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1)
의선명가 천재막내 72화(72/138)
제72화
대의가의 시대다.
수많은 의가가 난립했고,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의원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단, 아무리 의원이 많아져도 늘 부족한 게 있었다.
바로 실력 있는 명의(名醫)였다.
무림의 명문 문파나 세가들은 명의를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고수 하나를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이 들어가는지 아는가?
실력 있는 명의가 제때 치료하면 이런 고수들이 덧없이 죽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명의를 찾는 이는 많았고, 아무리 명문이라도 명의를 충분히 확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러워서 우리가 직접 의술을 배우고 만다!
이렇게 나선 곳이 몇몇 있다.
그중 하나가 제갈세가였다.
제갈세가 하면 강호 최고의 두뇌였으니까. 의원으로서도 최고의 자질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제갈세가는 의가로도 크게 성공했다.
무려 호북성의 일성의가가 된 거다.
참고로, 무림 문파 중 이렇게 의가로서 성공한 곳이 몇몇 더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사천당가였고, 그 외 제갈세가와 하북팽가, 사마세가, 진주언가 등등이 있었다.
‘제갈세가는 의가로서도 자존심이 높아. 자신들이 천(天)급 의가가 아닌 걸 불만스러워하고 있을 정도이니까.’
그런데 웬 삼류 의가의 소년 의생이 자신들보다 낫다고 소문이 퍼졌다?
이를 바득 갈고도 남을 일이다.
“지금… 뭐라고 했나? 가르침을 주려고 왔다고? 이 제갈순에게?”
제갈순은 제갈세가 재경각의 각주이자 의부(醫府)의 외총관이었다.
참고로, 제갈세가는 의가 쪽을 의부(醫府)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는데, 핵심 간부들은 본가와 의부 양쪽에서 동시에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 혹시나 불편하게 들렸다면 죄송해요. 제갈세가에서 이전부터 가르침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찾아온 거예요.”
“우리가? 가르침을 구했다고? 무슨?”
금시초문인 이야기였다.
온 강호에 가르침을 베풀면 베풀었지, 제갈세가가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을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제갈세가 고유의 천형인 현성지체(賢星肢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가르침을 구하지 않았나요? 제가 해결해 드릴게요.”
“!!”
제갈순이 눈을 부릅떴다.
제갈세가의 인물은 대체로 뛰어난 지능을 타고난다.
그중에서도 특별나게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이들이 있는데, 바로 현성지체를 타고난 이들이다.
제갈세가에서도 천재라 꼽히는 지능.
즉, 천재 중의 천재라 할 수 있었다.
단, 이들이 제갈세가의 이름을 빛내는 일은 없었다.
현성지체를 타고난 이들은 약관이 되지 못하고 절명하기 때문이다.
현성지체가 하늘이 내린 천벌인 천형(天刑)인 이유.
혹자는 제갈세가의 재주를 시기한 하늘의 저주라고도 할 정도다.
“무슨…!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우리 의선의가의 고서에 현성지체에 대해 나와 있어요. 과거 우리 의선의가는 종종 제갈세가의 현성지체 환자를 진료했으니까요. 그 고서에 따르면, 가능한 치료법이 있어요.”
거짓말이다.
그런 내용의 고서 따위 없다.
어쨌든, 제갈순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제갈세가의 다른 인물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호통쳤겠지만, 제갈순은 그러지 못했다.
제갈순은 난데없이 튀어나온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딴 헛소리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버지.”
“각아.”
의원복을 입은 젊은 청년이 휘적 제갈순 앞에 섰다.
아버지란 호칭에서 알 수 있듯 청년은 제갈순의 아들이었다.
청년은 비쩍 마르고 파리한 안색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병자처럼.
위지천은 상대를 알아보고 포권했다.
“제갈의가의 이름 높은 젊은 명의인 칠학(七鶴) 귀천혼의(歸天魂醫) 제갈각 선배님을 뵙습니다.”
놀라운 이야기!
무림 후기지수들에게 오룡사봉, 칠조, 오귀가 있다면, 의업계에는 칠학(七鶴)이 있다.
젊은 의원 중 가장 뛰어난 일곱 명을 말하는 거다.
“인사 따위 치워라. 의원이란 놈이 환자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해 헛소리하다니. 죽고 싶은 거냐?”
분노가 깃든 눈빛.
그렇다.
제갈각은 현성지체의 주인공이었다!
‘걸음마 시절부터 천재성을 발휘, 약관(스물)이 지난 지금은 제갈의가 내에서도 손에 꼽는 명의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어.’
오 년만 더 있다면, 제갈의가 최고의 명의가.
십 년만 더 있다면, 강호에 손꼽히는 신의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단, 시간이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현성지체를 타고난 이들은 약관 넘게 생존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니까.
‘본인의 의술 실력으로 억지로 죽음을 막고 있다고 했지. 그래서, 의명(醫名)도 죽음을 거슬렀다는 의미의 귀천혼의(歸天魂醫)이고.’
“허튼소리를 하는 게 아닙니다.”
“이놈이 그래도? 정말 치도곤을 당하고 싶은 거냐?”
“신경활삭(腎經滑數) 빈빈림력(頻頻淋瀝).”
“!!”
제갈각이 흠칫했다.
최근 제갈각이 현성지체 때문에 겪는 증상을 정확히 짚은 거다.
그뿐이 아니다.
“태연(太淵), 천추(天樞).”
“!!”
제갈각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네, 네놈이 어떻게 그걸?”
제갈각은 본인의 천형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의원이 된 것도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서였으니까.
십 년이 넘는 연구 끝에 흐릿한 실마리를 잡았다.
바로 방금 저 소년이 말한 태연(太淵), 천추(天樞)였다.
‘네가 직접 신이 나서 떠벌리고 다닌 내용이니까.’
위지천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렇다.
이 치료법은 눈앞의 제갈각 본인이 직접 개발해낸 방법이다.
즉,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제갈각 스스로 천형을 극복한다는 의미.
위지천은 그걸 자신의 공으로 스리슬쩍 해버릴 생각이었다.
“현성지체는 통천(通天)과 백회(百會)의 과도한 소통이 문제가 되는 터. 그렇다고 이를 막기 위해서 통천과 백회를 차단할 수도 없습니다. 백치가 될 테니까요.”
“그렇다. 그래서?”
“통천과 백회로 향하는 과도한 기가 우회할 수 있게 세맥을 뚫어주면 됩니다. 맥회혈(脈會穴)인 태연(太淵)과 중추인 천추(天樞)를 이어서요.”
“!!”
제갈각의 눈에 이제는 경악이 떠올랐다.
‘어떻게 그걸?!’이란 표정.
‘네가 직접 다 알려준 거라니까.’
이전 삶, 의생으로서 모지리였던 위지천이 이렇게나 자세히 알고 있는 이유.
위 내용을 직접 당사자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제갈각 저놈, 안 그렇게 생겨서 입이 엄청나게 가벼웠지. 잘난 척도 심하고.’
원래도 오만하기로 유명한 제갈세가다.
가문의 역대 숱한 천재들도 극복하지 못한 천형을 제 손으로 해결했으니, 제갈각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모 회합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위지천에게 밤이 새도록 자신이 어떻게 천형을 극복했는지 술주정을 부리며 자랑했다.
‘천하의 십대세가 인물이라 꺼지라고도 못 하고 옴짝달싹 술주정을 들어주느라 고생했는데, 이렇게 써먹게 되는군. 놈이 세운 업적을 가로채는 건, 그날 저놈이 부린 술주정에 대한 값이라고 쳐야지.’
“남양소선이 천하의 신의가 될 재목이라더니. 거짓이 아니었군. 무시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무례하게 이야기해 죄송합니다. 이런 식이 아니면, 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결례를 범했습니다.”
옆에서 장삼이 떨떠름한 시선을 보냈다.
‘천하의 제갈세가도 이 악마의 혀 농간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란 시선.
“네가 말한 바는 내가 생각했던 바와 동일하다. 하지만, 이 이론에는 문제가 있어.”
“주화입마에 빠지기 십상이란 것 아닙니까? 현성지체의 혈맥 특성상 주화입마에 빠지는 순간, 곧바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고요.”
“그래, 정확하다. 사실 나는 해결책을 몇 년 전에 알아냈다. 하지만 지금껏 시도하지 못한 건, 위험 부담이 너무 커서다.”
“선배님, 이런 말씀 외람되지만, 위험이 없는 치료는 없습니다.”
“!!”
“비단, 기공 치료나, 의도술뿐만이 아닙니다. 하다못해 양생조차도 어느 정도의 위험은 따릅니다. 이만한 천형을 치료하는 데 위험이 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 그건 네놈이 당사자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네, 맞습니다. 전 의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
“저 또한 천하의 제갈세가분께 이런 치료를 제의하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전 의원. 다른 어떤 것보다 환자를 살리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기에 감히 말씀드린 겁니다.”
제갈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을 위하는 위지천의 진심이 느껴진 거다.
착각이다.
‘내가 미쳤다고 이런 간덩이 부은 치료법을 제의해?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이러는 거지.’
믿는 구석.
바로 제갈각 본인이었다.
‘저놈은 저래 보여도 훗날 신의(神醫)가 되는 놈이니까.’
두려움에 용기를 못 내고 있을 뿐, 지금도 치료를 성공하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즉, 위지천은 뒤에서 등을 떠밀기만 하면 되는 거다. 제갈각 혼자서 알아서 성공해낼 테니까.
하나 더.
“제게 시술 중 태연과 천추를 안정시킬 침구법(鍼灸法)이 있습니다.”
“뭐라고?”
“후계, 간사, 대추, 고황, 태충, 임읍, 행간.”
“!!”
역시 제갈세가의 천재.
위지천이 읊조리는 혈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알아들은 거다.
“그, 그 혈을 침법으로 안정시키면 확실히?! 어! 어떻게 이런 발상을? 네놈은 의성(醫星)인 지령성(地靈星)의 가호를 타고나기라도 했다는 말이냐?!”
오랜만에 듣는 명칭이었다.
‘아니, 그냥 다 너한테 들은 건데. 술자리에서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고. 모지리였던 내가 지금까지 기억할 정도로.’
“그러면, 시작하지요.”
* * *
결국, 제갈각은 결심을 굳혔다.
제갈각은 제갈의가 최고의 기공사(氣功士) 중 하나.
태연과 천추를 뚫는 시술은 본인이 직접 시도하기로 했다.
위지천이 알려준 침법은 제갈의가의 다른 장로가 맡았다. 제갈의가 최고의 침구(鍼灸) 명의라고 한다.
‘난 그냥 지식만 알고 있을 뿐, 침법 자체는 경험 있는 이가 훨씬 낫겠지.’
위지천은 느긋한 얼굴로 참관했다.
알아서 잘할 거다.
제갈각이 술자리에서 자랑하기로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공해 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위지천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제갈각은 그날 술자리에서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시술 때 조력을 준 이가 있었다는 거다.
십봉(十峰)이자 작금의 천하 오신의(五神醫) 중 하나.
괴의(怪醫)가 제갈각의 치료를 도와주었다.
“크윽?!”
“?!”
제갈각의 입에서 왈칵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