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66)
의선명가 천재막내 67화(67/138)
제67화
구파일방.
십대세가.
정파 무림의 최고 문파들이다.
모두 수백 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名門)들.
사파에는 정파처럼 역사와 전통의 명문이 드물었다.
녹립칠십이채, 장강수로채, 하오문 등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긴 했지만, 이들을 명문으로 부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파가 원래 그렇다.
화무십일홍처럼 한순간 화려하게 피었다가, 피로 점철된 끝에 다시 새로운 문파가 탄생하고.
단, 그렇다고 사파에 강력한 문파가 없는 건 아니었다.
도리어 당대에 성세를 누리는 문파들은 정파를 압도하는 저력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 다른 사파들을 굴복시키고 권좌에 오른 이들이기 때문이다.
사파의 가장 강력한 일곱 개의 거파를 구주칠패라고 불렀다.
사검회(蛇劍會)는 구주칠패 중 하나였다.
‘구주칠패 중에서는 비교적 약세로 평가받긴 하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곳이야.’
사검회의 저력은 위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사검회는 하남성 낙양에 자리하고 있었다.
서쪽으로는 화산, 종남이 있는 서안이.
동쪽으로는 소림이 있는 정주와 개방의 총본산인 개봉이 있는데, 떡하니 가운데에 위치하는 거다.
십악(十惡) 중 일좌이자 사파 최고 검수를 꼽으면 반드시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검군악(劍君惡)이 태상 문주로 있었다.
그 외 양백흑악(陽白黑惡)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초절정 고수들과 악명이 자자한 전투 부대들.
사검회와 비교하면 이제 갓 남양의 지(地)급 의가가 된 의선의가는 호랑이 앞에 병아리나 다름없었다.
“사검회의 총관 이무백이라고 합니다. 최근 온 중원에 명성이 자자한 의선의가에 방문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검회에서 온 손님은 호인처럼 인상 좋은 젊은 남자였다.
뜻밖에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었다.
무림 문파, 특히 사파의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는 이.
“갑자기 방문해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결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의선의가의 소문을 듣고 크게 흠모하는 마음이 생겨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사검회의 이무백은 자신은 해로운 이가 아니라는 듯 정중히 예의를 갖추어 인사했다.
실제로 함께 온 사검회의 호위들은 의선의가 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위협할 의도가 아니라는 걸 일부러 강조하듯이.
‘저런 놈이 보통 더 나쁜 놈인데.’
위지천은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단순한 편견은 아니다.
사검회는 이전 삶 연이 있었다.
사실 강호의 거파 중 위지천과 연이 전혀 없는 곳은 거의 없긴 했다.
위지천이 괜히 흉마였겠는가?
온갖 강호의 풍파를 겪고, 수많은 은원을 쌓은 끝에 신주칠강(神州七强)의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거다.
사검회와는 어떤 연이었냐면.
‘악연이었다가 나름대로 나쁘지 않게 마무리되긴 했지.’
아니, 그걸 나쁘지 않은 마무리라고 해도 될까?
생사대적이 되어 사생결단을 내듯 싸우다가, 결국 사검회의 태상 문주이자 최고수인 십악 검군악과 최종 결판을 내게 되었다.
검군악 또한 검도의 일대 종사.
생사결 끝에 위지천의 검에 감탄하여 서로 싸움을 멈추게 되었다.
‘검군악, 그놈은 나름대로 호탕한 면이 있었지. 밑의 놈들이 다 썩을 놈들이어서 그렇지.’
이무백은 그 썩을 놈 중 하나다.
참고로, 이전 삶, 직접 목을 잘라 주었다.
“위지천 소협이시군요. 하하, 명성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린데, 별호에, 의명까지 얻다니. 참으로 하남 의업계가 밝습니다.”
이무백은 눈앞의 해맑고 착해 보이는 소년이 자신을 죽인 적이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르리라.
물론, 이번 삶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모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위지천은 사검회가 하는 양에 따라 이무백을 죽일 생각도 하고 있으니까.
“사검회의 이무백 대협을 뵙게 되어 우리도 영광이오. 의선의가의 가주 위지선이오.”
위지선이 평소와 다르게 딱딱한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하하. 대협이라니요. 그냥 편하게 불러주시면 됩니다.”
“사검회의 명성이 있는데, 어찌 그러겠소. 먼 길을 오셨는데, 미처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해 미안하구려.”
“별말씀을요. 갑자기 찾아왔는데, 이리 환대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겉도는 이야기.
서로 웃고 있지만, 긴장감이 계속 높아졌다.
결국, 위지강이 나섰다.
“겉치레는 이 정도면 됐소. 이만 용무를 말하시오.”
평소처럼 까칠한 음성.
하지만, 위지천은 위지강이 잔뜩 긴장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원래 위지강 형님은 은근히 겁도 많으니까.’
비록 (차갑고 도도해 보이지만, 잔소리쟁이에, 감수성 예민한) 겁쟁이라도 가문과 가족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위지강이다.
이무백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좋은 용건으로 찾아온 게 아닌 것 알고 있소. 무슨 흉심을 품고 찾아온 건지 모르지만, 우리 의선의가를 호락호락하게 여기지 마시오.”
위지강만이 아니다.
차앙!
위지상아가 허리춤에서 연검을 꺼내 들었다.
“…소저?”
“오해 사양 부탁. 이거 그냥 검 꺼내본 것. 그냥 갑자기 검을 꺼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음.”
“…….”
이무백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냥 꺼내본 거라면서, 위지상아는 똑바로 이무백을 노려보고 있었다.
참고로, 멸치 약골 위지강의 노려봄 따위보다 위지상아의 싸늘한 눈빛이 열 배는 매서웠다.
여차 잘못 입을 놀리면 진짜로 벨 것 같은 광인의 눈빛.
하지만, 이무백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다들 오해하시는 것 같군요. 이해합니다. 우리 사검회가 아무래도 사파이다 보니 쉽게 오해를 받곤 하니까요. 전 절대 나쁜 의도로 온 게 아닙니다.”
“그러면 왜 온 것이오?”
“선물을 주러 왔습니다.”
이무백은 두루마리 하나를 공손히 위지선에게 건넸다.
위지선의 눈이 흠칫 커졌다.
“이건?”
“우리 사검회가 남양 인근에 소유 중인 땅입니다. 의선의가에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갑자기 과해도 너무 과한 선물이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선물은 최대가 동파육 정도란 격언도 있는데.
“저희 사검회에서 의선의가의 선행에 감탄하여 드리는 선물입니다. 일반 민초들을 살피느라 의가의 재정난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도 받을 수 없소.”
“하하, 정말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좋은 뜻으로 드리는 선물이니까요.”
“하지만….”
“개처럼 벌어 군자처럼 쓰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 사검회가 비록 사파라도 가끔은 좋은 일에 돈을 쓰고 싶은 법입니다.”
강요처럼 거듭 권하는 이무백.
결국, 위지선은 깊게 한숨을 뱉었다.
“만약, 우리 의선의가가 선물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오?”
이무백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사람 좋게 웃는 얼굴이지만, 분위기가 변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어도 역시 사파는 사파일까?
섬뜩한 분위기가 돌았다.
“안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우리 사검회는 의선의가에 어떤 삿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시오.”
“하하. 진짜입니다. 터놓고 말하죠. 우리 사검회가 의선의가에 수작을 부리고 싶어도 못 부립니다.”
이무백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의선의가의 분들께서는 본인들의 가문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은데, 의선의가는 이제 내킨다고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 사검회가 의선의가에 무도한 짓을 벌이려고 하면, 화산, 종남, 무당에서 가만히 팔짱만 끼고 있겠습니까?”
화산, 종남, 무당이 의선의가와 오랜 기간 교분을 나누었던 건 아니다.
그저 최근 연이 생겨 몇 차례 은혜를 입혔을 뿐이다.
중요한 건, 은혜를 입혔다는 거다.
사파의 흉악한 것들이 은인에게 횡포를 부리는데 정파의 거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체면 때문에라도 그렇게는 못 한다.
“그저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에 드리는 선물입니다. 받지 않으셔도 상관없지만, 받아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알겠소. 선물을 받겠소.”
“정말입니까? 잘 생각하신….”
“대신, 조건이 있소. 현 시세의 칠 할 가격으로 땅값을 지불하겠소.”
이무백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선물이라고 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칠 할로 깎으면 충분히 선물이지. 정 그러면, 반값으로 사겠소. 아, 지금 당장은 돈이 없으니 오십 년 분할로 납부하겠소. 그대가 말하는 대로 이건 선물이니 분할 납부 이자는 무이자로 해주시오.”
“…….”
반값 할인.
오십 년 분할 납부.
거기에 무이자.
역시 환자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속물인 위지선답게 절묘한 조건이다.
이런 조건이면, 의선의가가 헐값에 땅을 꿀꺽할 수 있으면서도, 막상 사검회에 큰 빚은 지지 않게 되는 거다.
어쨌든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사는 거니까. (비록 반값, 오십 년 분할, 무이자라고 해도.)
“하하. 가주님께서 우리 사검회의 뜻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내 말뜻을 못 알아듣는 건 네놈이다. 아니면,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냐?”
“!!”
위지선이 매서운 얼굴로 일갈했다.
“우리 의선의가는 친구를 가려 사귀지 않는다. 그러니 정말 우리와 가까워지고 싶으면, 올바르게 교분을 나누어라. 이딴 식으로 목에 올무를 걸 생각 하지 말고.”
이무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세상 착해 보이지만) 다혈질인 위지선은 씩씩거리며 외쳤다.
“얘들아, 손님 가신다! 소금 뿌려라!!”
* * *
그 뒤 별일 없었다.
이무백이 장담한 것처럼 사검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직감하고 있었다.
사검회가 이대로 물러날 리가 없다는 것을.
“다들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 의선의가가 겪은 난관이 어디 이번이 처음이더냐.”
“형님, 그래도 구주칠패급 놈들이 시비를 건 것은 처음 아니오?”
“확! 구주칠패든, 마교든, 혈교든, 다 덤비기만 해봐라!”
이십 년이 넘게 가주로서 온갖 고난을 겪은 위지선은 강단이 있었다.
전례 없는 강력한 위협에 맞서 떨지 않고, 침착히 대책을 준비했다.
최근 친분을 맺기 시작한 관리들에게 넌지시 사정을 알리고, 보호를 약속받았다.
다행인 건, 의가는 무림 문파가 아니란 거다. 굳이 분류하면, 일반 양민이었다.
관무불가침이라지만, 그건 무림인들끼리의 다툼의 이야기일 때이지, 사파가 대놓고 양민인 의가를 핍박하면, 관이 나서게 된다.
물론, 진짜 일반 민초면 관도 사파의 눈치를 봐서 쉬쉬하겠지만, 의선의가는 나름대로 남양의 터줏대감. 관도 모른 척하지 않을 거다.
‘사검회도 그런 사실은 알고 있을 테니, 직접 의선의가를 건들지는 않을 거야. 대신 다른 방식을 쓰겠지.’
위지천은 가부좌를 튼 채 혈선마공을 운영했다.
아무래도 이번엔 마공을 질펀하게 쓰게 될 것 같았다.
‘얼마나 피를 봐야 하려나.’
위지천은 낮게 눈을 가라앉혔다.
핏빛 마기가 눈동자에 일렁였다.
사검회가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흘릴 피의 양도 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