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0)
의선명가 천재막내 71화(71/138)
제71화
백야무쌍(白夜無雙) 종천.
낭야회의 회주였다.
‘무려 백절(百絶)에 속하는 초고수.’
십객, 십악, 십마.
이 강호의 정점에 선 절대 고수를 칭하는 말이다.
정사마(正邪魔)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의 고수들.
통칭해 강호삼십강(江湖三十强)이라 하며, 이들조차 뛰어넘는 특별한 여섯 명을 신주육강(神州六强)이라 불렀다.
하지만, 강호는 넓었고, 삼십 명은 드넓은 강호의 이름 높은 고수들을 모두 담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숫자였다.
그래서 생겨난 칭호가 백절(百絶)이었다.
강호삼십강에 속하지는 않지만, 바로 그 턱밑까지 도달한 강호의 초고수들.
초절정의 극(極)이나, 화경의 입(入)에 도달한 이들이 이 백절로 꼽혔다.
낭야회의 회주 종천은 초절정의 극에 도달했던 이다.
‘지금은 원수와 생사결을 벌이던 중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당해 왕년의 무공을 대다수 잃었다고는 하지만, 소싯적 안목은 여전하겠지.’
위지천은 이전 삶, 종천과 조우한 적은 없다.
위지천이 한창 강호행을 하던 시기에는 종천은 이미 세상을 떠난 다음이었으니까.
그래도 소문은 들은 적 있다.
단순히 무공을 떠나서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노괴(老怪).
그게 바로 백야무쌍(白夜無雙) 종천이었다.
“낭야회의 이름 높은 회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반로환동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위지천은 일단 모른 척 물었다.
“시치미 떼지 말아라, 이 괴물 놈아. 네 행동에 그토록 깊은 무(武)의 묘리가 숨어 있거늘. 의원이라고?”
종천은 위지천을 잔뜩 경계했다.
‘의선의가의 작은 영웅이 기재라고는 들었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낭야회의 회주인 종천은 강호의 온갖 소문을 듣는다.
특히 의선의가는 흑랑 놈 때문에 요주의 관심 대상이었다. 당연히 최근 위지천이 해낸 일들도 알고 있다.
‘화산, 종남에서 천고의 기재라고 했다고? 이 말코 놈들. 이건 기재 따위가 아니라, 그냥 괴물이지 않은가?’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이류 수준의 무공일 뿐이다.
종천이 방금 으르렁거린 것처럼 실제로 행동 하나하나에 무의 이치가 잔뜩 묻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무공을 익히지 않은 범부의 동작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아니다.
초절정의 극에 올라 화경의 벽을 두드려봤던 종천은 알 수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저 소년의 행동 깊은 곳에는 화경의 묘리가 깃들어 있었다.
종천이 그토록 갈구했지만, 결국 쥐지 못했던.
‘이런. 실수했어. 이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거니까.’
위지천은 곤란한 마음이 들었다.
일류는 체기(體氣).
절정은 외기(外氣).
초절정은 강기(罡氣)의 단계다.
각자 필요한 조건이 다르다.
절정은 자신만의 의지를 확립하는 게 필요하며 초절정은 그걸 넘어 의지의 기둥인 천추(天錘)를 세워야 한다.
물론, 그것 말고도 많은 깨달음과 조건이 필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살피면 저렇다.
화경은 조화(調和)의 단계.
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정립해야만 한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몸짓에 세상을 향한 거스름이 사라지며, 자연과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게 된다.
자연체(自然體)에 가까워지는 거다.
물론, 위지천이 지금 자연체인 건 절대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과거 경지의 흔적이 묻어 나왔던 것 같다.
‘쓸데없는 오해를 산 셈인데… 이거 오히려 기회인 것 같은데?’
위지천의 머릿속에 한 가지 꾀가 번뜩 스쳐 지나갔다.
낭왕을 낚을 꾀였다.
“어르신께서 무언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오해는 무슨! 아무리 네놈이 대단한 무재라도 방금 내가 엿본 조화(造化)의 이치를 몸에 구현하는 건 불가능한…!”
“아, 짐작 가는 게 하나 있습니다. 아마 제가 의원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방금 조화의 이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삶과 죽음이야말로 세상 모든 만물 이치의 극의. 전 늘 의원으로서 삶과 죽음에 대해 궁구하고는 했는데, 얼마 전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게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낭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동파육 육즙 터지는 소리 같은?’
낭왕의 상식상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눈앞의 소년이 반로환동한 고수란 것도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니 저 아해는 무재(武才)뿐 아니라, 의재(醫才)로도 유명하지. 다음 대의 신의라고 불릴 정도로.’
억지로 납득하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저 소년이 얻은 깨달음이 무엇일까?’였다.
‘어쩌면 화경에 이를 단서가 될지도 몰라!’
침이 꿀꺽 넘어왔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동문끼리도 깨달음은 쉽게 공유하는 법이 아니거늘, 오늘 처음 본 소년에게 어찌 깨달음을 묻겠는가?
그런데.
“낭왕께 하나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무엇이냐?”
“차후 제가 얻은 깨달음에 대해 가르침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
낭왕은 화들짝 놀랐다.
위지천이 먼저 깨달음을 공유해 주겠다고 한 거다.
“어째서냐?”
“막연히 깨달음을 얻었지만, 이걸 제대로 제 것으로 만들려면 고명한 분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렇긴 하지만, 난 너와 상관없는 외인이 아니냐?”
“용이 형을 지금껏 가족처럼 대해 주셨으니, 제게도 외인이라고 할 수 없죠. 이 자리를 빌려 용이 형을 살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꾸벅.
위지천의 인사에 낭왕은 감탄하였다.
‘용호, 아니, 위지용. 싹수없는 놈과는 다르게 예의 바르기 그지없구나. 이렇게 반듯하고 현기가 가득하니, 저렇게 어린 나이에 높은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는 거겠지.’
물론, 착각이다.
위지천에게 완벽히 넘어간 낭왕은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말했다.
“네가 정말 깨달음을 공유해주면, 나도 그만한 사례를 하겠다.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느냐?”
“음. 그러면 용이 형의 처우를 제게 맡겨 주시겠어요?”
“용호 놈의?”
낭왕은 눈썹을 꿈틀했다.
“그놈은 내 말을 듣는 놈이 아니다. 하아. 어릴 때는 나름대로 귀여운 면이 있던 놈이 지금은 왜 이렇게 바뀐 건지.”
낭왕은 흑랑 용호 때문에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점점 통제가 안 되었던 거다.
‘광존의 수라공혈대법 때문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익히게 놔두는 게 아니었는데.’
그런데, 위지천이 낭왕의 속마음을 읽은 듯 이렇게 말했다.
“용이 형이 저러는 건, 수라공혈대법 때문이 아니에요.”
“네가 그 사실을 어떻게?”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어쨌든, 용이 형이 저렇게 된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에요.”
“의원으로서 아는 거냐?”
“네, 의원으로서 보기에 저건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거예요.”
“…….”
“용이 형은 원래 의선의가에 있을 때도 오냐오냐 크고 제대로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싸가지가 없었거든요. 무공이 강해지니 싹수 노란 본색이 나오는 거죠.”
“…그, 그래.”
낭왕 종천은 고개를 얼떨떨하게 끄덕였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제게 위지용을 맡겨주세요.”
“어떻게 하려는 거냐?”
“진단을 알았으니, 치료법은 간단하죠.”
위지천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어릴 때 받지 못했던 가정교육을 해주려고요.”
* * *
낭왕은 위지천에게 용호를 맡기기로 했다.
-그놈을 사람 만들어 주겠다면, 난 네가 무슨 짓을 하든지 대환영이다.
대충 눈치를 보니, 낭왕도 용호의 싹수없음에 고민이 많았던 듯했다.
일반 낭인이면 인성이 어떻든 상관없지만, 용호는 차기 낭왕으로 꼽는 인재였으니까.
이대로라면, 아무리 무공이 강해도 낭왕 자리를 맡기는 게 염려될 수밖에 없다.
-단, 말했듯 용호 그 썩을 놈은 내 말도 잘 듣지 않는다.
-알고 있어요. 괜찮아요. 올무를 씌울 방법이 있으니까요. 빚을 지게 하면 돼요.
-빚?
위지천이 향한 곳은 제갈세가였다.
최근 용호와 시비가 붙었던.
“소형제는?”
“제갈세가의 재경각주 제갈순 장로님을 뵈러 왔어요.”
“그래? 제갈순 장로님은 늘 바쁘신데. 약속은 된 거냐?”
역시 명문 세가랄까?
경비는 위지천이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았다.
도리어 최대한 친절하게 되물었다.
“약속은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남양소선(南陽小仙)이라고 하면 저와 만나주실 거예요.”
“남양소선?! 네놈이?!”
갑자기 경비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의아한 모습.
위지천이 의명을 얻었다지만, 의업계 안에서나 이제 갓 퍼지기 시작한 명성이다.
그런데, 십대세가인 제갈세가에서 곧바로 의명을 알아들을 뿐 아니라, 저런 적대감이라니?
“네놈이 무슨 용무냐?!”
“말씀드렸다시피 제갈순 장로님을 뵈러 왔어요.”
“하! 감히! 낯짝도 두껍게! 기다려라!!”
경비가 씩씩거리며 사라졌고, 옆에서 장삼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놈이 왜 저러는 겁니까?”
“제갈세가가 뭐 하는 곳인지 몰라?”
“당연히 압니다. 십대세가 중 하나이자, 세가맹의 지낭 역할을 하는 곳이면서….”
장삼은 우뚝 입을 다물었다.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떠올린 거다.
경비가 왜 저런 반응이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설마, 그러면 공자께서 이곳 제갈세가에 온 것은?”
위지천이 뭐라 대답하기 전이었다.
“남양소선?! 우리 제갈의가(諸葛醫家) 위에 남양소선이 있다고? 어디 얼마나 잘난 놈인지 한번 보자꾸나!!”
씩씩거리며 등장한 이들.
놀랍게도 의원복을 입고 있었다.
가슴에는 제갈(諸葛) 자와 성(星)급 문양이 표시된.
그렇다.
제갈세가.
십대세가 중 하나이자, 강호 최고 지낭들의 가문.
동시에.
호북성의 일성의가였다.
‘강호 최고의 두뇌들답게 의가로서도 크게 성공했지.’
최근 무당의 송인 도장이 위지천의 치료를 받은 후, ‘호북 일성의가보다 남양소선이 최고다!’라고 했는데, 이때 호북 일성의가가 바로 제갈세가를 말하는 거였다.
제갈세가는 강호 최고 두뇌답게 자존심이 높았고, 덕분에 위지천에게 이를 갈게 되었다.
어쨌든, 위지천이 그런 제갈세가에 왜 왔냐면.
‘도장 깨기 하려고.’
장삼에게 속삭인 후 포권했다.
해맑은 얼굴로.
“말학 위지천, 대제갈의가에 가르침을 드리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