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2)
의선명가 천재막내 73화(73/138)
제73화
십봉(十峰).
십선(十仙).
중원 최고 명의들이다.
십객, 십악, 십마로 칭해지는 강호삼십강과 비견되는 의원들이라 할 수 있다.
강호삼십강에서 따로 신주육강을 분류해 나눈 강호인들인 만큼 십봉, 십선 위에 따로 더 대단한 이들을 나누어 분류했다.
오신의(五神醫)였다.
천의(天醫).
독의(毒醫).
의군(醫君).
괴의(怪醫).
마의(魔醫).
삼십강에 신주육강에, 백절에, 오룡사봉에, 칠조에, 오귀에, 칠학에, 뭘 이렇게 자꾸 나누고 분류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헷갈린다고 그만 좀 나누라는 불평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의가의 시대를 맞아 의원들을 향한 관심도 대폭 높아졌다. 명성 높은 의원들을 무림인들처럼 분류하려고 하니, 이렇게 된 거다.
어쨌든, 이들 다섯이 작금 의협강호 최고의 신의들이었다.
제갈세가가 괴의의 도움을 받고도 비밀로 한 건 이유가 있었다.
괴의가 사파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평범한 사파가 아니라, 무려 십악(十惡)의 일좌였다.
정파, 그중에서도 성급 의가인 제갈세가에서 괴의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 좋을 게 없어서 함구한 거다.
어쨌든, 그 결과 이런 사달이 일어났다.
“크윽!!”
“각아!!”
주륵.
제갈각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다.
생혈이었다.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긴 거다.
위지천은 이유를 간파했다.
‘제갈각의 자가 기공 치료는 문제가 없어. 문제는 침구술이야. 요동치는 혈맥의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위지천이 알려준 혈을 침으로 짚으면 태연과 천추의 혈맥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온다.
단, 조건이 있다.
혈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당연한 조건.
‘제갈의가 최고의 침구사라면서?! 일성의가 최고의 침구 명의가 무슨 저따위야?!’
사실 이건 억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애초에 침구법은 이렇게 혈맥과 기가 요동치는 상황에 쓰는 치료법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침구법은 피해야 한다.
일단 기공 치료로 먼저 혈맥의 상황을 안정시키고, 침구법을 행해야 한다.
물론, 내상 치료 때 침구법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단, 그건 따로 내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혈들이 있다.
위지천이 말한 혈은 그런 혈들이 아니다.
일반적인 치료법에 반하는 행위로 괴의 정도 되는 신의이니 가능했던 거다.
단, 위지천은 그런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걸 왜 못 하는 거지? 그냥 혈맥의 상황에 맞추어 조금씩 침을 조정해 주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화경의 고수였던 위지천은 종종 일반 의원들의 눈높이가 어떤지 망각하고는 했다.
전신 기경팔맥에 흐르는 기의 세세한 흐름을 한눈에 통찰하는 게.
또한, 반걸음 앞서 기의 흐름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예측하는 게.
그로 인해, 혈맥이 어떤 영향을 받았고, 어떻게 요동칠지 실시간으로 파악 후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천추(天樞) 옆 세맥으로 기가 세었으니, 심장 아래쪽 고황혈(膏肓穴)이 자극받을 거야. 저런 경우 침을 조금 더 깊게 조정해줘야.’
위지천이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제갈각의 입에서 다시 피가 흘렀고, 아비인 제갈순의 안색이 창백해질 때, 뜻밖의 음성이 들렸다.
“그대가 남양소선인가?”
“…그렇습니다.”
의원복을 입고 있는 깊은 눈빛의 중년 남자였다.
“난 제갈택이라고 한다.”
“!!”
위지천은 깜짝 놀랐다.
‘제갈의가의 수장!’
정확한 직위는 제갈세가의 부가주 겸 의부(醫府)의 수장인 부주(府主)였다.
제갈의가는 제갈세가의 의부를 말하는 것이었으니까.
“제갈의가의 부주를 뵙습니다.”
“상황이 급하니, 예는 되었다. 네가 나서면 각이를 살릴 수 있느냐?”
“그건….”
“예를 따질 때가 아니라고 했다. 잔뜩 답답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았냐?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다 보고 있었나 보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 수 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침술을 펼쳐야 하는 게 아닌, 그저 혈맥의 상황에 맞춰 조정해주는 것뿐이다.
위지천의 능력으로 못 하는 게 이상했다.
“좋다. 네게 치료를 맡기겠다.”
“부주님?”
옆에 있는 다른 제갈의가의 의원들이 놀란 얼굴을 하였으나, 부주 제갈택은 성질을 내었다.
“조카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자존심이나 따질 때냐? 치료 결과는 내가 다 책임일 테니, 서둘러라!”
위지천은 제갈각에게 향했다.
침구술을 담당하고 있던 제갈세가의 장로가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냈다.
“네놈이 정말 할 수 있다고?”
자존심 때문에 시비를 거는 게 아니었다.
정말 의구심이었다.
일평생 침구술에 매진한 자신조차 역부족인데, 저런 어린 소년이 가능할까?
위지천은 짧게 답했다.
상황이 급해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맡겨 주십시오.”
위지천은 먼저 손날 쪽의 후계혈을 보았다.
태연(太淵) 쪽으로 빨려 들어간 기가 후계혈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런 경우, 도리어 침이 과한 작용을 일으켜 화수목(火水木)의 기운이 자극되어 문제가 일어나. 침의 깊이를 조금 더 빼주어야 해.’
정확히 어느 정도를 빼야 하냐면.
음. 그건 모르겠다.
위지천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이런 건 원래 정해진 게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야 한다.
즉, ‘감’으로 해야 한다.
‘의술은 손맛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으니까.’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였지만, 위지천에게는 필살 무기가 있었다.
스르륵.
침을 미세하게 밖으로 빼면서 기의 반응을 살폈다.
‘후계(後谿)에 연결된 곡택(曲澤)의 기가 차분해졌어. 곡택혈이 안정되면, 천지(天地), 천천혈(天泉穴)도 안정될 거야.’
실시간 변하는 기의 반응을 살폈다.
위지천이기에 해낼 수 있는 비기.
마치 답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것처럼, 침을 조정했고, 옆에서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허어?! 어떻게 저런 침술을?! 이미 신의의 경지에 이른 침술 아닌가?!”
음, 그건 아니다.
단지 위지천의 능력이 딱 상황에 알맞게 들어맞았을 뿐이다.
‘화경의 고수였던 경험 덕에 침술을 펼칠 때 여러모로 유리해.’
돌이켜보니 의도술에도, 기공 치료에도, 침술에도 화경의 고수였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신의(五神醫) 중 무려 셋이나 되는 이가 화경의 고수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제갈각의 상태는 한층 안정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남았다.
제갈각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실패할까 두려워하고 있어.’
위지천은 등을 떠밀어 주기로 했다.
장삼에게 전음을 보냈다.
-나보고 그런 소리를 하라고요?
-그럼 착한 내가 그런 소리를 하리?
장삼의 얼굴이 ‘이 나쁜 놈!’이라고 외치듯 와락 일그러졌다.
“귀천혼의도 별 볼 일 없군. 정작 중요한 순간에 겁이나 내고 있다니. 차라리 하늘에서 돌아온 겁쟁이란 뜻의 귀천겁의(歸天怯醫)가 낫겠어. 하하! 하… 하….”
다들 뜨악해 장삼을 바라보았다.
저 사파의 잡놈이 죽고 싶나? 하는 눈빛들.
장삼도 울고 싶었다.
‘나도 저놈이 시켜서 한 이야기라고! 이 나쁜 악마 놈아!!’
효과는 좋았다.
발끈한 제갈각이 용기를 낸 거다.
‘사파의 무뢰배까지 날 조롱하다니. 반드시 치료에 성공해 저 사파의 죽일 놈을 혼쭐내 주겠다!’
거기에.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나쁜 역할은 장삼에게 맡기고, 위지천은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 척 말했다.
제갈각은 울컥 감동했다.
아까 위지천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 거다.
-전 의원. 환자를 살리는 게 최우선이에요.
제갈각은 환자를 위하는 의원의 진심 어린 마음이 환자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물론, 위지천에게 속은 거다.)
할 수 있다.
이 소년과 함께라면.
그리고 그날.
기적이 일어났다.
제갈세가의 천형이 극복되었다.
* * *
제갈세가에 난리가 벌어졌다.
최초로 천형을 극복하였으니까.
위지천은 제갈세가의 은인이 되었다.
‘현성지체를 타고나는 이가 많지는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긴 시간 동안 고통받아 왔으니까.’
대략 한 세대 걸러 한 명?
그 정도의 빈도라고 한다.
제갈세가 혈족의 숫자를 생각하면 드문 확률이었지만, 그래도 잊을 만하면 출현해 제갈세가 혈족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천형이었다.
그러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고맙소. 제갈세가는 은공의 은혜를 잊지 않겠소.”
흰 수염.
마치 공명이 환생한 듯한 외모.
제갈세가 본가의 가주인 제갈후가 직접 극진한 감사의 말을 한 거다!
“말을 낮춰 주십시오. 말학 위지천, 말씀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 제갈세가의 은공인 그대가 말학이라니! 은공이야말로 그렇게 이야기하지 마시오!”
위지천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한 건 별로 없는데.’
위지천은 살짝 거들었을 뿐, 치료법을 개발한 것도 제갈각, 직접 기공으로 자가 치료한 것도 제갈각이다.
공을 가로챈 셈이지만, 뭐, 알다시피 위지천은 뻔뻔하다.
“의원이 환자를 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괘념치 마십시오. 전 치료가 성공한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제갈후는 감탄했다.
‘의재만 신의인 게 아니라, 됨됨이도 못하지 않구나.’
이번에 위지천이 보인 모습은 제갈세가의 재능조차 무색하게 할 정도로 대단했다.
더욱 놀라운 건, 저 소년의 진가가 단순히 뛰어난 재능에만 있지 않다는 거다.
‘저 아이는 향후 의성(醫聖)이 될 재목이다.’
의성.
단순한 명의, 신의가 아니다.
의술로 세상 수많은 이를 구할 만큼 막대한 업적을 남기는 이를 뜻한다.
‘계속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겠어.’
경쟁자라고 생각할 게 아니다.
저만한 재목의 의원은 무조건 가깝게 지내는 게 이득이다.
“본가에 베푼 은혜를 사례하고 싶소이다. 혹시 바라는 게 있소이까? 뭐든 이야기하시오.”
“음, 그러면, 먼저 말씀을 편하게 해주세요.”
“흠?”
위지천은 해맑고 선한 얼굴로 말했다.
“평소 제갈세가를 흠모해 왔거든요. 그런데, 가주님께서 그러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부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절로 미소가 나오는 이야기였다.
제갈후의 마음속에서 위지천의 평가가 더더욱 수직으로 올라갔다.
앞서는 뛰어난 의술과 됨됨이에 대한 감탄이었다면, 이번엔 인간적 호감까지 더해졌다.
‘조카로 삼고 싶을 정도군.’
제갈후는 제갈세가의 손아래 조카들을 떠올렸다.
누가 제갈세가 핏줄 아니랄까 봐 다들 제 잘난 맛이 가득한 놈들이라 귀여운 느낌은 전혀 없었다.
재능에, 착한 인성에, 순수함까지.
저런 조카가 있으면 눈에 집어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았다.
‘제갈세가 놈들 눈깔도.’
장삼은 남몰래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