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67)
의선명가 천재막내 68화(68/138)
제68화
확실히 사검회가 마수를 뻗치는 건, 위지천의 계산 밖 일이다.
하지만, 전혀 상정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지금 시점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수작을 부릴 거로 생각했으니까.’
무림의 세력도는 국가의 영토처럼 딱딱 나뉘지 않는다.
그래도 대략적인 세력권은 구분할 수 있었는데, 하남은 엄연히 정파가 우세한 영역이다.
그런 곳에서 거대한 세력을 일군 사검회의 저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주변에 정파가 득세하다 보니 여러 애로 사항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의원 수급의 문제였다.
‘의원이 환자를 볼 때는 정사를 가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지만, 그건 일반 의가들의 이야기고, 명성을 떨치는 의가들은 아무래도 환자를 가려 받으니까.’
대표적인 게 개봉에 자리한 하남의 일성의가다.
소림과 개방의 높은 거지들이 주 고객이니, 아무래도 사검회의 사파 고수들을 치료하는 걸 꺼릴 수밖에 없다.
‘하필 하남에는 성(星)급 의가가 하나뿐이라서, 다른 성(星)급 의가에 의탁할 수도 없지.’
그래서 사검회는 인근에 싹수가 보이는 의가가 생기면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문제는 철저히 사파의 방식을 쓴다는 거다.
‘최선은 의선의가의 전력이 충분히 강해진 후 사검회와 부닥치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방법은 있어. 썩 내키지 않는 방법이어서 그렇지.’
피를 많이 봐야 했다.
흉마 때처럼.
그래서, 위지천은 바랐다.
가급적 사검회가 선을 넘지 않길.
피를 보는 게 즐겁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가문을 위해서라면 피를 흘리는 걸 망설이지 않을 거다.
그게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파아앗!!
위지천의 눈빛에 깃든 핏빛이 깊어졌다.
혈선마공의 기운도 더욱 깊어졌다.
경지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 거다!
혈선마공은 살육의 마공이면서 동시에 천선신공의 선의 이치도 섞여 있다.
다른 이를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리겠다는 살의(殺意)가 혈선마공의 경지에 영향을 준 거다.
‘자꾸 깨달음만 앞으로 나아가는군. 정기신(精氣神)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정기신은 의술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해석하는데, 무공에서는 다음의 뜻을 의미한다.
정(精), 육체를 뜻한다.
기(氣), 체내의 기를 뜻한다.
신(神), 깨달음을 말한다.
고수가 되려면,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성장해야만 한다.
육체만 강해도 안 되며, 잔뜩 기만 쌓아도 무용하다. 깨달음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니, 애초에 정(精)과 기(氣)의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깨달음을 얻지도 못한다.
반면, 위지천은 지금 신(神), 깨달음만 기형적으로 앞서 있는 상태다.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조화가 완전히 깨져 있었다.
‘원래라면 진즉 사달이 나도 몇 번은 났어야 하는 상태야.’
위지천이 화경 극에 달했던 절대 고수였기에 문제가 없는 거다.
위지천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어서 신체 단련, 기운 축기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신체가 문제였다.
너무 어렸다.
아무리 부단히 단련해도 아직 미성숙한 어린 신체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깨달음만 얻었으니, 마냥 속 편히 기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이번에 사검회를 상대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어.’
고오오오!
마기가 기경팔맥을 주천하였고, 밤이 깊어졌다.
다음 날.
드디어 사검회가 움직였다.
그런데, 굉장히 뜻밖의 방식이었다.
위지천의 나이를 초월한 망년지우(忘年之友).
위지천과 서로 바늘과 실처럼 가깝다 하여 남양 사람들이 백흑침선(白黑針線)이라 칭하는 사이.
남양 흑도의 자랑 장삼을 건드렸다.
* * *
남양 서쪽 거리.
화려한 장원에 흑귀문(黑鬼門) 명패가 걸려 있었다.
의아한 일.
원래 장삼의 흑귀문은 남쪽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사한 거다.
왜 이사했냐고?
자랑하려고.
‘이 장삼이야말로 남양 흑도의 패자다!’
흑귀문 명패 밑으로 두 동강 난 명패가 나뒹굴고 있었다.
삼패문의 명패였다.
그렇다.
이곳 장원은 원래 남양 흑도에서 가장 입김이 세던 삼패문의 터전이었다.
그런데, 장삼이 삼패문의 문주 강량을 패퇴시킨 후 차지한 거다.
삼패문의 조각난 명패도 일부러 치우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 보라고.
“여봐라! 뭐 하느냐? 술을 더 가져오지 않고!”
장삼이 불콰한 얼굴로 외쳤다.
해가 중천에 뜬 대낮인데, 이미 잔뜩 취한 모습.
“문주님, 이제 그만 자중하시는 게….”
“어허! 다들 잊으셨수?! 우리 장삼 대협님은 절정 고수란 말입니다요! 절! 정! 고수!”
“그래, 말 한번 잘했다, 장복아! 내가 누구?”
“절! 정! 고수님입니다요!!”
“그래, 절! 정! 고수인 내게 이따위 술쯤이야! 봐라! 흡!”
장삼이 가부좌를 틀고 집중했다.
파아앗.
그러자 주향이 빠져나가며 장삼의 안색이 다시 맑아졌다.
“우와아아! 멋집니다요! 다들 뭐 하고 있수? 절! 정! 고수의 묘기를 보여주신 장삼 대협님께 갈채를!”
장복의 외침에 흑귀문의 문도들은 얼떨떨하게 박수 쳤다.
참고로, 의선의가의 종복 장복이 왜 흑귀문에 있냐면, 별 이유는 없다.
장복은 어디에나 있다…
는 아니고, 의선의가와 흑귀문이 친해지며 의선의가의 식솔들과 흑귀문의 문도들도 친해졌고, 장복은 종종 흑귀문에 놀러 오곤 했다.
“대협, 한 번 더 신기(神技)를 보여 주시고만요!”
“큭큭, 그래. 녀석, 대단한 건 알아서. 여봐라! 술을 다시 가져와라!”
“와아아! 대협께 모두 갈채!”
…뭔가 장복의 농간(?)에 경극단 동물처럼 구경거리가 된 장삼이었지만, 그런 건 신경도 못 쓰고 마냥 좋기만 했다.
왜?
장삼은 절정 고수이니까!
길었던 오욕의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위지천, 그 악마 놈과 망년지우(忘年之友), 백흑침선(白黑針線) 따위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치가 떨렸던지.
인내의 열매는 달았다.
‘놈과 나, 어쩌면 진짜 바늘과 실이 맞을지도? 놈도 날 진짜 미워하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크, 크흠. 물론, 난 놈을 싫어하지만!’
장삼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최근 들어 자꾸 위지천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이 들려고 해 소름이 돋았다.
잊지 말자. 놈은 악마다! 악마다!
그렇게, 억지로 되뇌던 중이었다.
“문주님, 큰일입니다! 강량이 찾아왔습니다!!”
“강량, 삼패문의 전 문주? 그 패배자 놈이 왜?”
둘은 문주로서 문파의 모든 걸 걸고 결투를 벌였다.
무르는 건 불가능하다.
결투 때 사도맹(邪道盟)의 공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도맹의 공증이 절대적인 건 아니다.
사파가 어떤 족속인가? 뒤통수가 미덕인 족속이니, 약조 따위 어기는 건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달랐다.
장삼이 결투 중 강량의 단전을 반쯤 부숴놓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강량은 장삼을 아예 죽이려고 했으니, 단전을 상하게 한 게 과한 손속은 아니었다.
‘명의의 치료를 받아도 회복하려면, 최소 오 년은 걸릴 텐데?’
“데려와라.”
곧 얼마 전 봤던 얼굴이 나타났다.
“오랜만이다, 장삼.”
“말이 짧군. 장삼 문주라고 불러라.”
“하! 이전에는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겁쟁이 놈이!”
“단전 다친 등신 놈의 이야기라 잘 안 들리는군.”
장삼은 강약약강.
비록 강량은 장삼이 과거 고개를 조아리던 상대이지만, 이제는 약자가 된 이상 대접해줄 생각 없었다.
“결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러 왔다. 네놈이 결투 중 비겁한 수를 사용했던 터. 결투 결과는 무효다.”
장삼은 움찔했다.
이제 절정 입(入)인 장삼이 절정 중(中)인 강량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무공 실력이 아니라, 비겁한 수를 써서였다.
하지만, 장삼은 당당하게 반박했다.
“헛소리하는군. 네놈이야말로 결투 전날 내게 독을 쓰려고 했던 주제에.”
“흥! 증거 있나?”
“흥! 너는? 너도 증거 있냐?”
참고로, 비겁한 수를 쓴 건 강량도 마찬가지다.
장삼의 경우, 장복 덕에 독을 피할 수 있었다.
결투 전날 흑귀문에 놀러 왔던 장복이 장삼의 고기반찬을 맛보다가 먼저 중독되어 알아챘다.
원래 사파 놈들이 이렇다.
“역시 말이 안 통하는군.”
“내가 할 이야기다. 그딴 헛소리를 하러 온 거면, 더 상대할 필요 없겠군. 그냥 꺼지든지, 맞고 꺼지든지 선택해라.”
“하! 형님, 이 강량을 도와주십시오!”
덜컥.
한 인물이 들어왔다.
‘…어?’
장삼이 바짝 굳었다.
나이는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이십 대 후반?
그런데,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검존의 무덤에서 싸웠던 광혈사자 놈과 맞먹는 기세잖아? 저 젊은 놈이 절정 극(極)이라고?’
위험하다.
절정 극인 것도 감당이 안 되지만, 젊은 나이가 더 두려웠다.
저렇게 젊은 나이에 경지에 오른 이가 평범한 존재일 리가 없었다.
장삼은 최대한 공손한 어조로 물었다.
“이 장 모. 귀인을 뵙습니다. 존성대명을 알려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한맥이다.”
어떤 설명도 없는 두 글자 이름.
그걸로 충분했다.
장삼의 눈동자가 공포에 물들었다.
“사검회의 소회주 혈검귀(血劍鬼) 한맥!!”
장삼은 허겁지겁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살려 주십시오!”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닙니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한맥은 헛웃음을 흘리더니 강량을 보았다.
“이런 놈에게 패한 건가, 동생?”
“면목 없습니다, 형님.”
“새롭게 생긴 동생의 복수를 해주려고 했는데, 김이 새는군.”
참고로 강량의 나이는 오십 대다. 스무 살이 넘게 나이가 많지만, 동생을 자처했다.
스르릉.
서늘한 검이 장삼의 목에 닿았다.
장삼은 덜덜 몸을 떨었다.
죽는다.
놈은 위지천과 달랐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는 놈이다.
지금껏 얼마나 사람을 벤 건지, 검에서 진득한 피 냄새가 풍겼다.
다행히 장삼의 비굴한 태도가 장삼의 목숨을 살렸다.
“원래는 팔, 다리 하나쯤은 자르고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네놈 같은 소인배를 베는 건 내 검에 대한 모욕일 것 같군.”
“가, 감사….”
“보름 주겠다. 그 안에 모든 것을 정리 후 이곳 남양을 떠나도록.”
“!!”
주륵.
검이 파고들며 장삼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