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69)
의선명가 천재막내 70화(70/138)
제70화
휘이잉.
연무장에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서늘하기 짝이 없는.
장삼의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뭐, 뭐야? 친한 것 아니었어?’
장삼은 왜 흑랑의 얼굴이 낯이 익는지 깨달았다.
의선의가의 자제들은 위지강, 위지상아, 위지천 모두 하나같이 인물이 빼어났다.
흑랑 용호는 의선의가의 형제들과 똑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위지천, 네놈에게는 별다른 악감정 없다. 넌 어렸을 때니까. 하지만, 의선의가의 핏줄이 흐른다는 것만으로도 넌 내 원수나 다름없는 터. 지금 기회를 줄 때 당장 떠나라.”
파아앗!
베일 듯이 날카로운 기세가 장내를 뒤덮었다.
참고로, 평범한 무인이 부단히 노력하면 이립(서른)이 넘어서 일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나쁘지 않은 자질의, 나쁘지 않은 무공을 익혔을 때의 이야기다.
이후에도 피나는 노력을 하면, 천운(天運)이 닿은 일부가 절정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것도 빨라야 불혹(마흔)이다.
명문의 제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범인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무공을 익히고 경지를 올린다.
명문 제자들은 약관(스물)이면 일류를 바라보기 시작하고, 이립(서른)이 넘으면 절정의 벽을 넘기 시작한다.
물론, 절정의 경지는 명문 제자들에게도 높은 벽이라, 모두가 절정에 오르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일반 무림인과는 비교할 수 없게 높은 비율로 절정에 오른다.
기재(奇才)들은 또 다르다.
명문 제자들조차 열등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이들.
그게 기재(奇才)들이다.
‘저게 바로 사파 최고의 기재인 칠조(七鳥)의 무공.’
장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참고로, 사검회의 소회주 혈검귀 한맥도 칠조 중 한 명이었다.
왜 강호인들이 허구한 날 오룡사봉(五龍四鳳), 칠조(七鳥), 오귀(五鬼)의 이름을 부르짖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위지천, 저 악마 놈에 비할 바는 아니야.’
장삼은 도저히 위지천을 ‘기재’란 단어와 엮을 수 없었다.
당연하다.
저 흑랑 놈이 무시무시하게 뛰어나다면, 위지천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재앙이나 다름없으니까.’
장삼은 다른 의미로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위지천이 어떤 사고를 칠지 무서워진 거다!
기재와 재앙이 싸우면, 누가 박살 날지야 뻔한 것 아니겠나?
“크, 크흠. 흑랑 대협. 진정하시고….”
나름대로 흑랑을 걱정해(?) 싸움을 말려보려 했지만, 싹수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번뜩! 서걱!
장삼의 앞머리가 잘려 휘날렸다.
“끼어들면 죽인다, 잡배.”
“…….”
장삼의 이마에 빠직 힘줄이 돋았다.
버럭 화를 내진… 않고, 조신하게 위지천의 뒤로 물러나 쥐 죽은 듯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무공 많이 늘었네? 낭아흑참도법(狼牙黑斬刀法)인가? 위지무 숙부가 구해다 준 거지?”
“그 새끼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아라!”
파아앗!! 콰아앙!!
흉포한 도기가 위지천의 목 옆을 스쳐 지나갔다.
고작 한 치 거리.
아차, 했으면 목숨이 날아갔을 거다.
이 정도면 정말 죽일 생각으로 도를 날렸다고 보는 게 옳았지만, 위지천은 입을 멈추지 않았다.
더욱더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형이 가문의 무공이 형편없다고 성질부려서 위지무 숙부가 개고생하며 구해왔지.”
“하, 이깟 무공 가지고!”
“그래, 고작 절정 무공. 삼류 의가의 보잘것없는 외의원이 그깟 절정 무공을 구하면서 어떤 고초를 겪었을지는 생각해본 적 있어? 그런데, 새끼라고?”
위지천의 음성이 사나워졌고, 흑랑 용호의 얼굴도 사나워졌다.
“네까짓 게 뭘 안다고. 위지무 그 새끼가 나에게, 그리고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아비 노릇을 한 적이 있는지 알아?”
“몰라. 모르는데, 네가 어떤 호로 잡놈이든, 더는 내 소중한 숙부한테 ‘새끼’거리는 건 들어주지 못하겠다.”
사실.
저놈이 저러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위지무 숙부가 젊은 시절 가장 노릇을 제대로 못 하긴 했다고는 하니까.’
위지선과 위지무 두 형제가 젊은 시절.
의선의가의 상황은 지금보다도 열악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위지선, 위지무 두 형제 빼고 나머지 가족들이 모조리 가문을 버리고 도망갔을 정도였다.
위지선, 위지무 두 형제가 눈물 없이는 듣지 못할 고생을 하며 이 정도까지라도 가문을 일으켜 세운 거다.
특히 외의원인 위지무가 한 고생은 입으로 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새끼? 일 년에 나와 어머니 얼굴을 몇 번이나 봤다고? 어머니가 임종할 때도 끝끝내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어. 그놈의 망할 가문 때문에!”
흑랑 용호가 ‘위지’란 성을 버리게 된 이유.
용호는 진심으로 위지무와 의선의가를 증오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 저놈 입장에서 충분히 원망할 만해.’
그래.
위지천은 용호의 분노를 납득했다.
그런데, 위지천은 왜 용호를 이렇게 싫어하나?
간단했다.
“위지무 그 새끼가 죽으면 그때나 연락하도록. 무덤에 가서 침은 뱉어줘야 하니까.”
‘하아.’
그렇다.
이게 바로 위지천이 용호를 싫어하는 이유였다.
용호의 분노는 선을 넘었다.
‘이래서 만나고 싶지 않았던 건데.’
만나면, 용호가 위지무를 얼마나 모욕할지 뻔히 알았으니까.
그런데도, 구태여 온 이유?
낭야회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저 자식을 떠올리며 남몰래 눈물 흘리는 위지무를 생각해서다.
‘숙부, 죄송해요. 솔직히 이번에는 저도 자신 없어요. 실패해도 뭐라고 하지는 말아주세요.’
“원래는 의뢰하러 온 거긴 한데, 됐어. 사천당가에서 기관이 제대로 작동 안 하면 가장 첫 번째로 써보는 수리법이 뭔지 알아?”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일단 두들겨보는 거야. 두들겨 때려보면 의외로 다시 멀쩡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
“뭐? 말도 안 되는?”
“왜 말이 안 돼? 짐승 새끼도 두들겨 패면 사람이 되는 법인데.”
“…….”
“형도 일단 조금 맞자.”
용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최근 약간의 무명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지만, 어디서 건방…을….”
용호의 말끝이 흐려졌다.
위지천의 주먹에 맺힌 마기를 본 거다.
절정 극(極)에 달한 그의 도기보다도 더욱 흉험하고 섬뜩해 보이는.
“너, 너… 그건?!”
“사소한 건 넘어가고. 형도 말 못 할 비밀 몇 개 있잖아? 남몰래 금기 비전인 수라공혈대법(修羅公血大法)을 익혔다든지.”
“!!”
“어쨌든, 그만 입씨름하고 이제 좀 맞자.”
“하! 건방진!!”
파아아앗!!!
용호의 도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기재와 재앙이 부닥쳤다.
* * *
한 시진 뒤.
장삼이 질린 얼굴로 물었다.
“저, 저거 괜찮을까요?”
“몰라. 죽이진 않았으니, 알아서 하겠지.”
위지천이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용호를 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꽤 큰 소란이 벌어졌지만, 낭인들 누구도 얼씬 안 하고 있었다.
‘원래도 용호 놈은 자신의 연무장에 누가 기웃거리면 가만히 안 두었으니까.’
용호 놈의 성격이 멍멍이 같은 탓도 있지만, 수라공혈대법을 익힌 걸 숨기기 위해서였다.
참고로, 수라공혈대법은 마공은 아니다.
전대 팔무존 중 광존(狂尊)이 남긴 비전으로 강호에서 금지된 대법이다.
광존이 수라공혈대법 탓에 미쳐 어마어마한 혈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용호 저놈은 나중에 낭왕이 된 이후에도 혈겁 같은 건 일으키지 않았으니, 수라공혈대법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흑랑을 저 꼴로 만들었으니, 의뢰는 물 건너간….”
“왜 물 건너가? 서로 감정이 틀어져 주먹질 조금 했다고 무조건 거래를 없던 것으로 하는 건 아니잖아? 공은 공이고, 사는 사지.”
주먹질 조금…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과했던 구타였다.
지금껏 위지천은 상대를 고문할 때 직접 주먹을 휘두르기보다는 분골착근, 기공 고문 등 기교를 이용한 고문을 선호했다.
이번엔 그런 것 없이 주먹질만 했다.
한 시진 내내.
용호가 결국 실신하지 않았다면 구타는 더 이어졌을 거다.
“흑랑 놈을 싫어하는 것 아닙니까?”
“싫어하니까 더 의뢰를 맡기려고.”
“네?”
‘이런다고 놈이 위지무 숙부와 화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별로 내키지도 않는다.
놈의 마음이 이해는 된다지만, 놈이 위지무를 모욕하는 걸 다시 들으니,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억지로 이번 일을 시키려는 건, 한 번쯤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뭐, 꼭 잘 안 풀려도 돼. 이번 일은 나름대로 용호 놈에게 엿을 먹이는 일이 될 테니까.’
이번 의뢰는 결국 장삼을 위한 게 아닌, 의선의가를 위한 일이다.
의선의가 하면 이를 가는 용호가 의선의가를 위해 일하게 되면 얼마나 싫을까?
용호가 치를 떠는 상상을 하니, 위지천은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어떻게 의뢰를 맡기려고 합니까? 놈이 이번 의뢰를 맡으려고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싫어도 강제로 하게 만들어야지.”
위지천은 다시 낭야회 본부로 돌아왔다.
“어, 꼬맹이? 무사했구나.”
“네, 걱정 감사해요.”
“하긴, 아무리 흑랑 놈이어도 너처럼 착하고 순해 보이는 어린애에게 손을 대진 않겠지. 그런데 왜 다시 왔냐?”
“낭왕을 뵈러 왔어요.”
“…뭐?”
낭인이 입을 벌렸다.
“그게 무슨? 회주님이 너 같은 꼬맹이를 만나줄 리가?”
“흑랑이 친 사고를 해결해 주겠다고 전해주세요.”
“…사고? 무슨 사고? 놈이 친 사고가 너무 많아서?”
“제갈세가.”
“!!”
위지천이 싱긋 웃었다.
“흑랑이 제갈세가에 친 사고 때문에 막대한 배상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라고 들었어요. 제가 해결해 드릴게요.”
* * *
둘은 낭왕을 만났다.
‘내, 내, 내, 내가… 낭왕을…!! 삼생의 영광인…!’
장삼은 벌벌 떨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낭왕은 장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허공에 떠 있는 먼지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낭왕은 경악한 눈으로 한참이나 위지천을 보더니 말했다.
“네놈은 누구냐? 어떤 놈이 반로환동한 거냐?”
위지천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여간. 늙은 놈들은 눈치가 빨라서 싫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