요 없다! 우리는 이미 전담 의가가 있다!”
뜻밖의 이야기.
하지만, 일반 산채면 모를까 녹림 정도 되면 거래하는 의가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다른 의원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요? 혹시나 모르잖아요. 호걸님들을 담당하는 의가가 치료하지 못한 병을 우리가 치료할 수 있을 수도 있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
“장굉산채 채주님의 소중한 따님이 오랜 기간 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요. 혹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요.”
“!!”
산적 중 가장 험악한 인상의 사내.
남양 남쪽 거리의 폭군, 장삼과 맞먹을 정도로 흉흉한 얼굴의 남자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채주 방산이었다.
“허튼소리 집어치워라. 무슨 소문을 듣고 온 건지 모르지만, 내 딸의 병은 네놈 같은 꼬맹이가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현의가에서 그렇게 말하던가요? 따님의 병은 다른 의원에게 보여도 소용없을 테니, 자신들만 믿으라고?”
“!!”
채주 방산이 흠칫했다.
“어떻게 그걸?”
“따님께서 병을 앓은 지 이 년이 넘은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큰 차도가 없다면, 한 번쯤 다른 의원의 진료를 봐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딸의 질병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악화하지만 않아도 기적이다.”
“혹시 그것도 상현의가에서 한 이야기인가요?”
“…….”
채주 방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허튼소리 집어치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위지천의 눈동자는 누가 봐도 선하고 맑아 보였다.
삿된 의도는 전혀 엿보이지 않는.
“혹시나 제 이야기가 기분 나쁘게 들리셨다면 죄송해요. 의원으로서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무례하게 이야기했어요.”
“…….”
“채주님께서 원하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죠. 저희는 갈 길 가도록 할게요. 숙부, 호걸님들께 통행료를 주실 수 있을까요?”
위지천이 깔끔하게 포기하려고 하자, 방산의 마음이 도리어 급해졌다.
왠지 모를 직감이 든 것이다.
저 소년을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고.
아마 저 소년의 눈동자에 깃든 맑디맑은 현기 때문이리라.
“잠깐! 통행료는 되었다. 대신, 내 딸을 진료해줄 수 있겠나? 네 말 대로 한 번쯤 다른 의원의 진료를 봐도 손해 볼 것은 없으니.”
“얼마든지요. 의원이 환자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위지천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채주 방산은 살짝 반성했다.
자신이 너무 적대적으로 반응한 것 같다는 후회가 든 것이다.
‘저렇게 어린데도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깊구나. 남양의 의선의가가 원래도 환자를 위하기로 유명하긴 하지.’
“그러면, 따라오게.”
채주 방산의 말투가 달라졌다.
위지천을 한 명의 의원으로 인정한 거다.
“이놈아. 무슨 생각이냐? 상현의가에서 치료 못 하는 병을 네가 어떻게 치료하려고?”
녹림도들을 따라 산채로 향하던 중, 위지무가 다급히 속삭였다.
“상현의가가 소문이 안 좋긴 해도, 실력까지 없는 곳은 아니다. 분명히 큰 난병(難病)일 거야. 네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의원으로서는 햇병아리일 뿐이다.”
일리 있는 지적.
그런데, 위지천이 뜻밖의 말을 하였다.
“아무리 의술 실력이 뛰어나도 그 의술이 환자를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숙부는 이상하지 않으세요? 무려 이 년이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는데, 계속 같은 치료만 하고 있었다는 게.”
“…….”
“저라면 자신이 치료 못 할 난병(難病)이면 다른 실력 있는 의원에게 맡길 것 같거든요. 이런 식으로 자기들만 믿으라고 큰소리치면서 데리고 있는 게 아니라.”
위지무의 얼굴이 굳었다.
위지천이 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눈치챈 거다.
“너무 지나친 생각 아니냐?”
“네, 저도 제가 허튼 생각을 하는 것이면 좋겠어요. 같은 의원이, 아니, 인간이 그렇게나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거든요.”
“…….”
“이제 확인해보면 알겠죠.”
곧 산채에 도착했고, 안쪽의 거주 지역으로 안내받았다.
녹림칠십이채에 속한 곳은 원체 전통의 산채라 가족을 꾸린 산적들도 많았고, 아이들도 적잖이 보였다.
“아빠?!”
“우리 공주님!!”
침상에 누워 있던 소녀가 방산을 보고 활짝 웃었다. 나이는 대략 열 살 정도?
방산은 딸을 보며 흉흉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헤실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아빠, 저기 오라버니는?”
“안녕, 난 위지천이라고 해. 널 치료해줄 의원이야.”
“에이, 거짓말! 나랑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의원이라고요?!”
위지천은 머리를 긁적였다.
위지천의 나이는 지금 열다섯 살.
나이에 비해 더 어려 보였다.
괜히 가문의 귀염둥이 취급받는 게 아니다.
‘그래도 열 살 꼬맹이와 또래처럼 보인다는 건 조금.’
“이 오라버니가 얼마나 유명한 의원인데? 남양에서 위지천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단다. 저 멀리 서안에서도 유명해.”
“에이, 거짓말 같은데. 그래도 믿어줄게요. 오라버니, 우리 산채에서 사는 순둥이 닮았어요.”
“…순둥이가 무엇입니까, 채주님?”
“산채에서 애완용으로 기르는 새끼 사슴이네.”
옆에 장삼이 있었으면, 와락 응가 씹은 표정을 지었을 이야기.
위지천은 헛기침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 진맥을 시작해볼까? 손을 줘볼래?”
“여기요.”
소녀는 익숙한지 냉큼 손을 내밀었고, 위지천은 소녀의 기맥을 살폈다.
“…….”
장내가 정적에 잠겼다.
사실 채주 방산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뛰어난 의원이 되려면 관록이 필수인데, 저 소년 의원은 너무 어렸다.
그저 저 소년의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설사 저 소년이 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해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위지천이 입을 열었다.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래, 무리이겠지. 이해하네. 고생했네.”
“제가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은 하루 안에 좋아질 거고, 완전히 좋아지려면….”
“아, 통행료는 받지 않겠네. 신경 써준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위지천이라고 했나? 나중에 훌륭한 의원이 되겠군. 지금처럼 환자를 위하는 마음 계속 간직… 응? 뭐라고?”
“달포 동안 먹으면 병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뭐, 뭐라고?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방산은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
위지무도 옆에서 조심스레 말했다.
“그래, 천아. 제대로 진맥한 것 맞느냐?”
“숙부께서도 진맥해 보세요. 제가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아시게 될 테니.”
위지무가 의아한 표정으로 진맥을 하였고, 곧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제 말이 맞지요?”
“하! 이 씹어 죽일 놈들. 의원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런 짓을.”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챈 방산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시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위지천이 머뭇거렸다.
“혹시 상현의가에서 따님의 병증을 심허절맥증(心虛絶脈症)이라 하였습니까?”
“그렇다네. 심장이 절맥 때문에 약해져 평생 심장을 보하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네.”
“…….”
“왜 그러나? 얼른 말하게!!”
위지천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마 제 입으로 말하기 꺼려진다는 듯이.
“따님이 지금까지 아픈 이유. 상현의가 때문입니다.”
“…뭐?”
“맥의 이상 때문에 심장이 안 좋아진 건 맞습니다. 하지만, 치료 방법이 없는 절맥증이 아닙니다. 도리어 간단한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절맥증입니다.”
“!!”
방산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상현의가가 일부러 따님의 병증이 회복하지 못하도록 방치했습니다.”
* * *
‘이전 삶, 귀로 듣고도 의심한 사건이지. 인간이 이렇게나 추악해질 수 있다니.’
그렇다.
상현의가는 방산의 딸이 가진 병을 치료할 수 있는데, 일부러 방치했다.
왜?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서.
‘의외로 종종 있는 일이야. 중병을 앓는 환자를 일부러 완전히 치료하지 않으면서 돈을 더 뜯어내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뜻대로 휘두르는 일은.’
환자들은 의원의 말을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으니 벌어지는 일이다.
특히 녹림처럼 손쉽게 다른 의원의 진료를 받기 어려운 사정의 이들일수록 그러하다.
“제가 따님께 탕약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바로 효과가 나올 겁니다.”
위지천의 말은 사실이었다.
상현의가가 몇 년을 치료해도 별 차도가 없었는데, 곧바로 혈색이 돌며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하… 하.”
방산이 핏발이 선 눈으로 헛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