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60)
의선명가 천재막내 61화(61/138)
제61화
“환자 치료 시연에? 나보고 그딴 광대놀음에 나서라는 건가?”
송인이 눈썹을 꿈틀했다.
내상 치료 장면을 모두의 앞에서 구경거리로 만든다는 거니까.
하지만, 왕일은 물러서지 않았다.
“불쾌하다면 죄송합니다. 부디 본가의 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지금 상황을 뒤집을 방법은 하나. 무당 도사의 내상을 모두의 앞에서 치료해내면 여론이 바뀔 거다.’
시연 때 ‘어떤 병’을 치료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환자’를 치료하느냐도 중요했다.
똑같은 병이어도 촌부를 치료하는 것과 유명인을 치료하는 거는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무당의 도사는 최고의 환자였다. 남존무당이라는 별칭답게 일성의가의 치료만 받는 고고한 이들.
특히 내상은 절대 다른 의가의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시연 때 멋지게 치료하면 상현의가의 위신도 다시 세워질 거다.
‘물론, 이런다고 완벽히 수습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야 해.’
송인이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상현의가에서 내상을 치료할 능력은 되나? 난 일반 내상을 입은 게 아니다. 혈교의 사도급 마인과 싸우다가 내상을 입은 거다.”
왕일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허락의 의미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무허단을 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허단은 내공 증진뿐 아니라, 내상 치료에도 특효가 있어서 시연 전 미리 복용하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무허단을 복용했다는 건 비밀로 해야겠군.”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복용 후 내공을 흡수하는 건, 차후 무당에 돌아간 후 천천히 해주십시오.”
‘상현의가의 신묘한 의술이 혈교 마공의 내상을 치료했다!’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야 하는데, 무허단 덕을 본 게 밝혀지면 좋을 게 없었다.
“제 처소로 오시지요. 무허단 복용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 * *
시간이 흘렀다.
원래 의술대회라는 게 계속 학술 강연만 하는 건 아니다.
결국, 홍보 목적이니까.
중간중간 연회가 이어진다.
하지만, 연회 분위기는 초상집과 같았다.
‘상현의가는 끝났군.’
‘이제 누가 상현의가의 치료를 받는다는 말인가?’
‘그렇게 독하게 못된 짓을 하더니, 천벌 받은 거지.’
장원 밖에서 녹림도들은 이제 장송곡을 부르고 있었다.
-오늘이 상현의가의 제삿날이구나!
-천벌이 내렸도다! 지옥의 염라가 왕일을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단, 연회장 구석에서 혼자 신이 난 이도 있다.
“크으. 고기 맛 좋구나! 천아, 너도 먹어봐라! 상현의가가 양양에서 돈을 쓸어 담는다더니 고기의 때깔이 달라!”
“숙부….”
“왜? 이럴 때일수록 손님이 더욱 시끄럽게 즐겨주어야 더 좋은 법이니라! 크하! 어떻게 하면 이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거지? 여기 총관 놈은 어디의 누구처럼 흑시 같은 데서 고생하지 않겠지?”
우리의 위지무.
이미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전력으로 즐기는 자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뭐, 이미 수습 불가지. 이제 상현의가가 성(星)급 의가가 되는 건 절대로 불가능해.’
왕일이 수완을 발휘해 최대한 수습한다고 해도, 그저 그런 지(地)급 의가로 남는 게 고작일 거다.
물론, 위지천은 상현의가가 명맥을 이어가게 할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 시연 차례 때.
상현의가는 완벽히 몰락하게 될 거다.
“식사 잘하고 계십니까, 소협?”
“아, 조현 소저.”
“소협 덕분에 본가와 상현의가의 불의를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소저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아, 사숙조님께 혼났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원래 이렇게 자주 혼나곤 했으니까요.”
“…어떻게 혼이 나신?”
“다시는 그렇게 경솔하게 굴지 말라고 해서, 알아들었다고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신중하게 가문을 위해 행동할 생각입니다.”
‘…알아듣지 못한 것 같은데.’
절로 상상되었다.
조현을 혼내는 조대진이 도리어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는 게.
‘얘를 어떻게 하지.’
위지천은 팔짱을 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에 조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조현의 처지는?
“소저, 의선의가로 올 생각은 없습니까?”
“그, 그 말씀은? 호, 호, 혹시 제게 청혼하는 것입니까? 여, 역시 소협께서는 제게 한눈에 바, 반한 것이 맞는?”
“…그런 것 아닙니다. 그냥 섭외입니다. 우리 의선의가는 능력 있고 올곧은 의원을 언제나 환영하니까요.”
조현은 백선의가보다 의선의가에 어울릴 인재다.
조현의 골통 같은 면도 의선의가에서는 오히려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죄송합니다. 전 백선의가의 은혜를 입은 몸. 백선의가에 뼈를 묻을 생각입니다.”
“…그러십니까.”
“물론 제 이런 면을 어르신들께서는 안 좋게 여기는 건 알지만요. 그래도, 제 행동이 백선의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그래.
조현도 바보는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미움받을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저러는 이유는… 그저 진짜배기 골통이라서 그렇다.
그때, 앞이 부산스러워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대회의 마지막 순서인 환자 치료 시연을 하겠습니다. 무당의 송인 도장님께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로 했습니다.”
“무당의 도장께서? 송인 도장이면 무려 무당십이검이 아닌가?!”
“송인 도장께서는 무려 혈교의 사도(使徒)급 마인과 승부를 겨룬 후 내상을 입으셨습니다. 우리 상현의가를 믿고 내상 치료를 맡겨 주셨습니다.”
장내가 웅성거렸다.
“허어? 혈교의 사도급 마인이면 초절정 고수가 아닌가?”
“내상이 극심할 텐데, 호북 일성의가가 아닌, 상현의가에 치료를 맡기다니?”
“상현의가의 의술이 그 정도라고?”
놀랄 만했다.
내가기공을 익히는 무인에게 내상 치료의 중요성은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잘못된 치료를 받아 후유증이 생기면 앞으로 경지를 쌓는 데 막대한 지장이 생기기 십상이며, 평생 적공이 날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내상 치료는 반드시 가장 신뢰하는 의원에게 맡긴다.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실력. 여기서 무당의 도사를 치료하면, 앞의 추태를 만회할 수 있다.’
송인이 단상 위에서 가부좌를 틀었고, 왕일이 뒤에 앉았다.
혈교 마공에 당한 내상은 치료하기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왕일은 자신 있었다.
이미 무허단을 복용했는데, 걱정할 게 무엇 있단 말인가!
진맥하니, 이미 마기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상한 혈맥과 단전을 적당히 치료하다가 끝내면 되겠군.’
사르륵.
왕일이 펼친 의공의 기가 송인의 혈맥을 주천(周天)했고, 송인의 안색도 한결 더 편안해졌다.
관람하던 이들이 감탄의 얼굴을 하는 순간이었다.
돌연 이변이 생겼다.
‘뭐야?’
쑤욱.
왕일의 기가 돌연 송인의 단전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착각인가?’
내상 회복 중 단전이 흡인력을 발현해 외부의 기를 흡수하는 건 가끔 일어나는 현상이다.
왕일은 조금 더 강하게 의공을 펼쳤다.
흡인력에 휩쓸리지 않게.
그런데.
“커어억!!!”
왈칵!
송인 도장이 눈을 부릅뜨더니 죽은피를 토했다.
“뭐, 뭐야?”
“저것도 치료 과정인가?”
왕일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사달이 일어났다!
당장 치료를 중단하는 게 옳지만.
“하하. 혈교의 마공이 독하긴 하군요. 사혈(死血)을 배출하게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내상을 치료토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멈추면, 상현의가는 망한다.
아니, 이미 망했는데 주제도 모르고 감히 무당 도사의 내상을 악화시켰다는 악명이 더해져 폭삭 망하게 될 거다.
‘할 수 있다! 저 흡인력만 제어할 수 있으면 돼!’
전력을 다해 의공을 펼쳤고.
“커어어어어억!!!!!”
왈칵!!
송인이 다시 피를 토했다.
이번에는 생혈(生血)이었다.
누가 봐도 문제가 생긴 상황.
“치료 잘되고 있는 것 맞아?”
“지금에라도 치료 멈춰야 하는 것 아니야?”
“환자 잡겠어!”
송인의 안색만큼이나 왕일의 안색도 시체처럼 질렸다.
‘크, 큰일이다. 진기가 단전 안에서 꼬였어.’
최소 주화입마.
어쩌면 이대로 사망할 수도 있다.
그때,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다.
“지금 당장 치료를 멈추십시오! 환자를 죽일 작정입니까?!”
조현이었다.
왕일은 엉거주춤 손을 떼었고, 조현은 뒤편에 있던 인물에게 외쳤다.
“사숙조, 저 환자를 위해 의술을 펼쳐 주십시오! 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의원은 이 자리에서 사숙조밖에 없습니다!”
조대진의 안색이 응가를 씹은 듯 일그러졌다.
‘저 망할 것이! 가만히 있는 날 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라는 소리가 있다.
딱 봐도 쉽지 않은 상태인 것 같은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실패하면 의양진인(醫陽眞人)이란 의명에 먹칠만 하게 될 테니.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왜 단전에 저런 흡인력이? 무허단이 문제를 일으킨 건가? 무허단의 축기(築氣) 성질상 가능하긴 하지. 힘으로 다스리는 게 아니라, 부드러움으로 다스려야겠어.’
역시 백선의가의 장로.
왕일과는 다르게 한눈에 진단과 치료법을 파악했다.
자신이 생긴 조대진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왕 나서게 된 것, 자신의 의명을 높이는 기회로 삼기로 한 거다.
“내상이 지독하군!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나 의양진인의 독문 의공 백풍기공(白風氣功)이면 문제없이 치료할 수 있으니!”
“와아아아!! 백선의가 만세!!”
“역시 천(天)급 의가야!”
조대진은 파앗 기공을 끌어 올렸다.
앞서 왕일이 했던 것처럼 단순히 힘겨루기 하는 게 아닌, 마치 바람이 성난 불을 달래듯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다시 송인의 얼굴이 편해지기 시작했는데.
“커어어억!!!”
“!!”
왈칵!
다시 피를 토했다.
‘무, 무슨?’
조대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돌연, 흡인력이 확 커진 거다.
마치 바람을 집어삼키려는 불처럼.
‘이건 달랠 수 있는 불이 아니야. 무허단에 무슨 사달이 일어났단 말인가?’
장내가 고요해졌고, 위지천은 머리를 긁적였다.
‘음. 송인 도장한테는 좀 미안하네.’
사실 송인 도장도 오만한 성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마냥 올바르게 살기만 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난데없이 휘말려 저 고생을 하고 있으니,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테니.’
원래 기연은 고난을 동반하는 법.
지금 잠깐 힘들어도 송인 도장도 오늘의 일을 크게 감사하게 생각할 터였다.
‘이제 슬슬 분위기를 잡아볼까?’
그런데, 그때였다.
위지천보다 먼저 나서는 이가 있었다.
위지무였다.
“천아, 저 백풍기공이라는 것, 우리 의선의가의 천풍기공(天風氣功)이랑 비슷한 것 아니냐?”
“숙부?”
“왜? 맞지 않느냐? 우리 의선의가가 종가(宗家)이니, 저 백풍기공도 우리 의선의가에서 나온 거겠지.”
“…….”
위지무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자신에게 맡기라는 듯이.
그러더니 속삭이듯.
하지만, 모두가 다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쯧. 저거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될 텐데. 환자만 불쌍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