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8)
의선명가 천재막내 59화(59/138)
제59화
상현의가의 대문 앞.
한창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돌연 커다란 투서가 펄럭였다.
글을 알면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상현의가의 잘못을 고한다.
상현의가는 일부러 그릇된 치료를 하여 환자의 병증을 악화시켰으며….
장굉산채 방산 채주의 딸이 당한 내용이었다.
더 있었다.
상현의가가 수작을 부린 건, 비단 방산 채주의 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으니까.
“저게 무슨 말이야?”
“아무리 상현의가라도, 저런 짓을 했다고?”
“상현의가이니 충분히 가능하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잠시 후.
“이게 무슨 짓이냐?! 당장 치워라!”
상현의가의 무사들이 씩씩거리며 나섰다.
참고로, 지(地)급 의가 정도면 자체적으로 무사들을 고용했다.
어느 정도 강한 무력대를 지니고 있냐는 의가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상현의가의 무사들은 어지간한 사파 못하지 않게 거칠기로 유명했다.
무사들은 당장 투서를 찢어버리고 겁 없이 투서를 내건 인물에게 치도곤을 내리려고 했는데, 멈칫했다.
“너희들, 녹림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겠나?”
장굉산채의 채주 방산이었다.
상현의가의 무사들이 머뭇한 건, 단순히 방산의 무공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방산이 언급한 ‘녹림의 분노’.
투서의 밑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녹림총채(綠林總寨)는 상현의가를 규탄한다.
이 투서가 장굉산채 단독 행동이 아니라 녹림총채의 의지란 뜻이다.
사실 녹림은 그렇게 끈끈한 집단은 아니다.
어딘가의 산채가 정파에 토벌되어도 총채에서 피의 복수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일의 경우는 달랐다.
방산 채주는 총채에 직접 가 자신이 겪은 일을 알렸고, 총채도 상현의가의 극악무도한 짓에 분노한 거다.
만약, 투서를 찢었다간?
그때는 십만 녹림도들이 상현의가에 달려들 것이다.
“얘들아. 축제다. 풍악을 울려라!!”
장광산채의 산적들이 시끄러운 괴성을 질렀다.
잔치가 순식간에 파투 났다.
하지만, 누구도 녹림도들을 막지 못했다.
그만큼 흉흉했으니까.
“…가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상현의가의 가주 왕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감히. 산적 놈들 따위가.’
하지만, 왕일이 누구인가?
금방 평정을 찾았다.
“무시해라.”
“하지만?”
“어차피 녹림도들도 의가 안까지 들어와 행패 부리지는 못할 거다. 밖에서 뭐라고 떠들든 무시하고 의술대회를 계속 진행한다.”
체면을 크게 구겼지만, 의술대회를 그만큼 완벽히 마무리하면 될 일이다.
“알겠습니다. 강연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의술대회는 총 세 식순으로 구성했다.
강연회.
신단약 시연회.
환자 치료.
첫 번째 차례인 강연회를 진행했지만,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당연했다.
강연장 안에도 저 밖의 녹림도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분위기가 좋을 리가?
‘이대로는 안 돼.’
이 자리에 모인 손님들은 상현의가에 호의를 가진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지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만약, 상현의가가 기우는 모습을 보이면, 가차 없이 등을 돌릴 이들도 많았다. 원래 의업계의 생리가 그러하듯이.
‘분위기를 바꿔야 해.’
왕일은 신호를 주었다.
상현의가의 돈을 받은 이들이 억지로 분위기를 띄웠다.
“녹림도들이 시끄럽군요.”
“무식한 놈들. 치료하다 보면 때로는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는 것을.”
“상현의가가 고생이 많습니다.”
다른 이들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왕일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쐐기를 박기로 했다.
“다음 강연 차례는 의선의가의 위지천 의생입니다. 위지천 의생, 위로 올라오시오.”
‘위지천, 저놈을 철저히 짓밟아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놈이 무슨 내용의 강연을 하든 상관없다.
미리 매수한 이들이 매처럼 놈에게 달려들어 헐뜯을 테니까.
왕일의 신호를 받은 이들이 사냥감을 보듯 눈을 번뜩였다.
그런데.
“크흠, 으리으리하군! 썩은 내가 진동해!”
“아빠, 이거 똥 냄새야?”
“똥보다 썩은 놈들한테 나는 냄새다!”
험악한 인상의 사내와 귀여운 소녀가 나타났다.
방산 채주와 딸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우리 상현의가는 그대를 초대한 적이 없는데? 아무리 녹림이라도….”
“초대? 받았는데?”
“뭐, 누가?”
“제가 초대했습니다.”
“!!”
왕일이 위지천에게 사나운 시선을 보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아, 죄송합니다. 강연 때문에 초대했습니다.”
“강연?”
“갑자기 강연을 맡아 제대로 된 준비를 못 했거든요. 대신, 최근 제가 치료한 환자들의 증례를 설명하는 강연을 하겠습니다.”
“…뭐?”
왕일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잠깐!”
“모두 들어와 주십시오!”
파앗!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모두 왕일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방산처럼 최근까지 상현의가의 수작에 고통받던 환자들과 가족들이었다.
위지천의 손에 치료받고 기꺼이 이번 일에 나서기로 한 거다.
“먼저 여기 방소 소저의 증례를 설명하겠습니다. 심허절맥증이었는데, 기존에 영추를 복용하여 증상이….”
장래가 웅성거렸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 의술에 대해 알고 있다.
위지천의 설명만 듣고도 상현의가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치료를 했는지 눈치챘다.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빤히 산증인들이 있었으니까.
“이…! 강연은 이만 중지다!”
결국, 왕일은 평정을 잃고 외쳤지만.
“누구 마음대로?”
콰앙!
방산 채주의 피 묻은 대도가 강연장 앞에 꽂혔다.
강연을 훼방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듯이.
방산 채주뿐만이 아니다.
“나도 있소.”
“양양일권(襄陽一拳) 대협!!”
“융중산 백화관(白和館)의 관장까지?”
여러 번 말했듯, 상현의가가 수작을 부린 건 방산 채주만이 아니다.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으면서, 외부와 교류가 드문 이들을 주로 노렸는데, 은거 고수 몇몇이 희생양이 되었다.
“나 양양일권 황범이 분명하게 말하지. 당장에라도 상현의가 의원들을 모조리 때려죽이고 싶지만, 은인의 청 때문에 간신히 참고 있는 것이란 걸. 은인, 위지천 의원님의 강의를 방해하면 이 양양일권의 주먹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 맹립도 마찬가지의 마음이외다! 너희 상현의가는 위지천 은인께 감사하도록! 은인이 아니었다면, 너희는 진즉 이 맹립의 창에 한 줌의 피로 변했을 테니까!”
고수들의 분노에 강연장 모두가 아무도 감히 위지천을 막지 못했고, 낭랑한 음성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맹약란 소저는 당귀(當歸)가 아닌, 마두(磨頭)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신양허(信陽虛)를 악화시켜서….”
차마 눈 뜨고 들을 수 없는 작태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고, 왕일과 상현의가 의원들의 안색이 시체처럼 변했다.
이윽고.
“혹시 질의가 있을까요?”
“이의 있다!”
왕일의 지시를 받은 상현의가의 수석 의원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할 말이 있을 턱이 없지만, 어떻게든 저 어린놈의 발언을 주워 담아야 했다.
다행인 건, 이 강연장에는 상현의가의 돈을 먹은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거다.
사람 셋이 작당하면 멀쩡한 이 하나를 바보로 만드는 것도 가능한 법.
의술적 사실을 떠나, 억지로 위지천의 강연을 거짓으로 몰 생각이다.
“본가가 맹약란 소저에게 마두를 쓴 건, 비(脾)를 강화하게, 신(腎)과 비가 상응하게 하려고 했던 것으로!”
“그게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입니까?”
“!!”
모두 깜짝 놀랐다.
위지천이 아니었다.
조현이 난입한 거다!
‘아니, 혈도는 어떻게 푼 거야?’
첩보 외의원의 꿈을 가지고 있던 열다섯 살 소녀 조현.
첩보 활동 중 혈도가 제압당해도 탈출할 수 있는 괴짜 같은 훈련을 평소 부단히 해왔다.
‘불안한데.’
위지천은 조현의 시뻘게진 얼굴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잔뜩 화가 난 표정.
이전 삶, 조현이 저런 얼굴을 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났냐면….
‘골통 폭발….’
과연.
“마두로 신(腎)과 비(脾)가 상응하게 하려고 했단 말입니까? 진짜 제정신으로 한 말입니까? 설마 상현의가에서는 지금껏 환자를 그딴 식으로 본 것입니까?”
“조, 조현 소저?”
“심허절맥증 환자에게는 도대체 왜 유중(乳中)을 자극한 겁니까? 단순히 유중이 심과 가까워서? 의견례는 어떻게 통과한 겁니까?! 아니, 의견례를 통과하긴 한 겁니까?!”
‘아….’
위지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원래 조현이 가장 못 참는 게 환자한테 헛짓하는 거다.
단순한 실수여도 참지 못하는데, 대놓고 악독한 수작을 부렸으니.
‘저건 못 말려….’
결국, 뒤에 있던 백선의가의 조대진이 나섰다.
조대진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망할. 상현의가 놈들. 수작을 부릴 거면 확실히 부려야지. 이런 똥을 뿌려?’
이번 일은 상현의가의 잘못이 명백하다.
조대진이 어설프게 감싸려고 해봤자, 백선의가에 똥만 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잠자코 있었는데, 조현이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도 없어 나선 거다.
“현아, 말이 지나치다. 그래도 너한테는 까마득한 선배 의원들인데.”
“환자를 해치는 의원은 선배라고 할 수 없습니다!”
“…….”
“백선의가의 가훈이 무엇입니까? 오로지 환자를 위할 것! 환자를 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 백선의가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서 절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조대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환자를 위하다(只为病人好).
사실 의선의가의 가훈이다.
종가였던 의선의가의 가훈을 그대로 쓰고 있는 거다.
백선의가의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가훈이지만, 어쨌든 그런 가훈이 있는 건 사실이라 조대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덕분에 조현의 폭주에 상현의가의 의원들은 영혼까지 털리게 되었고.
“망할!!!”
와장창!!!
강연이 끝난 후 왕일은 처소로 들어와 닥치는 대로 가구를 집어 던졌다.
평소의 냉철함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만큼 방금 일이 치명적이었다는 뜻이다.
‘이대로는 안 돼. 수습하지 못하면 성(星)급 의가가 되는 건 물 건너간다.’
명성을 쌓는 건, 수없는 시간이 걸리지만, 반대로 명성을 잃는 건 한순간이다.
이번 일이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등을 돌리면 천하의 상현의가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
방법은 하나였다.
“용려(龍麗)는 충분히 구했나?”
용려는 하남 남양 인근에서 나는 생초(生草)로 장굉산채가 문제를 일으켜 수급이 갑자기 꼬인 약재다.
“네, 다행히 약재상 운보가 흑시에 연이 있어서 무사히 구할 수 있었습니다.”
“신단약에 용려의 배합 비율을 높이도록.”
“하지만? 그러면?”
“시키는 대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