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59)
의선명가 천재막내 60화(60/138)
제60화
신단약.
의술의 뛰어남을 알리기 가장 좋은 수단이다.
새로운 약을 개발한다는 건, 단순히 기존의 지식을 답습하는 걸 넘어 더 깊은 의술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성(星)급 의가와 지(地)급 의가의 차이를 자신만의 약을 개발할 역량이 있냐, 없느냐로 보기도 한다.
신단약 공개는 그만큼 이번 의술대회 때 중요한 행사였다.
“하, 하지만, 용려의 비율을 올리면, 음양의 조화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양생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당장 나타날 문제는 아니지 않나?”
“네?”
“지금 중요한 건, 당장 눈에 보일 효과야! 용려의 비율을 올려 양기가 북돋아지는 효과가 바로 나오게 하도록!”
공열진단(共熱辰丹).
이름처럼 체내의 열을 자극해 양생의 효과를 내는 단약이다.
하지만, 실제 대단한 양생의 효과를 가진 건 아니다.
그런 비전 약의 제조법을 백선의가가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으니까.
그저 양생의 ‘효능이 강한 척’하는 약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척’이다.
어떻게 환자에게 그런 느낌을 줄까?
바로 ‘열(熱)’이다.
‘열 기운이 오르면, 으레 몸이 좋아진다고 착각하기 마련이니까. 뜨거운 탕을 먹으면 몸이 보신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처럼.’
사실 약을 먹고 당장 이게 양생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니, 이런 꼼수를 쓰는 거다.
지금 왕일은 용려의 양을 늘려 열 기운을 더 강화하려는 거다. 더욱더 강한 양생 효과가 있다고 착각하게.
단, 이러면 문제가 생긴다.
백선의가가 알려준 공열진단은 독약은 아니다. 그저 양생 효과가 덜할 뿐, 환자에게 해로운 성분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배합 비율을 깨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상관없었다.
음양의 조화가 깨진 부작용은 당장 나타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니, 그때 둘러대면 그만이다.
“어서 가서 내가 말한 대로 하도록!”
“…알겠습니다.”
단약 제조를 맡은 의원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왠지 가주의 말대로 따르면 안 될 것 같았지만, 그에게는 명령을 거부할 권한이 없었다.
이윽고 신단약 시연 차례가 되었다.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많은 이가 곱지 않은 눈으로 왕일을 보고 있었다.
왕일은 애써 태연한 척 그 시선들을 무시했다.
“이 자리에 와주신 강호 명숙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선보인 신단약은 공열진단으로 백선의가의 도움을 받아 우리 상현의가가 자체 제작한 단약입니다.”
미리 약조한 대로의 발언이었다.
신단약 개발의 공로를 상현의가 쪽으로 돌리도록.
-상현의가가 자체 제작한.
이 발언 하나를 하기 위해 백선의가에 얼마만 한 돈을 가져다 바쳤는지는 왕일만 아는 일이었다.
“이 탕약입니다. 모두 복용 후 가감 없이 의견을 말해 주십시오.”
양생 효과의 단약은 탕약의 형태가 많았다. 생초를 즉석에서 달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크흠.”
“맛이 쓰구려.”
“원래 몸에 좋을수록 쓰다고 하지 않습니까?”
“백선의가와 상현의가의 합동 제작이라니. 참으로 기대됩니다.”
바람잡이들이 여기저기서 분위기를 띄웠다.
이제 저 바람잡이들이 약을 먹고 나서, ‘몸에 열이 끓는구려! 이런 대단한 약이!’ 하면서 감탄의 포문을 열 것이다.
꿀꺽.
타악!
“크아아. 좋구려.”
“맞습니다. 쓰면서 깊은 맛이 참으로 몸에 좋은….”
그때였다.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바람잡이들이 입을 우뚝 다물었다.
얼굴이 시뻘게졌다.
바람잡이들만이 아니다. 탕약을 먹은 다른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왜 그러시오?”
왕일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용려의 비율을 높인다고, 안색이 붉어지는 효과는 없었다. 앞서 여러 번 말했듯 부작용도 나중에 나타날 일이고.
‘저건, 열이 끓어서가 아니라, 무언가 참는 것 같은?’
뿌아아아아악!!!
“……??”
왕일의 뇌가 굳었다.
방금 들린 소리의 정체 때문이다.
똥을 지리는 소리였다.
아니, 지린다기보다는 똥이 폭발하는 소리라는 표현이 더 맞았다.
‘아니, 그럴 리가? 왜 갑자기 여기서 똥을?’
하지만, 착각이 아니었다.
뿌아아아아악!!!
“크으윽!! 변소가?!”
“내 배야!!”
“왕일 가주,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약을 먹인 것이오?!”
“크아아악!! 또, 똥을 참을 수가…!”
뿌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울리는 똥 터지는 소리.
난리가 났다.
‘음. 좀 미안하네.’
위지천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똥 난리가 난 이유.
왕일 때문이 아니다.
위지천이 생초에 수작을 부려놓았기 때문이다.
‘난 이 정도까지 심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위지무 숙부가 신이 나서.’
-뭐, 살짝 배탈이 나게 하자고? 허어, 천아. 넌 너무 무르구나.
-숙부?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외의원은 악랄해져야 한다고. 피도 눈물도 없는 수라의 길을 걷는 게 외의원들이다! 어이, 운보! 천이의 말은 무시하고, 내가 말하는 대로 따르게.
-어이어이, 대머리, 감당할 수 있겠나?
-친구,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난 흑선(黑仙) 위지무다!
운보와 위지무는 신이 나서 설사 폭탄을 유발하게 생초에 수작을 부렸다.
운보는 왜 이 일에 손을 보탰냐고?
‘상현의가의 업보이지. 이곳 양양 의업계 관계자 중 상현의가에 이를 갈지 않은 이가 없으니까.’
상현의가가 약재상에게는 양심적으로 굴었겠는가?
절대 갑으로 폭군처럼 군림했으니, 수많은 이의 원한을 샀다.
들키면 어떻게 하냐고?
‘절대 안 들켜.’
위지무와 운보는 흑상이다.
…둘 모두 진짜 위험한 흑상이라기보다는 조잡한 물건만 파는 허접배기 흑상이었지만, 어쨌든 흑상은 흑상이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무색무취의 설사약 정도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물론, 아무리 무색무취라도 면밀하게 살피면 들통날 수 있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위지천이 확신하는 이유가 있었다.
“용려의 배합 비율을 왜 이렇게 한 것입니까?!”
빼액 분노한 사자후.
조현이었다.
탕약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자, 상현의가 측에서 제조법과 다르게 수작을 부린 게 들통난 거다.
‘왕일 놈 성격상 궁지에 몰리면, 탕약에 손을 댈 게 뻔했으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손을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해진 제조법에 임의로 손을 댔다는 게 중요한 거다.
“요, 용려의 비율을 높인다고 해도 설사를 유발하지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음양의 조화가 깨졌는데, 어떤 부작용이 올지 알고! 장에 깃든 열기가 설사를 유발한 것 아닙니까?!”
신단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경우에는 부작용이 아니라, 설사약 때문이지만.’
위지무도 합세했다.
“거참, 양생 약에 용려를 이렇게 많이 섞다니. 무슨 양생 약이 보신탕인 줄 아는 건가?”
“설마 정말 그런 이유로 용려의 비율을 높인 건 아니겠지요?!”
“에이, 소저. 설마 그랬겠습니까? 여기가 의가가 아니라, 보신탕집도 아니고. 아, 그런데 하는 짓거리를 보니 보신탕집이 더 나은 것 같기도.”
어차피 아까 강연 때부터 의선의가와 상현의가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게 되었다.
위지무는 사고를 칠 거면 확실히 쳐야지 하며 열심히 이죽거렸고, 조현은 더욱더 분노하였다.
참고로, 백선의가의 장로 조대진은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조현을 말릴 엄두도 못 내는 눈치였다.
그렇게, 신단약 시연도 파국을 맞았고,
“크아아아아아악!!!!”
처소로 돌아온 왕일은 난리를 피웠다.
‘안 돼. 이대로 의술대회를 끝내면 상현의가는 몰락한다!’
단순히 가문만 몰락하는 게 아니다.
왕일은 온갖 원한을 많이 쌓았다. 분노한 원수들에게 갈가리 찢겨 죽을 거다.
‘아니야. 아직 마지막 수단이 남아 있어.’
의술대회의 마지막 차례.
환자 치료 시연이다.
의가의 치료 실력을 뽐내는 자리.
원래는 미리 섭외한 환자를 치료하려는 척했지만.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도장?”
“들어오시오.”
상현의가의 객실 중 가장 좋은 방.
선풍도골의 도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얼마 전 위지천과 싸운 무당파의 송인이었다.
“밖이 시끄럽구려.”
송인의 음색에는 언짢은 기색이 가득했다.
혈교의 마인에게 입은 내상을 다스려야 하는데,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내상은 괜찮으십니까?”
“그냥 그렇소.”
혈교 마인의 마기가 어찌나 음유한지, 쉽게 다스리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혈교의 마인이 건넨 내상 치료 단약을 먹었기에 이 정도이지, 아니라면 큰 곤란을 겪을 뻔했다.
‘의술대회가 끝나면 바로 무한으로 가서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겠어.’
무한에는 호북 제일의 일성의가(一星醫家)가 있다.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의술대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자리에 참석하기로 약조했으니,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도장의 치료를 저희 상현의가가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상현의가가 말이오?”
송인 도장이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너희가 감히? 이런 반응이었다.
“이보시오, 왕일 가주. 상현의가가 뛰어남은 알지만, 아직 우리 무당을 치료하기에는 부족하지 않겠소?”
무당은 상현의가와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상현의가가 일방적으로 후원금을 바치며 무당의 위세 한 자락이라도 빌리기 위해 매달리고 있는 처지다.
“본가가 어렵게 얻은 무허단(無虛丹)을 드리겠습니다.”
“!!”
천(天)급 의가 천봉의가의 비전 영약이었다.
무림맹의 요직에 자리한 이만 복용할 수 있다는.
무당십이검인 송인은 무당의 태허단을 이미 복용했지만, 영약 욕심은 원래 끝이 없는 법이다.
특히 무허단은 도가의 무인과 궁합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무허단을 복용 후 환자 치료 시연에 환자로 나서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