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5)
의선명가 천재막내 56화(56/138)
제56화
명백한 협박.
장내의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었다.
‘원래도 이런 놈이지.’
왕일.
절대 만만하게 볼 놈이 아니다.
비록 백선의가의 뒷배를 업었다지만, 성(星)급 의가에 도전하는 인물이니까.
치열한 경쟁 판이던 양양 의업계를 평정한 게 왕일이다.
‘모두 추악한 수작을 부려 경쟁 의가를 몰락시킨 것이지만, 그것도 능력이야.’
그런 만큼, 방금 왕일의 이야기는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었다.
실제 왕일은 백선의가만 아니면, 의선의가를 멸문시킬 생각이리라.
‘의가가 성장하려면, 주변 ‘정리’가 필요한 법이니까.’
의가의 영향력이 강해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적나라하게 말해서 다른 의가의 환자를 뺏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성(星)급 의가가 탄생할 때 주변 의가들은 두 운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굴복 혹은 몰락.
아예 밑으로 숙이든지, 사라지게 되는 거다.
방금 왕일의 이야기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의미였다.
백선의가와의 혼담을 받아들여, 상현의가와 같은 배를 타든지, 아니면 몰락하든지.
“말씀이 조금….”
능청맞고, 눈치 빠른 어둠의 흑상이지만, (의선의가의 다른 가족들처럼) 은근히 다혈질인 위지무가 발끈하려 하자, 위지천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에게 맡기라는 듯.
“혼담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제가 아는 게 있어요. 상현의가가 아주 훌륭한 의가란 것이에요.”
“무슨 말이지?”
“의선의가는 상현의가와 맞설 생각이 없다는 거예요.”
위지천은 특유의 맑고 순한 눈으로 말을 이어갔다.
“가주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 의선의가는 딱히 공명에 관심이 없거든요. 이번에 과분하게 지(地)급 의가에 선정되긴 했지만, 향(鄕)급 의가로도 만족해요.”
거짓말이지만, 무슨 상관이랴.
풍진 의협강호.
속마음을 속이고 비수를 숨기는 건 흔한 일이다.
“흐음.”
왕일은 다행히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속아주는 척’했다.
“의선의가가 오로지 환자만 위하는 가문인 건 나도 잘 알지. 앞으로 좋은 관계 맺기를 기대하겠네.”
‘뻥치네. 그렇게 말해놓고 뒤통수칠 생각이면서.’
뭐, 그건 위지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둘은 서로 속마음을 숨기고 웃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야죠.”
큰 그림만 있을 뿐, 세세한 계획은 현장 상황을 보면서 짜야 했다.
걱정할 것 없었다.
처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위지천이 기다린 호구… 아니, 친우 조현이었다.
“소협, 제가 왔습니다! 제가 상현의가를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아… 그래도 괜찮을까요? 죄송해서….”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죄송할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사실 이거 비밀인데, 장로님이 소협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신 것 같습니다.”
“네?”
“저한테 소협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그러니, 소녀의 곤란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음.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역시 눈치 없기로는 최강인 조현.’
저 이야기를 하며 눈치 없는 조현 때문에 조대진은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그러면, 염치 불고하고 부탁하겠습니다.”
“혹시 구경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언니께 부탁해 어디든 구경해도 좋다고 허락을 맡았습니다.”
언니는 상현의가의 왕일과 결혼한 백선의가의 다른 딸을 말한다.
“혹시 의약당에 가봐도 될까요?”
“그건….”
의가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이 약재를 다루는 곳이다.
아무리 그녀가 백선의가의 공녀라도, 상현의가의 인물 없이 찾아가기에는 곤란한 곳이다.
“역시 어렵겠죠. 혹시나 백선의가의 양생술을 견식할 수 있을까 과욕을 부렸습니다.”
“아, 그런 거라면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조현이 이끈 곳은 ‘백약각(白藥閣)’이란 곳이었다.
“우리 백선의가의 제자들에게 주어진 전각입니다. 상현의가와 함께 의술대회에 공개할 신(新)단약을 합동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의술대회의 백미가 될 내용이었다.
자신들은 백선의가의 비전을 전수받았다! 이렇게 만방에 자랑할 계획인 거다.
‘백선의가가 진짜 제대로 된 비전을 공유할 리는 없겠지만. 허접 부스러기 같은 약제법만 공유하겠지.’
위지천은 쓰윽 안을 훑어보았다.
자세한 단약 과정은 볼 수 없었다.
당연했다.
비록 제대로 된 비전이 아니라도, 구경꾼에게 공개할 리가 없으니까.
“자세한 내용은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우리 백선의가의 식구가 되면, 얼마든지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았다.
이미 원하는 내용은 손에 넣었으니까.
‘공열진단(共熱辰丹)이군.’
이전 삶, 백선의가는 의선의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성을 기울인 게 바보 천치 위지천을 회유했던 일이다.
조백일을 백부라고까지 불렀던 걸 보면 알 수 있듯, 위지천은 나름대로 백선의가와 가깝게 지냈다.
백선의가에 대해 많은 걸 안다는 뜻이다.
백선의가가 개발한 단약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도 알고 있다.
‘구체적인 제조법까지는 모르지만, 각 단약마다 어떤 약초가 중요하게 들어가는지 정도는 알고 있지.’
그것도 빠삭하게 아는 건 아니었다.
단약에 열 개의 약초가 들어가면, 그중 서너 개를 아는 수준?
그래도 아까 백약각에 널브러져 있던 약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단약의 정체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가보고 싶은 곳 있습니까?”
“음, 모르겠어요. 그냥 더 둘러보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그런데, 말 편히 하셔도 돼요. 우리 동갑이잖아요.”
이전 삶, 서로 막 대하던 기억 때문에, 깍듯한 존대가 어색했다.
“그건 안 됩니다.”
“??”
“우리는 혼인을 올릴지도 모르는 사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
‘얘는 혼인이 뭔지는 제대로 알고 이러는 걸까?’
위지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저 조현과 혼인이라니.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미래였다.
‘조현, 쟤도 오늘 이랬던 걸 나중에 흑역사로 여기겠지. 나중에 다시 친해지면 마구 놀려줘야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상현의가를 돌아다녔다.
조현이 열심히 설명해 주었지만, 위지천은 흘려들었다. 그의 목표는 의가 구경이 아니었으니까.
사람들이 조현과 위지천의 모습을 보며 숙덕거렸다.
대충 ‘저 소년은?’, ‘백선의가가 전전긍긍하며 구애하는 의선의가의 천재 막내?!’, 이런 내용이었다.
하나둘, 사람들이 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허허, 안 그래도 소협의 소문 많이 들었네. 의선의가의 막내가 그렇게 뛰어나다더니, 명불허전이군.”
“과찬이에요. 감사합니다.”
“겸손하기까지. 백선의가가 높게 평가한 이유를 알겠네.”
‘내가 혼자 왔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면서. 이럴 줄 알고, 백선의가의 후광을 이용하려 한 거지.’
위지천은 속내를 숨기고, 한 명, 한 명에게 공손하게 예를 다했다.
앞으로 ‘작전’을 위해 미리 평판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했다.
백선의가의 후광에 더해, 위지천 본인의 빼어난 몸가짐까지 더해지니 사람들은 더욱더 감탄했다.
그렇게 한창 인사를 하던 중이다.
위지천의 눈에 한 인물이 들어왔다.
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느긋하게 뒷짐을 지고 있는 게 어떻게든 상현의가와 백선의가의 환심을 사려는 다른 손님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무당파의 도사였다!
‘이대 제자. 그것도 일반 제자가 아닌, 무당십이검(武當十二劍)이야.’
매화검수, 종남십팔검 같은 무당의 최정예들이었다.
무당십이검의 수준이 훨씬 높았다.
무당십이검은 한 명, 한 명이 최소가 절정 극(極)이라 하며, 초절정에 이른 이들도 있다고 하니까.
‘절정 극인 것을 보면, 무당십이검 중 상위 서열은 아닌 것 같군. 그래도 이런 의술대회 따위에 들러리로 올 급은 아니지만.’
무당은 상현의가의 고객은 아니었다.
호북성 무한에 있는 일성의가(一星醫家)가 무당의 치료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저런 거물이 얼굴을 비친 건, 상현의가가 무당에 막대한 기부금을 내고 있는 탓이었다.
무당의 도사는 썩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이런 행사에 들러리로 동원된 게 탐탁지 않은 눈치였다.
‘원래도 무당 놈들은 오만하기가 하늘을 찌르니까.’
무당은 당대 정파제일문으로 최고의 성세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 만큼, 콧대도 하늘을 찔렀다.
얼마나 하늘을 찌르냐면, 감히 사람들이 쉽게 말도 못 걸 정도였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무당의 도사님을 뵙습니다!”
“흐음, 소저는?”
“백선의가의 조현이라고 합니다!”
무당파 이대 제자, 송인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비록 분야가 다르지만. 백선의가면 무당파에 못하지 않은 명문이다.
“옆의 소협은?”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강호에 이름 높은 남존무당의 도사님을 뵈어 영광입니다.”
송인의 눈에 살짝 이채가 돌았다.
위지천이란 이름을 들어봤던 거다.
‘얼마 전 삼파검회(三派劍會)에서 나온 이름 아닌가?’
화산, 종남, 무당을 뜻한다.
이 세 문파는 구파일방이면서 검을 다루고, 비교적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술 교류를 하는 모임을 가졌다.
물론, 말이 교류이고, 늘 무당이 화산과 종남을 압도했다.
무참히 패배한 화산, 종남 제자들이 이렇게 말하는 걸 우연히 들었다.
-분하다! 위지천 소의원이 우리 화산의 제자가 되었다면 십 년 안에 무당을 뛰어넘을 수 있을 텐데!
-무슨?! 위지천 소의원은 우리 종남의 제자가 될 것이오!
-닥쳐라, 종남! 우리 화산은 이미 위지천 소의원을 마음속 제자로 삼고 있다!
-마음속?! 우리는 이미 장문령부까지 준비해놨다!
패배자들끼리 떠들고 있길래 비웃고 넘어갔는데,
‘화산, 종남의 모지리들이 극찬을 한 이유가 있군.’
송인도 도인.
위지천의 뛰어남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눈에 깃든 현기, 근골, 자세에서 드러나는 무공의 기초까지. 빼어나지 않은 게 없었다.
하지만, 송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봤자 의생 나부랭이. 우리 무당에도 저만한 인재는 있다.’
무당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송인은 저 소년이 무당을 뛰어넘을 인재라는 이야기에 코웃음을 쳤다.
그때, 위지천이 뜻밖의 물음을 던졌다.
“송인 도장께서는 무당의 검수이신가요?”
그러면, 무당의 도사가 검수이지, 창을 쓰겠는가?
옆의 백선의가 여식의 면을 봐서 면박하지 않고 가르치듯 이야기했다.
“그렇다. 본 도장은 무당십이검 중 하나다. 소협이 의생이라서 모를 수도 있는데, 무당십이검이란 무당의 이대 제자 중 최고의 검수들을 말한다.”
위지천이 감탄한 얼굴을 했다.
“우와. 존경스러워요. 안 그래도 무당의 검이 천하제일이라고 들었어요. 저도 기회가 되면 무당 도사님의 검을 견식해보고 싶어요.”
송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강호에 무지한 어린 의생의 천진한 감탄일 텐데, 왠지 다르게 들렸던 거다.
-무당의 검이 그렇게 뛰어나다고? 한번 겨루어보자.
라고 들렸다.
‘나도 참. 어린 의생을 상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너무 예민한 것 같군.’
개미 하나 못 죽일 것 같은 맑고 순수한 위지천의 얼굴에 송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그날 늦은 밤.
위지천은 자신의 방에서 검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