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7)
의선명가 천재막내 58화(58/138)
제58화
양양 시내가 떠들썩해졌다.
상현의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의술대회 날이 밝은 탓이다.
의업계와 관련 있는 이들은 물론 수많은 이가 이번 의술대회를 주목했다.
심지어 일반 민초들조차 관심을 가졌다.
“상현의가 그 망할 놈들 때문에 우리 아이가 진료받던 의가가 망했어.”
“양양의 괜찮은 의가가 모조리 사라져 진료비가 폭등했어.”
“하늘은 뭐 하나? 상현의가 같은 놈들 안 잡아가고!!”
상현의가는 양양의 지(地)급 의가를 모조리 몰락시킨 것도 모자라 향(鄕)급 의가 중에서도 싹수가 보이는 의가는 모조리 짓밟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초들에게 돌아왔다.
“그래도 이번에 큰 잔치를 벌여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도 술과 고기를 베푼다고 하던데?”
“넌 속도 없냐? 상현의가가 주는 술과 고기가 목에 넘어가게?!”
“에잉, 천벌이나 떨어져라!”
하지만, 민초들도 알았다.
세상에 정의 따위는 없음을.
상현의가가 천벌 받을 일은 없을 거다.
지금도 봐라.
상현의가 목전에 북적이는 수많은 사람을.
상현의가는 앞으로도 더욱더 잘나갈 것이다. 못된 놈일수록 떵떵거리며 잘사는 게 세상의 이치였으니까.
한편, 민초들 말고도 이런 현실을 개탄하는 이가 또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군.”
“…전하.”
상현의가가 보이는 객잔의 위층. 신분을 위장한 영친왕(英親王) 주태선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 의업계가 이토록 썩어 있다니.”
영친왕 주태선은 어릴 때부터 병약했다.
덕분에 황위 다툼과 무관하게 자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의업계였다.
병약하게 자라 원래도 의술에 관심이 있었는데, 젊은 시절 목격한 하나의 장면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살려 주십시오! 우리 아이가 절맥증에!!
-우리 백선의가는 일반 환자의 치료는 하지 않는다.
주태선과 동일한 절맥을 앓는다던 아이였다.
그에게는 그토록 인자하고 선하던 백선의가의 의원들이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음에도, 부모의 절규를 외면했다.
백선의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원 전역에 비슷한 일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의가의 시대를 맞아 의술은 끝없이 발전했지만, 그 발전한 의술은 민초들을 위한 게 아니었다.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병임에도 죽어가는 이가 수도 없이 많았다.
영친왕은 황족으로서 이런 의업계의 현실을 바꾸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영친왕은 허수아비 황족은 아니었다.
현 황제가 나름 아끼는 동생이었으니까.
하지만, 의업계에 손을 대는 건, 설사 황제라고 해도 선뜻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들만의 견고한 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관에서 손을 대기가 어려워. 어마어마한 반발이 있을 거야.’
중원의 국운을 걸고 개혁을 시도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누가?
썩어빠진 의업계 때문에 고통받는 건 오로지 민초들뿐이다,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은 지금 의업계의 상황에 대만족하고 있다.
유수의 의가들과 끈이 있는 고위 관리들도 반대할 거고, 무림조차 반대할 거다.
방법은 하나다.
‘의업계 내부에서 개혁이 일어나야 해.’
그게 가능할까?
주태선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가능할 리가. 싹수가 조금만 보여도 합심해 짓밟는 게 의업계 의원들의 작태인데.’
하지만.
만약, 가능성이 보이는 인물이 있다면.
주태선은 손을 보태줄 생각이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위지천인가? 만나보니 확실히 기대되는 의생이긴 했는데.’
놀라운 이야기.
위지천이 인사를 나누던 명사들 중에 신분을 위장한 주태선이 있었다는 의미다.
주태선은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어려. 마냥 착하기만 한 것 같고.’
의업계를 쇄신하려면, 단순한 선함만으로는 안 되었다.
오히려 투사가 필요했다.
손에 피를 묻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수라 같은 투사.
‘오히려 그 소년같이 마냥 선한 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짓밟히기만 하겠지. 안타깝구나.’
장삼이 들으면, ‘에휴, 황족의 눈깔도.’ 하면서 혀를 찼을 평이었지만, 주태선은 진심으로 위지천을 걱정했다.
* * *
한편, 위지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이 또 있었다.
단, 정반대의 내용이었다.
“이번 의술대회 때 위지천, 그 아해를 짓밟자고?”
“네, 대인. 순순히 말을 따르게 하려면, 일단 주제를 파악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상현의가의 가주 왕일과 백선의가의 장로 조대진이었다.
“흐음. 나쁘지 않군.”
조대진은 예상과 다르게 쉽사리 위지천이 넘어오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조현, 그 눈치 없는 것은 속 터지게 위지천 놈을 칭찬하고만 있고. 차라리 본때를 보여주는 게 나을지도.’
상현의가의 가주 왕일도 위지천을 짓밟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곳 단강의계의 패자는 우리 상현의가 하나로 족하다. 의선의가 따위 미리 짓밟아놔야 해.’
솔직히 상현의가 입장에서는 의선의가와 백선의가가 사돈 관계를 맺는 게 불편했다.
백선의가 측에서는 사돈 관계를 맺어도 의선의가를 대우할 생각 없다고, 상현의가만이 백선의가의 후원을 받을 거라고 안심시키긴 했지만, 미리 싹을 짓밟아놓을 생각이었다.
‘완전히 멸문시키지는 않아도, 주제 정도는 파악하게 하는 게 좋겠지.’
“그래, 그러면 좋은 생각이 있는가?”
“이런 건 제 전문이니, 맡겨 주십시오. 의선의가의 위지천 공자를 불러와라.”
곧 위지천이 둘에게 왔다.
“두 분 선생님들을 뵙습니다.”
참고로, 의원들끼리는 자신보다 높은 위치의 의원에게 흔히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그래, 밤에는 잘 지냈는가?”
“네, 가주님께서 신경 써주신 덕에요. 감사합니다.”
“자네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 불렀네. 의술대회에 연사 자리를 맡아주지 않겠나?”
위지천은 놀란 얼굴을 했다.
“연사 자리요? 전 한낱 견습 의생일 뿐인데, 어찌 감히?”
“자네를 어찌 일개 견습 의생이라고 하겠는가? 이곳 단강 일대에 최근 자네보다 명성을 떨친 의원은 아무도 없을 텐데. 그렇지 않습니까, 대인?”
“그래, 나도 소협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연사로서 의선의가의 의술을 알려주지 않겠나?”
“그래도, 감히….”
위지천은 쩔쩔매는 척하며 생각했다.
‘역시 썩을 놈들. 시커먼 속이 훤히 보이는구나.’
하지만, 위지천은 속으로 씨익 웃었다.
‘계획대로야.’
그렇다.
위지천은 상현의가와 백선의가의 놈들이 어떻게든 자신을 짓밟으려 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의술대회니, 날 강단에 세워 철저히 짓밟을 생각이겠지. 아주 좋아.’
둘은 모르고 있으리라.
본인들의 수작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두 분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래, 기대하고 있겠다.”
밖으로 나온 위지천은 뜻밖의 인물을 마주쳤다.
“조현 소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두 분께서 저보고 강연을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음….”
조현이 어두운 얼굴을 했다.
“그 제안, 거절하는 게 어떻습니까?”
“어째서입니까?”
“그게….”
조현이 위지천의 소매를 잡더니,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끌었다.
“사실… 사숙조께서 소협을 썩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지 않아서 말입니다. 상현의가의 가주님도 그렇고. 겉으로는 소협을 칭찬하지만, 무언가 속마음은 다른 것 같았습니다.”
위지천은 조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긴, 조현이 눈치가 없어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지.’
“그런 걸 제게 말씀해 주셔도 됩니까? 소저가 이러는 건, 백선의가의 뜻에 반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소협을 걱정하는 게 왜 백선의가의 뜻에 반하는 겁니까?”
“네?”
“소협은 우리 백선의가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겁니까? 사숙조께서 왜 저러시는 건지는 몰라도, 우리 백선의가는 소협 같은 의재(醫才)를 핍박하는 가문이 아닙니다.”
“아… 네….”
아직 어린 열다섯 살 조현.
현명하고, 사실 눈치도 어느 정도 있지만,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아 순수하다.
“만약, 소저께서는 백선의가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연히 막아야지요.”
“가문의 뜻을 반한다고 해도요?”
“하.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게 어째서 가문의 뜻을 반하는 겁니까?”
조현은 화난 눈빛으로 말했다.
“소협께서는 의선의가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겁니까? 그게 진정 가문을 위하는 겁니까? 소협의 가문을 위하는 충의(忠義)는 고작 그런 것입니까?”
“어… 그렇진 않지요.”
위지천은 식은땀을 흘렸다.
‘얘 진짜 골통이네. 어려서 그런지 상태가 훨씬 심각해.’
위지천은 고민했다.
사실 조현의 이런 점은 위지천의 ‘작전’에 나쁘지 않았다.
조현의 철없음을 어느 정도 이용하려고도 했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가만히 놔두면 어떻게 터질지 모르겠어. 물론, 내 입장에서는 조현이 골통처럼 굴수록 좋긴 하지만.’
조현이 자폭하면, 위지천의 작전에는 좋아도, 조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가시밭길을 걷게 될 거다.
‘저 바보는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씩씩하게 굴겠지만. 그래도 그게 힘들지 않을 거라는 건 아니니까.’
과거가 떠올랐다.
-미안해. 내가 조금 더 뛰어났더라면.
조현은 백선의가의 어둠을 캐다가 결국 죽임 당한다.
그렇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위지천은 선택했다.
“알겠습니다. 소저, 저를 잠시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네.”
조현은 별 의심 없이 위지천을 따랐고, 객실에 들어간 순간.
타악!
혈도를 짚었다.
“…뭐 하는 거냐?”
“얘 좀 처리해 주시겠어요, 숙부?”
“흑시에 토막 내 팔면 되냐?”
“…….”
“농담이다, 농담! 천아, 네가 그렇게 경멸하듯 보면 숙부 상처 입는다!”
‘누가 보면 흑상 중에서도 무시무시한 흑상인 줄. 흑시에 싸구려 단약 같은 것만 파시는 양반이.’
정체를 밝힌 후, 틈만 나면 자신이 흑상인 걸 강조하는 위지무였다.
“그런데, 이 소저를 이용하려는 것 아니었느냐?”
“없어도 상관없어요.”
“하긴.”
위지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지천이 어떤 작전을 짜놓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이제 슬슬 시작이구나.”
“네.”
그 이야기와 동시였다.
“잠깐!! 웬 투서가?”
“상현의가의 그릇된 의술을 고발한다고?!”
“누가 감히?!”
“녹림이야! 녹림총채의 서명이 적혀 있어!!”
“총채?!”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상현의가의 축제가 지옥도로 변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