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6)
의선명가 천재막내 7화(7/138)
제7화
“놈이 가주님을 모욕하였습니다. 돌팔이라느니. 의원으로서 기본도 안 되어 있다느니. 실력이 이따위니 거렁뱅이들밖에 상대하지 못하는 거라고.”
“…….”
“그렇게 한참을 폭언을 퍼붓더니, 치료가 잘못된 보상으로 원보 열 개를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갔습니다. 보상금을 내놓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추심하겠다고.”
장복이 조심스레 위지천의 눈치를 살폈다.
“도련님?”
위지천의 반응은 뭐랄까.
이상했다.
장복 및 모두가 아는 위지천은 착한 이다.
다만, 위지천의 착함은 선(善)보다는 순수에 가까웠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길길이 날뛰어야 정상인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알겠다.”
“저?”
“왜 그러느냐?”
“그… 아닙니다.”
“실없긴. 그만 가보아라. 점심은 따로 챙기지 말고. 잠깐 나갔다 올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차분한 음성.
하지만, 왜일까?
아까 느꼈던 꺼림칙함이 다시 오소소 밀려와 장복은 허겁지겁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후우.”
위지천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나도 수양이 부족하군. 장복이 무얼 잘못했다고 티를 낸 건지.’
화경에 이른다고 오욕칠정을 떨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그랬다면, 강호는 지금의 몇 배는 평화로웠을 거다.
강호에서 일어나는 상당수 대형 사건, 사고들은 강호의 최정상에 군림하는 화경의 고수들이 자신들의 탐욕, 분노, 원한, 자만감 등등 때문에 일으키는 거니.
도리어 스스로의 오욕칠정을 깊게 탐구하고 성찰하는 게 상승의 경지에 이를수록 중요하니, 화경의 고수는 스스로의 감정에 더욱 솔직하다.
따라서 지금 위지천이 느끼는 감정은 깊고도 깊은 분노였다.
다만, 차분하려고 노력하는 건, 분노해서 날뛰는 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놈이 괜히 이런 억지를 부리는 건 아닐 거다.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어.’
흑귀문과 의선의가는 아무런 은원 관계가 없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사주일 가능성이 높아.’
순간, 떠오른 건 백선의가였다.
백선의가는 의선의가를 망하게 하려고 온갖 마수를 부려온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흑귀문은 작은 흑도 문파다.
구파일방, 십대세가와 동급으로 여겨지는 천(天)급 의가인 백선의가가 움직이는 장기 말로 쓰이기에는 흑귀문의 격이 지나치게 떨어졌다.
‘애초에 백선의가가 마수를 뻗어오는 건, 지금 시점이 아니고.’
보다 현실적인 배후를 찾았다.
있었다.
‘남양이선가(南陽二善家). 그중 남중의가(南重醫家).’
남양에 있는 두 지(地)급 의가 중 하나로 흑귀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흑귀문을 이용해 우리 의선의가를 치우려는 거야.’
원보 열 개.
의선의가의 형편상 절대 갚을 수 없다.
관가에 억울함을 호소해?
남중의가는 관가와도 친분이 깊다. 재판으로 가면, 도리어 억울한 판결이 나올 게 분명했다.
‘이런 일은 의가들 사이에서 흔하니까.’
대(大)의가 전성시대다.
의가가 범람하는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단, 의가 간의 싸움은 무림 문파들의 싸움과는 달랐다.
무림 문파는 강한 쪽이 승자다.
의가의 경우에는 상단의 싸움과 비슷했다.
상대보다 의술 실력이 부족할 경우, 온갖 비열한 암계를 통해 상대 가문을 몰락시키려 드는 게 일상이다.
오죽하면, 의가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의술 실력보다 정치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겠는가?
‘그런데 이상하군. 난 왜 이전 삶 때 이번 일을 몰랐지? 분명 일어났던 일일 텐데.’
위지천은 순간 떠오른 생각에 아, 했다.
-가주님이 도련님에게는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요!
일부러 위지천에게 숨긴 거다!
막내가 괜히 걱정하고 마음 쓸까.
못난이 위지천은 아버지가 뒤에서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도 모르고 해맑고 바보같이 지냈던 거고.
‘하.’
위지천은 아버지를 찾아갔다.
위지선은 진료가 아닌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안색이 어두웠다.
하지만, 위지천의 기척을 느끼자 어두운 안색을 지우고 웃는 낯을 하였다.
“천이 왔느냐? 점심이 지났는데, 밥은 먹었고? 어제 늦게까지 공부한 것 같던데, 이거 정말 의견례를 통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구나. 하하, 네 숙부와 내기라도 해야겠어. 아, 어느 쪽에 걸 것이냐고? 글쎄, 그래도 아직은 네가 떨어지는 데 걸어야 돈을 딸 것 같긴 하지만, 하하.”
평소처럼 유쾌한 음성에 위지천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왜 그러느냐?”
“…아닙니다.”
위지천은 구태여 아까 있었던 일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그에게 숨기는 것인지 아니까.
위지천이 속상해하는 것을 알면, 아버지는 몇 배로 더 속이 문드러질 테니까.
대신.
“아버지, 예전에 제게 했던 말 기억나십니까?”
“음?”
“의선의가를 천하제일의가로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너도 참. 술 먹고 꼬장 부린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면 어떻게 하냐.”
위지선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위지천은 당시 위지선이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한 게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인의(仁醫)로 세상 고통받는 환자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의가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과거 우리 의선의가가 천하제일의가로 불릴 때처럼 말이다.
워낙 인상 깊은 이야기라 먼 옛날의 일이지만, 지금도 똑똑하게 기억이 났다.
“그 이야기를 한 지도 벌써 십 년 가까이 되었구나. 나도 그때는 젊을 때였고, 꿈 많을 때였지. 이제 난 너희가 행복하기만 하면 만족한단다. 그런데, 갑자기 그때 이야기는 왜?”
“…아닙니다.”
“녀석, 실없기는.”
위지천은 속으로만 답했다.
‘아버지의 꿈,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아버지가, 가족들 모두가 존경만 받도록, 꽃가마길만 걷게 하겠다.
위지천은 그렇게 다짐했다.
* * *
위지천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단약각에 먼저 들렀다.
“누님, 약방의 조제 도구들을 잠깐 써도 되겠습니까?”
“좋아. 그래.”
“…전 아직 자격 미달인데, 괜찮겠습니까?”
위지상아가 너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도리어 위지천이 의아해 물었다.
“난 각주. 너는 내 동생. 그러니 괜찮아.”
“…직권 남용 아닙니까?”
“무슨 상관? 여기서는 내가 법이야.”
위지상아가 시원하게 답했다.
단순히 동생이라고 허락한 건 아니고, 아마 지난 며칠 동안 위지천이 보인 ‘천재성(?)’에 그를 인정하게 된 이유이리라.
-궁금해서 그러는데, 구황초는 음기가 강한데, 혹시 배합을 이런 식으로 하면 조금 더 조화가?
-헉!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비방에서 쑥을 함께 넣는 건, 허실을 강하게 강화하려는 건지….
-헉!
-이건….
-헉! 헉! 꺅!
위지천으로서는 그가 과거 깨달은 천지자연 음양오행의 이치에 기반한 의문을 물은 것에 불과한데, 그게 위지상아의 눈에는 천재성으로 보였던 것 같다.
-바보인 줄 알았던 내 동생이 사실 천재?
저렇게 몇 번이고 구시렁거리는 걸 들었다.
위지천은 이전 삶 알고 있었던 비방 중 하나를 조제하였다.
왔다 갔다 하면서 위지천이 하는 양을 살피던 위지상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 그 제조법 어디서 들었?”
“우연히 길거리에서 얻었습니다.”
“그건 사이비(似而非). 환자 잡아.”
아니, 사이비가 아니다.
애초에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약이 아니니까.
위지천은 의심을 피하려고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의 말대로 실패한 것 같으니, 이건 제가 따로 처분하겠습니다.”
딱 봐도 불길한 빛깔의 단약을 주섬주섬 챙긴 위지천은 밖으로 나왔다.
“어디 가십니까?”
“바람 쐴 겸 저잣거리에 잠시 다녀오겠네.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따로 아버지한테는 말하지 말게.”
“넵, 넵.”
과거로 돌아온 이후, 처음 밖에 나가는 거다.
밖에 나가니, 수많은 사람이 그를 알아보고 알은척을 해왔다.
“어이, 신선 도련님. 오랜만이야.”
“네, 네, 오랜만이에요.”
“요즘은 왜 안 놀러 왔어?”
“공부하느라요.”
“신선 도련님이 공부를? 에이, 농담하지 말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생각해보니 나 이때 남양 저잣거리에서 마당발이었지.’
상인들 대부분 호의 섞인 시선이었다.
위지천은 못난이였지만, 그렇다고 망종은 아니었으니까.
상인들은 맨날 저잣거리를 놀이터처럼 쏴 돌아다니던 어린 위지천을 귀염둥이처럼 여기고는 했다.
약간 저잣거리마다 있는 명물 고양이 같은 느낌?
위지천은 쏟아지는 상인들의 인사에 하나하나 응대하면서 목적지로 걸어갔다.
그런데, 상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위지천이 향하는 방향이 이상했던 거다.
“신선 도련님? 그쪽은 안 돼!”
“왜요?”
“몰라서 물어? 그쪽 거리는 위험해!”
구역 하나를 기점으로 확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딘지 위험한 공기.
배회하는 이들도 날카롭고 험악한 인상이었다.
“괜찮아요. 용무가 있어서요.”
위지천은 음침한 골목 가장 안쪽에 자리한 장원에 도착했다.
위지천은 힐끗 흑귀문(黑鬼門)이라 쓰인 현판을 바라보더니 외쳤다.
“여기 의선의가의 셋째가 왔으니, 흑귀문주 장가 놈은 나와라!!”
* * *
흑귀문이 소란스러워졌다.
“어떤 놈이야? 어떤 씹어 죽일 놈이 감히 문주님의 존함을?”
“나다!”
“뭐야? 의선의가의 바보 꼬맹이?”
흑귀문의 무사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는 너 같은 아해가 올 곳이 아니다.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가라.”
“못 간다. 내 오늘 너희 문주에게 인간의 도리를 가르쳐주러 왔다.”
“뭐? 하. 이놈이 미쳤나?”
흑귀문의 무사가 위지천의 어깨를 밀었다.
그냥 툭, 하는 세기로.
그런데.
“아이고! 그냥 대화나 하러 온 건데! 이 나쁜 놈들이 사람 잡네! 아악!”
“아니?”
흑귀문의 무사가 당황한 얼굴을 했다.
안 그래도 위지천이 하는 양을 염려스럽게 지켜보던 저잣거리의 상인들에게서 비난의 시선이 쏟아졌다.
“이, 이놈! 얼른 돌아가지 못할까?”
“아악! 또 때리려고? 때려봐라! 또 때리면 관아에 신고할 거다!”
흑귀문의 무사가 당황한 얼굴을 했다.
관무불가침이라지만, 그게 무인들이 법 밖의 존재란 게 아니었다. 관무불가침은 무림 문파끼리의 다툼 이야기다.
양인을 이유 없이 핍박하는 건 당연히 제재를 받는다.
물론, 현실적으로 무인이 일반 백성 나부랭이 하나를 핍박한 수준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적지만, 저 꼬맹이는 그런 나부랭이 따위가 아니었다.
의가들 사이에서야 무시당하고 있지만, 의선의가도 나름대로 이 근처 동네 유지였다.
목격하는 증인들도 이렇게 많은데, 관아에서 누구 편을 들지야 뻔했다.
“아이고, 어깨 빠지겠네. 난 그냥 대화만 하려고 온 건데! 여기 보세요. 이놈이 사람 잡습니다!”
“아, 아니, 나는….”
흑귀문의 무사가 진땀을 흘릴 때였다.
“이게 웬 소란이냐! 네놈은 의선의가의 막내 꼬맹이?”
노성이 가득한 음성.
분위기가 돌변하였다.
문주 장삼이었다!
‘나왔군.’
위지천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그는 사실 조용히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태여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난리를 피운 건, 당연히 목표한 의도가 있어서였다.
“장삼 대협을 뵙습니다. 대협께 용무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네가? 나한테?”
“네, 긴밀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따로 독대할 수 있겠습니까?”
“하?”
“대협께도 중요한 이야기일 겁니다. 혹시 압니까? 어쩌면 오늘 만남으로 제가 대협의 귀인(貴人)이 될지.”
장삼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귀인.
저 소년이 장삼의 은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