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3)
의선명가 천재막내 54화(54/138)
제54화
소녀, 조현은 조백일의 친딸은 아니었다.
수양딸이었다.
조백일은 의술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입양해 아들, 딸로 삼았다.
물론, 순수한 의도로 그런 건 아니었다.
특히 수양딸을 받아들일 때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정략혼이었다.
백선의가는 여러 유력가 밑 의가들과 결혼을 통한 친분을 맺어왔다.
조현은 그런 정략혼에 사용하기 위해 입양한 딸이었다.
‘그래도, 내가 백선의가와 아버지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은혜를 갚을 차례야.’
백선의가와 조백일이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으면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을 그녀였다.
설사 목적이 있었으면 어떤가?
백선의가는 그녀를 먹여주고, 키워주고, 의술까지 가르쳐 주었다.
현명한 조현은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지성이 없는 꼭두각시가 아니었다.
“솔직히 걱정되어요. 물론, 빙학 어르신의 인정을 받은 아이이니 인재이긴 하겠지만, 그만한 인재는 중원 어디에 가나 있을 텐데.”
“가주님의 뜻이다.”
“거기에 왜 하필 의선의가인가요? 의선의가가 우리 백선의가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현아. 가주님의 뜻이라고 했다.”
나지막한 음성에 조현은 움찔했다.
눈앞의 노인은 백선의가의 장로였다.
고작 수양딸인 그녀가 감히 맞설 수 없는 존재.
‘그래도 확인해볼 거야. 만약, 백선의가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면, 내가 이 혼담을 파투 내겠어. 그게 진짜 가문을 위하는 길일 테니.’
조현.
한창 어린 십오 세.
의젓하고 다부지지만, 어린 만큼 순수하고 은근히 무대포인 면이 있는 그녀는 곧바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미리 위지천을 몰래 만나보기로 나선 거다.
* * *
조현은 외의원 지망이었다.
단순히 환자만 보는 게 아닌, 밖에서 활동하며 백선의가가 베푼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녀가 열심히 익힌 무공은 은신술과 경신술이었다.
십오 세, 어린 만큼 엉뚱한 면이 있는 그녀는 무림맹 비각의 첩보대원처럼 종횡무진 활약하는 외의원이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갈고닦은 은신술을 펼칠 때가 도래했다.
위지천이 양양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은밀히 따라다니며 살피기로 했다.
‘찾았다! 저 소년이 위지천? 너무 어리지 않아?’
조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동갑이라 들었는데, 더 어려 보였다.
‘음, 귀엽게 생기긴 했네. 인상도 순둥순둥 착해 보이고. 나도 저런 동생 있었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화들짝 저었다.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저쪽은 상현의가 방면이 아닌데?’
은밀히 뒤를 따른 조현은 눈을 크게 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목격한 거다.
* * *
‘뭐야, 저 어설픈 은신술은?’
위지천은 곧바로 상현의가로 향하지 않았다.
방산 채주처럼 상현의가의 수작에 속던 환자들 몇몇을 찾아가 치료했다.
나중에 자신의 패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계속 따라다니는 시선이 있었다.
‘저 정도면 일부러 들키고 싶어서 시위하는 수준의 은신술인데? 대낮에 저 복면은 뭐야? 애초에 숨을 의도가 있긴 한 건가?’
딱히 나쁜 의도로 따라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전혀 적개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약간의 놀람과 호감?
그걸 어떻게 아냐면, 복면 너머로 동그랗게 뜬 눈에서 훤히 보였다.
‘그런데 뭔가 익숙한 느낌인데. 느껴지는 기운도 그렇고, 복면 뒤 눈매도 그렇고.’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말했다.
“그만 나오시지요.”
움찔!
대답은 없다.
위지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 있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흡?! 어떻게?”
복면인은 허둥지둥 앞에 나오더니, 와락 복면을 벗었다.
“전 백선의가의 조현이라고 합니다. 혼담 상대인 그대가 누구인지 궁금해 실례하였습니다.”
“!!”
위지천은 눈을 크게 떴다.
전혀 예상 못 한 인물이 나타난 거다.
조현은 이전 삶 그의 친우였다.
얼마 전 악몽에 나타났던.
-미안해. 내가 어리석어서. 내가 조금만 현명했다면, 의선의가가 그렇게 되는 걸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조현과 마지막 순간 나누었던 대화.
그렇다.
조현은 백선의가 출신이지만, 위지천의 편에 서서 의선의가를 도와주었던 인물이다.
“??”
‘뭐야? 왜 저렇게 봐?’
조현은 위지천이 우뚝 입을 다문 채 뚫어지라 자신을 보자,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예뻐서? 크흠, 호, 혹시 나한테 한눈에 반하기라도 한 건가? 뭐, 뭐, 뭐. 내가 예쁘긴 하니까.’
열다섯 살의 어린 조현.
이런저런 낭만이 많을 때라 얼굴이 빨개졌다.
어쨌든 잘되었다.
“소협이 의술을 펼치는 모습 잘 보았습니다. 이 조현, 감탄했습니다. 우리 백선의가의 일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으니, 나와 혼약을 맺어주지 않겠습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짧게 관찰한 거긴 하지만, 조현은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
저 소년도 그녀에게 한눈에 바… 바, 반한 것 같고.
그런데.
“…혼인?”
위지천이 눈썹을 꿈틀했다.
‘미쳤어? 내가 너랑 혼약을 맺게?’
원래도 백선의가와 혼약을 맺을 생각 따위 전혀 없었다.
상대가 조현이라는 걸 아니 더더욱 싫어졌다.
‘나랑 조현은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남녀를 떠난 진짜 친우.
그게 위지천과 조현의 관계였다.
연애 감정? 맹세컨대 그딴 거 없었다.
-너랑 결혼할 바에는 환관이 되고 만다!
-뒤지게 맞아서 환관이 되고 싶다고, 못난아?
대충 이런 관계였다.
사실 악우(惡友)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반갑네. 나랑 친우로 지내던 시절보다 훨씬 어린 모습이긴 하지만.’
이전 삶, 위지천과 조현은 지금 시점이 아니라, 몇 년 뒤, 둘 다 성인이 된 후 만나 친우가 되었다.
‘어린 조현은, 음, 더 골통 같아 보이는군. 훨씬 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골통.
그렇다.
그의 친우 조현은 얌전한 겉모습과 다르게 상상 초월의 골통이었다.
어린 지금은 골 때리는 정도가 더 심해 보였다.
‘하긴. 지금 시점이면 아직 백선의가의 어둠을 모를 때일 테니.’
위지천은 흠, 고민했다.
저 철없는 친우를 어떻게 할지.
원래는 위지천은 백선의가와의 혼담을 적당히 이용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과거의 친우를 만나게 되었으니.
‘아예 등골까지 뽑아먹어 줘야겠네. 친구는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인 법이니, 등골을 뽑아먹어도 괜찮겠지.’
“혼담, 거절하겠습니다.”
“!!”
조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째서? 저한테 한눈에 반한 것 아니었습니까?”
“…제가 소저께 반했다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지.”
“반한 게 아니라면, 소협께서 제게 보내던 그 매서운 눈빛은?!”
“…대낮에 복면, 야행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에 놀라서 그렇게 본 거예요. 그렇게 하고 다니시면 안 부끄럽나요?”
조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도 다행이다.
부끄러운지는 아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성장한 이후의 조현은 뻔뻔해져 부끄러움도 잘 몰랐으니까.
“왜, 왜 거절하려는 것입니까?”
“아, 오해하지 마세요. 소저를 안 좋게 여겨서 거절한 건 아니니. 그저 제가 백선의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어서요.”
위지천은 살짝 눈썹을 밑으로 처지게 했다.
자신이 없는 듯.
보는 이가 절로 응원해주고 싶게.
그의 친우 조현은 강강약약이라, 약하게 나오는 상대에게 약했다.
“백선의가는 무려 천(天)급 의가. 반면, 전 평범한 의생일 뿐이니까요. 소저께서도 제가 탐탁지 않았으니, 그렇게 대낮에 야행복까지 입고 절 몰래 염탐한 것 아닌가요?”
“그,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소협을 처음에 의심한 건 맞지만, 환자를 대하는 소협의 모습에 이 조현, 크게 감동했습니다!”
위지천은 고개를 푹 숙였다.
쩔쩔매는 친우의 모습이 웃겨 웃음이 새어 나와 급하게 고개를 숙인 것이지만, 조현이 보기에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만 보였다.
“빈말이라도 감사해요. 하지만, 제가 부족한 건 스스로가 잘 알아요. 혼담은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거절할 테니….”
“아니!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고, 생각을 다시 해주십시오!”
조현이 이러는 이유.
위지천이 환자를 보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탄해서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만 훌륭한 게 아니야. 상현의가가 오진한 병증들을 단번에 정확히 잡아냈어.’
왜 조백일 가주가 이 어린 소년을 콕 집어 혼담을 제의한 것인지 의아했는데, 알 것 같았다.
지금도 저렇게 빼어난데, 장성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大)백선의가의 이름에 부족하지 않은 명의가 되리라.
“그런데, 소저는 괜찮으신가요?”
“네?”
“혼약을 맺는다는 건, 소저와 제가… 으음. 결혼을 해야 한다는 건데요?”
“어? 어? 어?”
아직 어린 열다섯 살 조현은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혼담의 당사자인데, 막상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역시. 소저께서도 싫으시겠죠. 이해합니다. 대백선의가의 따님이 저같이 평범한 의생과 결혼이라니.”
“아, 아니, 그, 그런 게 아니라…!”
조현의 홍시처럼 빨개진 얼굴에 위지천은 다시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아, 멈춰야 하는데 끊지를 못하겠네.’
그때, 시기적절하게 끼어드는 음성이 있었다.
“그러지 말고, 조금 더 생각해보는 게 어떠냐?”
“숙부?”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 의술대회가 끝날 때까지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어떠냐?”
역시 어둠의 흑상(黑商) 위지무.
눈치껏 위지천에게 장단을 맞추어준 거다.
조현은 그것도 모르고,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자, 두 분 모두 절 따라오십시오! 제가 상현의가로 안내하겠습니다!”
조현이 씩씩하게 앞장섰고, 위지천과 위지무는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위지무가 작게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그런데 왜 튕긴 거냐? 네 작전에 따르면 일단 혼담을 받아들이는 척해야 했던 것 아니냐?”
“잡힌 물고기보다는, 잡힐락 말락 한 물고기가 더 가치 있는 법이니까요.”
“흠?”
의미심장한 이야기.
원래 위지천은 백선의가의 혼담을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작전에 은근슬쩍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조현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단순히 도움을 받는 수준이 아닌, 제대로 이용해 주자고.
‘백선의가는 내게 바라는 게 있어. 그러니, 갑자기 난데없는 혼담 이야기를 꺼냈겠지.’
잡힐락 말락 한 물고기는 ‘갑’이 될 수도 있는 법.
위지천은 백선의가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철저히 휘두를 계획이었다.
백선의가는 자신도 모르게 상현의가 몰락에 커다란 손을 보태게 될 것이다. 위지천의 농락에 놀아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