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68)
의선명가 천재막내 69화(69/138)
제69화
‘장삼을 건들다니.’
위지천은 의선의가 활의각(活醫閣)에서 목의 상처를 치료받는 장삼을 보며 혀를 찼다.
장삼은 꺼이꺼이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내가 어쩌다가 사검회에! 엉엉! 밑바닥에서 구르다가 남양에서 자리 잡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장삼 대협.”
“이익!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저리 꺼져라!!”
위지천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장삼을 치료하던 아섭에게 말했다.
“아섭 사제. 장삼 대협이 상심이 심한 것 같은데,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겠어요?”
“대, 대사형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장삼의 분위기가 흉흉해 위지천에게 해코지할까 걱정되었던 아섭은 조심히 물었다.
“그럼요. 우리는 망년지우, 백흑침선인걸요. 장삼 대협도 단둘이서 제게 편하게 털어놓고 싶으실 거예요. 그렇죠, 대협?”
“내, 내가 언제! 날 혼자 내버려두고 가지 마라, 의원아!”
출가한 이성이 퍼뜩 돌아온 장삼이 아섭을 불렀지만, 이미 늦었다.
“…….”
“…….”
장삼은 위지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서러워졌다.
‘쫄딱 망하게 생겼는데, 저 악마 놈의 눈치까지 살펴야 한다니. 이게 다 저 악마 놈 때문인데!’
그런데.
“미안해.”
“…네?”
“미안하다고. 이번 일은 내 예상 밖이었어.”
“…….”
설마 사과를 들을 줄 몰랐던 장삼은 멍하니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피잉 눈물이 돌았다.
“끄윽, 내, 내가 눈물이 흔한 남자가 아닌데.”
“괜찮아. 이해해. 의서에 따르면 남자가 중년이 되면 눈물이 많아지고 감수성이 예민해진다고 했어.”
“끄윽, 훌쩍. 이 악마 놈아. 잘해주는 척하지 말아라. 그런다고 내가 감동할 줄… 훌쩍.”
“뚜욱!”
“뚜욱!”
위지천은 열심히 장삼을 달랬다.
‘내가 지금껏 장삼에게 들인 공이 얼마인데. 이대로 잃을 수 없지.’
사실 이번 사검회의 수작은 굉장히 절묘했다.
장삼과 흑귀문이 사파이기 때문이다.
화산, 종남, 무당이 의선의가에 은혜를 입었다고 해도, 사파인 흑귀문을 도울 리가 없으니까.
거기에 명분도 사검회 쪽에 있었다.
“그런데 너, 결투 중 무슨 비겁한 수를 쓴 거야?”
“산공독(散功毒)을 살짝….”
“…선을 너무 넘은 것 아니야? 아무리 네가 사파라도 비겁한 수법도 정도가 있지.”
“쓰는 척하면서 급성 설사약을 썼습니다.”
“…….”
즉, 강량은 설사를 지리면서 결투를 했다는 거다.
솔직히 이 정도면 피의 복수를 해도 정당했다.
“그래, 뭐. 차라리 잘됐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
“네? 네?”
“어차피 사검회는 네가 하남 제일의 흑도가 되려면 넘어야 하는 상대야. 이번에 한번 밟고 가자.”
‘장삼을 건드린 이상, 어쩔 수 없네. 삼 번 계책으로 가야겠어.’
위지천은 총 세 가지의 계책을 짜두었다.
가장 피를 많이 흘릴 일 번 계책.
적당히 피를 흘릴 이 번 계책.
가장 평화로운 삼 번 계책.
단, 위지천이 가장 내키지 않았던 계책은, 혈겁을 일으키는 일 번이 아니라, 평화로운 삼 번이었다.
삼 번 계책을 위해서는 보기 싫은 놈을 만나야 했다.
“무, 무슨?!”
“감사하게 생각해. 너를 위해 특별히 내가 무리를 해주는 거니.”
“이 미친놈아! 사검회라고?!”
“사검회는 무섭고, 난 안 무섭나 봐?”
“…….”
장삼은 우뚝 입을 다물었다.
위지천의 해맑은 웃음을 보니 최근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사검회의 혈검귀가 목숨을 거둔다면, 저 악마 놈은 차라리 죽음을 갈구하게 만든다는 것을.
“가자. 시간에 맞춰 돌아오려면 서둘러야 하니.”
* * *
위지천이 향한 곳은 호북성 무한(武漢)이었다.
“무한은 왜?”
“강량이란 놈이 아이 싸움에 맹수를 끌어들였으니, 우리도 늑대 정도는 데려와야지.”
“설마?”
장삼은 눈을 크게 떴다.
무한은 호북성의 성도이자 커다란 대도시.
수많은 무림 문파가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게 제갈세가(諸葛世家)였다.
그뿐이 아니다.
제갈세가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유명한 곳이 있었다.
세력과 무인들의 전력을 따지면, 십대세가인 제갈세가를 도리어 압도하는 곳.
낭야회(浪野會)였다.
낭인들의 집단.
“하, 하지만?”
“낭야회 정도면 사검회의 맞수로 충분하지 않겠어? 정식 구주칠패는 아니지만, 사도맹에서 객원으로 비슷한 자격을 인정받는 곳이고.”
낭인들은 개인마다 다 사정이 다르다.
정파 출신도, 사파 출신도, 마교 출신도 있다.
하지만, 출신이 어떻든 행동은 사파에 가깝다. 처음에는 아니었던 이들도 결국 사파처럼 변한다. 떠돌이 환경이 낭인들을 그렇게 변하게 만든다.
그래서, 강호인들은 낭야회를 사파로 분류했다.
“낭야회가 우리를 도와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왜? 의뢰하면 되지. 낭인들은 의뢰만 받으면 상대를 가리지 않는데.”
“사검회가 상대인데, 흑귀문의 재산을 다 팔아도 의뢰비를 충당하지 못할 겁니다!”
낭야회는 싸워야 하는 상대에 따라 의뢰비를 다르게 책정한다.
“할인받으면 돼. 낭야회에 인맥이 있어.”
“하, 하지만?”
일반 낭인 용병을 구해봤자 의미 없다.
사검회가 부담을 느낄 정도의 거물을 고용해야 마수를 거둘 거다.
“괜찮아. 나만 믿어.”
파아앗!
경공을 펼쳐 온 덕에 빠르게 무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한의 거리는 서안, 양양보다도 더욱 번화했다.
-제갈세가(諸葛世家)
저잣거리 한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장원. 십대세가의 위세가 엿보였지만, 이번 목적지는 다른 곳이었다.
공교롭게 낭야회는 제갈세가에 바짝 붙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삶에서는 처음이군. 이전 삶 때 몇 번 왔는데.’
이전 삶, 그도 따지고 보면 낭인이었다.
단, 낭야회에 가입하진 않았다.
낭야회에 싫어하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놈은 꼴도 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지.’
“무슨 일이냐?”
대문 앞에서 낭인 하나가 삐딱하게 누운 채 물었다.
느슨한 태도이지만, 개방의 거지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여차하면 당장이라도 베어버릴 것만 같은 거침.
“의뢰를 드리러 왔어요. 지명 의뢰예요.”
“그래? 흐음. 누구를 지명해 의뢰하려는 거냐?”
“흑랑(黑浪) 용호 대협이요.”
“!!”
낭인이 흠칫했다.
옆의 장삼도 놀랐다.
방금 위지천이 꺼낸 ‘흑랑 용호’라는 이름 때문이다.
“너… 흑랑이 누구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네, 삼십도 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무려 절정 극(極)에 이른 낭야회 최고의 기재. 사파 최고의 후기지수인 칠조(七鳥)의 일원이며, 현재는 수많은 의뢰를 달성해 낭야회에 최연소 간부가 되었고, 차기 낭왕(浪王)으로 강력히 지목받는 분. 맞나요?”
“…그래, 정확하다. 흑랑이 아무 의뢰나 받지 않는 건 알겠지?”
“네, 알고 있어요.”
낭인이 혀를 찼다.
“알고 있긴. 너도 곱상하게 귀티 나는 게 돈깨나 있는 집 자제인 것 같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 흑랑은 미친놈이야.”
“흑랑 대협의 성격이 거친 건 알고 있어요.”
“아니, 거친 게 아니라, 미친놈이라니까? 그놈은 어리다고 봐주는 놈이 아니야. 괜히 심기를 거슬렀다가 네 귀여운 얼굴이 피떡이 될 수도 있으니, 돌아가라.”
“괜찮아요. 의선의가의 위지천이 의뢰를 맡기러 왔다고 말씀 전해 주시겠어요?”
“쯧. 알겠다. 기다리고 있어라. 흑랑은 이곳 본회가 아닌, 따로 거처가 있어서 다녀오겠다.”
낭인이 사라지자, 장삼이 놀라 물었다.
“설마, 낭야회에 있다는 인맥이 흑랑이었던 겁니까?”
“어.”
“!!”
장삼의 얼굴이 환해졌다.
‘흑랑이면 사검회의 혈검귀와 동급의 거물! 흑랑이 날 도와주면, 사검회도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할 거다!’
흑랑은 단순한 고수가 아니었다.
무려 차기 낭왕으로 지목받는 이다.
사검회도 흑랑의 뒷배경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다시 위지천이 예뻐 보인 장삼이 호들갑을 떨려는 찰나.
“…….”
장삼은 조심히 위지천의 눈치를 살폈다.
무언가 위지천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무표정하게 있었다.
위지천은 늘 어떤 상황이든 맑은 미소를 입에 머금고 있었는데. (장삼은 그래서 위지천이 때때로 더 소름 끼쳤다.)
지금은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혹시 뭐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응.”
“…….”
장삼은 데구루루 눈을 굴리다가 그냥 닥치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잠시 후, 낭인이 다시 돌아왔다.
“어? 이상하다? 흑랑이 널 만나 보겠다고 하는구나.”
“그래요?”
“거참, 이상하네. 회주님이 보자고 해도 얼굴 비치는 거 싫어하는 놈인데. 무슨 바람이 들어 널 보겠다고 한 건지.”
낭인이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그냥 돌아가라.”
“네?”
“흑랑 놈, 갑자기 기분이 되게 안 좋아 보여. 사고 칠 분위기이니, 다치고 싶지 않으면 돌아가.”
“괜찮아요. 안내해 주세요.”
“허 참.”
낭인은 둘을 안내했다.
낭야회 소속 낭인이라고 모두 본부에 거처를 두는 게 아니다.
흑랑의 거처는 무한 외곽 쪽에 있는 작은 장원이었다.
장원 안에는 연무장이 있었는데, 한 인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산발로 늘어진 검은 머리칼에 날카로운 안광이 빛나는 인물이었다.
드러난 얼굴은 의외로 매끄러웠는데, 머리만 단정하게 다듬으면 여심을 울릴 법한 외모였다.
‘저놈이 흑랑.’
장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얼마 전 혈검귀를 만났을 때 들었던 위압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왠지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이었다.
“어이, 흑랑. 손님 데리고 왔다.”
“그래, 소란이 들려도 아무도 근처로 오지 못하게 하도록.”
“…무슨 사고를 치려고? 아직 꼬마인데, 자중하지?”
“네가 알 바 아니다.”
낭인은 이제 자기는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떠났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흑랑 용호는 가만히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옆의 장삼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위지천도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싸늘한 얼굴로.
기묘한 둘의 분위기에 장삼이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왜 왔냐?”
“오랜만이야.”
“왜 왔냐고 물었다.”
“뭐라고 불러야지? 용호 대협? 아니면, 옛날처럼 용이 형?”
위지천이 ‘용이 형’이라고 이야기한 순간이었다.
콰앙!!
위지천의 옆으로 거센 기운이 폭발했다.
“닥쳐라. 난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으니.”
낭야회의 흑랑 용호.
동시에 의선의가 의검대의 전(前) 대주 위지용이 살벌하게 으르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