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64)
의선명가 천재막내 65화(65/138)
제65화
‘아니, 돈 벌려고 한 부탁인데?’
위지천의 부탁은 ‘청탁’이었다.
돈벌이를 위한.
‘의가의 수입은 단순히 환자 진료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야.’
의가의 규모가 커질수록 수입원도 다각화된다.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상단 연계 수입이다.
성(星)급 의가 정도 되면 무조건 휘하 상단을 두고 있으며, 규모가 큰 지(地)급 의가, 즉, 소위 말하는 지성(地星)급 의가들도 대부분 의가 소속 상단을 가지고 있다.
‘의업계 관련 시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니까. 직접 상단을 운영하는 게 훨씬 이득이지.’
생각하는 대박 상품이 있는데, 상품의 성격상 여러모로 커다란 여파가 생길 수도 있어서 미리 청탁한 거다.
영친왕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도리어 감탄했다.
“그런 물건을 생각 중이라니. 역시 다른 의가들과는 다르구나. 참으로 백성을 위하는 충의지사야. 이런 부탁이야 얼마든지 기쁘게 도와줄 수 있다.”
‘뭐, 이 상품이 대박 나면 민초들에게도 도움이 되긴 할 테니. 딱히 환자를 위해서 개발하려는 건 아니지만.’
환자가 아니라, 의선의가를 위해서다.
둘은 명백한 차이가 있다.
위지천이 민초들을 신경 쓰는 건, 딱히 선한 의도가 아니라, 백성들의 지지를 얻어 의선의가의 힘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니까.
하지만, 구태여 그런 이야기는 덧붙이지 않았다.
“황송합니다.”
영친왕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위지천의 모든 게 마음에 들었던 거다.
‘환자와 백성을 위하는 충의. 거기에 마냥 순수하기만 한 것도 아니야. 도리어 은근히 날 이용하려고 하는 게 영악하기 그지없다. 인재야.’
선한 이는 은근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힘과 능력이 있어야 하니까.
저 소년은 이상과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이다.
‘너무 어린 게 걸리지만, 오늘 만나보니 나이는 문제가 아닌 것 같군.’
저 소년에게 부족한 건 ‘힘’이었다.
권력, 돈, 무력 같은, 세상을 실제로 좌지우지하는.
‘부족하지만, 나라도 저 소년의 그늘이 되어 주어야겠군.’
“이걸 받아라.”
“이건?”
위지천은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작은 패였다.
영친왕의 이름이 새겨진.
“의선의가와 네가 본왕의 친우라는 걸 증명하는 패다.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다.”
어마어마한 보상이었다!
무려 친왕의 친우임을 증명하는 패라니.
그렇게 위지천은 영친왕이란 커다란 뒷배를 얻게 되었다.
* * *
의선의가로 돌아왔다.
거리가 멀진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 떠나 있었던 기분이다.
난리가 벌어졌다.
“우리 천이 왔느냐?! 다들 뭐 하느냐?! 우리 천이가 왔는데?!”
“대사형 오셨습니까?!”
“대사형 충성 충성 충성!!!”
위지천이 출타를 갔다 오는 게 처음도 아닌데, 다들 너무 과한 반응인 것 아니냐고?
전혀 아니다.
“크하하하! 양양의 부자들이 의선의가에 몰려들고 있다! 다 천이 네 덕분이다! 아구구. 누구 아들이길래 이렇게 이쁜 거냐?!”
오로지 환자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속물적인) 위지선이 하늘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제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며칠 전부터 반찬이 달라졌어.”
“모두 대사형이 명성을 떨친 덕이야.”
“이러다가 의선의가… 부자 되는 것일지도?”
“거렁뱅이였던 우리가… 부자?”
“크흑, 이제부터 천이는 내 대사형이다!”
“어이, 우리가 사숙이야.”
“우리 따위가 사숙은 무슨! 돈 벌어주게 하면 다 형님이고, 사형이지!”
의가가 부유해지면, 당연히 소속 제자들도 윤택해진다.
돈을 벌어도 의가 윗선에서만 가져가고 밑의 제자들을 착취하는 곳도 많지만, 의선의가는 그런 곳이 절대 아니었다.
의선칠선(醫仙七仙).
오랜 기간 의선의가에서 궁핍한 생활을 버틴 위지천의 윗대 제자들은 눈에 띄게 좋아진 의선의가의 형편에 다들 감개무량했다.
위지천을 반긴 건, 제자들만이 아니었다.
“…….”
인상만 보면, 천하 십악(十惡)에 못하지 않을 것 같은 흉악한 외모의 인물.
장삼이 팔짱을 낀 채 위지천을 맞았다.
놀라운 일이다.
양양으로 떠나기 전, 위지천은 장삼에게 남양 흑도의 강자 삼패문의 문주와 결투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저렇게 멀쩡히 나타나다니?
장삼이 결투에서 승리했다는 뜻이다!
기도도 달라졌다.
기운이 단단히 갈무리되어 있었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거다!
눈빛도 이전과 달랐다.
부리부리한 게, 흉흉한 안광을 뿌리고 있었다.
마치 당장에라도 사생결단을 할 것처럼.
그렇다.
장삼이 찾아온 건 단순히 안부 인사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쌓인 설움을 풀기 위해서였다.
“…….”
“…….”
잠시 장삼과 위지천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리고.
장삼의 눈빛이 사르르 순해지기 시작했다.
‘미친. 저 악마가 저런 경지였다고?’
지금의 장삼은 얼마 전의 장삼이 아니다.
무려 절! 정! 고수 장삼이다.
그것도 남양 흑도를 주름잡던 삼패문의 문주까지 격퇴한.
다소 비겁한 수를 쓰긴 했지만, 장삼은 흑도이니 그런 건 넘어가자.
늘어난 무공만큼 자신감이 넘쳤고, 위지천에게 한 방 먹여 주겠다는 일념으로 찾아왔는데.
‘틈이 보이지 않아.’
예전에는 몰랐다.
위지천이 어떤 경지인지.
그냥 막연히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만 짐작했다.
경지를 넘으며 안목도 높아진 장삼이다.
위지천이 얼마나 강한지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저런 놈에게 한 방 먹이겠다니. 내가 무슨 미친 짓을.’
남양남패.
아니, 이제는 남양흑패(南陽黑覇)가 된 장삼은 재빨리 집 나간 간땡이를 잡아왔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저 악마가 눈썹을 일그러뜨리기 전에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오셨습니까, 공자! 향단이가 집 나간 서방님을 그리워하듯이 기다렸습니다!!”
“에이, 사람들 볼 수도 있는데 왜 그래요, 장삼 대협. 장삼 대협도 장난기가 넘치신다니까. 어쨌든 저도 반가워요. 보고 싶었어요.”
위지천이 장삼의 손을 잡았다.
꾸욱.
장삼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끄아아아. 분골착근인가? 아니면, 기공 고문? 내가 왜 인적 없는 장원 뒤편에서 저 악마를 보자고 해서! 다른 사람들 있으면 대놓고 고문은 안 당했을 텐데!’
그런데,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예상하던 고통이 찾아오지 않았다.
슬그머니 눈을 뜨니, 뜻밖의 모습이 보였다.
위지천이 웃고 있었다.
“절정 축하해요. 힘드셨을 텐데, 고생하셨어요.”
“아….”
진심 어린 축하.
왜일까?
갑자기 장삼은 핑 눈물이 돌았다.
저 말이 뭐라고, 가슴이 격동했다.
‘뭐, 뭘 흔들리는 거냐?! 저놈은 악마야! 악마라고!’
저 악마는 사실 자신을 위해 악역을 자처했던 것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어서 장삼은 화들짝 고개를 저었다.
“흐, 흥! 시끄럽다! 고생은 무슨! 이 장삼의 무재라면 절정에 오르는 건 여반장, 정해진 수순이었을 뿐이다!”
“네네, 축하해요.”
“크아아악! 차라리 악마 짓을 해! 기분 나쁘니까!”
휙!
결국, 장삼은 버티지 못하고, 등을 돌려 사라졌다.
‘음. 이런 간단한 축하에 귀까지 빨개질 필요는 없지 않나.’
위지천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흉악한 장삼의 얼굴이 빨갛게 물든 모습을 떠올리니 속이 살짝 메스꺼웠다.
‘뭐, 맨날 채찍질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니. 가끔 이렇게 격려도 해주어야지. 그래도 다 큰 아저씨가 얼굴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보기 괴로우니 좀 자제해 주었으면.’
그렇게 반가운 얼굴들과 재회를 나누었다.
이후 위지천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의원으로서 환자 진료, 무공 수련, 외의원으로서 업무 익히기였다.
‘이런 일상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해.’
잠자는 시간은 최대한 줄였다.
어쩔 수 없었다.
환자 진료, 무공 수련, 업무 익히기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으니까.
지켜보던 이가 걱정할 정도로.
“천아, 너 요즘 뭐 하는 거냐?”
“형님?”
“넌 의원으로서 기본도 모르는 거냐? 무릇 의원이라면 자신의 몸을 챙기는 게 가장 최우선이거늘. 네가 스스로를 살피지 않으면, 환자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는… 어쩌고저쩌고.”
얼굴을 굳힌 채 화가 나서 이야기하지만, 결국 막내가 걱정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냥 천이 밥에 열흘쯤 잠들 수면 약을 싸악.”
“…그 정도면 수면 약이 아니라, 독약 아닌가요, 누님.”
“과로보다 사랑의 독약이 좋아.”
위지천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 정도면 사실 무리하는 것도 아닌데. 잠도 두 시진(4시간) 정도는 자고. 아, 최근엔 그것보다는 못 잤나?’
이전 삶, 마공을 익힐 때와 비교하면 이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는 단순히 수면 양이 적은 것을 떠나서 몸을 고문하듯 혹사했으니까.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수련했지.’
-강해지고 싶다고? 넌 신교의 교인이 아니니, 높은 수준의 마공은 전수하지 못한다. 다만, 중요한 건 마공이 아닌, 의지와 마음. 십중팔구 죽게 되겠지만, 살아남으면 그럭저럭 사람 구실 할 만큼은 될 것이다.
이전 삶, ‘스승’이 위지천에게 해주었던 이야기.
물론, 그는 위지천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위지천은 그를 스승으로 여겼다.
어쨌든, 그런 과거를 겪었기에 위지천은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붙이고도 그것에 둔감했다.
‘최대한 빨리 성장해야 해. 비단 무공뿐 아니라, 의술까지도.’
이번 상현의가에서의 일을 통해 의술 또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전보다 의술 연마에 들이는 시간을 늘리는 중이다.
“아니, 그런데 단여 사매, 우리는 갑자기 왜?”
“허어! 대사형이 저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다들 잠이 옵니까?!”
“…안 옵니다.”
“목소리가 작다!”
“안 옵니다!!”
위지천에게 자극받은 다른 제자들도(사실 단여 혼자) 의술 수련에 박차를 가했고, 의선의가에는 시끌벅적한 활기가 가득 찼다.
단순히 제자들의 열기만 뜨거운 게 아니었다.
“크흠. 여기가 의선의가인가?”
“형장께서는 누구입니까요?”
“어허, 형장이라니! 그게 무슨 말본새냐?! 내가 누구인지 알고!”
“쇤네가 형장이 뉘신지 어떻게 압니까? 나도 보통 사람 아니거든요? 나도 대의선의가의 종복 장복이걸랑요?”
장복도 지지 않고 외쳤다.
최근 의선의가의 위세가 높아지며, 장복도 저잣거리에서 제법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던 터였다.
‘우리 천 도련님께서 진상한테는 강하게 나가도 된다고 했고만요!’
하지만, 상대는 평범한 진상이 아니었다.
“하. 이놈이?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남존무당(大南尊武當)의 무당십이검의 일수인 송인이다!”
“무, 무당?! 에구머니나?!”
장복이 깜짝 놀랐다.
“무당파의 도사님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로?”
“남양소선(南陽小仙)을 보러 왔다.”
“남… 뭐라고 했습니까요?”
송인의 이마에 빠직 힘줄이 돋았다.
하지만, 참고 최대한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남양소선 위지천 의원을 뵈러 왔다.”
평소 송인의 오만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일.
이유?
당연하다.
은인의 가문이니까.
송인이 아무리 콧대 높은 인물이라도 은인의 가문에 무례하게 굴 정도로 못되어 먹은 인물은 아니었다.
더구나 송인은 아쉬운 게 있는 처지였다.
“오랜만에 뵈어요, 도사님. 이곳에는 갑자기 무슨 일로?”
곧 위지천이 의아한 얼굴로 나타났다.
“…치료받으러 왔네.”
“치료요? 하지만?”
위지천은 더욱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송인은 위지천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긴 후 곧바로 호북 일성의가에 이송되었다.
호북 일성의가 최고의 명의들이 송인의 치료를 전담했을 텐데?
“호북 일성의가 의원들보다 소의원의 기공 치료가 더 나은 것 같아서 찾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