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2)
의선명가 천재막내 53화(53/138)
제53화
“고맙네. 살아생전 딸아이가 건강해지는 날이 올 줄은. 자네가 아니었다면, 계속 상현의가의 손에 놀아날 뻔했어. 자네는 나 방산의 은인이네.”
위지천은 뭐라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 편히 사례를 받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은혜는 원수부터 처리하고 돌아와서 갚겠네. 모두 도끼를 들어라! 지금 당장 양양으로 가 상현의가의 족속들을 다 죽여 버리겠다!”
방산이 시뻘게진 눈으로 외쳤다.
“안 됩니다. 잠시 진정하십시오. 녹림의 호걸님들이 용맹하다고는 하나, 상현의가도 친구가 많습니다. 많은 피가 흐를까 염려됩니다.”
“하! 지금 피가 흐르는 게 문제겠나?”
“상현의가의 친구 중에는 무당파(武當派)도 있습니다.”
“!!”
방산이 멈칫했다.
남존무당(南尊武當).
소림과 더불어 정파 제일 문파였다.
소림은 최근 들어 외부 활동을 삼가고 있어서, 사실상 무림맹에서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파였다.
또한, 천하제일검이자 신주육강(神州六强)의 일좌인 검선의 문파이기도 했다.
참고로, 지금 시절에는 흉마 위지천이 없어서 당대 최강의 절대 고수들을 신주칠강이 아닌, 신주육강으로 불렀다.
“상현의가는 오래전부터 인근 무당에 많은 성의를 표시했으니, 무당도 상현의가의 위기를 좌시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무당이 개입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장굉산채의 전멸.
검선이 나설 것도 없었다.
이대 제자 몇 명만 나서도 산채의 녹림도들은 일방적으로 도륙당할 것이다.
위지천의 이전 삶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채주님의 분노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행한 의술이 도리어 더 큰 혈겁의 불씨가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부디 따님을 위해서라도 노여움을 가라앉혀 주십시오.”
방산이 분노에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당장에라도 도끼를 들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은인의 만류라 차마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위지천이 언급한 ‘딸’ 이야기가 그를 붙들었다.
방산이 잘못되면, 딸도 무사할 수 없을 테니까.
“하! 제길! 하지만, 이 울분은 어떻게 하나?! 그 악마 같은 놈들 때문에 딸아이가 그렇게나 고통받았는데?!”
방산은 한창 씩씩대다가 사죄했다.
“…추태를 보여 미안하네. 은인인 자네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닌데.”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그리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전 복수를 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니까요.”
“…무슨 말인가?”
“저도 사람입니다. 상현의가가 저지른 추악한 짓거리를 보니 화가 납니다. 상현의가는 마땅히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꼭 피를 흘리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자세히 말해보게.”
화난다는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비록 이전 삶의 일이었을지언정, 의선의가 또한 상현의가의 추악한 짓거리에 당한 피해자였으니까.
‘물론, 그때 당한 일은 이전 삶에서 다 복수하긴 했지만, 복수는 다다익선이니까.’
“따님을 치료해주는 대가로 상현의가가 장굉산채에 요구한 조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다른 의가 의원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통행료를 반드시 징수하라고 했다네. 약재상도 자신들과 손을 잡은 곳이 아니면, 꼭 통행료를 받으라고.”
이게 상현의가가 추악한 수작을 부린 이유였다.
이곳 장굉산채가 있는 곳은 하남에서 양양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직선의 길.
장굉산채를 이용해 경쟁 의가들을 견제한 거다.
상현의가의 경쟁자들은 하남 쪽에서 약을 구해올 때 매번 비싼 통행료를 내거나, 아니면 삥 먼 길을 돌아서 와야만 했다.
“앞으로 똑같이 돌려주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상현의가와 관련된 약재상들은 절대 통과 불가. 약초도 모조리 압수해 버리십시오. 그러면, 상현의가는 앞으로 하남에서 나는 생초(生草)를 구하지 못하게 될 테니, 큰 곤경을 겪게 될 겁니다.”
생초.
채집 후 며칠 안에 써야 하는 약재다.
상현의가가 이런 수작을 부린 건, 단순히 통행료를 덮어씌우기 위한 게 아니라, 경쟁 의가들이 생초를 구하기 힘들게 하기 위한 점도 컸다.
“끄응,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약한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게 끝이 아니니까요.”
“흐음?”
“곧 상현의가가 의술대회를 열 거라는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듣긴 했네.”
“네, 의술대회 때 생초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상현의가도 곤란을 겪게 될 겁니다.”
“그래봤자 아닌가? 어차피 의가의 의술대회란 서로 짜고 금칠해주는 판인데.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하하 웃으며 대충 넘어가겠지.”
방산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강호의 사정에 잔뼈가 굵은지 의가의 행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긴 하지요. 생초 공급이 차질을 겪는 건 사실 큰 문제라고 할 수도 없고요. 상현의가 정도 되면 생초를 따로 구할 방법도 많고요.”
“그런데?”
“이 이상은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저를 믿어달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상현의가의 짓거리에 화가 나서요. 절대로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방산은 흠칫했다.
위지천은 여전히 맑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느낌이 달랐다.
맑으면서도 올곧은.
그래, 강한 의지가 일렁이고 있었다.
“제게 맡겨주시면, 의업계의 정의를 위해서라도, 놈들에게 농락당한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의술대회에서 상현의가 놈들이 죗값을 치르게 하겠습니다.”
“!!”
위지천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대신, 채주님께서도 한 가지 더 절 도와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무언인가?”
위지천은 하나의 부탁을 하였고, 방산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커다란 재앙이 양양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위지천이란 이름의 재앙이었다.
* * *
방산은 위지천에게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첫 단추는 잘 채웠고.’
상현의가는 일반 지(地)급 의가가 아니다. 무려 성(星)급 의가의 자리를 넘보는 곳이다.
아무리 백선의가가 뒷배로 있다지만, 상현의가 자체의 저력도 대단하다는 뜻.
그런 곳을 몰락시키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치밀한 계략이 필요했다.
‘그런데 위지무 숙부께는 뭐라고 설명하지?’
위지천은 위지무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위지무는 아까부터 가타부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의선의가에서 위지천에 대해 가장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는 건 위지무다. 위지천이 마냥 착한 소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곧 내가 저지를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보면 상현의가가 저지른 수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짓을 하려는 거니까.’
위지천은 수라가 되어서라도 의선의가를 지키기로 다짐한 상태다.
손이야 얼마든지 더럽혀도 괜찮았다.
하지만, 가족들이 그런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역시 넌 천상 외의원(外醫員)이구나. 훌륭하다.”
“…네?”
위지무는 진심으로 흡족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숙부께서도 제가 방산 채주에게 한 이야기 듣지 않으셨나요?”
“들었지. 그게 뭐?”
“…의가의 제자가 못된 술수 따위나 쓴다고 혼내지 않으시는 겁니까?”
위지무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딱!
위지천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살짝.
아프지 않게, 장난스럽게.
“숙부?”
“이놈아. 내가 널 혼내긴 왜 혼내냐? 의선의가에 너처럼 이쁜 놈이 어디 있다고?”
“…못되고 나쁜 술수를 써도요?”
위지무는 코웃음을 쳤다.
“천아, 네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넌 외의원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냐?”
“내의원이 환자를 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외부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게 외의원 아닙니까?”
“맞다. 네 말을 좀 더 자세히 풀어 설명해주마. 내의원들이 고고하게 환자 앞에서 잘난 척 굴 수 있게, 밖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게 외의원이다.”
위지무가 피식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
“넌 내가 지금껏 어떻게 의선의가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하냐? 외의원이 깨끗한 척, 착한 척 굴면, 의가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외의원들은 악랄해져야 해. 그래야 내의원들이 마음껏 환자 앞에서 고고하게 굴 수 있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말이었다.
위지천은 위지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족들 모르게 훨씬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 물론, 이런 이야기는 네 아버지한테는 비밀이다. 형님은 돈 한 푼 안 보태줄 거면서, 괜히 고집만 세 가지고! 솔직히 나 아니었으면, 의선의가는 이미 쫄딱 다 망했을 거다.”
“네, 감사해요. 다 숙부의 덕인 것 잘 알고 있어요.”
“아니, 네가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면 내가 민망하지 않냐?”
칭찬에 약한 사내.
위지무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너도 앞으로 무언가 일이 있으면, 나한테 의지해라. 어린 조카가 숙부를 놔두고 어딜 건방지게 혼자 끙끙대려고 하고 있어.”
“네, 그럴게요. 감사해요.”
위지천은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문 내에서 든든한 조력자를 얻은 거다.
‘막상 저렇게 말해도 실제로 내 계획을 들으면 놀라시겠지? 적당히 순화해서 털어놓아야겠다.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테니.’
위지무가 생각하는 ‘악랄함’과 위지천의 ‘악랄함’은 기준이 다를 거다.
그런데.
“너 흑시(黑市)의 도움은 필요 없느냐?”
“흑… 뭐라고요?”
위지천은 귀를 의심했다.
안 파는 게 없다는 어둠의 암시장이다.
저 이름이 왜 위지무의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
“내가 사실 흑상(黑商)들과 친분이 있거든.”
“…어쩌다 그런 끔찍한 상인들과 친분이?”
“나도 가끔 거기서 물건을 팔기도 하니까?”
“…숙부?”
“그래, 나 흑상이다! 흑상이 뭐 어때서?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의원복도 흑시에서 번 돈으로 산 것이거든? 아, 시원하다! 지금껏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해서 답답해 죽을 것 같았는데! 이 위지무는 흑상이다아아아!!!”
“…….”
위지천은 식은땀을 질끈 흘렸다.
여러모로 위지천의 예상을 뛰어넘는 숙부 위지무였다.
* * *
그런데, 그때 양양으로 향하는 다른 길목.
위지천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상현의가로 향하고 있었다.
“전하, 정말 암행으로 상현의가를 방문하실 겁니까?”
“그래.”
전하.
놀라운 단어였다.
이 중원에서 단 한 부류의 인물들에게만 허락된.
“하지만….”
“그만. 내 뜻은 이미 정해졌다. 의업계의 민낯을 보고 싶구나.”
주인의 완고한 뜻에 노인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분부하신 명단입니다. 의술대회 때 눈여겨볼 만한 인물들입니다.”
“흐음.”
전하라 불린 인물은 명단을 살피다 한구석에 있는 이름을 보고 눈에 이채를 띠었다.
“위지천? 여기 적힌 내용에 따르면, 이제 갓 의견례에 합격한 견습 의생 같은데?”
“네, 양양 근처 남양에서 최근 많은 명성을 떨쳐 포함하였습니다.”
“흐음.”
남자는 아쉬운 얼굴을 했다.
장래가 유망해 보이긴 했지만, 너무 어렸다.
십 년 뒤면 모르지만, 지금 그가 신경 쓸 인물은 아닐 것이다.
‘중원이 이토록 넓은데 썩어빠진 의업계를 구할 인재가 없다니. 통탄할 노릇이구나.’
남자, 현 황제의 동생이자 친왕인 영친왕(英親王)이 한숨을 내쉬었다.
* * *
그때, 위지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또 있었다.
상현의가의 귀빈이 머무는 전각.
한 노인과 소녀였다.
“제 혼담 상대가 위지천이라고요?”
“그래, 마음에 차지 않느냐?”
“아니, 그렇지 않아요. 어차피 전 가문을 위해 살기로 다짐한 몸. 상대가 누구든 개의치 않아요. 다만, 위지천이란 아이가 우리 백선의가의 격에 맞을지 염려되어요. 직접 만나 확인해 보겠어요.”
소녀의 이름은 조현.
백선의가 조백일의 딸이자, 위지천의 혼담 상대였다.
“확인해서? 그 아이가 우리 백선의가에 걸맞은 상대가 맞는 것 같으면?”
“그러면, 반드시 이 혼담을 성사시켜야죠.”
조현이 다부진 음성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