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3)
의선명가 천재막내 74화(74/138)
제74화
“그러면, 편하게 말하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종종 만나게 될 것 같은데, 너도 날 백부처럼 여겨도 좋다.”
“제가 어찌 감히….”
“각이를 치료해 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 가문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하였던 천형을 해결할 방법을 알려 주었으니, 어찌 자네를 외인으로 여기겠나?”
위지천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날 백부처럼 여겨도 좋단다.
이전 삶, 조백일이 종종 하던 이야기다. 뱀 같은 눈빛으로.
제갈후의 눈빛은 전혀 달랐다.
진심 어린 호의가 가득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너와 의선의가에 사례하고 싶다. 바라는 게 있는가?”
위지천도 더 빼지 않았다.
“흑랑 용호에 대해 아십니까?”
“흑랑, 그 짐승 같은 놈? 그놈은 왜? 아, 그러고 보니?”
“네, 흑랑 용호는 우리 의선의가 출신입니다.”
“그랬었지. 그 금수만도 못한 놈이 명성 자자한 의선의가 출신이라니, 믿기지 않아 잊고 있었군.”
쌓인 게 많은 모양.
‘대제갈세가의 가주조차 저렇게 이를 갈고 있다니. 위지용, 이 자식은 도대체 무슨 삶을 살고 있었던 거야.’
놈의 인성상 분명 위지용의 과실이리라.
위지천은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다.
“위지용 형님의 잘못, 제가 대신 사죄드립니다.”
“하, 아니네. 잘못한 건 그놈인데, 왜 자네가 사과를 하나?”
“우리 가문의 인물이 저지른 잘못 아닙니까? 그러니, 저라도 대신 사과해야 옳지요.”
“끄응.”
제갈후는 못마땅하다는 듯 앓는 소리를 내었다.
자신들의 가문에 은혜를 베푼 위지천에게 이런 사과를 받는 게 불편한 거다.
‘이게 다 흑랑 그 호로자식 놈 때문이다. 낭야회의 비호만 아니라면, 진즉 요절을 내었을 텐데.’
“자네가 원한다면, 흑랑과의 은원은 모두 잊겠네. 물론, 놈이 본가에 저지른 잘못들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지만… 끄응.”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대신, 흑랑이 보상하기로 한 배상금만 탕감해주실 수 있습니까?”
“흐음?”
제갈후는 의아한 얼굴을 했고, 위지천은 자신의 계획을 간략히 이야기했다.
자신이 배상금을 갚아주는 대신, 흑랑을 의선의가에서 고용할 거라고.
“가문의 형님이 지금같이 망나니처럼 살아가는 걸 내버려 두어서야 쓰겠습니까? 의선의가의 어른들과 함께 위지용 형님이 변하도록 노력해볼 겁니다.”
위지천의 실제 속마음은 이것보다 훨씬 거칠었지만, 굳이 적나라하게 표현할 필요 없으니 온건하게 말했다.
덕분에 제갈후는 거듭 감탄했다.
“그런 불효 망종 놈조차 거두려고 하다니. 의선의가는 참으로 인의(仁義)의 가문이구나. 다만, 그 망종 놈이 과연 계도될지 의문이구나.”
“최대한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흥, 노력은 개뿔! 그딴 나약한 마음으로 그 짐승을 변화시킬 수 있겠냐?”
“!!”
놀라 시선을 돌리니, 파리한 안색의 청년, 제갈각이 서 있었다.
“아니, 왜 일어나셨습니까? 아직 몸이?”
“네놈에게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날 빼고 이런 자리를 마련하다니. 서운합니다, 백부.”
“아니, 인사는 이미 충분히 받은?”
지금 이 자리는 공식적인 자리였고, 그 전에 제갈각과 제갈순은 개인적으로 충분히 감사의 의사를 표했다.
특히 제갈각의 아버지인 제갈순은 위지천의 귀에 딱지가 붙도록 감사하다고 했다.
-내가 재경각의 재산을 횡령해서라도 이 은혜를 갚겠네!
“흥, 됐고. 넌 마음이 너무 약하다.”
“네? 제가요?”
장삼도 옆에서 ‘제갈세가 놈들 사람 보는 눈이?’라고 말하듯 눈을 부릅떴다.
“고작 그딴 식으로 해서 흑랑의 목에 올무를 걸 수 있겠나?”
“나도 각이의 말에 동의한다. 고작 배상금을 대신 갚아준다고 그 금수 같은 놈이 고마워할 리가 없지.”
“백부, 흑랑 놈에게 받기로 한 배상금의 채권을 위지천 소의원에게 양도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 좋은 생각이다. 그게 낫겠구나.”
“이걸로도 부족합니다. 추가로….”
“그래, 좋다! 당장 연락하겠다! 은인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우리 제갈세가의 인맥을 보여주자!”
역시 신기제갈(神機諸葛).
치졸한 계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 흑랑 놈의 일은 내게 맡겨라! 지금 당장 처리하러 가겠습니다, 백부!”
“그래, 맡기겠다!”
제갈각은 휘익 사라졌다.
‘…뭔가 은혜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신이 난 것 같은데. 제갈각도 흑랑 놈에게 한번 손찌검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나?’
위지천은 헛기침을 했고, 제갈후가 말을 이었다.
“고작 이런 것으로 끝맺음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은데. 최근 의선의가에 날파리가 들러붙은 것 같은데,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나?”
사검회 이야기다.
“그건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곤란하지 않은가?”
“제갈세가 측에서 나서기도 곤란하지 않습니까?”
“…….”
사검회는 아직 의선의가에 무언가 해코지한 게 없다.
같은 사파인 장삼의 흑귀문을 건드렸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갈세가가 움직이는 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위지천이 베푼 은혜가 워낙 컸기에, 부담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안 그래도 최근 세가맹과 사도맹의 분위기가 안 좋지 않습니까? 안휘에서 남궁세가와 사금방(邪金幫)이 충돌 중인데, 제갈세가와 사검회(蛇劍會)까지 반목하면, 자칫 세가맹과 사도맹의 충돌로 번질까 염려됩니다.”
‘뭐, 실제 이렇게 될 가능성은 없겠지만.’
삼맹이교(三盟二敎).
현 강호의 체제다.
사분오열되어 있기에 서로 치열하게 다투어도 막상 큰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먼저 상처 입는 순간, 다른 이들에게 물어뜯길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균형이라 아차, 하는 순간 모조리 무너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런 상황이라고는 해도 제갈세가 입장에서 구주칠패의 일문인 사검회와 맞서는 게 부담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제갈세가의 위치는 호북.
사도맹의 본거지가 자리한 호남과 멀지 않았다.
“사검회의 일은 우리 의선의가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인가?”
“훗날 우리 의선의가가 세가맹의 객가(客家)가 될 수 있도록 주선해주실 수 있습니까?”
객가(客家).
원래는 이주민을 뜻하는 용어이나, 세가맹에서는 다른 의미로 쓴다.
세가맹의 정식 맹원은 아니지만, 동맹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가문을 뜻한다.
‘세가맹을 파보는 게 필요해. 무황, 검선, 창왕 중 굳이 가장 의심되는 이를 꼽자면 창왕일 테니까.’
신주육강 모두 배후의 원수 후보였지만, 가능성을 따지면 혈마와 천마는 굉장히 떨어진다.
아무리 백선의가의 속이 시커멓다 해도 혈교, 마교와 손을 잡는 건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그런 의미에서 사도맹의 패왕도 마찬가지다.
‘백선의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세가맹의 창왕이 가장 확률이 높아. 백선의가는 십대세가의 하나로 세가맹의 일원이니까.’
백선의가는 중원에서 가장 위세 높은 의가.
보유한 의검대의 규모만 해도 어지간한 무림 명문 세가에 못하지 않았다.
덕분에 무림에서도 십대세가 중 하나로 꼽혔고, 십대세가가 주축이 된 세가맹의 회원이었다.
단, 의가의 특성상 세가맹에 전속되지 않고, 무림맹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무림맹과 세가맹 양측 중 백선의가와 가까운 건 세가맹 쪽이었다.
“우리 세가맹에서도 크게 환영할 걸세! 내 기회를 봐서 의선의가를 추천토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지금 의선의가가 세가맹에 얼씬거려 봤자 눈길이라도 받겠는가?
온갖 쟁쟁한 가문이 즐비한 세가맹인데?
거기에 백선의가가 수작을 부려 의선의가의 객가 가입을 반대할 수도 있다.
제갈세가의 추천을 받으면 이야기가 다르다.
비록 제갈세가가 십대세가 중 수위를 다투는 가문은 아니라지만, 총군사 등 세가맹의 온갖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제갈세가의 힘을 빌리면, 창왕의 뒤를 파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물론, 그건 입 밖에 꺼내기에는 시기상조인 일.
“아. 그리고 극진폭렬단(劇震爆裂丹)을 하나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극진폭렬단? 그런 걸 왜?”
마교 놈들의 비약이다.
잠시간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의원으로서 연구해 보고자 합니다. 새로운 단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긴. 그렇지. 극진폭렬단도 어떻게 보면 꽤나 명약이긴 하니까. 기존 폭렬단에서 마종의가(魔宗醫家)가 심혈을 다해 부작용이 적도록 개량했지. 몇 개 보관하는 게 있으니, 가져가게.”
연구 목적이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직접 피를 볼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물론, 폭렬단 따위 없어도 사검회의 어지간한 놈들은 처리할 수 있다.
사검회의 초절정 고수가 고작 의선의가와의 일 때문에 나설 가능성도 거의 없고.
그래도 만에 하나에 대비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해놓는 거다.
그 뒤 위지천은 제갈세가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며칠간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큭큭, 선물 준비는 다 끝냈다.”
“…아, 네.”
“동생, 내가 동생을 위해 어떻게 했냐면…!!”
제갈각이 술에 취해 떠벌렸다.
‘아… 저놈의 술주정.’
위지천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전 삶 겪었던 지옥의 술주정이 다시 펼쳐지려고 해, 말을 끊었다.
“준비하신 선물은 제가 직접 가서 보도록 할게요. 가요, 장 대협.”
“나, 나도 가야 한다고?”
“당연하죠. 앞으로 ‘수하’가 될 인물을 보러 가는 거잖아요.”
“그딴 놈, 난 수하로 바란 적 없…!”
“얼른 가자고요.”
“넵.”
장삼이 하얗게 질린 이유가 있다.
위지천이 향한 곳은 관아의 옥이었다.
웬 감옥?
익숙한 얼굴의 인물이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목에 칼을 차고 있었다.
흑랑 용호였다!
“잘 지냈어, 용이 형?”
“이놈…!!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용호가 바득 이를 갈았다.
“그러게 평소 똑바로 살지 그랬어?”
제갈세가는 용호를 온 힘을 다해 조졌다.
무력을 쓴 게 아니다.
이곳 무한은 제갈세가의 안마당.
권력을 이용했다.
그간 용호가 무한에서 부린 행패를 모조리 취합해 관아에 고발한 거다.
지금까지는 낭야회가 비호해 주었지만, 이번에는 낭야회도 흑랑을 지켜주지 않았다.
위지천 때문이다.
-흑랑, 그 짐승 놈이 사람 되기를 바라면, 가만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