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5)
의선명가 천재막내 76화(76/138)
제76화
까앙!
한맥이 손가락으로 날린 검기가 날카로운 충돌음과 함께 허공에서 사라졌다.
널찍한 대도(大刀)가 위지무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용호가 나선 거다!
‘용호, 저놈이?’
위지천이 놀라 생각했다.
위지무도 놀랐다.
“요, 용아?”
“착각하지 말아라, 대머리. 저놈이 멋대로 날뛰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나선 것뿐이니.”
용호가 한맥에게 도를 까닥거렸다.
“지렁이의 검기(蛇劍)라 그런지, 간지럽지도 않군.”
“하!! 이놈이 진짜?”
“그만 떠들고 검이나 들어라. 오늘 드는 검이 네놈의 마지막 검이 될 테니. 다시는 검을 들지 못하는 처지로 만들어주마.”
한맥에게서 섬뜩한 살기가 뻗어 나왔다.
위지무가 또 나서려는 걸, 위지천이 말리고, 대신 위지천이 나섰다.
“두 분 대협들. 잠깐만 진정하세요.”
“네놈은 뭐냐?”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해요. 이곳 흑귀문 장삼 문주의 망년지우입니다.”
“네가 남양소선?”
아무리 막 나가는 혈검귀라도 위지천처럼 어리고 착해 보이는 소년에게 다짜고짜 검기를 날리지 못하겠는지, 제법 순순한 어조로 물었다.
“두 분이 싸우면 분명 많은 피가 흐를 거예요. 의원으로서 차마 지켜볼 수 없어서 나서게 되었어요.”
“그딴 것 상관없다. 흑도의 결투 중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두 분이 평범한 흑도인이면 그렇겠지만, 여파가 걱정되어요. 이곳 남양이 사검회와 낭야회의 전쟁터가 될까 봐.”
“!!”
한맥은 인상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내심 곤란하게 여기던 터였다.
흑랑, 저 재수 없는 놈은 외톨이가 아니었다.
자칫 사검회와 낭야회의 전쟁이 될 수 있다는 건,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다.
“대신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생사결 대신, 비무를 하는 거예요. 최소한 목숨은 빼앗지 않는 것으로.”
“하! 이 혈검귀가 그런 소꿉장난을 할 것 같냐?!”
“만약 대협께서 승리하면, 우리 의선의가는 앞으로 사검회를 최우선 가는 친구로 여기도록 할게요.”
“전속 의가가 되겠다는 거냐?”
“아니, 그건 세상 만민을 의술로 구제하자는 우리 의선의가의 이념상 어려워요. 그래도 사검회의 일에 가장 우선으로 신경 쓰도록 할게요.”
한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럽진 않아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일단 이렇게 시작 후 차차 올무를 씌우면 되니까.
“대신, 대협께서 흑랑에게 패하면, 더는 우리 의선의가와 흑귀문을 핍박하지 말아주세요.”
“좋다. 그 제안에 따르지.”
한맥은 시원히 승낙했다.
패배할 거로 여기지 않은 거다.
혈검귀가 흑랑보다 윗줄이라는 건, 단순한 강호의 평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혈검귀는 이전 흑랑과 검을 겨룬 적이 있었다. 제대로 된 결투는 아니고, 친선으로 검과 도를 나누어본 것이지만, 반수 정도 우위를 점했으니, 실제 결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됐어. 내 의도대로 넘어왔어.’
위지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힐끗 시선을 들어 전각 위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한 노인이 전각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척을 숨긴 건지, 위지천 말고 누구도 노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위지천은 노인이 어떤 경지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초절정 고수. 사검회의 원로인 건가?’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양백흑악(陽白黑惡)같이 사검회를 대표하는 초절정 고수들의 얼굴은 대부분 알고 있는데, 모르는 얼굴인 것으로 볼 때 아주 높은 경지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초절정은 초절정.
지금껏 상대했던 이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다.
‘아마 소회주인 혈검귀를 호위하러 온 것일 테니, 혈검귀가 죽거나 다치면 나서겠지.’
일부러 개입해 둘의 싸움을 비무로 확정 지은 이유였다.
‘문제는 흑랑이 비무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건데.’
그건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왜?
위지천의 눈에는 둘의 수준이 훤히 보이니까.
‘단순한 무공 경지로만 따지면, 혈검귀가 확실히 조금은 앞서 있어.’
특히 검법과 도법의 조예를 따지면, 검귀들의 문파인 혈검귀가 확연한 우위다.
하지만, 위지천은 흑랑의 승리를 확신했다.
왜?
싸움의 승패는 무공 경지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니까.
특히 둘은 같은 절정 극이다.
경지가 차이 나 봤자, 큰 차이는 아니었다.
흑랑 용호에겐 혈검귀가 가지지 못한 무기가 있었다.
까아아앙!!!
“이놈?”
맹렬하게 몰아치는 흑랑의 대도에 혈검귀가 눈썹을 꿈틀했다.
“감히! 죽어라!”
혈사검법(血蛇劍法).
사이하면서 살기 가득한 검법이 흑랑 용호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흥.”
화악!
흑랑 용호가 도리어 정면으로 뛰어들었고, 한맥은 식겁했다.
‘무슨?’
혈사검법을 마주한 상대는 두려움에 질려 어떻게든 피하려다가 도리어 먹잇감이 된다. 마치 뱀의 먹이가 되는 것처럼.
그런데, 흑랑 용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으로 도를 맞닥뜨린 거다.
서걱!
덕분에 검법의 일부를 피하지 못했지만, 사소한 찰과상일 뿐이었다.
부우우웅!
대도가 폭풍처럼 몰아쳤고, 한맥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둘은 실전 경험에서 비교가 안 돼. 특히 강적을 상대해본 경험에서.’
둘의 평만 봐도 알 수 있다.
혈검귀가 실전 경험이 부족한 건 아니다.
다만 혈검귀가 왜 잔혹하다는 평을 듣겠는가?
그만큼 하수들을 많이 상대했다는 뜻이다. 자신보다 강자에게 잔혹하게 굴 수는 없는 법이니까.
반면, 흑랑 용호가 왜 천둥벌거숭이란 평을 듣겠는가?
미친놈처럼 상대의 강약을 따지지 않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흑랑 놈이 이제 갓 절정 입(入)에 도달했을 때, 십마 파혈진군에게 대가리를 들이민 건 지금도 강호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다.
‘…저 미친놈도 눈치를 보는 게 위지천, 악마 놈이지.’
장삼은 새삼 위지천의 두려움을 느꼈다.
어쨌든, 이런 경험의 차이는 실전에서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그깟 무공의 사소한 격차야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을 정도로.
더구나 흑랑 용호의 무기는 실전 경험뿐만이 아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왜? 무섭냐? 기루에서 기둥서방이나 하면 어울릴 것 같은 놈이.”
용호의 두 번째 무기.
형편없는 인성이다.
용호의 입가가 비틀렸다.
부우우우웅!!!
낭아흑참도법(狼牙黑斬刀法).
늑대가 검은 폭풍처럼 몰아친다는 도법.
수비를 도외시하고 오로지 공격만 몰아친다.
자신이 다치는 것보다는 상대를 조지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용호의 인성과 궁합이 찰떡같은 도법이었다.
특히 용호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비 위지무를 만나 불쾌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섞인 걸까?
뭐든지 다 때려 부수고 싶은 기분이었고, 낭아흑참도법의 기세가 한층 더 거칠어졌다.
나약한(?) 혈검귀는 그 폭풍 같은 몰아침을 버티지 못했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
“커억!!”
차앙!!
외마디 비명과 함께 혈검귀의 검이 하늘 높이 날아갔다.
흑랑의 승리였다!
여기서 끝나면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을 텐데.
흑랑의 응가 같은 인성이 사달을 일으켰다.
“잘도 이 몸 앞에서 건방을 떨었겠다.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서걱.
흑랑의 도가 번뜩였고, 손가락 하나가 허공에 떠올랐다.
아까 위지무에게 검기를 날렸던 손가락이었다.
“크아아아악!!!”
“흥. 꼴좋군.”
한백이 잘린 손가락의 단면을 움켜쥐며 비명을 질렀고, 흑랑 용호는 비웃음을 지었다.
‘하아. 이 망할 녀석이.’
위지천은 골머리가 아파졌다.
용호 놈이 왜 저런 짓을 벌인 건지 모른다.
단순히 기분이 나빴던 건지, 아니면, 나름대로 아비를 해치려고 한 것에 대한 응징인지.
어쨌든 결투 승패가 갈렸는데, 해코지했다.
심지어 우수(右手)의 검지였다.
제대로 검을 파지(把持)하지 못하게 될 거고, 이는 사검회의 기기묘묘한 검술을 펼치는 데 치명적이었다.
위지천은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어 장삼을 불렀다.
“장가야.”
“네, 네?”
“금방 돌아올 테니, 시간을 끌고 있어라.”
“그게 무슨 뜻인?”
금방 알 수 있었다.
위지천이 장내에서 사라진 직후.
쿠웅!
한 인물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늙은이는?”
“노부는 혈련귀(血聯鬼) 학천이라고 한다. 네놈도 내 별호 정도는 들어봤겠지.”
흑랑 용호의 얼굴이 굳었다.
아는 별호였다.
과거 큰 명성을 떨친 이는 아니었지만, 사검회의 전대 고수였다.
“혈련귀는 절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연이 닿아 말년에 깨달음을 얻었지. 어쨌든, 고약한 놈이구나. 결투가 끝났는데, 손가락을 잘라?”
학천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내 오늘 네놈의 손목 정도는 가져가야 회주를 뵐 면이 생기겠구나. 낭야회의 낯을 생각해 순순히 손목을 내밀면 목숨은 남겨주겠다.”
“늙은이가 깨달음을 얻으면서 노망까지 왔나 보군.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보도록.”
흑랑 용호도 스산한 얼굴을 했다.
멍멍이답게 굽힐 생각이 없는 거다.
단, 승산이 없는 건 용호도 알았다.
노인은 초절정의 입(入).
아무리 입(入)이라지만, 절정과 초절정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었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싸워도 손목을 내주게 되리라.
‘그래도 싸운다.’
용호는 얼마 전 본 위지천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때 엿본 흉포함에 비하면, 눈앞의 늙은이 따윈 두렵지 않았다.
싸우다가 피를 보면? 알 게 뭐란 말인가?
그런데.
“안 된다!! 어르신, 고정하시옵소서! 제가 다 가정교육을 못 한 탓입니다!!”
“크, 크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문도 교육을 잘못했습니다! 이놈, 뭐 하느냐?! 어르신께 사죄하지 않고!”
“허? 이놈들은 뭐야?”
“걸리적거리니 꺼져라!!”
“꺼지긴! 이놈이 그래도?!”
“이 장삼, 사검회를 존경해 왔습니다! 특히 어르신이야말로 제가 마음속으로 흠모하던 분으로…!”
위지무와 장삼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움을 말리려고 했고, 어어, 하는 사이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천금 같은 시간이었다.
한 인물이 다시 나타나기에 충분한.
저벅.
복면을 쓴 작은 체구의 마인이 장내에 나타났다.
흉마(凶魔) 위지천이었다.
* * *
그때였다.
흑귀문과 거리가 떨어진 어느 전각의 위.
위지천조차 눈치채지 못한 곳에서 두 인물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켜보고만 있으실 겁니까?”
“글쎄, 여흥 삼아 나오긴 했는데, 재미가 없군.”
사검회의 태상 문주.
십악(十惡)의 일좌, 검군악(劍君惡)이 무료한 음성으로 답했다.