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6)
의선명가 천재막내 57화(57/138)
제57화
“…….”
위지천은 잠시 검을 보더니 검을 휘둘렀다.
백선의가의 입김 덕에 널찍한 객실을 배정받았고, 충분히 검을 휘두를 공간이 나왔다.
파앗!
의선검공의 초식이었다.
원래 천하의 절학이었지만, 세대를 거치며 구결이 유실되어 호신공 수준으로 전락한 비운의 무공.
그런데, 지금 위지천의 손에서 펼쳐지는 의선검공은 달랐다.
현기와 부드러움(流)의 묘리가 가득했다.
‘역시 검존의 유수검의 심득과 의선검공은 궁합이 잘 맞아.’
위지천은 의원으로서만 애쓰고 있는 게 아니다.
무인으로서 단련도 잊지 않고 하고 있었다.
오히려 위지천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게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위지천은 의선의가에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방패이자 칼임을 잊지 않고 있었으니까.
“후우.”
검을 수납했다.
의선유수검(醫仙流水劍)은 미완성이었다.
그의 주력 무공이 될 터이니,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직 미완성인데 이 정도 수준이니, 완성하면 천하의 신공이 될 것이다.
‘오늘은 다른 무공을 연마해야 해.’
위지천의 눈빛이 변하였다.
활생심공의 맑은 현기가 사라지고, 마기가 피어올랐다.
스르륵.
위지천의 손에도 마기가 맺혔다.
그런데, 혈선마공의 패도적인 기운이 아니다.
음유하고, 사악한 기운.
이전 서안살귀에게 탈취한 음혼마공(陰混魔功)이었다.
‘음혼마공도 개량하면 혈선마공 못하지 않은 강력한 무공이 될 거야. 파혈진공(破血眞功)도 원래는 별 볼 일 없는 마공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음혼마공은 음유한 성질이 있어서, 단순히 패도적인 혈선마공과 다르게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좋았다.
‘음혼마공 또한 유수검과 궁합이 좋은 건 마찬가지야. 둘 다 유(流)의 성질이 있으니까.’
다른 강호인들이 들으면 그게 무슨 미친 헛소리냐, 라며 기함할 소리였다.
똑같이 유의 성질이 있어도 음혼마공은 사이한 것이고, 유수검은 현기와 도가 가득한 것이거늘.
애초에 완전히 다른 것이라 통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위지천은.
아니, 이 온 강호에서 위지천만은 달랐다.
마인으로 정점 가깝게 도달했던 위지천이다.
또한, 위지천이 이번 삶에서 익힌 정도의 무공은 활생심공이다. 무당, 소림의 무공보다도 정순한.
즉, 위지천은 이 강호에서 유일하게 정과 마를 제대로 익힌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고, 두 상극의 무공을 하나로 꿸 수 있었다.
‘정도의 무공과 마공을 하나로 합치는 데 따르는 심법적인 문제는 천선신공으로 해결할 수 있어.’
그렇게 탄생한 무공이 바로 이것이다.
음혼마선공(陰混魔仙功).
음혼마공의 사이함에 유수검와 천선신공의 부드러움과 현기를 합친 무공.
삼류 마공이 신공절학으로 변했다.
‘아직 보완할 점이 많지만, 당장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
위지천은 야행복에 복면을 썼다.
의원 위지천이 아닌, 마인 위지천이 된 거다.
뚜둑.
축골공을 사용해 골격도 변환시킨 후 밖으로 나왔다.
파앗!
담을 넘어 상현의가를 벗어났고, 그 뒤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야트막한 야산에 도착하니 선객이 있었다.
정순하고 강맹한 내공.
어딘지 오만이 엿보이는 얼굴.
놀랍게도 무당파의 송인 도장이었다!
아까 낮에 위지천과 대화를 나눈.
“왔군. 내게 도전장을 던진 게 네놈이냐?”
송인이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
송인이 야밤에 이런 곳에 나와 있는 이유.
도전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제 모르는 무당의 말코에게 진정한 하늘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
위지천은 이런 내용의 도전장을 송인의 처소에 던졌고, 분노한 송인은 앞뒤 따지지 않고 도전에 응해 자리로 나왔다.
“어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인가 했는데, 혈교의 마인이었던 건가? 혼자 오진 않았겠군. 몇 놈이든 나와라. 무당 검의 무서움을 알려줄 테니.”
“아니, 나 혼자다.”
“뭐?”
“네놈 따위를 상대하는 데 나 혼자면 충분하니까. 오늘 무당의 콧대를 꺾어주마.”
“감히! 무당을 모욕한 죄. 목숨으로 사죄하라!”
파앗!
송인이 검을 내찔렀다.
유운검(流雲劍).
무당의 절학 중 하나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름처럼 부드러운 검획을 특징으로 하는.
하지만.
타악!
송인의 검은 너무나 허무하게 가로막혔다.
“!!”
“고작 이 정도냐?”
송인의 안색이 굳었다.
단 한 수의 겨룸.
상대의 실력을 알기에 충분했다.
‘저놈, 나보다 하수가 아니다. 최소 혈교의 상급 사자급.’
하지만, 송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놈이 상급 사자라고 해도, 송인 또한 무당의 자랑이었으니까.
“어디서 감히! 내 검에 자비가 없다고 원망하지 말아라!!”
파아앗!
부드러우면서 강맹한 검격이 쏟아졌다.
무당십이검다운, 경탄이 절로 나올 검술 실력.
위지천 또한 속으로 감탄했다.
‘얼마 전 검존의 무덤에서 싸웠던 혈교의 광혈사자보다 윗줄의 검수야.’
광혈사자 놈도 절정의 극이었지만, 검술 실력 자체는 송인이 훨씬 뛰어났다.
아마 광혈사자와 송인 둘이 검을 겨루면 삼백 합 안에 송인이 우세를 점하리라.
하지만.
‘무공의 상성상 내가 우위야.’
스르륵.
위지천의 손바닥에서 음혼마공, 아니, 음혼마선공이 꿈틀했다.
특기인 검술이 아닌, 장법을 씀에도 조금도 밀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
바로 음혼마선공의 묘리 덕분이었다.
“무당의 부드러움이 천하의 일절이라더니, 나약하기만 하군. 유약한 부드러움은 더 깊고 강한 부드러움에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으니.”
“닥쳐라!!”
송인은 안색이 하얘져 외쳤다.
마인의 말이 옳았던 거다.
‘도대체 어떻게? 혈교의 마공 따위가 대무당의 무공을 압도한다는 말인가?’
무당의 검술은 부드러움이 특기이며, 음혼마선공 또한 부드러움이 특기다.
단, 음혼마선공에는 사이함이 있었다. 무당의 부드러움을 뱀처럼 잡아먹을.
그저 사이하기만 하다면, 무당 검술의 정순함으로 베어낼 수 있겠지만, 음혼마선공은 심지어 유수검의 묘리까지 합쳐져 쉽사리 베어낼 수도 없었다.
무당의 검수가 상대하기 극히 까다로운 무공인 셈이었다.
‘아니다! 인정할 수 없다. 무당의 무공이 혈교의 마공보다 못할 리가.’
이를 악물며, 송인은 자신의 최고 절초를 사용했다.
대환검(大幻劍).
마공의 사이함을 압도하듯 현란한 검기가 쇄도했으나,
“커어억!!”
왈칵 송인이 피를 토했다.
대환검이 완전히 격파되며 심각한 내상을 입은 거다.
“형편없군.”
“!!”
송인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이를 바득 갈았다.
졌다.
완벽하게.
‘내가 진 건, 무당의 무공이 부족한 탓이 아니야. 저 마인이 지나치게 강한 탓이다.’
마지막 합을 나누는 순간 깨달았다.
저 마인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절정으로 보이지만, 경지를 숨긴 게 분명해. 최소 사도(使徒)급이야.’
혈교의 초절정 고수들이다.
송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상대가 초절정 고수라면,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다.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려는데.
“먹어라.”
“??”
툭.
작은 무언가가 발 앞에 떨어졌다.
단약이었다.
“이건…??”
“급한 내상을 다스릴 약이다. 지금 먹지 않으면, 마기가 단전에 새어들어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게 될 거다.”
“그러니까, 그런 걸 왜 나에게…?”
송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저 무당의 무공이 궁금했을 뿐, 딱히 네놈을 해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무슨? 그런 말을 믿으라고?”
“갈! 네놈은 마인이라고 무림인으로서의 긍지가 없는 줄 아느냐?”
“!!”
송인은 주춤했다.
그렇긴 했다.
혈교의 마인도 무림인이다.
비록 극도로 사악하고, 온갖 흉험한 짓을 저지르고 다니지만, 마음 한구석 무인으로서 긍지가 있는 이가 없지는 않으리라.
“싫다면 먹지 않아도 좋다. 마기가 골수까지 뻗쳐 고생해도 내가 알 바는 아니겠지.”
“…아니, 먹겠소.”
송인은 꿀꺽 단약을 삼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정말로 내상이 다소 가라앉기 시작했다.
“진짜 독이 아니었군. 고맙소.”
위지천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걸렸어.’
야밤에 이런 난리를 벌인 이유.
바로 저 단약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송인은 상상도 못 하고 있으리라. 방금 자신이 먹은 단약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위지천의 ‘작전’에 어떤 역할에 낙점당했는지.
“흥. 감사는 집어치워라. 다음에 적으로 만나면 사정을 봐주지 않을 테니, 각오하여라.”
위지천은 끝까지 혈교의 마인을 연기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기인이구나.”
송인이 감탄하여 말했다.
…앞으로 자신이 어떤 꼴을 겪을지 알았으면 절대 뱉지 않았을 감탄이었다.
* * *
파앗!
위지천은 양양 성내로 돌아왔다.
늦은 밤이라 성안은 적막만이 가득했다.
그때, 달빛마저 숨은 어두운 골목 안에서 한 인영이 나타났다.
시커먼 야행복.
섬뜩한 느낌의 하얀 가면.
꺼림칙한 복장이었지만, 위지천은 싱긋 웃었다.
가면으로도 가리지 못하는 대머리의 모습에 정체를 짐작한 거다.
“숙부.”
“왜 이렇게 늦었느냐?”
가면을 쓰윽 벗으니,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위지무였다.
“잠시 다른 일 좀 보고 왔어요.”
“그래, 너도 이 가면 쓰거라.”
“꼭 써야 하나요?”
“규칙은 아니지만, 의가의 제자들이 흑시에 드나든다는 소문이 나서 좋을 건 없지 않냐?”
놀라운 이야기.
둘이 지금 가려는 곳이 흑시(黑市)란 뜻이다!
“가자. 괜히 어리숙하게 굴면 위험하니, 이 숙부만 믿고 잘 따라와라.”
“네, 숙부.”
흑상이란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흑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 금단의 마공서, 구파일방의 비전, 없는 게 없습니다! 구경들 하고 계세요!!”
“출출하면 소면 한 접시 드시고 가세요?! 안에 든 건 무슨 고기냐고요? 에이, 알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
잡다한 물건을 보러 온 게 아니니, 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흑상들이 모이는 공간.
흑점(黑店)이었다.
‘흑시는 단골 소리 들을 정도로 자주 와봤지만, 흑점은 처음이네. 흑상이 아니면 들어오지 못하니.’
한창 장사 중이라, 흑점 안에 흑상은 몇 명 없었다.
그때, 한 음성이 들렸다.
“이게 누구인가? 위지무 아닌가?”
“어이어이, 지금은 위지무가 아니라, 흑상이다. 흑선(黑仙)으로 부르도록.”
“이런, 실례했군. 그런데, 왜 이런 곳에서 보자고 했나? 그냥 평소처럼 상점에서 봐도 될걸.”
위지무의 동료 흑상.
동시에 양양 의업계에 잔뼈가 굵은 약재상 운보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 조카가 용무가 있다고 해서.”
“네 조카면?”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해요. 운 숙부라고 불러도 될까요? 남들의 시선을 피해 대화를 나누어야 해서 이런 곳에서 뵙자고 했습니다.”
“흐음? 무슨 일인가?”
운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위지무야. 네 조카가 미친 것 같다.”
“내 조카한테 그게 무슨 망발이냐. 우리 가문의 보배인데.”
“의가의 보배가 의술 행사장에서 독을 쓰자고 그래?!”
“독이 아니에요. 독도 쓰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는 것. 오히려 전 양생 치료를 하려는 것이에요.”
“그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
그렇게.
위지천의 사악한(?) 술수와 함께 밤이 깊어져갔고, 이윽고 대망의 의술대회 날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