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4)
의선명가 천재막내 55화(55/138)
제55화
양양은 큰 도시다.
지(地)급 의가도 여럿 있었다.
과거의 이야기다.
상현의가와 경쟁에 모두 몰락해 사라져, 지금 양양에 남은 지(地)급 의가는 상현의가 하나였다.
양양의 유일한 지(地)급 의가임과 동시에 양양제일의가.
그런 만큼 상현의가의 위세는 보통이 아니었다.
‘의가의 외관만 보면, 어지간한 성(星)급 의가 못하지 않아.’
위지천은 상현의가의 장원을 보며 생각했다.
물론, 내실을 채우려면 아직 멀었다.
그저 장원의 규모 먼저 확장한 거다.
하지만, 그런 속마음은 숨긴 채 위지천은 갓 도시에 상경한 시골 촌뜨기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와아. 대단하군요.”
“그러게 말이다. 천아. 우리가 올 곳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 이런 곳에 우리 같은 시골뜨기가 와도 되는 건지.”
“??”
슬쩍 고개를 돌리니, 위지무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자신도 한몫 맡겠다는 듯이.
‘숙부, 흑상인 것 밝히고 무언가 더 밝아지신 것 같아. 끼를 숨기고 사셨던 건가.’
어쨌든, 추임새를 넣어주는 이가 있으니 편했다.
영악한 조카와 숙부는 신이 나서 합을 맞추었다.
“숙부의 말씀이 맞습니다. 기가 죽습니다.”
“그래, 천아. 우리 주제에 무슨. 그냥 의선의가로 돌아가자꾸나!”
“자,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소협의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소협은 이곳 상현의가가 아니라, 백선의가에 와도 부족하지 않은 의재(醫才)입니다!”
“저 같은 게 의재라니….”
“이 조현의 이름을 걸고 장담하겠습니다!”
소란이 벌어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의술대회 직전.
상현의가에는 많은 손님이 와 있었다.
‘저 소저는 백선의가의 소현(小賢) 조현 소저?’
‘조현 소저가 저렇게 극찬하는 이라니? 저 어린 소년은 누구지?’
상현의가가 백선의가의 후원을 받기로 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위지천의 혼담은 부차적인 일일 뿐, 백선의가의 인물들이 지금 상현의가에 머무는 건 상현의가의 뒤에 백선의가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백선의가 인물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조현이었다.
수양딸이라고 해도 무려 가주의 딸이었으니까.
그런 조현이 쩔쩔매며 칭찬하는 소년에게 관심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의도한 대로군.’
위지천은 속으로 씨익 웃음을 지었다.
만약, 그가 그냥 의선의가의 제자 신분으로 이곳에 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남양 시골에서 온 촌뜨기 취급이나 당했을 거다.
물론, 남양이 진짜 시골인 건 아니지만, 근방 단강의계에서 남양은 다소간 무시당하는 처지였다.
물론, 위지천은 자신의 속내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해맑고 순한 눈으로 쭈뼛거리는 연기를 할 뿐이었다.
“소저께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그때였다.
“이게 웬 소란이냐, 현아?”
“!!”
흡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백선의가의 장로 조대진이었다!
의양진인(醫陽眞人)이라는 의명(醫名)으로 유명한.
뒤에는 상현의가의 가주 왕일도 있었다.
“아, 사숙조. 위지천 공자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 소년이 위지천이라고?”
장로 조대진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앞서 말했듯이 백선의가의 인물들이 이곳에 온 건 상현의가의 의술대회를 후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조대진은 따로 추가 임무를 맡았다.
가주 조백일이 친히 당부한 임무.
-의선의가의 위지천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백선의가에 데려오게.
왜 이런 임무를 내린 것인지는 조대진도 모른다.
다만, 가주 조백일은 상현의가를 후원하는 것보다 저 소년을 데려오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좋은 의도는 아니겠지.’
조대진은 조백일의 친형제다.
십선(十仙)으로 칭송받는 조백일이 위선적 가면 뒤로 어떤 추악함을 숨기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뭐, 형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야 내가 알 바는 아니지. 나는 임무를 완수하고 약속한 포상을 받으면 그만인 일이니.’
크흠, 헛기침하고는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난 백선의가의 장로 조대진이라고 한다. 의협강호(醫俠江湖)의 동도들은 날 의양진인이라는 의명으로 부르고 있다.”
참고로, 의협강호는 의업계를 조금 더 넓게 칭하는 표현이다.
의업계가 의술에 종사하는 의원들의 세계를 말한다면, 의협강호는 의원들만이 아니라 환자, 관련자들을 모두 포함하는 표현이다.
“의양진인이시군요. 말학 위지천이 의업계에 이름 높은 선생님을 뵙습니다.”
“그래, 혼담 이야기는 들었을 것이다. 네게 삼생의 영광일 터이니….”
“거절하겠습니다.”
“너는 백선의가의 은혜에 감사한 줄 알고… 뭐라고?”
“거절한다고 하였습니다.”
“뭐?!”
조대진은 버럭 목소리를 높였고, 위지천은 화들짝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제게는 과분한 제안입니다. 참으로 감사하오나, 감히 받아들일 수 없으니, 부득이 거절하겠습니다.”
“아니…!”
위지천은 속으로 비웃음을 지었다.
‘절대 날 포기하지 못하겠지. 조백일 그놈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데려오라고 했을 테니.’
조백일이 난데없이 혼담 제안을 한 이유.
천선신공(天仙神功) 때문이리라.
최근, 위지천은 무위로도 이름을 떨쳤으니까.
‘아직 내가 천선신공을 익혔다고 확신하는 건 아닐 거야. 지금 내 정도(正道) 무공의 수준이라고 해봐야 고작 이류의 수준이니까. 옆에 두고 확인하려는 거겠지.’
만약, 설사 위지천이 천선신공을 익힌 게 아니라도, 장래를 위해 손에 넣어두려는 속셈도 있을 거다. 훗날 의선의가를 집어삼키는 데 인질처럼 사용하게.
추악한 속내.
어쨌든 중요한 건, 조대진은 절대 위지천을 포기할 수 없다는 거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인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더욱 주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천아! 우리 주제에 무슨 백선의가와 혼담이라는 말이냐!”
“아, 아니. 잠깐, 내 말의 뜻은 그런 게 아니라… 자네가 훌륭한 인재인 건 알고 있네.”
“맞습니다, 사숙조! 위지천 소협이 진료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빼어난 실력, 환자를 위하는 태도, 우리 백선의가의 의생들도 보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그래, 맞네. 우리 백선의가도 자네가 그런 인재인 걸 알아보고 혼담을 꺼낸 걸세.”
웅성웅성.
백선의가가 어떤 곳인가?
그야말로 의업계의 최고봉에서 군림하는 가문이다.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이곳 양양 의업계의 거두 상현의가의 가주조차 뒤에 얌전히 서 있을 정도.
그런데, 그런 대단한 가문의 소공녀와 장로가 쩔쩔매며 칭찬을 하다니?
‘위지천이라고? 최근에 소문이 돌긴 했는데.’
‘과장된 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백선의가의 반응을 보니 진짜였구나.’
위지천의 평가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위지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부족한 후배를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혼담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가문의 차이 때문입니다.”
“그래, 천아! 잘 말했다! 우리 의선의가가 한때 백선의가의 종가(宗家)였다고는 하지만, 오로지 환자를 위해 헌신하느라,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지 않냐? 백선의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조대진의 이마에 빠직 힘줄이 돋았다.
방금 위지무의 발언이 은근슬쩍 의선의가가 백선의가의 종가이며, 의선의가는 돈만 밝히는 백선의가와 다르게 환자를 위하는 숭고한 가문이라고 한 것처럼 들린 거다. (물론, 정확히 들은 거다.)
아쉬운 건 조대진이니, 장단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렇게 말하지 말게. 의선의가가 훌륭한 가문인 건 알고 있네.”
“의선의가가 훌륭하다는 방금 말씀, 정말인가요?”
“뭐? 뭐?”
“아… 역시, 그냥 빈말로 하신 말씀이군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 아니. 의선의가는 과거 천하제일의가이자, 각종 의술의 기본을 정립했을 뿐 아니라, 현재 의술계가 세워지는 데 막대한 공을 세운 가문으로, 지금도 그 영향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조대진은 한창 의선의가 칭송을 떠벌리다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저 해맑은 소년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더 복장 터지는 건,
“맞습니다, 사숙조! 괜히 의선의가가 백선의가의 종가가 아니었던 거죠. 우리 백선의가의 뿌리는 의선의가.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소협!”
‘조현, 너는 시끄럽다! 눈치 좀 챙겨!’
사실 조현은 수양딸 중에서 내놓은 딸이다.
의술 실력 및 여타 재능은 빼어난데, 눈치가 심각하게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위지천과 혼담 따위에 사용하려는 게 조현의 입지를 설명해준다.
“크흠, 천아. 백선의가에서 저렇게나 아쉬워하는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는 게 어떠냐?”
역시 흑상 위지무.
치고 빠질 때를 잘 알았다.
위지천도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숙부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의술대회까지만 생각해 볼게요.”
“하, 하. 잘 생각했네, 바드득! 여기 상현의가의 가주가 자네들을 안내할 거네.”
조대진은 웃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안에 들어갔고, 조현도 다음에 보자는 듯 손을 흔들고는 뒤를 따라갔다.
“…….”
잠시 정적.
위지천과 위지무는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인상의 사내가 둘에게 다가왔다.
“상현의가의 가주 왕일이다.”
“의선의가의 외당주 위지무이오.”
“의선의가의 제자 위지천입니다.”
“따라오도록.”
휙.
왕일이 등을 돌렸다.
찬바람이 도는 분위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둘에게 별반 호의적이지 않아 보였다.
왕일은 인적 없는 구석으로 둘을 이끌더니.
“백선의가와의 혼담을 받아들일 건가?”
“그건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잘 생각하도록. 의선의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니.”
“!!”
왕일이 싸늘하게 말했다.
“백선의가의 비호라도 받지 않는다면, 의선의가는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이곳 양양에 가득했던 다른 지(地)급 의가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