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
의선명가 천재막내 8화(8/138)
제8화
“무슨 헛소리를!”
“한번 들어나 보십시오. 절대 대협께도 나쁜 이야기가 아닐 터이니. 아니면.”
위지천이 해맑게 웃음 지었다.
“남양 남로(南路)에 명성이 자자한 흑귀 대협께서 저 같은 어린 소년을 경계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
모두가 뜨악한 얼굴을 했다.
얘가 왜 이래? 하는 표정.
평소 위지천을 귀여워하던 상인들이 다급히 나섰다.
“아이고, 이놈이 미친 것 같습니다! 대협도 이놈이 덜떨어진 것 아시지 않습니까? 뭐 하느냐? 대협께 사죄의 말씀 올리지 않고!”
하지만, 위지천은 여전히 웃는 낯으로 장삼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계속 해맑게.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그래서, 진짜 미쳤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장삼이 느낀 감정은 정반대였다.
‘이놈.’
장삼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꺼림칙해.’
생각해보니 어제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착하고 순수해 보이지만,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이 언뜻 들었다.
흑도의 밑바닥에서 산전수전 온갖 죽을 위기를 겪은 후 이 자리까지 올라온 장삼은 감이 좋은 편이었다.
이런 불길함이 들면 피하는 게 상책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상대가 어린 소년이란 게 그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좋다! 들어와라! 이야기나 들어보겠다! 만약, 별 볼 일 없는 이야기이면, 어르신을 조롱한 벌로 볼기짝이 터지도록 맞을 각오를 해라!”
위지천이 상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꾸벅 고개를 숙이고 흑귀문 안으로 들어갔고, 상인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저 바보 신선! 저 무뢰배 놈들한테 무슨 꼴을 당하려고!”
“어쩌지? 어쩌지?”
“어쩌긴! 얼른 포청에 알려!”
“난 의선의가에 알리러 가겠네!!”
그렇게 남양의 양대 저잣거리 중 하나인 남로가 발칵 뒤집혔다.
아무도 짐작 못 하고 있지만.
모두 위지천이 의도한 대로의 흐름이었다.
* * *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
“손님한테 차도 한 잔 안 주십니까?”
“하! 여봐라. 냉수 좀 내오거라!”
귀주당(鬼主堂).
문주의 처소다.
흑도 문파는 문주의 위세를 자랑하기 위해 처소를 화려하게 꾸미는 일이 왕왕 있다.
그 광경에 주눅 들기는커녕 태연히 차를 주문하는 위지천의 모습에 장삼은 얼굴이 굳었다.
‘뭐지? 이놈은 겁도 없는 건가? 진짜 바보?’
호랑이 굴에 들어와서 태연한 경우는 두 가지다.
호랑이가 무서운지 모르는 백치 바보일 경우.
물론,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무리 바보라도 보통 호랑이 무서운지는 아는 법이니까.
도리어, 더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아니야. 그럴 리가.’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함을 억누르며 일부러 험악한 음성으로 으르렁거렸다.
“할 말 있으면 얼른 해라. 네 말이 얼마나 헛소리냐에 따라 네가 맞을 볼기짝의 숫자가 결정될 테니.”
“다른 이들을 물려 주십시오. 남들이 들어서 좋을 이야기가 아니니.”
“하! 이놈이 진짜.”
이를 바득 갈면서, 사람을 물렸다.
탁 문이 닫혔고, 이윽고 둘만이 남게 되었다.
이곳 귀주당은 흑귀문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내부 전경이 스산한 분위기였다.
창에서 어슴푸레 들어오는 빛이 위지천을 비쳤다.
장삼은 마치 귀신을 마주하는 것처럼 스산한 느낌이 들어 또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얼른 용건을 이야기하지 못할까?!”
“내가 아까 네놈에게 인간의 도리를 가르쳐 주려고 왔다고 하지 않았나?”
“…뭐?”
장삼은 귀를 의심했다.
지금 내게 뭐를?
심지어 방금 반말이었다.
“이놈이 미….”
그 순간이었다.
장삼은 입을 뚝 다물었다.
위지천이 쥐고 있던 냉수가 끓어 증발하고 있었던 거다.
삼매진화(三昧眞火)였다.
단순히 기를 외부에 투사함을 넘어 자신의 의지를 기로써 외부에 형상화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경지.
즉, 최소 절정지경.
그것도 절정 중에서도 완숙한 경지에 이른 이들만이 가능하다는 묘기였다.
장삼은 뒤늦게 호랑이 굴에서 태연한 두 번째 경우를 떠올렸다.
‘호랑이가 무섭지 않은 고수일 경우….’
그 순간.
탁.
빈잔을 내려놓은 위지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지천은 아까처럼 웃고 있었다.
해맑게.
장삼은 아까보다 더욱 확실한 섬뜩함을 느꼈다.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예전의 나라면 그냥 네놈을 죽였겠지만, 이번에 난 네놈에게 특별히 기회를 줄 생각이다. 인간이 될 기회를.”
“무, 무슨?”
“맞다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될 거다. 무릇 짐승을 교화하는 데 매보다 나은 게 없으니. 일단 좀 맞자.”
그와 동시에.
퍼억!
장삼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 * *
한편 그때 의선의가.
가주의 집무실에는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아침에 장삼이 난동을 부린 일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장삼 대협과 잘 이야기를 해봐야겠지.”
“대화가 통할 놈이 아닙니다! 그런 금수 같은 놈이!”
“어쩌겠느냐? 힘없는 우리가 숙여야지. 흑귀문 뒤에는 남중의가가 있을 테니 남양의 다른 이들도 쉽게 우리를 도우려고 하지 않을 거다.”
위지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놈들도 무언가 원하는 게 있어서 저러는 것일 테니, 그걸 들어주면 더 우리를 핍박하지는 않을 거다.”
짐작 가는 게 있었다.
흑귀문. 아니, 그 뒤 남중의가가 바라는 건 아마 위지선이 남중의가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리라.
“아마 내 남양의선(南陽醫仙)이라는 허명이 남중의가의 가주 금여휘의 심기를 거슬렀던 것 같다.”
이곳 남양에는 남양이원이라 불리는 유명한 두 명의가 있었다.
남양이선가라 불리는 두 지(地)급 의가의 가주들이다.
그런데, 위지선의 이름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금여휘를 제외하고 위지선을 남양이원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돈 것이다.
“하지만….”
위지강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지은 죄도 없으면서 남중의가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거다.
심지어 남중의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위지선의 명예를 더 먹칠하려고 들 게 분명했다.
“괜찮다. 나야 너희만 무사하다면, 고개 따위야 몇 번이고 숙일 수 있다. 도리어 그 정도로 끝날 수 있다면 다행이지.”
“…차라리 전답을 모조리 팔아서 살문에 장삼 놈과 금여휘 놈의 암살을 의뢰하는 게 어떻습니까?”
“…너도 농담이 제법 늘었구나.”
“농담이 아닙니다. 아니면, 의검대(醫劍隊)를 동원해서 죽기 살기로…!”
“의검대 비실이들 다 도망갈 거다. 이 이야기는 그만 됐고. 난 요즘 행복하단다.”
위지선은 말을 돌렸다.
“행복하다고요?”
“그래, 천이가 변하지 않았더냐? 철이 든 건지 많이 의젓해졌어. 정말 의견례도 통과할지 모르겠어.”
아버지의 말에 위지강은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달라지긴 했지.’
하지만, 위지강은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아직 모릅니다. 바지에 실수한 걸 들킨 게 민망해 변한 척하는 것일 수도 있죠.”
“또, 또. 너도 기특해하고 있으면서 말로만 그러는구나. 하여튼 솔직하지 못한 녀석.”
“누가 솔직하지 못합니까! 이러다가도 또 금방 사고 칠…!”
그때, 장복이 발칵 들어왔다.
“큰일입니다, 가주님!!”
“무슨 일인가?”
“막내 도련님이 흑귀문에 쳐들어갔다고 합니다!!!”
“…뭐?”
“아이고!! 혼자서 흑귀문에 쳐들어갔다고요!”
“…….”
위지선과 위지강이 잠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천이가 철이 들었다고요?”
“네 말이 맞았다. 그 망둥이 놈이 철이 들기는 개뿔!!”
위지선이 불같이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몽둥이 들어라!! 장삼이고 뭐시기고, 내 아들 건들면 누구든 그날을 제삿날로 만들어 주겠다!!!”
* * *
위지선과 위지강, 위지상아.
그리고 의선의가의 제자들과 식솔들이 손에 몽둥이를 들고 흑귀문으로 몰려갔다.
샌님 의원들의 흉흉한 모습에 거리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위지선은 그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흑도든, 저기 천만대산의 마교 놈들이든 내 아들 건들면 가만두지 않겠다!’
눈이 뒤집힌 위지선이 흑귀문 앞에서 쩌렁쩌렁 외쳤다.
“이 나쁜 놈들아! 내 아들 내놔라!!”
“진정하십시오, 의원 나리. 우리가 이미 안에 기별을 넣었습니다.”
“아니, 포졸 양반.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저 무도한 놈들이 내 아들을…!!”
“다 쓸어버립시다, 아버지.”
“다 쓱싹해버려?”
사상 초유의 의원들과 흑도 문파의 패싸움이 일어날 분위기에 포졸들은 식겁한 얼굴을 했다.
“아니, 아직 아드님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니, 상황 먼저 파악하고….”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다들 일단 불을 질러라!”
“포졸 먼저 쓱싹?”
그때였다.
끼익, 흑귀문의 문이 열렸다.
뜻밖에 위지천과 장삼 문주였다.
“이놈, 천아!!”
다행히 위지천의 모습은 멀쩡해 보였다.
그런데, 장삼의 모습이 이상했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는데.
곧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털썩.
위지선 앞에 장삼이 무릎을 꿇은 거다.
“대인, 이 장 모가 지은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
“크윽!! 이 장 모가 눈이 멀어 대인께 크나큰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이렇게 사죄드리니,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쿵! 쿵!
장삼이 머리를 땅에 박았다.
“앞으로 의선의가에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아니, 이 장 모를 의선의가의 발닦개로 부려 주십시오! 이 장 모는 앞으로 의선의가의 종복, 아니, 개입니다!! 크흑!!”
다들 멍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뒤에 태연히 서 있는 위지천에게 시선이 쏠렸다.
위지천은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별일 없었습니다. 그저 장삼 대협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대화를? 무슨 대화를?”
“장삼 대협과 인간의 도리에 대해 논했습니다. 그렇죠, 대협?”
“그, 그렇습… 아니, 그렇다!!”
장삼이 움찔하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이는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움을 얻는다더니, 장삼 대협께서 그릇이 대단하시더군요. 제 이야기를 좋게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협.”
“하… 하. 아, 아닙… 아니다.”
장삼이 웃음을 지었다.
누가 봐도 억지로 짓는 웃음.
아니, 울음을 참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런 장삼의 귀로 섬뜩한 전음이 들려왔다.
-죽고 싶지? 표정 관리 제대로 안 해?
장삼은 크게 움찔하더니 커다랗게 외쳤다.
“나 장삼, 천지신명께 맹세코 선언하니, 앞으로 의선의가에 대한 적대는 바로 이 흑귀문에 대한 적대로 여기겠습니다! 의선의가와 이 장삼은 한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