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63)
의선명가 천재막내 64화(64/138)
제64화
위지무가 식겁했다.
“처, 천아? 그런 말은?”
죽이지 않으면 죽임 당하는 아귀 지옥.
다소 적나라하지만, 의업계를 알고 있는 이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표현이었다.
다만, 황족, 그것도 황제의 친동생인 영친왕 앞에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다.
“죄, 죄송합니다! 천이가 아직 어려서! 절대 불경한 의도로 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천아, 뭐 하냐? 당장 무릎 꿇지 않고?!”
위지무가 사색이 된 이유.
무릇 천자란, 황족이란 무엇인가?
이 중원을 다스리는 이다.
그런데, 방금 위지천의 발언은 자칫 천자와 황실의 부덕을 탓하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의미로 말한 게 맞지만.’
물론, 여기서 너무 당돌하게 구는 것도 좋지 않았다.
소문으로 알려진 영친왕의 인덕이면, 설사 대놓고 황실의 부덕을 탓하는 이야기를 들어도 크게 질책하지 않을 것 같지만, 위지천은 따로 노리는 게 있었다.
위지천은 눈썹을 내리깔았다.
마치 기가 죽은 것처럼.
매번 장삼이 한탄하는 것처럼, 위지천은 자신의 어린 외모와 순수해 보이는 인상을 활용할 줄 알았다.
“죄송합니다, 전하. 무릇 황실은 만백성의 아버지인 법이니, 영친왕 전하를 뵙자 지금껏 겪은 설움이 터져 나와 결례를 범하였습니다.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러면서 위지천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는데, 그 모습이 뭐랄까.
참으로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위지천의 어리고 순한 인상이 안타까움을 더하였고, 영친왕은 깊게 한탄했다.
위지천이 뱉은 ‘황실은 만백성의 아버지’란 이야기가 영친왕의 가슴을 찔렀다.
‘부끄럽구나. 저 소년이 겪은 고난은 결국 우리 황실이 부족했기 때문이 맞지 않는가. 자식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비라니!’
영친왕은 오늘 만남 전, 의선의가에 대해 미리 조사했다.
최근 들어 조금 볕이 들었을 뿐, 의선의가가 지금껏 겪은 고난은 종이를 방 가득 늘어놓아도 모두 적기 부족할 정도였다.
영친왕은 의선의가가 왜 그토록 고통받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민초들을 위했기 때문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같은 의가.
영친왕이 보기에 의선의가가 다른 의가들처럼 탐욕을 채웠다면 진즉 상현의가 이상의 성세를 누렸을 거다.
‘저런 훌륭한 의가가 고통받아야 했던 건, 모두 우리 황실의 책임이다.’
심지어 더 참담한 건, 앞으로라고 지금과 달라질 건 없다는 점이다.
황실은 위대하다.
하지만, 무소불위한 건 아니다.
강호에 사특한 무리가 준동해도 손을 쓰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관무불가침이라 고상하게 표현하지만, 결국 관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황실의 모든 힘을 동원하면, 마교든, 혈교든 토벌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 뒤는? 감당할 수 없다.
의업계의 일도 마찬가지다.
황실이라고 의업계의 폐단을 모르는 게 아니다.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모른 척할 뿐이다.
그사이, 저런 뜻깊은 충의지사(忠義之士)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황족으로서 스스로가 이렇게 한심하게 느껴질 수가.’
“본왕에게 바라는 게 없느냐?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구나.”
영친왕이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원래 오늘 자리는 상을 내리기 위한 자리였다.
속된 말로 표현하면, 기특한 모습을 보인 소년에게 높으신 분인 그가 선심을 쓰듯 포상을 내리는 자리.
하지만, 저 소년과 의선의가는 그런 태평한 마음으로 대할 이들이 아니었다.
대를 이어 저토록 커다란 충의를 바쳐온 이들인데, 어찌 그러겠는가?
저 소년과 의선의가는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이들이었다.
‘역시 호구. 몇 마디 안 했는데, 알아서 감동해서 넘어왔네.’
위지천은 주태선의 그런 속마음을 눈치채고 속으로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낚은 것 같지만, 위지천은 조금 더 수작을 부리기로 했다.
무려 친왕에게 청탁할 기회.
과한 요구를 할 생각이니, 그냥 호구가 아닌, 상호구로 만들어야만 했다.
“바라는 것이라니요. 영친왕 전하께서 불충한 소신을 몸소 치하해주신 것만으로, 저와 의선의가는 더는 여한이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무엇이든 이야기해 보아라.”
“정말입니다. 어찌 전하께 감히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그저 전하께서 베푸신 마음만으로도 삼대의 영광이옵니다.”
흑상 위지무.
옆에서 데구루루 눈동자를 굴리며 위지천과 눈을 마주쳤다.
‘천아, 너무 빼는 것 아니냐? 이러다 파투 날 것 같은데?’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저 믿죠?’
숙부와 조카는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위지무는 ‘에라, 우리 천이만 믿고 가자!’라는 마음으로 손을 거들었다.
“맞습니다! 전하께서 치하해준 것만으로도 더는 여한이 없습니다! 이대로 의선의가가 의업계의 거친 풍파에 망한다고 해도, 오늘의 일만은 우리 의선의가 모두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겁니다!”
“…망한다니. 그렇게 되지 않게 본왕이 도움을 준다는 것 아닌가?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말을 해라. 아니면, 너희는 본왕이 너희의 힘이 되지 못할 거로 여기고 이러는 것이냐?”
영친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황족답지 않은 소탈한 호인에 민초를 생각하는 훌륭한 인물이지만, 황족은 황족.
자신의 권위를 의심하는 듯한 반응에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런 게 아니옵니다. 다만, 소신이 섣부른 간언을 드렸다가 의업계에 풍파가 닥칠까 염려되어 저어하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자세히 말해보아라.”
방금 위지천은 부탁이 아니라, 간언(諫言)이라고 하였다.
사적인 부탁이 아닌, 나라의 백성을 위해 주청할 게 있다는 뜻이다.
“혹시 반천회(反天會)란 무리에 대해서 아십니까?”
“…처음 듣는다. 반천이라니? 무슨 그런 불온한?”
사실 천(天)은 강호에서 여러 의미로 쓰인다.
이름에 천(天) 자가 들어간 무림 문파가 몇 개인가. 그리고 정상급 고수쯤 되면 흔히 천(天) 자가 들어간 별호를 쓴다.
황실이 보기에는 불경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늘(天)은 오로지 황제, 천자(天子)를 뜻하는 것이거늘.
‘반천회가 왜 이름을 이따위로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반천회가 정확히 무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지는 모른다. 실체조차 정확히 모르니까.
어쨌든 지난 삶, 반천회란 족속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으니, 아무리 그래도 황실을 뒤엎으려는 단체는 아닐 거다.
하지만, 황족 영친왕 입장에서는 이름이 ‘반천(反天)’이라는 것만으로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리라.
“의업계의 어둠을 알게 되던 중 들은 단체입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의업계의 족속 중 의술을 이용해 흉험한 짓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는가?”
영친왕이 딱딱하게 말했다.
위지천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영친왕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즉, 현기 가득 눈빛 신뢰 공격을 위해.
“소신이 어찌 전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전하께 감히 용기를 내어 고한 것입니다.”
“하아! 그래, 너처럼 환자를 위하는 이가 거짓을 말할 리가 없겠지. 어찌 그런 극악무도한 것들이?! 어떤 놈들이냐?! 당장 아는 것을 모두 말해보아라!”
여기서 백선의가의 이름을 말하는 것은 하수나 할 짓이다.
‘어차피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백선의가가 일순위로 의심받겠지. 천(天)급 의가 중 이런 일을 할 만한 곳은 백선의가밖에 없으니까.’
반천회의 실체를 밝히는 건 무척이나 중요했다.
짐작이지만, 이전 삶 의선의가를 멸문시킨 진짜 뒷배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지만, 흉마였을 때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꼬꼬마 위지천이 어떻게 실체를 밝히겠는가?
‘영친왕이면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즉, 위지천은 영친왕에게 자신 대신 반천회의 실체를 밝히는 일을 떠맡긴 것이다!
위지천의 간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불초 소신이 전하께 감히 하나 주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냐? 무엇이든 말하도록.”
“반천회의 이름은 전하께서만 알고 계셔 주십시오.”
영친왕은 위지천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대놓고 놈들을 들쑤시면 놈들이 꼬리를 말고 숨어들까 염려하는 거구나.”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어렵군.”
영친왕은 신음을 뱉었다.
황실의 권력을 쓰면, 필연적으로 정보가 새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꼭 반천회를 대놓고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
“가장 의심되는 이를 조사해보면, 자연스레 꼬리가 잡힐 테니까요.”
가장 의심되는 이.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뻔했다.
백선의가라든지, 백선의가라든지, 백선의가라든지.
“…그대의 말이 옳다. 어차피 백선의가의 실태는 한 번쯤 내가 친히 살펴보려고 했으니까.”
그렇게, 백선의가는 난데없이 영친왕의 표적이 되었다.
‘물론, 아무리 영친왕이라고 해도 백선의가를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백선의가가 지금껏 치료한 황족이 몇 명이겠는가?
현 황제가 고뿔만 걸려도 찾는 게 백선의가다.
태후가 과거 죽을 위기를 넘긴 것도 백선의가 덕이며, 백선의가의 치료를 받은 황손의 숫자는 일일이 세는 것도 무리였다.
백선의가에 무리한 행동을 하면 영친왕이라도 역풍을 맞기 십상이겠지만.
‘백선의가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
황족이 두 눈 치켜뜨고 지켜보고 있으면, 천하의 백선의가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의선의가에 수작을 부리기도 어려우리라.
‘그사이 성급 의가가 될 기반을 마련해야 해.’
촤라락.
머릿속에 다음 계획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내게 바라는 건 없느냐?”
무언가 못마땅한 음성.
“반천회 이야기는 너희 의선의가를 위한 부탁이 아니지 않으냐? 욕심이 그렇게 없어서 쓰겠느냐? 난 너희 의선의가에 따로 손을 보태주고 싶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위지천은 조심스러운 척 내숭을 떨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말씀드리기 황송하오나….”
위지천의 이야기를 들은 영친왕의 눈이 커졌다.
그러더니 피식 웃었다.
“욕심이 없는 게 아니었구나.”
“죄송합니다.”
“환자를 위해 그런 과욕까지 부리다니. 네가 더욱 마음에 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